중앙대 ‘학생회선거 개입' 논란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2.03 10: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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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뽑는데 왜 학교가 간섭?

[일요시사=사회팀] 2008년 두산그룹이 재단으로 들어온 이후 크고 작은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중앙대학교. 학과 구조조정으로 진통을 겪었던 중앙대 갈등의 불씨가 이번에는 인문대 학생회장 선거로 번졌다. 구조조정 반대 시위로 정학을 당했던 김창인(24·철학과)씨가 학생회장에 출마하려 하자 학교가 학칙을 들어 등록 금지를 권고한 것. 이를 두고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학생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에 후보를 놓고 학교 본부가 반기를 들었다. 중앙대학교 3학년 김창인씨가 인문대 학생회장 선거에 등록하려 하자 인문사회계열 선거지도위원회(교수진·행정실장 등)는 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 측에 ‘피선거권 자격 기준에 미달하는 학생은 후보자 등록을 금지하라’는 공문을 지난달 14일 보냈다. ‘감독 및 행정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선거지도위원회는 학칙에 따라 공문을 보냈다는 입장이다. 이에 학생회는 학생회 선거는 학생자치의 영역이기 때문에, 학생회칙을 가장 우선 적용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학생회칙에 따라 후보자는 결격사유가 없다는 것이다.

“전과자 취급”

지난달 26일 오후 1시 중앙대 해방광장에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점심을 먹고 나오는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마이크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곤 했다.

이 목소리의 주체는 인문대 학생회 선거를 두고 학교 측과 대립하고 있는 인문대 선거관리위원회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학교 측의 선거지도위원회가 학생회 소속인 선거관리위원회에 징계조치를 할 수 있다는 위협으로 인해 학생회 선거가 무산되고 3월로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비교민속학과 학생회장 정태영씨는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대학 공간에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학교 측의 전횡,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가 20년 전의 학칙을 적용해 의도적으로 선거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학과 구조조정 반대한 학생 출마 저지
“기준미달”선거지도위에 등록금지 권고

이어 정치국제학과 비대위원장 박남규씨는 “사회과학대 소속으로 인문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런데 중앙대 커뮤니티에 ‘학생 자치는 학교가 정한 룰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홍보실장의 글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하며 학생 자치를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문대 학생회장 후보자 김창인(철학과)씨는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문대 학우 모두가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학생회가 자치적으로 운영되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기 때문에 학생 자치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열심히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인문대 운영위원회는 인문대 학생회칙 제 9장42조에 의거 11월 중 선거를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제4대 인문대 선관위를 구성했다. 인문대 선관위는 선거 진행을 위해 선거 일정을 공고하고 후보자 추천서를 12일에 배부했다. 후보자 추천서는 ‘런닝맨’ 측 선본이 수령했다.




그러나 인문사회계열 행정실 측은 인문대 학생회장 선거 후보자의 자격에 이의를 제기하며, 인문대 학장, 각 학과 학과장 그리고 행정실장으로 구성된 ‘선거지도위원회’를 구성했다. 14일 학생회 선관위 측은 “선거지도위로부터 특정 예비 후보가 학칙 내규 제 4항에 의거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고, 학점미달 사항이 있으므로 선거를 진행하는 것이 학칙에 위반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인문대 선관위에 발송했다.

1997년에 제정된 학생자치기구 선거지도 내규 4항에 따르면 학생회장 후보자는 ▲4차 학기 이상 등록을 필한 재학생 ▲각 학생회의 대표로서 손색이 없는 자 ▲전체 이수 학업성적의 평균 평점이 2.0이상 ▲학사 및 기타 징계 사실이 없는 자여야 한다.

이에 인문대 선관위는 ▲학생회 선거는 학생자치의 영역이기 때문에 학생회칙을 가장 우선으로 적용하며 학생회칙에 따라 후보자는 결격사유가 없다는 점 ▲학교 측에서 주장하는 내규는 16년 동안 적용한 적이 없는 사문화된 내규라는 점 ▲내규의 적용 조항과 적용 시기, 적용 대상이 일관되지 않고, ‘2013년’ ‘인문대 선거’에서 ‘제 4항’만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학교 측을 비판했다.


또 학생회 측은 최근 판결 난 A학우(구조조정 반대 시위자)의 내규 관련 소송에서 해석의 여지는 존재하지만 내규의 문제가 있다는 점과 학교본부에서 내규로 학생자치에 개입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면서, 선거를 그대로 진행할 것을 공문으로 선거지도위에 발송했다. 또한 인문대 학생회 선거관리 세칙에 의거 런닝맨 측 선본을 후보로 등록했다.

“학칙 우선” vs “학생 자치”

이에 선거지도위는 인문대 선관위가 피선거권 자격기준 미달 학생을 등록시켰기에 학칙을 어겼고 이를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조숙희 위원장(영어영문학과 교수)은 “내규에 따르면 피선거권 제한이 있고 학생자치를 존중하지만 학칙의 범위를 지켜야 한다”며 선거지도위의 결정을 설명했다.

21일 면담에서 인문대 선관위는 “학칙 내규가 대부분 지켜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자 선거지도위는 “내규는 중요도에 의해 필요한 경우에 준수될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진다. 학교 측은 절충안을 가져오라고 했고, 학생회 선관위는 절충안을 작성했다. 주 내용은 선거 진행 관련 사과문, 후보자의 자격 미달 사과문, 전자 투표 과정에서 관련 내용에 대한 주의문 게재였다.

선거지도위는 거절 후 인문대 학생회장 중징계 경고 및 학생자치에 따라 선거를 진행할 경우 선거지도위 전원에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음을 확인’하는 각서를 인문대 학생회장과 각 학과 학생회장들에게 요구했다.

“개입 아닌 판단”

이에 인문대 선관위는 두 차례의 긴급회의를 거쳐 선거 강행을 결정했다. 하지만 당선 시 자치적인 활동에 제약 등 정상적인 선거가 진행되기 어렵다는 판단에 선거 연기 결정을 내렸다.
중앙대 관계자는 “학교가 일방적으로 입후보를 막을 수 없다. 학칙의 경우 개정되지 않은 것이 더 많다”며 “학칙 개정을 정식으로 요구하면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미니인터뷰] 김창인 인문대 학생회장 후보
“학생들 판단에 맡기겠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무엇인가?
▲사실 누가 당선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어디의 선거든 학교가 개입할 수 있다는 여지가 핵심이다. 학생 자치 전반에 대한 문제다. 학교 측이 말하는 징계조항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예를 들어,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추천서 안 써주면 그만이다.
 
-선거가 3월로 연기됐다. 그때까지 어떤 활동을 계획 중인가?
▲일단 학생회 일을 계속하면서 출마 권리를 얻기 위한 활동을 할 것이다. 지금 당장은 학칙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준비 중이다. 인문대 학우 절반 이상에게 서명을 받는 게 목표다. 해당 내규를 수정한 후 보궐선거를 진행해, 현재 상황이 좋지 않은 전례로 남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두산 측이 일방적으로 대학을 운영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느끼는 불편함은?
▲학과 구조조정으로 인해 비교민속학과, 아동복지학과, 가족복지학과, 청소년학과 등 4개 학과는 폐지돼 더 이상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 학교 측은 경쟁력 있는 학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교양과목의 다양성도 실종됐다. 콩나물 시루처럼 한 강의실에서 70명 이상이 수업을 듣는 환경도 문제다. 앞으로 학교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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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