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등에 업은 대학들 ‘백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2.02 13: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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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돈줄’…“SKY 안 부러워”

[일요시사=경제1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이른바 ‘SKY’대학 못지않게 주목받는 대학들이 있다. 바로 재벌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는 학교들. 이들 대학은 대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꾸준한 발전을 이뤄냈다. 빵빵한 재정과 높은 취업률 덕에 명문대학 타이틀까지 거머쥔 곳도 있다. 그렇다면 대기업이라는 든든한 ‘돈줄’을 잡고 있는 대학은 어디일까.




현재 대기업이 설립했거나 인수한 4년제 대학은 모두 7개. 쌍용이 1959년 인수한 국민대부터 한진이 1968년 인수한 인하대, 현대중공업이 설립한 울산대, 1997년 대우가 인수한 아주대, 1986년 포스코가 설립한 포항공대(포스텍), 1996년 삼성이 인수한 성균관대, 2008년 두산이 인수한 중앙대 등 이다.  

재계 1위 후광
‘꿩먹고 알먹고’

우선 재계서열 1위인 삼성그룹의 지원을 받는 성균관대학교가 재벌대학의 대표 주자다. 성균관대는 삼성의 지원을 받기 시작한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성균관대 재단은 이미 1970년대 삼성 소유였으나, 얼마 지나 대학 사업에서 손을 떼야 했다.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재단 측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이 다시 성균관대 경영에 참여한 것은 1996년이다.

1991년 11월까지 성균관대 재단을 운영하던 봉명그룹은 그룹 주력사이던 도투락이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성균관대에서 손을 뗐다. 몇 년 동안 공중에서 부양하던 성균관대를 삼성이 다시 인수한 것이다. 삼성그룹이 학교 경영에 참여하면서 성균관대는 다시 회생의 전기를 맞이했다.


삼성 인수 후 성균관대의 외형적인 지표는 크게 상승했다. 1996년 당시 1300억원이었던 성균관대 교육재정은 약 3000억원으로 팽창했고, 학생 등록금 의존도는 81.1%에서 40%로 절반이 감소했다.

또 458명이던 전임 교수는 10년 후인 2006년에 1118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에 교수 1인당 외부 연구비도 3100만원에서 9140만원으로 상승했다.

삼성의 후광에 힘입어 입학생들의 수능점수도 올라갔고, 최근 5년간 발전평가 종합대학 1위, 교육개혁 최우수대학 5년 연속 선정, 구조개혁 선도대학 1위 등을 기록했다.

또 90년대 초반 대학 순위 12위권이었던 성균관대는 서울 상위 5권 대학으로 진입했다. 이런 수치는 연세대, 고려대 등과 어깨를 견줄 정도다. 성균관대가 지난 2008년 로스쿨 정원 배정에서 고려대, 연세대와 같은 120명을 배정받은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눈에 띄는 점은 성균관대 출신들의 삼성그룹 취업 보장이다. 성균관대와 삼성그룹은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삼성 입사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성균관·중앙대…삼성·두산 지원 업고 급성장
재정지원 ‘빵빵’ 취업관문 뚫는 돌파구 역할

성균관대가 ‘첨단 분야에 즉시 투입 가능한 산업체 맞춤형 고급 기술인력 양성’이라는 취지 아래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2006년 학부에 반도체학과를, 대학원에 휴대폰학과를 각각 설립한 것이 일례다. 이 학과의 학생들은 졸업 후 ‘삼성직행’이 보장돼 있다.


반도체학과 학생은 4년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졸업 후에는 인·적성검사만 통과하면 삼성전자로 전원 취업할 수 있다.

휴대폰학과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삼성그룹 입사와 유사한 전형을 거치는 탓에 입학이 어렵지만 대신 여러 관문을 통과하면 삼성으로부터 학비와 보조금을 받는 한편 삼성전자 취업이 보장된다. 지난 2009년에는 성균관대 휴대폰학과 졸업생 전원이 삼성전자에 입사해 대학가에 화제를 뿌렸다.

삼성은 특히 성균관대에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예로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에 있는 중앙도서관 ‘삼성학술정보관’을 건설할 당시 삼성은 사비로 500억원을 투자했다.

삼성복지재단은 매달 3000만원을 성균관대에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 2월에도 3600만원을 기부했으며, 또 인천 송도에 2조원대의 자원을 투자해 2017년까지 바이오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이름만 빼고
모두 “바꿔”

두산그룹은 2008년 재정난에 허덕이던 중앙대를 인수했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당시 “중앙대라는 이름만 빼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꾸겠다”며 이사장 취임사를 남겼다.

두산그룹은 중앙대를 인수한다는 조건으로 1200억원 이상의 발전 기금을 출연했고, 삼성보다 더 적극적으로 학교 운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인수 후 박 회장은 공격적으로 중앙대 재편에 나섰다. 우선 교수들은 국내 최초로 계량적 평가에 따라 연봉을 달리 받게 됐다. 연구업적, 교육실적, 봉사 등 3개 분야로 나눠 3개 그룹(연구 예체능 교육)에 대해 S, A, B, C 등급을 매기고 연봉을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연봉제와 업적평가제가 시행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18개 단과대학은 11개로, 77개 학과는 49개로 줄이고 10개 단과대학을 5개 계열로 묶어 각 계열에 책임부총장을 두는 구조 조정안이 발표되기도 했다.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지만, 해당 안은 2010년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변화의 바람은 투자를 바탕으로 오기도 했다. 두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중앙대는 지난 5년간 내·외적인 변화를 거듭했다. 1200억원 규모의 발전기금으로 시작된 두산의 투자는 매년 100억원 대 지원으로 이어졌으며, 법인지원금도 2년만에 441억원으로 7배 넘게 증가했다.

두산은 중앙대학교의 시설 증축에도 앞장서고 있다. 두산재단법인이 들어선 이후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내부에는 15층 규모의 기숙사와 약대 강의실, 연구실로 활용될 11층의 R&D센터, 중앙도서관 리모델링, 공학관을 증축했다.

두산은 또 중앙도서관에 150억원을 투입해 지상 8층, 지하 1층 규모로 리모델링 및 증축을 최근 완료했다. 이 밖에 기숙사와 R&D센터 신축, 중앙대병원 별관 신축 등에도 1000억원을 넘게 지원했다.

이 때문에 중앙대는 올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사상 처음으로 8위(지난해 10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진그룹은 하와이 교민이주 50주년을 기념해 1954년 하와이 동포들의 성금으로 설립된 인하대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1968년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자가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했으며, 현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1997년 이사장으로 취임한 조 회장은 인하대를 초일류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기숙사 준공, 정석학술정보관 및 하이테크관 착공 등 교육시설 부분에 과감히 투자했다.

2003년엔 470여 억원을 들여 국내 최고 수준의 전자도서관인 정석학술정보관을 건립하는 등 인재양성에 지금까지 3000억원이 넘는 지원금을 쏟아 부었다.

한진그룹은 인하대와 함께 한국항공대를 운영하면서 대한항공과 연계되는 고급 항공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우주항공, 항공기계, 항공운항 등 이들 대학의 학과를 마친 상당수의 전문 인력을 매년 고용하고 있다. 조 회장과 그의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도 인하대 출신으로 알려졌다.

창업주 손으로
직접 설립

이처럼 대기업이 인수해 운영을 맡은 대학이 있는가 하면 대기업이 직접 설립한 대학도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울산대와 포항공대.


울산대학교는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고급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1970년 설립한 울산공대가 그 모태다. 정 명예회장이 초대 이사장을 맡다가 현재 정몽준 새누리당 국회의원(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울산대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전폭적 지원으로 ‘2013 교육중심대학 평가’에서 전국 5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대만국립대의 ‘2013 연구성취도 평가’에서도 국내 13위, 세계 463위에 올랐다. 특히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6년 연속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지방대로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왔다.

울산대·포스텍…창업정신 안고 명문대 부상
국민대·아주대…그룹 부도에 덩달아 날벼락

현대중공업그룹이 2011년까지 160억원을 투자한 조선해양공학부를 비롯해 현대그룹 형제기업인 ㈜KCC가 지원하는 생명화학공학부, 현대자동차와 연계된 자동차학부 등은 울산대의 자랑거리다.

포스텍은 이미 명문대로 널리 알려진 대학이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1986년 설립됐다. 당시 이공계 고급인력 양성을 위한 국내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했고, 국내 정상의 대학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대표 대학으로 성장했다.




포스코는 포스텍 설립 후 현재까지 1조원 이상 지원했는데,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대학들 가운데 가장 안정적으로 재정을 운용하는 곳으로 꼽힌다.

포스텍에도 산학협동 분야가 따로 마련돼 있다. 바로 철강부문이다. 포스텍은 2005년부터  포스코와 협력해 철강전문대학원을 신설하고 세계적인 철강전문 고급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 물론 이 과정을 밟는 엘리트 인력은 포스코의 지원을 받는다.

인수후 부도
잘못된 만남

4년제 대학은 아니지만 LG그룹은 연암공대와 천안 연암대학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상당수의 대기업들이 탄탄한 재정을 안고 대학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의 대학 운영에는 명과 암이 공존한다. 대학을 인수한 기업들의 재정상황이 나빠지거나 부도가 날 경우 이들이 경영하는 대학이 덩달아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그간 쌓아온 이미지까지 실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쌍용그룹이 1959년 인수해 온 국민대의 경우,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쌍용그룹이 공중 분해되면서 대학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대우학원이 1977년 인수해 운영하던 아주대의 경우도, 대우그룹 부도 전인 1999년까지 승승장구하다 이후 대학 순위권 10위 밖으로 추락하며 나락의 길을 걸었다. 최근 들어 점차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고 있지만, 상당한 내부 진통을 겪어야 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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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