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 사람들 릴레이인터뷰 1>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선생님은 영원한 민족의 스승”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동교동계 인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오랜 시간 김 전 대통령의 곁에 머물면서 그의 삶을 생생히 목도했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세간에 알려진 ‘김대중’보다 더 따뜻했던, 눈물 많고 정 많은 김 전 대통령을 보았고 민주화를 위해 끝없이 투쟁한 인동초 삶을 지켜봤다. 김 전 대통령이 남긴 유훈도 평소 그가 항상 해왔던 말들이었다. 동교동계 인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의 숨겨진 일면들과 그가 이루고자 했던 것들을 되새겨봤다. 

DJ와 30년 질긴 인연, 첫 국회의원 대정부 질문이 시작
굴곡진 정치사 고비 고비 마다 DJ 곁에서 어려움 도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동교동계 인사 중에는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김 전 대통령과 같이한 30여 년 동안 그가 어려울 때마다 도움을 아끼지 않은 대표적인 측근이기 때문이다.

국상이 마무리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지난달 28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한 전 대표를 만났다. 국상 후 며칠 동안 고단했던 몸을 추스른 한 전 대표의 모습은 한결 나아보였다. 인터뷰 내내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추억에 젖은 그의 뒤로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에서 촬영한 김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기념사진이 시선을 끌었다.

- 동교동계 주요 인사로 불릴 정도로 DJ와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특별한 인연이 있었나.
1981년도에 11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청주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었다. 1982년 10월7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의를 통한 첫 발언에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해 말했다. 당시 나는 김 전 대통령이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생활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사람이었다. (그가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은) 재학시절 학생운동을 한 사람으로서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본회의장에서 6가지를 이야기했다. 김 전 대통령의 석방, 광주 사태 진상조사, 전두환 대통령의 민정당 총재직 사퇴, 대통령 직선제, 지방자치제와 언론의 자유가 그것이다. 김 전 대통령같이 억울한 정치지도자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 전 대통령은 존경받아야 하는 인물이었다. 두 달 후인 12월 김 전 대통령이 교도소를 벗어나게 됐다. 내 대정부질의 때문이라기보다는 미국 레이건 대통령 등 각계 인사들의 구명운동 때문이었다. 교도소를 벗어난 김 전 대통령은 미국 망명길에 올랐다.

DJ 유언은‘화해와 용서’, 상도동계와 화해 큰 흐름
“민주당을 중심으로 화합할 수 있도록 힘 보탤 것”


그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1985년 귀국 후였다. 김 전 대통령에게 인사를 갔는데 내 대정부질의를 기억하고 “가족과 더불어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게 인연이 됐다. 귀국한 김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민추협의 양대 산맥이 됐다. 이전에도 민추협은 활동하고 있었지만 김 전 대통령이 합류하고 나서야 활발히 움직이게 됐다. 낙선한 내게 김 전 대통령이 민추협 대변인을 제의하면서 인연이 계속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후 미니 민주당의 야당 통합과 DJP연합, IMF 시절 노사정위원장, 민화협, 옷 로비 사건 후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청와대로 가는 등 김 전 대통령이 어려움을 겪은 고비고비마다 그와 함께했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화 투쟁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진정성과 한길을 걸으며 인동초 같은 삶을 사는 그의 모습을 보고 김 전 대통령과 함께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 국회 본회의 발언이 쉽지 않았을 텐데.
국회 첫 발언에서 뜻있는 말을 하는 것이 민주화 학생운동을 한 사람으로서, 나를 뽑아준 관악구민에게 보답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위험한 일이었다. 의원직을 걸고, 목숨을 걸고 말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8개월가량 내사를 받았었다. 주변 사람들이 조사를 받았는데 비밀로 하라는 말도 있었고 너무 무섭기도 해 말을 하지 못했었다. 10개월이 지나 나에게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을 보고서야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 이후 오랜 기간 DJ와 함께하며 그를 지켜봤다. 곁에서 본 DJ는 어떤 사람이었나.
김 전 대통령을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산이 있으면 큰 산이라고만 하지 어떤 산이라고는 말을 못하는 것과 같다. 그는 큰 인물이었고 정치지도자였다.
인간적인 측면과 정치적인 측면에서 그를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김 전 대통령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따뜻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다. 눈물도 많았다. 바탕이 착하고 선한 분이었다. 노력하고 인내하는 사람이었다.

- 인간적인 DJ의 면모를 알 수 있는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시골에 모시고 가면 “산을 보라”하신다. 바위가 왜 저렇게 생겼는지, 나무는 왜 그렇게 휘었는지 끊임없이 생각하라는 것이다. 항상 머리를 쓰고 창조적인 아이템을 생각해내기 위해서였다.  어느 날은 내가 김 전 대통령에게 “선생님 골프가 참 좋은 운동이죠” 했다. 그랬더니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냐. 그 시간에 책을 잃고 얻는 희열이 더 크지 않겠냐”고 하셨다. 그 말이 가슴에 남아 한동안 골프를 치지 않았다. 지금도 자주 치는 편은 아니다. 계속 쳤으면 프로급일 텐데….

김 전 대통령은 일생을 노력하며 살았다. 진지하게 살았다. 때문에 개인적인 재미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창조적으로 엮어내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독서광이었고 이희호 여사와의 드라이브를 즐겼다.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이 여사에 대해 “나이가 먹을수록 정이 든다”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굴곡이 심한 삶을 살아가는 동안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곁을 지켜준 것이 고마워서일 것이다. 나도 한숨 쉴 정도의 여유를 갖게 되니 고생한 안사람에 대한 미안함이 깊은 정이 되더라. 
 
- 정치적인 면에서 DJ는 어떤 사람이었나.
정치적인 면에서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사람이었다. 민주주의를 향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정치적인 목적이 생기면 온 몸으로 투쟁했다. 투쟁에 정책과 노력을 겸비했다.

- DJ는 쌓은 업적 중에서도 민주화에 대한 공이 적지 않다.
김 전 대통령은 정적에 의해 5번의 죽을 위기를 겪었다. 그러면서도 정치적으로 끈질긴 투쟁을 했다. 민주화를 앞당긴 공이 있다. 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군부에 의한 정권교체가 아닌 평면적, 평화적 정권교체는 김 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YS는 삼당합당으로 대통령직에 올랐으니 엄밀히 말하면 제대로 된 정권교체는 아니었다.

- 의회주의자였던 DJ에 대해 듣고 싶다.
노태우 정부 때 지방자치제를 관철시키기 위해 투쟁을 한 적이 있다. 의원직을 사퇴하고 의원회관에서 철수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단식투쟁을 벌였다. 지자제를 얻어냈지만 국회의원은 국회를 버려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굳게 한 일이었다. 국회의원은 원내에 있어야 하며 원내외투쟁을 병행하되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DJP연합에서 국민의 정부가 탄생하기까지 의원내각제라는 산을 넘어야 했다. 나는 김 전 대통령이 내각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나도 내각제를 반대하지는 않아”라고 이를 받아들였다.  
 
- 민주화 외에도 경제, 사회적으로 이룩한 공이 크다. 
집권 후 IMF라는 경제적 위기를 극복했다. 제2의 국난이라고 불린 IMF 외환위기를 신속하게 벗어났다. 당시 나도 노사정위원장으로 노사정간 대타협을 이끌어내 국가 부도를 막는데 일조한 바 있다. 

IT 사업을 이끈 것도 김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에서 힌트를 얻어 대통령직에 오르기 전부터 지식정보시대가 올 것으로 보고 우리나라가 IT강국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와 여성부를 만드는 등 인권 문제에도 공이 크다. 서민 복지를 위해 노력했고 동서간의 화합, 국민 통합을 위해 매진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평화를 연 최초의 대통령이다. 평화를 위한 끈질긴 노력으로 남북화해에 큰 공을 세웠다.

- 공적이 있다면 과실도 있을 수 있는데.
김 전 대통령은 한 일이 많다. 역사가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만 김 전 대통령은 미래지향적이고 순수한 의도에서 했던 일이 홍보보다 행동이 먼저 이뤄지면서 국민들의 이해를 받지 못한 부분이 있다.


- DJ의 유훈은 무엇인가.
평상시 들어온 이야기들이다. ‘화해와 용서’를 통한 국민통합이다. 서민을 위한 경제를 이룩하고 남북문제와 인권 등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뜻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그가 줄곧 주장한 것이다.

- 그중 핵심이 되는 것이 있다면.
‘화해와 용서’다. 김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에 의해 납치돼 죽을 뻔 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관 설립을 승인했다. 전두환 정권에서도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그를 사면 복권했다. 보복하고 싶은 심정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모두 용서했다. YS와 생전에 만나 화해를 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내가 돌아가신 분은 아니지만 YS가 화해하러 왔는데 싫다고 내칠 분은 아니다. 앙금이 있지만 자연히 화해했을 것이다.

YS가 주도하는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모임이 미뤄지면서 화해 분위기가 냉각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모임은 49일 이후로 미뤄졌다.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인사 중 화해를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화해’라는 큰 흐름은 한두 사람의 말에 지장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의 유훈인 ‘용서와 화해’를 거스르지 않을 것이다.

- 향후 동교동계 인사들이 DJ의 유훈에 따라 민주개혁 진영의 통합에 일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당 상임고문으로 복당한 상태다. 앞으로 민주당을 중심으로 화합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것이다. 분열이 아닌 통합을 위해 힘쓰겠다.

-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통합에 반발하는 이들도 있다.
정당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권교체에 있다.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의석수를 늘리고 정권 장악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당을 기반으로 재야는 물론 필요하다면 민주노동당까지 끌어안는 반한나라당 연합을 이뤄야 한다.

 

한광옥은 누구?

1981년 제11대 민한당 국회의원
1988년 제13대 평민당 국회의원, 김대중 평민당 총재 비서실 실장
1996년 새정치국민회의 사무총장
1998년 제1기 노사정위원장
1999년 11월 청와대 비서실 실장
2002년 통일미래연구원 이사장
2002년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2009년 2월 민주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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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