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계 대부가 폭로한’ 레걸들의 위험한 이중생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1.25 13: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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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파는 모델들…하룻밤에 500만원?

[일요시사=사회팀] 자동차 업계에 흉흉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 ‘모터스포츠의 꽃’인 레이싱 모델들이 싱가폴 클럽에 중독돼 본업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것. 유명 레이싱 모델들의 위험한 이중생활과 부적절한 밀월관계가 주 내용이다. 문제는 이 연결고리에서 성매매, 스트립쇼 등의 단어가 나오고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돈이 오간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레이싱계 대부로 알려진 A씨에게 소문의 진상을 들어봤다.




구두 굽 10cm가 넘는 킬힐, 볼륨감 넘치는 몸매를 드러낸 레이싱 모델들이 섹시 포즈를 취한다. 키, 몸매, 얼굴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이어 세라복, 섹시 간호사 의상, 경찰, 메이드복, 바니걸 등의 코스튬 의상을 입은 레이싱 모델들이 무대 위에 오른다.

이들의 몸짓, 과감한 포즈 하나하나에 관람객들은 열광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레이싱 모델들의 주변에 필수품이나 다름없는 ‘자동차’가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업계의 비수기인 요즘, 레이싱 모델들이 푹 빠졌다는 ‘싱가폴 클럽 오프닝 행사’의 한 장면이다. 말이 클럽 오프닝 행사지, ‘원정 성매매’에 가깝다는 게 풍문의 요지다.

국내선 삼재
해외는 대박

이 얘기는 싱가폴 여행을 다녀온 몇몇 레이싱 모델들이 수천만원∼수억원을 벌었다는 사실을 주변인들에게 털어놨고, 곧바로 업계 호사가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데 이어 증권맨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면서 화제가 됐다.

풍문에 따르면, 싱가폴이 레이싱 모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된 것은 올 7월이다. 한류열풍을 타고 국내 모델들을 선호하는 싱가폴 부호들과, 나이가 들면서 점점 찾는 곳이 줄어든 탓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모델들의 수요와 공급이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먼저 선배 레이싱 모델들이 ‘싱가폴 공짜 여행’을 제안 받았고, 이들이 후배들을 데리고 가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들도 처음에는 “공짜로 싱가폴 여행을 즐길 수 있음과 동시에 포즈 몇 번만 취하면 많은 돈까지 벌 수 있다”는 국내 브로커의 말에 속아 넘어갔다는 후문이다.

1회 방문 시 동원된 레이싱 모델 수는 30∼40여명. 보통 2∼3주간의 코스로 진행된다. 이들의 비행기 티켓과 수영장이 딸린 초호화 리조트 숙박 등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경비는 싱가폴 측에서 계산한다.

‘원정 성매매’흉흉한 소문의 진상은?
해외 클럽 행사서 아찔한 무대 올라

업계 대부로 알려진 A씨는 “유명한 친구들 3∼4명이 간판급으로 있고 그 밑에 도우미 급 레이싱 모델들 20∼30명이 함께 가는 것으로 안다”며 “모터쇼에서 보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데다가 해외여행까지 하면서 몇 백만 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해 넘어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모델은 한 달도 안 돼 1억을 벌었다고 하더라. 한번 갔다 오기만 하면 전세금은 그냥 마련할 수 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라며 “유명하지 않은 모델들조차도 500만∼600만원을 단숨에 번다고 하니 노다지임은 분명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방문한 모든 이들이 돈 버는 일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 호기심에 방문한 몇몇 모델들은 돈 버는 실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뒤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주변 여행만 즐기다 돌아온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부호들 타깃(?)
꽃목걸이가 돈


이들을 경악케 한 것은 싱가폴 클럽 파티다. 보통 저녁부터 시작돼 새벽까지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1시간 터울로 레이싱 모델들의 쇼타임과 쉬는 타임이 반복, 하루 3∼4타임이다. 아찔한 의상을 입은 레이싱 모델들이 돌아가면서 무대 위를 돌고 오면 관람객들이 마음에 드는 모델들을 찍어 꽃다발을 목에 걸어준다.

꽃다발의 종류는 10만원과 100만원 두 가지. 당연히 미모와 몸매가 빼어나거나, 좀 더 수위 높은 의상을 입고 야릇한 포즈를 취하는 모델들이 관람객들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다. 목에 걸리는 꽃다발 수도 많다.

쇼가 끝나면 꽃다발의 종류와 개수에 맞게 현장에서 싱가폴 달러로 정산된다. 쇼에 참여하는 관람객들은 주로 싱가폴 부호들이지만, 국내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간 기업인들과 현지 기업인들도 있다고 알려졌다.

쇼타임 끝나면 초이스 남성과 술자리
현금, 선물 등 베팅 따라 2차도 가능

A씨는 “일하러 간 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돈으로 줄 순 없고, 모델들 입장에선 스트립 걸도 아니고 자존심도 상했을 것”이라며 “꽃다발 문화는 중국의 지하세계 모델대회에서 한때 유행하던 것이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B씨는 “쇼타임이 끝나면 자신을 선택한 사람과 VIP룸에서 술 시중을 드는 등 사적인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며 “이후부터 모델들이 싱가폴에 머무는 기간 동안 남성들의 애정공세가 시작되고, 보통 연인들처럼 데이트를 즐기다 현금이나 고가의 선물을 받고 하룻밤을 잤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B씨는 “남자는 돈이 있고, 여자는 얼굴과 몸매가 되고. 나를 선택한 남자에게서 내가 원하는 가방, 돈, 모든 물품이 나오는데 정도주고 몸도 주게 되는 것 아니겠냐”며 “직접 눈으로 보진 않았지만 여행 한 번 갔다가 수천만원∼억대의 돈을 벌어온다는 데 그 수위가 어느 정도 이었는지는 대략 답이 나오는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위험한 거래
수수료 장사

이 위험한 여행의 총 책임자는 놀랍게도 대구에 사는 한 대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폴 유학 후 해당 문화를 접한 ㄱ씨가, 국내로 돌아와 과거 레이싱 매니지먼트 일을 하던 ㄴ실장과 알게 됐고 이 모든 일을 계획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이 내놓은 시나리오다. 이들은 ㄴ실장의 인맥을 통해 모델들과 접촉하거나 모델 사이트를 통해 함께할 모델들을 영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대학생 ㄱ씨를 중심으로 ㄴ실장, ㄷ실장 등 피라미드 조직형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이들은 레이싱 모델들이 1000만원 미만을 벌면 20% 수수료를 떼고, 1000만원 이상은 40%의 수수료를 떼며 수수료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여행이 몇 차례 진행되자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한 뒤숭숭한 뒷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클럽의 수위가 높아 현지 경찰이 들이닥쳤다더라” “돈맛이 제대로 든 모델들이 국내에 돌아와 사귀던 남자친구들과 하나 둘 이별했다” 등등. 이에 그간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 싱가폴 여행 인증샷을 남겼던 몇몇 모델들은 되레 해명을 내놓기 시작했다.

한 레이싱 모델은 자신의 SNS에 “가보지도 않은 사람들은 얘기도 꺼내지 마라”며 “소문이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모델들은 과거 올렸던 사진을 비공개로 바꾸거나 쉬쉬하면서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간판급 30∼40명이 한팀
브로커 주축 기업형 조직

A씨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자 스폰하는 기업 쪽에서도 ‘이게 뭐냐’며 물어온 적이 있었다”며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으며 싱가폴 현지에서 찍은 사진까지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7월부터 시작해 한 달에 한번 꼴로 수차례 여행이 진행돼 왔고, 지금도 가 있거나 또 나가려고 하는 모델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심지어 이름 있는 몇몇 친구들은 싱가폴에서 돈 버는 것에 미쳐서 국내 일은 안하고 그곳에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씨는 모터스포츠와 관련된 모든 행사의 ‘얼굴’ 노릇을 해야 하는 레이싱 모델들이 해외에서 성적노리개로 전락한 현실에 씁쓸해 했다.

A씨는 “몇몇 모델들 때문에 정말 고생해서 지금의 자리에 올라온 다른 모델들까지 피해를 보고, 전체적인 물이 흐려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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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