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발등 찍은' 악재들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1.19 10:58:45
  • 댓글 0개

거친 풍랑 만난 여선장…그대로 침몰?

[일요시사=경제1팀] 해운업계의 여선장.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혹독한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유동성 압박에 못 이겨 껄끄러운 시아주버니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데 이어, 자신이 임명했던 가신마저 경질하게 됐다. 남편인 고 조수호 회장 타계 이후 한진해운 경영을 시작한 이래 4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다. 완벽한 독립의 꿈은 접어야할 위기에 놓였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겹겹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 회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동생인 고 조수호 회장의 부인으로, 지난 2006년 남편이 암으로 작고한 이후 전업주부에서 회장으로 변신했다. 한진해운은 공정거래법상 한진그룹에 속해 있지만, 오래 전부터 최 회장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며 사실상 독립경영을 해왔다.

빚만 어마어마
흔들리는 해운

그동안 최 회장이 이끄는 한진해운은 해운업 불황 탓에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간 최악의 상황을 지냈다. 재무 상황도 급격히 악화돼 지난 6월말 기준 부채비율은 775.34%에 달했다.

자본금 규모는 1조2911억원 수준이지만 부채 규모는 10조원이 넘는다. 지난해 말엔 자본 1조3139억원에 부채 9조1602억원으로 697.18%을 보인 바 있다. 6개월 만에 부채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한진해운과 한진홀딩스 분할 첫해인 지난 2009년 말엔 자본 1조9011억원, 부채 6조71억원으로 부채비율 315.98%에 불과했다.

최 회장이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추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637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2011년엔 823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올 들어 2분기까지 11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영업적자 상태다.

영업으로 이익을 내지 못하는 가운데 갚아야 할 돈은 산더미처럼 쌓였다. 연내 갚아야 하는 기업어음(CP) 상환 액수만 약 2200억원. 지난 6월에 한진해운 신항만 지분 매각 등으로 1233억원을 확보했지만 유동성 위기를 완전히 해소할 순 없었다.

연말까지 CP 2000억·내년엔 3900억 갚아야
한진해운 지분 담보잡고…1500억원 긴급수혈

최 회장이 영구채 발행을 위해 우리은행장과 하나은행장 등을 직접 만나 지급보증을 설득하기도 했지만, 은행들이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황이 부진한데다 부채비율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내년 3월 1800억원, 4월과 9월에 각각 600억원, 1500억원씩 총 39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와 CP 만기가 돌아온다.

결국 돌파구를 찾지 못한 최 회장은 한진그룹에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한진해운의 한 간부는 “최 회장이 조양호 회장에게 직접 SOS를 쳤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당초 조 회장에게 2500억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임시이사회에서 1500억원만 지원하기로 결의했다는 후문이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1920만주를 담보로 했다.

조 회장이 어떤 이유로 지원을 결정했는지는 의문이다. 재계 일각에선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한 한진그룹이 불편한 관계에 놓인 한진해운을 도와줄 것인지에 대해 반신반의해왔다. 최 회장이 그간 한진그룹으로부터의 독립의지를 수차례 내비쳤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사실상 독립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조 회장측이 한진해운 지주사인 한진해운홀딩스 지분을 보유해 한진해운은 한진그룹 계열사로 분류된다. 현재 한진해운홀딩스 지분 중 최 회장 우호 지분은 50.67%, 조 회장 측 지분은 27.45%다.



완벽한 독립을 꿈꾸던 최 회장은 2008년 경영 일선에 나선 이후 한진해운의 계열분리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남편인 고 조수호 회장이 2006년 세상을 떠나기 전 최 회장에게 한진해운의 독립적인 경영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한진가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광장을 통해 수년째 계열분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대한항공 주식 4만3355주를 매각하고 최 회장의 두 딸 조유경·유홍씨도 각각 대한항공 주식 1만8320주, 1만9160주를 처분했다. 지난해에는 정석기업 주식 4만4180주를 정리하는 등 계열분리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

특히 최 회장은 2009년 지주사인 한진해운홀딩스가 설립될 당시 조 회장에게 사업회사인 한진해운의 지분을 택하라고 요구하면서 직접적인 갈등을 표출하기도 했다. 당시 조 회장은 최 회장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숙에게 ‘SOS’
자금 긴급수혈

재계는 이번 자금 지원으로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의 경영권에 간섭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최 회장 입장에서 대한항공의 자금 지원은 피하고 싶은 카드였을 것이다. 계열분리를 준비해온 최 회장으로선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한진해운이 빌려간 15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하면 대한항공은 한진해운홀딩스보다 지분 5%가 부족한 한진해운의 ‘2대주주’로 올라선다.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의 지배를 받을 수도 있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급한 불은 껐지만 스스로의 능력으로 1500억원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알린 셈이 됐다”며 “사실상 최 회장의 계열분리 꿈은 물거품이 된 셈”이라고 진단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독립경영은 인정했지만 계열분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연매출 10조원 규모의 한진해운이 그룹에서 떨어져나가면 한진그룹의 재계 서열은 떨어질 뿐 아니라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한진택배(땅)-한진해운(바다)-대한항공(하늘)’으로 이어지는 물류 체계도 무너진다.

고 조중훈 회장이 일군 한진해운을 롯데가 출신인 최 회장(최 회장 어머니는 신격호 롯데 회장의 여동생인 신정숙 씨)에게 넘길 수 없지 않느냐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측근의 퇴진…독립 경영 ‘항로 이탈’ 예고
조양호 회장, 자금대여로 해운 지배력 커질듯

이번에 지분 담보를 갖게 된 만큼 한진해운홀딩스에 대한 대한항공의 영향력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계열분리를 기대했던 최 회장의 꿈도 멀어졌다. 

여기에 최근에는 최 회장 최측근인 김영민 사장이 사임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형식은 경영실적 악화 및 채권 발행 지연 등에 대한 책임을 진 자진사의이지만, 내용적으론 경질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김 사장은 미국 노스이스턴대 MBA를 졸업한 후 20여년간 씨티은행에서 근무한 ‘금융통’이다. 2001년 한진해운에 영입돼 관리본부장과 총괄부사장으로 거쳤으며, 2009년 최 회장이 직접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해운시황 악화 속에서 부채비율이 800%를 넘어서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4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도 진척이 없자, 결국 퇴진에 이르렀다. 

업계에서는 김 사장의 사의를 다소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 사장은 최 회장의 후견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김 사장과 같은 씨티은행 출신인 조용민 전 한진해운홀딩스 대표 등과 함께 최 회장의 핵심 인맥으로 통했다. 최 회장 입장에선 자신을 믿고 따르는 가신들이 모두 사라진 셈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은 최 회장이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다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마지막 남은 김 사장의 갑작스러운 퇴진은 예상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어찌됐건 이번 유동성 위기로 최 회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해운업황이 회복되지 않는 이상 한진해운의 흑자 전환은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향후 지배력은 더 약화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해운업계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업황회복이 2015년이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땅-바다-하늘
무너진 독립경영

재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내년에 당장 적자폭을 줄일 수도 있겠지만 단기간에 업황이 좋아지기는 힘들 것”이라며 “이번에 지원 받기로 한 1500억원도 1분기 정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주회사의 설립목적이 ‘자회사 지배’인 점을 감안하면 한진칼이 한진해운홀딩스에 대한 ‘경영 간섭’에 나설 수 있다”며 “이번에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한진해운이 한진그룹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는 더욱 어려워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완전한 분가’를 꿈꿨던 최 회장으로선, 독립은커녕 오히려 독립과 멀어져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한진해운을 쥐는 열쇠는 점점 더 한진그룹 쪽이 쥐는 형국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