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튀는 ‘포스트 이석채’ 각축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1.11 13: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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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통신공룡’ 삼성맨이 접수하나

[일요시사=경제1팀] 버티고, 버티던 이석채 KT 회장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세간의 관심은 자연스레 새 KT 수장 물색 작업에 쏠리고 있다. KT가 국내 통신업계의 간판 기업인 데다, 관치 논란이 뜨거운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미 다양한 인물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상황. 과연 이석채호 바통을 이어받을 주인공은 누가될까. 




소문은 무성하다. 통신 및 정치권 안팎에 따르면, KT를 이끌 새로운 CEO 후보자로 민간출신 IT전문가들, 전직 고위관료 등 약 10명 내외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민간 기업출신 인사는 공교롭게도 모두 삼성전자의 ‘스타 CEO’ 출신들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기업 유전자가 있는 KT가 글로벌기업으로 혁신하려면 ‘삼성’의 머리를 빌려야 한다는 시각이다.

선장 잃은 KT
참여정부맨으로?

이중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인물은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주역인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장관이다. 우리나라 국비유학생 1호인 진 전 장관은 경기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메사추세츠주립대와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 석ㆍ박사를 마쳤다. IT분야 최고 싱크탱크로 꼽히는 IBM 왓슨연구소 연구원을 거친 뒤 삼성전자 미국법인 수석 연구원으로 스카우트됐다.

이후 삼성전자에서 세계 최초로 64메가, 128메가, 1기가 메모리 반도체를 잇따라 개발해 오늘날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일궈냈다.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뛰어난 실적에 힘입어 대표이사에 선임되는 등 고속승진을 거듭하다 지난 2000년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에 취임하면서 ‘미스터 칩(반도체)’ ‘미스터 디지털’ 등으로 불리며 디지털 세계화에 힘을 쏟아 왔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정보통신부 장관직을 맡으면서 스타 장관으로 떠올랐다. 자타 공인하는 IT전문가이자 KT 주무부처인 정통부장관을 지낸 경력이 진 전 장관의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하드웨어와 테크놀로지 쪽에만 강할 뿐 통신 쪽은 잘 모른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이미 KT회장 자리가 진 전 장관 쪽으로 기울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버티던 이석채 회장 검 압박에 사의
세간 관심 자연스레 새 수장에 쏠려

진 전 장관의 급부상 배경에는 이른바 ‘방패막이 역할’이라는 시각도 한 몫 한다. 이석채 회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KT 낙하산 문제가 사회적 관심대상으로 떠올라 티 나는 낙하산을 내리기가 부담스럽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참여정부 장관’ 출신의 진 전 장관의 이력은 매우 유용한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단 분석이다.

그 뒤를 이어 반도체 분야 ‘황의 법칙’을 만든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거론된다. 황 전 사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에서 책임연구원 생활을 한 전통 ‘테크니션’ 출신이다.

이후 삼성전자에 입사해 1991년 반도체 연구소 이사직을 맡았고,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 발전에 혁신적인 작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입사 5년 만인 1994년 ‘256 메가D램 메모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반도체 시장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2002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반도체회로 학술회의에서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배로 증가한다”는 이른바 ‘황의 법칙’을 발표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황 전 사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등 IT업계를 이해하는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KT 새 수장으로의 기대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샐러리맨 신화에
친박계 인사까지

‘혁신 전도사’ ‘경영의 달인’ 등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유력한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지난 1966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이후 40여년에 걸쳐 ‘월급쟁이’로 지내온 윤 전 부회장은 지난 2006년 당시 한 달 월급이 21억 원을 넘어서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샐러리맨으로 주목 받았다.




또 국내 대기업 전문경영인 가운데 최장수 기록을 남기는 한편, 삼성전자란 거대 기업의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TV 등 사업을 세계 1·2위로 육성하는데 기여했다. 배우 윤태영의 부친으로도 유명한 그는 ‘혁신 경영’의 본보기를 보여주며 삼성전자의 재도약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지금 스마트폰을 있게 한 ‘애니콜 신화’의 주역,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거론되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1973년 입사 이래 34년간 삼성전자에 뼈를 묻어 온 ‘순혈 삼성맨’이다. 회사 내에서는 무선 부문에서만 한 우물을 팠다. 이런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아 2001년 정보통신총괄부문 사장으로 올랐다.

정보통신사업을 총괄하는 7년 동안 ‘애니콜 신화’를 낳으며 휴대전화 사업 부문을 반도체에 버금가는 황금알로 키웠다.

내부승진? IT전문가? 또 고위관료?
소문만 무성…후보자 10여명 거론

이 전 부회장이 하마평에 오른 것은 그의 ‘뚝심 경영’에 후한 점수를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하대 출신으로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밑바닥부터 밟아 온 그가 전문경영인으로서는 최고 자리인 부회장에 오른데 대해 또 하나의 ‘샐러리맨 신화’라는 시각도 있다.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 솔루션센터장 사장도 삼성출신 후보군에 포함됐다. 홍 사장은 2002년부터 5년간 KT 와이브로 사업 본부장으로 활동한 경험이 돋보인다. 그는 이 회장 취임 전인 2007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으나, KT업무에 대해선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했던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의 경우 친정부 인사로 후보에 들고 있다.

현 전 회장은 재계 내 IT전문가 중에서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분류된다. 2006년 박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은 현 전 회장은 당시 박근혜 의원의 분야별 핵심 측근들로 구성된 전략회의 멤버로 참여했다. 이후 2007년 경선캠프에도 미래형정부기획위원장으로 참여한 바 있다.

현 전 회장은 삼성물산에서 물러난 뒤 2006년과 2010년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연거푸 실패한 후 정치권으로부터 멀어지는 듯 했지만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에 뛰어들면서 다시 중앙정치 무대에 복귀했다. 대선 경선 당시에는 캠프에서 정책위원을 맡았었다. 현 전 회장은 현재 한국마사회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재계 안팎을 중심으로 ‘삼성 발탁설’이 나오고 있다. 삼성 출신 인사들 가운데 누군가가 KT 수장에 중용되리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삼성 출신이 오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도 높다. 휴대전화, 반도체와 IPTV 등 내부 기기 등을 삼성 제품으로 구매하기 위한 삼성의 전략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KT 잘 안다”
“관료의 관록”

이밖에 차기 KT 회장 물망에 오르는 그룹으로는 KT 출신과 ICT정책을 맡았던 관료출신이다. KT 출신의 경우는 전현직 사장급을 중심으로 여러 명이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표현명 T&C 부문장, 최두환 전 SD 부문장, 이상훈 전 G&E 부문장, 김영환 전 KT네트웍스 대표 등이다.

표 사장은 이 회장의 경복고 후배로 김일영, 김홍진 사장과 함께 KT내 실세 3인방으로 불린다. 오랜 기간 KT에 재직하면서 조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추진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KT의 무선사업의 수익 악화 등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시각도 있다.




최 전 사장은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부산고 후배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성장사다리펀드 위원장으로 활동 중인데, 외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으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전 사장은 미국 벨연구소 출신으로 정치색은 거의 없는 반면 KT 내부직원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현재 한양대 석좌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이 교수 스스로가 차기 KT CEO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KAIST에서 전산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김 전 사장은 KT내 ‘TK’세력 좌장으로 알려져 있다.

관료 출신 중에는 형태근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과 김동수 전 정통부 차관, 김창곤 전 정통부 차관 등이 거론된다. 세 사람 모두 정통부에서 잔뼈가 굵어, KT업무에 대해선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삼성 출신 ‘스타 CEO’유력
‘박근혜 캠프’인사들도 물망

이중 ‘박근혜캠프’ 출신인 형 전 방통위 상임위원이 좀 더 주목을 받는다. 그는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행정고시 22회 동기로 절친한 사이로, 현재 CJ헬로비전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이 회장이 한때 그를 대외업무 총괄 부회장으로 영입하려 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진대제 회장- 형태근 부회장’설도 제기되고 있지만, 정치색이 짙어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 전 정통부 차관은 재임 시절 청렴결백한 관료로 정평이 나 있으며, 법무법인 광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ICT 업계의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에 동참했다.

김 전 정통부 차관은 데이콤 대표이사와 LG 유플러스 고문을 거쳐 현재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최문기 장관 보좌관인 한운영씨와 연구원 근무 시절 인연이 있다.

일각에서는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를 KT 회장 후보로 점치기도 하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높다.

선임 절차 가속도
제3 인물 가능성

여러 후보군이 하마평에 오르는 가운데 후임 선임 절차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연내 임시 주총을 거쳐 새 회장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KT 이사회는 우선 이 회장의 퇴임 일자를 정한 뒤, 퇴임일 기준 2주일 이내에 ‘CEO 추천위원회’를 만들 예정이다. CEO추천위원회는 정관에 따라 사외 이사 전원(7명)과 사내 이사 1명 등 8명으로 구성된다.

위원회에는 김응한 미시간대 석좌교수, 이춘호 EBS 이사장, 송도균 태평양 고문(전 방송통신위 상임위원), 박병원 은행연합회 회장 등 7명의 사외이사가 참여하고, 김일영 그룹CC장(사장)과 표현명 T&C부문장(사장) 등 사내 이사 가운데 1명이 참여한다. 위원장은 사외이사 가운데 1명이 맡고 회장 후보는 위원장을 제외한 7명의 재적위원 과반으로 결정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내부 승진보다는 외부의 무게감 있는 인사가 들어올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며 “정치권 주변에서는 이미 2∼3달 전에 후보군 3배수에 대한 검증 작업이 청와대 민정 라인에서 마쳤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마평에 오른 대부분의 인사들이 대부분 관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 차기 회장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시각도 있다”며 “현 정권 들어 유력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가 실제 등용된 경우가 적었다는 점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제3의 인물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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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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