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 ‘숙대 밥값’ 공방전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1.12 10: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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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열 받게 한 ‘입막음용 바나나’

[일요시사=사회팀] 숙명여대가 밥값 인상을 놓고 시끄러운 갈등양상을 빚고 있다. 총학생회가 일방적 인상이라며 ‘반값 밥차’를 운영하고 나섰는데, 운영업체는 인상분만큼 바나나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숙명여대 학생식당 운영업체인 신세계푸드가 밥값을 인상했다. 그리고 반발하는 학생들에게 사과의 의미로 ‘선착순 바나나 500개’를 제공하겠다고 밝혀 숙명여대 학생들의 분노를 샀다. 이 같은 보상안에 학내 여론은 더욱 악화됐고 신세계푸드 측은 바나나 수를 1100개로 늘리고 요구르트를 추가로 제공하겠다고 제시했다.

기습 vs 협의

지난 3일 숙명여대 총학생회 측은 “신세계푸드가 학생들과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식당 밥값을 인상하고는 어처구니없는 보상안으로 학생들을 우롱하고 있다”며 “학생식당 불매운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또 총학생회는 “신세계푸드가 일방적 인상으로 얻은 초과이익을 모두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숙명여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지난 8월 말 2300∼3100원이었던 학생식당 밥값을 사전 통보 없이 200원씩 인상했다. 2300원 하던 한식은 2500원으로, 일품은 2800원에서 3000원으로, 특선은 3100원에서 3300원으로 각각 올렸다. 숙대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가격을 인상한 점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개학 후 학내 여론이 술렁이자 신세계푸드 측은 지난달 학내 게시판에 “충분한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이라며 “사과의 의미로 중간고사 기간에 바나나 500개를 선착순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과문 내용이 공개되자 학내 여론은 더욱 악화됐고 신세계푸드 측은 바나나 수를 1100개로 늘리고 요구르트 제공을 추가로 제시하겠다는 방침을 내놔 또다시 비난이 거세졌다. 학생회 홈페이지에는 “여기가 숙명유치원이냐” “식당 퇴출을 추진해야 한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총학생회 측은 “올해 초 신세계푸드는 식당 메뉴 가격 인상에 대해 1학기 중 학생회와 협의하겠다고 밝혔지만, 8월에 인상안을 통보했을 뿐 협의는 없었다”며 “학생들을 무시한 처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가격 인상은 계약 주체인 학교 쪽과 모든 협의를 마친 뒤 결정했다”며 “다만, 학생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돼 보상안을 제시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이번 밥값 인상에 ‘반값 밥차’ 행사를 통해 학생식당 불매운동에 돌입했다. 지난 4일 반값 밥차의 메뉴는 참치 비빔밥이었다. 가격은 교내 식당의 반값 수준인 1500원이었다. 세 번째 밥차였다.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은 명신관 앞에서 밥차를 준비하며 “오늘은 450인분을 준비했다. 지난 두 번의 밥차는 200인분과 250인분을 준비했는데 중간에 밥이 다 떨어져 줄 서서 기다리다가 돌아간 학우들이 많아 미안했다”고 말했다.

학생회 측이 ‘반값 밥차’를 통해 요구하는 것은 신세계푸드 측에 일방적 가격 인상으로 발생한 초과 이익분 보상, 대학 본부 측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직접 운영 혹은 새로운 업체 선정 등 학생들의 권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사전 통보없이 학생식당 200원 인상
총학생회 반발에 바나나 500개 제공
여론 더욱 악화되자 1100개로 늘려


박명은 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은 “신세계가 대기업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학생들과의 약속을 무시하고 밥값 인상안을 밀어 붙이고 있다”며 “신세계푸드는 현재 학내 식당을 비롯 카페, 매점 등에 입점한 상태인데 예전부터 1년 주기로 전반적인 가격을 인상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밥차 운동을 포함해 학생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운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이미 2011년 말 한차례 인상이 있었는데 그 당시 2년 후 인상하기로 사전협의를 이뤘었다는 것.

이 관계자는 “1학기 때 인상을 시도했으나 총학의 반대로 2학기 때 인상을 하게 됐다”며 “이미 한차례 인상 거부를 당해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총학 회장과 만나기 위해 직접 관련 서류를 준비해 총학생회실을 찾아가는 등 협의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이어 “하지만 총학생회장이 바쁘다는 이유로 직접 만나지 못해 관련된 문자를 남긴 끝에 어렵게 통화에 성공해서 ‘알겠다’는 대답을 확실히 들었다”고 전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논란의 도화선이 된 바나나 배상안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결국 인상을 했으나 숙명여대 총학생회에서 반발해 총학 측과 가격 인상의 당위성에 대한 협의를 다시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후 총학생회 관계자들이 가격 인상에 대해 동의하게 되었지만 지난 기간에 대해 배상을 하라는 요구를 해 신세계푸드 측은 이에 대한 배상 의무가 없음에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배상할 의무가 분명 없었으나 주요 고객인 학생들과 원만한 관계를 위해 도의적인 측면에서 배상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배상을 위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해 총학에 의견을 묻자, 학생들이 중간고사 기간 동안 제공받을 간식류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들려왔다고 전했다.

그는 “그렇다면 캔커피류, 컵샐러드와 바나나로 배상하겠다”고 전하자 숙대 총학 측에서 “양과 종류가 너무 적다”고 해 양과 종류를 늘려 다시 제안하려 했으나, 이후 숙대 총학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반값 밥차로 학생 식당 불매운동에 돌입했고 언론 보도가 나가 간식류는 전해지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후 모든 이야기는 사라진 채 언론보도를 통해 ‘바나나 발언’만이 부각됐다고 덧붙였다.

이상한 보상안

숙명여대 총학생회 측은 “대기업의 횡포”라는 주장을 하고 있고 신세계푸드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같은 사안에 대해 서로가 다른 주장을 하면서 ‘숙명 여대 학생 식당 가격 인상’ 논란은 진실공방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하대 ‘착한식당’화제
라면 500원…밥까지 1400원

인하대 학생식당이 절반 값의 메뉴판을 내걸어 인기를 끌고 있다. 인하대 학생식당은 다른 대학식당과 확연히 다르다. 메뉴판에 적힌 착한 음식 가격 때문이이다. 메뉴판에는 라면 500원, 떡볶이 1000원, 만두(4개) 1000원 등으로 다른 학교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라면의 가격을 감안할 때, 인하대 학생식당의 라면 값은 가히 원가를 논할수 없는 수준이다. 이같은 가격은 다른 대학의 절반이고 시중의 저렴한 분식집보다는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언론정보학과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라면이 500원, 평상시에도 라면과 밥 세트가 1400원이다. 다른 대학 학생식당도 이렇게 저렴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우리 학교만 싸더라”며 “학생식당이 저렴하니 학교 밖 식당에서 사먹는 건 생각조차 않는다”고 말했다.

이 학생이 점심으로 라면, 떡볶이, 만두를 모두 주문하는 데 드는 돈은 2500원. 시중의 저렴한 분식점에서 라면이 2500∼3000원인 것에 비하면 정말 싸고 푸짐한 밥상이었다. 맛도 어느 식당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았다. 놀라운 건 예전에는 라면이 300원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오른 것이 500원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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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