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레일 성로비 문건 공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1.06 12: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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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아닌 룸살롱서 은밀한 비즈니스

[일요시사=경제1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스폰서 검사 파문부터 별장 스캔들까지,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성접대 문제. 공기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번에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 간부들이 거래처로부터 수차례 성접대를 비롯한 향응을 받아왔다는 ‘성접대 문건’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사무실 테이블이 아닌 술자리 테이블에서 은밀한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현실을 집중 파헤쳐봤다.




코레일 해외사업단 직원들이 속칭 ‘쩜오’라는 풀살롱(풀코스 룸살롱) 형태의 성매매 업소를 드나드는 등 여러  거래처로부터 접대를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는 이 같은 주장이 구체적으로 담긴 ‘접대 문건’과 더불어 수백만원의 돈이 오간 계좌 송금 내역, 접대를 받은 다음 날 코레일 직원들이 거래처에 보낸 이메일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기름쟁이들의
접대(?) 문화

코레일이 추진하던 해외사업과 관련해 대리인 관계를 유지해오던 K씨는 2011년 말부터 지난해 4월까지 코레일 해외사업단 소속 H부장과, N차장에게 회당 수백 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국민권익위원회 부패 방지국에 제출했다.

K씨와 코레일 거래처인 S사 등이 사실상 코레일 일부 직원들의 ‘물주’ 역할을 하면서 식사 및 술 접대, 마사지 비용 등을 계산하고 수 십만원에 이르는 택시비까지 챙겨줬다는 것이다. K씨는 이 과정에서 이들에게 2차 성접대까지 제공했다고 폭로했다. 

K씨는 ‘코레일 해외영업팀 직원들에게 제공한 향응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서’라는 제목의 탄원서에서 “관례적이라고 치부되었던 위법 사실을 밝혀내겠다”며 “향후 코레일 직원들이 계약상 우위에 있다는 이유로 하청 및 관련업계에 향응·접대를 받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탄원 경위를 설명했다.


문건에 따르면 K씨와 N차장은 2011년 12월 중순 업무관계로 대전 코레일 본사에 방문한 뒤 간단한 술과 식사자리를 갖고 2차로 하우스 비어집에 들렀다. 출장을 다녀온 H부장이 합류했고, 세 명은 3차 유흥주점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일행은 국산양주 17년산 3병을 마셨고, K씨는 일정 상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후 주점 영업부장이라는 사람이 K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당시 술 값 150만원을 송금해 달라”고 요구했다.

해외사업단 간부들 거래처서 수차례 술접대
한번에 수백만원씩…계약 빌미로 향응 요구

이 영업부장은 그러나 “코레일 H 부장을 잘 알기 때문에, 다음 방문 시 현금결제를 해도 된다”고 제안했고, K씨는 보름 뒤 N차장과 H부장, 코레일 하청업체인 S사 박모 과장과 다시 방문한 날 150만원을 영업부장에게 현금으로 지급했다. 

이날엔 “아가씨가 2명만 준비됐다”고 하여 H부장, N차장 옆에만 여성 접대부가 앉은 상태에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이때 양주 4개와 안주 및 여성 접대부 비용을 포함한 100만원이 넘는 금액은 S사 법인 카드로 결제했다. K씨는 문건에서 “이후 코레일과 S사는 20억원의 수의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원스톱성매매
‘풀살롱’으로

접대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1월 6일 K씨는 H 부장, N 차장과 서울에 위치한 모 종합상사를 업무 협의차 방문한 뒤, 이곳 관계자 3명과 인근 식당으로 이동해 30만원 상당의 술과 식사를 했다. 식사비는 모 상사 측에서 법인카드로 계산했다.


이후 K씨와 H부장, N차장, 모 상사 관계자 1명 등 4명은 오후 9시경 나머지 일행들과 헤어진 뒤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이들은 서울 강남 청담동 등지로 고급형 바를 찾아 헤매다 선릉역 뒤편에 위치한 속칭 ‘쩜오’라 불리는 풀살롱을 소개받아 들어갔다. 

쩜오는 상위 15% 여성 접대부들이 상주하고 있는 고급 룸살롱을 말한다. 텐프로보다는 접대부들의 미모가 떨어지는 대신 술값을 낮췄다. 그럼에도 가격은 200만원 정도로 비싼 편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들어간 곳은 이러한 ‘쩜오’ 여성 접대부 200여명과 룸 40여개가 갖춰진 곳으로, 한 빌딩 내에 주점과 모텔이 함께 있어 음주와 성매매가 동시에 이뤄지는 풀살롱이었다.




K씨는 “4명이 각각 아가씨를 초이스(선택) 하여 술자리가 이어졌다”며 “만취한 상태여서 병당 25만원짜리 국산 양주 17년산 5병을 마셨고, 접대부 착석비 각 5만원, 밴드비용 2시간 20만원, 2차(성매매) 비용 각 30만원 등 총 300만원 가량이 나왔다”고 말했다.

당시 N차장과 H부장은 “역시 서울 강남은 물이 다르다”라며 “우리는 한 배를 타야 되니 아가씨들을 데리고 나가는 것도 함께 해야 이후에 함께 죽을 수가 있다”며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고 K씨는 설명했다.

K씨는 이후 여성 접대부들이 옷을 갈아입고 나올 동안 “현금 결제 시 30만원을 할인해 주겠다”는 주점 측의 조언에 따라, 주점 앞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오후 11시 49분께 주점 계좌로 270만원을 송금했다. (관련사진 2.)

K씨가 결제 후 돌아오자 코레일 직원들은 모텔로 바로 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여성 접대부들과 함께 성매매 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고 한다. 이들은 K씨에게 “일(성매매)보고 나서 서로 연락해서 소주 한잔 더 하시죠”라고 말했으나 K씨가 이를 거절하자 그대로 모텔 방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N차장은 월요일인 9일 오전 K씨에게 메일을 보내왔다. N차장은 메일에서 “주말은 잘 보내셨는지요! 저희는 새벽에 택시타고 내려왔다”라며 “다 같이 나왔으면 소주 한 잔 더 했을텐데 그 점이 조금 아쉽다”라고 적었다. (관련사진 3.)

한 달에 한번꼴
전신마사지까지

접대는 그 후에도 한 달에 한번 꼴로 이뤄졌다고 문건에 적시돼 있다. 같은 해 1월 31일 N차장은 업무 협의 차 대구로 출장을 온 뒤 K씨를 만났고, 둘은 회원제 마사지 숍에 들러 전신 아로마 마사지를 받았다.

1인당 7만5000원 가량의 마사지 요금은 K씨가 결제했으며, 이후 한우집에서 10만원 상당의 식사를 하고 근처 바에 들러 여성 접대부 2명을 착석시킨 뒤 양주 2병을 마셨다. 이날 K씨가 N차장 접대를 위해 쓴 돈은 130만 원가량이다.

2월 18일에 K씨는 N차장, H부장과 함께 마사지 숍을 다시 찾아 3명의 마사지 비용을 결제하고 술을 사줬다.


또 3월 31일 N차장과 S사 사장이 대구를 방문해 간단한 미팅을 가진 후 K씨의 안내로 횡성한우 집에서 특수부위(설화)로 식사를 했다. 자리를 옮겨 근처 바에서 고급 양주인 맥켈란 1병과 글렌피딕 2병 등 128만원 상당의 술을 마셨다. 이날 술값은 S사 사장이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이후 술이 취한 N차장은 “여자 있는 곳에서 술을 더 먹자”고 했고, K씨는 U호텔로 N차장을 데려다 준 뒤 현금으로 추가비용을 지불했다. 

유흥주점서 마사지까지 풀코스
풀살롱 접대부와 2차 성매매도
접대 후 수십억 수의계약 맺어

4월28일에는 K씨와 S사 사장, N차장, H부장이 마산역에서 만나 업무협의를 한 뒤, S사 사장이 예약한 참복 코스요리 집에서 30만원 상당의 식사를 했다. 이후 K씨와 N차장, H부장은 대구로 넘어와 바 VIP룸에서 접대부 3명을 착석시킨 뒤 술을 마셨다. 고급 양주 보관 술을 비롯해 추가로 고급양주 2병을 마셨고 92만원 상당의 술값이 청구됐다.

이날 또 K씨는 “대전에서 오송 간 오고가는 한 달 택시비가 많아 나온다”는 코레일 직원들의 푸념에 현금 40만원을 N차장에 전달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K씨는 “코레일 직원들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슈퍼갑’ 지위를 이용해 하청업체로부터 상습적인 접대를 받아왔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일벌백계하여 대한민국 공직사회에 부당한 향응접대 관행을 일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향응수수 인정
성매매는 부인


국민권익위는 K씨가 접수한 사실관계 확인서를 토대로 코레일 직원들의 ‘한국철도공사 임직원 행동강령’ 16조(향응수수)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코레일 대전 본사로 조사관 2명을 파견해 관련자들을 대면 또는 서면조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코레일 직원들은 일부 향응수수는 인정했지만 성매매 의혹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 홍보실 관계자는 “현재 국민권익위에서 접수된 민원 내용에 대해 사실 확인 중이며 정확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며 “결과가 나온 뒤 비위 사실이 입증되기 전까지 사안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당사자들은 1차를 간 것은 맞지만 성매매를 하는 2차까지는 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두 사람 중 한 명은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말레이시아로 해외 파견을 나갔고, 나머지 한 명은 정상적인 근무를 하고 있다. 현재 당사자들도 굉장히 힘들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아직은 민원에 불과한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K씨는 코레일과 해외 사업추진과 관련해 에이전트를 맡고 있다가 계약 사항 위반으로 해지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후 K씨가 앙심을 품고 청와대, 감사원 등에 코레일과 관련한 민원을 넣고 다닌다”며 “수차례 민원인이 제기한 내용에 대해 ‘사실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고, 코레일 측에서도 K씨를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업무방해죄로 고발 조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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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