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국내 최초' 협동조합대학 세우는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경쟁교육? 이젠 협력교육이다!”

[일요시사=사회팀] 혼탁한 제도권교육에 지친 이들에게 희소식이 생겼다. 경쟁 대신 협력을 추구하는  ‘노나메기 대안대학’이 이르면 내년 1월 문을 연다. 본래 ‘대학교육’의 의미를 되살릴 ‘협력교육’의 장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노나메기 대안대학의 학장이 될 실천적 지식인, 김세균 서울대 정치학과 명예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학들의 ‘기업화’ 경향 속에 순수학문 분야가 소외받고 있다. 제도권 대학은 이미 취업사관학교가 된 지 오래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깨어있는 지식인들이 발 벗고 나섰다. ‘협력교육’의 시작이다.

지난달 25일 창립한 ‘지식순환협동조합 노나메기 대안대학’은 ‘협동조합’과 ‘협력교육’이라는 기치를 걸고 새로운 교육 실험을 예고했다. 협동조합 승인을 받아 내년에 문을 열 계획이다.

근대 대학의 효시인 프랑스의 파리대학이나 이탈리아의 볼로냐대학은 ‘교수협동조합’과 ‘학생협동조합’의 형태로 시작됐다. 협동조합의 도시, 스페인 몬드라곤의 몬드라곤대학도 대안대학에서 비롯됐다. 한국형 협동조합대학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노나메기 대안대학이란 무엇인가?

▲우선 노나메기는 순 우리말로 ‘너도 나도 일하고, 너도 나도 먹고, 함께 제대로 잘살자’는 뜻이다.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선생이 경험한 민중적 삶에서 건져 올렸다. 한국 기층 민중들의 역사 속의 자유해방 이념으로 나온 개념이다. 쉽게 말해, ‘나누자’는 의미다. 자유·평등·연대와 합치한다. 노나메기 대안대학은 지식의 공동 생산과 공유를 통해 집단지성의 향유를 목적으로 한 협동조합대학이다. 노나메기 대안대학의 구성원 각인은 조합원으로서 주체적인 교육을 생산·소비할 수 있다. 우선 올해 하반기에 시범강좌(무료)를 시작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강좌를 개설하는 것이 목표다.


-노나메기 대안대학의 탄생 배경은?

▲제도권 대학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제도권 대학은 직업학교처럼 변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극단적인 경쟁교육을 협력교육으로 전환시켜 ‘집단지성’을 높여야 한다. 비판적 지성이 필요하다.

-현재 어떤 단계에 와 있나? 구체적인 방안은?

▲ 창립총회 후 승인이 떨어지고 1∼2개월이 걸린다. 우선 지식생산자 조합원들을 토대로 기반을 마련하고 이후 지식소비자 조합원들을 모집할 것이다. 그리고 올 하반기 안에 대략 15개 정도의 무료 시범강좌를 개설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교육과정은 현재 논의 중이다. 이후 협동조합법에 따라 이사를 구성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교육 운영을 책임지는 학장을 맡게 된다.

-왜 협동조합인가?

▲경제적 영역의 협동조합을 넘어 교육과 삶의 영역으로 개척하고자 한다. 협력교육으로 협력사회로의 전환을 도모할 것이다.

노나메기 대안대학 내년 설립 추진
“지식을 나누자”새로운 교육 실험


-조합원의 특징은?

▲조합원으로 들어오면 1인1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조합원비를 떠나서 모든 사람이 동등하다. 출자금은 생산자(정규직·비정규직 교수, 연구자 등) 20만원 이상, 소비자(학생) 3만원이상이고 월조합비는 1만원이다. 교육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수강료는 한 강의당 1만원으로 낮게 잡았다. 한 강좌는 총 6강이므로 하나 수강 시 6만원이다. 반면 강사의 강의료는 일반 대학의 2배인 15만원으로 책정했다.

 

 

-조합원은 얼마나 모일 것으로 예상되나?

▲하반기 안에 600명 이상을 모으고 싶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내년까지 1000명 이상 모으는 게 목표다.

-협동조합은 모두가 주인이다. 모든 조합원에게 강의를 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나?

▲교과과정위원회가 강의계획안을 검토할 것이다. 통과가 된다면 누구나 선생이 될 수 있다. 강의 주제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문화예술 등 융합적 교양교육을 추구한다. 학생과 선생 간의 벽을 허물어 선생이 학생에게도 배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일반인(직장인)들도 참여할 수 있나?

▲가능하다. 대부분의 강의는 주로 저녁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교육과정은 어떻게 되는가?

▲‘대안’이라는 말을 붙였다. 비제도권 교육이 주를 이룰 것이다. 일단 대학에 입학하면 전공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기초교양으로 토대를 쌓는다. 이 기본과정은 2년 동안 진행될 것이다. 이 과정에는 지식소비자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것이다. 3, 4학년에 올라가면 직업 전선과 학문의 길로 나뉜다. 교육받을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부여하고 난 다음에 두 가지 길을 선택하게 할 것이다.

-학위는 어떻게 되는가?

▲차후 학위 수여를 하게 된다면 정부로부터 교육기관 인정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일단은 학위보다 대학의 본질을 되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물론 학위가 없어도 일반 대학과 컨소시움을 맺는다면 나노메기 대안대학 졸업장으로 대학원에 진학할 수도 있다.


-캠퍼스가 있나?

▲내년 목표는 100명, 50명, 30명 정도 수용이 가능한 강의실 3개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도 부족하지만 일단 이정도 공간이 확보되면 강좌 운영에는 무리가 없다고 본다. 공간이 더 필요하다면 기존의 대학시설 등을 이용해도 된다.

-운영비 문제는?

▲출자비로 공간확보, 조합비로 경상비, 수강료는 강사료로 사용된다. 아마 공간에는 최소한 월세가 600만원 정도 든다. 조합원들의 조합비 월 1만원은 상주직원 인건비인 경상비로 쓰일 것이다. 그리고 수강료는 강사료로 쓰일 예정이다. 하지만 출자금 모으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원만한 운영을 위해서는 수억원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변혁을 원하는 주체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성공회대의 경우 대안학교 출신 학생들을 특별전형으로 선발한다. 노나메기 대안대학도 이러한 전형을 계획 중인가?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고자하는 학생들이 모인 곳이 대안학교다. 대안학교를 다니는 학생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을 못한다. 노나메기 대안대학이 자리를 잡으면 제도권 진입이 어려운 대안학교 출신들을 수용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삶과 일치하는 살아있는 지식 필요”

-왜 지식순환 협동조합인가?

▲지금 대학들의 전공은 분과로 나눠져 있다.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등 때문에 같은 사회과학대학이라도 다른 전공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이런 분과학문을 연결시켜 주는 것이 지식순환이다. 코끼리로 예를 들면, 기초교양 교육은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전체적인 지식을 얻는 것. 그리고 머리, 코, 다리, 팔 등 심화전공으로 들어간다.

-한국 최초의 대안대학이다.

▲대안대학이 갖는 중요한 의미는 지식과 삶이 함께 가는 것이다. 지식이 자신의 삶과 일치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살아있는 지식이 필요하다.

 

이광호 기자<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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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