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국내 최초' 협동조합대학 세우는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경쟁교육? 이젠 협력교육이다!”

[일요시사=사회팀] 혼탁한 제도권교육에 지친 이들에게 희소식이 생겼다. 경쟁 대신 협력을 추구하는  ‘노나메기 대안대학’이 이르면 내년 1월 문을 연다. 본래 ‘대학교육’의 의미를 되살릴 ‘협력교육’의 장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노나메기 대안대학의 학장이 될 실천적 지식인, 김세균 서울대 정치학과 명예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학들의 ‘기업화’ 경향 속에 순수학문 분야가 소외받고 있다. 제도권 대학은 이미 취업사관학교가 된 지 오래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깨어있는 지식인들이 발 벗고 나섰다. ‘협력교육’의 시작이다.

지난달 25일 창립한 ‘지식순환협동조합 노나메기 대안대학’은 ‘협동조합’과 ‘협력교육’이라는 기치를 걸고 새로운 교육 실험을 예고했다. 협동조합 승인을 받아 내년에 문을 열 계획이다.

근대 대학의 효시인 프랑스의 파리대학이나 이탈리아의 볼로냐대학은 ‘교수협동조합’과 ‘학생협동조합’의 형태로 시작됐다. 협동조합의 도시, 스페인 몬드라곤의 몬드라곤대학도 대안대학에서 비롯됐다. 한국형 협동조합대학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노나메기 대안대학이란 무엇인가?

▲우선 노나메기는 순 우리말로 ‘너도 나도 일하고, 너도 나도 먹고, 함께 제대로 잘살자’는 뜻이다.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선생이 경험한 민중적 삶에서 건져 올렸다. 한국 기층 민중들의 역사 속의 자유해방 이념으로 나온 개념이다. 쉽게 말해, ‘나누자’는 의미다. 자유·평등·연대와 합치한다. 노나메기 대안대학은 지식의 공동 생산과 공유를 통해 집단지성의 향유를 목적으로 한 협동조합대학이다. 노나메기 대안대학의 구성원 각인은 조합원으로서 주체적인 교육을 생산·소비할 수 있다. 우선 올해 하반기에 시범강좌(무료)를 시작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강좌를 개설하는 것이 목표다.


-노나메기 대안대학의 탄생 배경은?

▲제도권 대학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제도권 대학은 직업학교처럼 변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극단적인 경쟁교육을 협력교육으로 전환시켜 ‘집단지성’을 높여야 한다. 비판적 지성이 필요하다.

-현재 어떤 단계에 와 있나? 구체적인 방안은?

▲ 창립총회 후 승인이 떨어지고 1∼2개월이 걸린다. 우선 지식생산자 조합원들을 토대로 기반을 마련하고 이후 지식소비자 조합원들을 모집할 것이다. 그리고 올 하반기 안에 대략 15개 정도의 무료 시범강좌를 개설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교육과정은 현재 논의 중이다. 이후 협동조합법에 따라 이사를 구성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교육 운영을 책임지는 학장을 맡게 된다.

-왜 협동조합인가?

▲경제적 영역의 협동조합을 넘어 교육과 삶의 영역으로 개척하고자 한다. 협력교육으로 협력사회로의 전환을 도모할 것이다.

노나메기 대안대학 내년 설립 추진
“지식을 나누자”새로운 교육 실험


-조합원의 특징은?

▲조합원으로 들어오면 1인1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조합원비를 떠나서 모든 사람이 동등하다. 출자금은 생산자(정규직·비정규직 교수, 연구자 등) 20만원 이상, 소비자(학생) 3만원이상이고 월조합비는 1만원이다. 교육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수강료는 한 강의당 1만원으로 낮게 잡았다. 한 강좌는 총 6강이므로 하나 수강 시 6만원이다. 반면 강사의 강의료는 일반 대학의 2배인 15만원으로 책정했다.

 

 

-조합원은 얼마나 모일 것으로 예상되나?

▲하반기 안에 600명 이상을 모으고 싶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내년까지 1000명 이상 모으는 게 목표다.

-협동조합은 모두가 주인이다. 모든 조합원에게 강의를 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나?

▲교과과정위원회가 강의계획안을 검토할 것이다. 통과가 된다면 누구나 선생이 될 수 있다. 강의 주제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문화예술 등 융합적 교양교육을 추구한다. 학생과 선생 간의 벽을 허물어 선생이 학생에게도 배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일반인(직장인)들도 참여할 수 있나?

▲가능하다. 대부분의 강의는 주로 저녁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교육과정은 어떻게 되는가?

▲‘대안’이라는 말을 붙였다. 비제도권 교육이 주를 이룰 것이다. 일단 대학에 입학하면 전공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기초교양으로 토대를 쌓는다. 이 기본과정은 2년 동안 진행될 것이다. 이 과정에는 지식소비자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것이다. 3, 4학년에 올라가면 직업 전선과 학문의 길로 나뉜다. 교육받을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부여하고 난 다음에 두 가지 길을 선택하게 할 것이다.

-학위는 어떻게 되는가?

▲차후 학위 수여를 하게 된다면 정부로부터 교육기관 인정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일단은 학위보다 대학의 본질을 되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물론 학위가 없어도 일반 대학과 컨소시움을 맺는다면 나노메기 대안대학 졸업장으로 대학원에 진학할 수도 있다.


-캠퍼스가 있나?

▲내년 목표는 100명, 50명, 30명 정도 수용이 가능한 강의실 3개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도 부족하지만 일단 이정도 공간이 확보되면 강좌 운영에는 무리가 없다고 본다. 공간이 더 필요하다면 기존의 대학시설 등을 이용해도 된다.

-운영비 문제는?

▲출자비로 공간확보, 조합비로 경상비, 수강료는 강사료로 사용된다. 아마 공간에는 최소한 월세가 600만원 정도 든다. 조합원들의 조합비 월 1만원은 상주직원 인건비인 경상비로 쓰일 것이다. 그리고 수강료는 강사료로 쓰일 예정이다. 하지만 출자금 모으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원만한 운영을 위해서는 수억원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변혁을 원하는 주체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성공회대의 경우 대안학교 출신 학생들을 특별전형으로 선발한다. 노나메기 대안대학도 이러한 전형을 계획 중인가?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고자하는 학생들이 모인 곳이 대안학교다. 대안학교를 다니는 학생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을 못한다. 노나메기 대안대학이 자리를 잡으면 제도권 진입이 어려운 대안학교 출신들을 수용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삶과 일치하는 살아있는 지식 필요”

-왜 지식순환 협동조합인가?

▲지금 대학들의 전공은 분과로 나눠져 있다.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등 때문에 같은 사회과학대학이라도 다른 전공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이런 분과학문을 연결시켜 주는 것이 지식순환이다. 코끼리로 예를 들면, 기초교양 교육은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전체적인 지식을 얻는 것. 그리고 머리, 코, 다리, 팔 등 심화전공으로 들어간다.

-한국 최초의 대안대학이다.

▲대안대학이 갖는 중요한 의미는 지식과 삶이 함께 가는 것이다. 지식이 자신의 삶과 일치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살아있는 지식이 필요하다.

 

이광호 기자<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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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