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예상된 인사’ 김진태 검찰총장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1.05 09: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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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정홍원·김진태…초원복집 3인방 떴다!

[일요시사=사회팀] 공석인 검찰총장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청와대가 내정자를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의 신임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사람은 김진태다. 대표적인 ‘특별수사통’으로 손꼽힌다. 그는 과연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고 검찰의 수장이 될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새 검찰총장 후보에 김진태(61) 전 대검차장을 지명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은 검찰조직을 하루빨리 정상화하고 현재 현안이 되고 있는 사건들을 공정하고 철저히 수사해 마무리하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을 만들기 위해 오늘 새 총장 내정자에 김 전 대검차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차기 검찰총장
‘특별수사통’

또 이 수석은 “김 내정자는 총장 권한대행을 비롯해 서울고검장 등 검찰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며 “경험과 경륜이 풍부하고, 청렴하고 강직한 성품으로 검찰 내 신망이 두터운 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전직 대통령 아들 사건, 한보비리 사건 등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었던 사건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엄정하게 처리한 분으로 검찰 총장의 직책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지명에 앞서 황교안 법무장관은 지난달 25일 검찰총장후보추천위가 추천한 4명을 대상으로 국정철학 공유, 조직 내 신망과 장악력, 도덕성 등에 대한 평가를 거쳐 김 전 대검차장을 낙점, 박 대통령에게 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김 내정자를 검찰총장 후보에 지명한 것은 ‘혼외자 논란’으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불명예 퇴진한 이래 국가정보원 수사에 따른 검찰내분 등의 혼란을 추스르고 검찰조직을 정상화하는 데 그가 최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내정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한보비리 사건 등을 수사한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 검사다. 특히 4명의 후보 중 가장 연장자이며 사법연수원 기수도 가장 높아 검찰을 장악하면서 ‘검란’ 사태에 이른 조직안정을 꾀할 수 있는 인물로 청와대가 판단했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특히 김 전 내정자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아끼는 인사로 알려지는 등 청와대와의 호흡, 즉 국정철학의 공유라는 면에서 높은 점수를 땄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검찰총장 내정자 발표 다음날 김 내정자와 관련, “검찰 내부의 갈등을 잠재울 적임자로 기대해도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언론에서도 많이 나왔지만 (김 내정자는) 과거 김대중, 노태우 전 대통령 본인이나 측근들의 부정부패를 소신 있게 수사했다”며 “나도 초행검사 시절에 롤모델 검사로 여러분을 생각했는데 그 중 한 분으로 김 내정자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 검찰조직 내, 어떻게 보면 상당히 지리멸렬한 모습”이라면서 “집안싸움으로 비춰져서 국민들의 신뢰를 많이 잃은 상태인데 (내부 갈등을 잠재울) 적임자로 기대해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정라인 책임자
PK지역 편중 논란

반면 민주당은 청와대의 결정에 ‘PK(부산·경남) 편중’이라며 반기를 들었다. 김 비서실장과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를 비롯한 정부 내 PK 인맥을 놓고 날선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국민이 걱정하는 사정기관 특정지역 싹쓸이 인사 문제에 대해서도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말씀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침묵한 채 청와대와 여당이 능력 있는 사람을 고르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말하는 건 PK를 제외한 다른 지역 사람들을 두 번 죽이는 저급한 독설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김기춘, 정홍원, 김진태 이른바 초원복집 3인방의 삼각편대의 재구축이라는 것이 드러났다”며 “김진태 카드가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을 제2의 초원복집 사건으로 만들겠다는 속셈은 아닌지 매우 불안하고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은 능력 위주의 인사라며 반박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KBS1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들려오는 얘기를 들어보면 PK 출신이 아닌 한두분들한테도 제의를 했는데 그 분들이 인사청문회도 싫고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 고사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정황을 소개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현안들을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는 리더십이나 업무 능력을 갖춘 능력 있고 유능한 좋은 분들을 모시려고 하다 보니까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던 것 아니겠냐”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같은 검찰이나 동향 출신이라 해서 누구누구 라인이라고 단정하는 민주당의 행태는 억지”라고 지적했다.

총장 권한대행 등 주요 보직 두루 거쳐
경험·경륜 풍부…청렴하고 강직한 성품

그러나 김 비서실장이 법무부 장관시절 평검사였던 김 내정자를 총애했고, 그래서 총장 내정자로 발탁됐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그러다 보니 김 내정자가 검찰총장이 될 경우 검찰의 정치적 중립, 그리고 공정한 수사를 제대로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일종의 ‘코드인사’ 논란으로 김 비서실장이 김 내정자를 지명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면 보은 차원에서 힘 있는 권력에는 한없이 약하고 야권이나 일반국민들에게는 막강한 칼을 휘두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또 청와대가 최근 채 전 검찰총장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김 내정자를 지명했기 때문에 ‘권력 편중’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 내정자에 대한 우려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청와대가 검찰을 ‘정치검찰’로 이용하려는 의도를 보이면서 김 내정자를 지명했으니, 이런 상황에서 검찰총장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청와대의 내정자 선택에 야당 법사위원들이 ‘정치검찰의 부활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야당 법사위원들은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대통령 비서실장이 총애하는 PK 출신 인사가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되고, TK 출신의 공안통 검사가 특별수사팀장으로 들어가는 일이 일어났다”며 “인사청문회에서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가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중립성을 유지하고, 공정한 수사를 해낼 수 있는 검찰조직의 수장으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구비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여야는 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오는 11월13일 열기로 잠정합의했다. 13일 청문회가 열리는 등 예정대로 절차가 진행되면 김 내정자는 이르면 11월 중순 공식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드러나는 의혹들
청문회 통과할까

박 대통령은 인사청문 요청안에서 “후보자는 28년여 공직생활을 통해 확보한 검찰구성원들의 깊은 신뢰를 기반으로 검찰조직을 안정감 있게 이끄는 합리적 리더십을 발휘해왔다”며 “검찰개혁, 법질서 확립, 부패척결 등 당면과제를 완수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로 이끌어갈 검찰총장의 적임자라고 판단되기에 인사청문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동의안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제출됐다. 국회는 인사청문 동의안이 제출된 때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경과보서를 채택해 박 대통령에게 송부해야 한다. 검찰총장 인사청문을 담당하는 법제사법위원회는 인사청문 동의안이 회부된 때로부터 15일 이내에 인사청문 절차를 마쳐야 한다.

보고서가 이 기간 내에 채택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보고서 채택을 요구할 수 있으며, 그래도 국회가 보고서를 보내지 않으면 곧바로 임명할 수 있다.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검찰총장은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지만, 국회의 임명 동의까지는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김 내정자는 늦어도 11월 중순까지는 검찰총장에 정식 취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퇴임 후 법무법인에서 일하면서 3개월 동안 월평균 5428만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김 내정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안을 보면, 김 내정자는 지난 7월부터 3개월 동안 법무법인 ‘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급여로 총 1억6284만원을 받았다. 7월에는 4782만원, 8월 6405만원, 9월 5097만원을 각각 급여로 받았다. 김 내정자 측은 “퇴직상여금 1억여원과 퇴직연금 4개월치 1900만원에 법무법인 급여가 더해져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권 2인자’김기춘 측근…그래서 발탁?
 정치적 중립·공정한 수사 우려 목소리

김 내정자는 대검 차장 시절인 지난 3월 공직자 재산변동 사항에서 아들(27)과 딸(28)의 예금이 각각 7100만원, 7300만원이라고 신고했다. 그러나 김 내정자가 자녀에게 증여했다고 밝힌 재산은 2008년 신고한 4000만원뿐이다.

별다른 소득원이 없는 자녀의 재산이 과도하게 많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나머지 1억원에 대한 증여세 탈루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김 내정자의 아들은 올해 대기업에 취업 했고, 딸은 아직 직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내정자 측은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용돈, 세뱃돈 등으로 모아온 것”이라며 “목돈으로 준 부분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완납했다”고 밝혔다. 목돈으로 넘겨준 4000만원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모두 납부해 문제될 것이 없다는 뜻이다.


김 내정자의 아들은 ‘사구체신염’으로 제2국민역(면제) 판정을 받아 병역 비리 의혹을 샀다. 김 내정자 측은 “아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면서 “군대에 4차례 지원했지만 불합격했고 현재도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 측은 “아들이 2005년 6월 첫 신체검사 때 현역으로 복무할 수 있는 3급 판정을 받았으나 2009년 2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 지원 과정에서 사구체신염이 발견돼 면제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농지법 위반과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김 내정자는 본인 명의로 전남 여수시 율촌면 산수리 일대 밭 856㎡와 대지 129㎡를 갖고 있다. 부인 명의로는 광양시 황금동과 상황동에 총 1만3000여㎡의 임야를 보유하고 있다. 연고가 없는 전남에 수천만원 상당의 땅을 사들였고, 매입 시기 역시 1988년 전남지역 부동산 투기 붐이 일어난 시점과 일치하면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김 내정자 측은 “여수 땅은 순천에서 초임 근무를 할 때 노후에 집을 지으면 좋겠다 싶어서 샀으며, 부인 명의 광양 땅은 장인께서 돌아가신 뒤 처남의 주도로 사들였다”고 말했다.

허백련 화백의 ‘산수도’와 박생광 화백의 ‘석류도’ 등 동양화 2점과 관련한 재산 축소 신고 의혹에 대해서도 “진품 여부를 정식으로 감정 받은 적이 없다”며 “2011년 재산등록 당시 진품을 전제로 가격을 계산해 기재했는데 품목당 500만원 미만 예술품은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고 (다음 해부터) 등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2011년 이전 재산공개에서는 해당 그림을 보유중이라고 기재한 뒤 가액은 ‘0’원으로 표시했다. 2011년에는 산수도는 400만원, 석류도는 300만원이라고 신고했지만 2012년부터는 아예 기재하지 않았다.
공직자윤리법은 제4조 제2항 제3호 아목에서 골동품이나 예술품의 경우 품목당 500만원 이상인 경우만 등록대상재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 원칙론자
검찰조직 대수술?

경북 사천에서 태어난 김 내정자는 1968년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 합격,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수료했다.

82년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85년 1월 광주지검 순천지청 검사로 임용된 후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인천지검 특수부장, 대검 중수2과장, 서울지검 형사부장, 춘천지검 강릉지청장, 인천지검·부산지검·대구고검 차장검사, 청주지검·서울북부지검·대구지검 검사장, 대검 형사부장, 대전고검·서울고검 검사장, 대검 차장검사 등을 역임한 뒤 지난 4월4일 의원면직 형태로 직을 떠났다.

김 내정자는 일선 검찰청과 대검에 재직하면서 두 전직 대통령 부정축재 사건, 이건희·김우중 등 재벌 총수들의 뇌물공여 사건, 현직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사건, 한보그룹 사건, 경기도지사 부부의 뇌물수수 사건, 민주정의당 사무총장의 비리사건, 국가안전기획부 기획조정실장의 금품수수 사건 등 대형 부정부패 사건을 담당했다.
일선 기관장 재직 시에는 지역 폭력조직을 소탕하고 대형 학원재단의 비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93년 당시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로서 관계법령 해석지침과 실명제 위반사범 처리기준을 수립했다.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로서 91년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채택·발효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의 성안에 참가했다. 대검 형사부장 때는 인터넷 저작권 침해 관련 전과자 양산 방지대책을 수립하고 경미한 사건의 경우 전화조사 방식을 도입했다.

연이은 검찰비리로 총장이 사퇴했던 지난해 12월 대검 차장검사로 부임해 4개월여 동안 총장 직무대행으로 검찰을 지휘했다.

김 내정자는 시력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단기사병으로 1976년 5월3일 입대한 뒤 1977년 6월16일 소집해제됐다. 김 내정자의 장남 김모씨는 입영연기와 재신체검사 끝에 2009년 6월3일 사구체신염으로 5급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았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김진태는?]

▲경남 사천 출생
▲검정고시 합격(진주고 중퇴)
▲서울대 법학 학사
▲제24회 사법시험 합격
▲광주지검 순천지청 검사
▲부산지검 검사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인천지검 특별수사부 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형사제8부장검사
▲청주지검 검사장
▲대검찰청 형사부장
▲대구지검 검사장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대검찰청 차장검사
▲법무법인 인 고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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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