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시국선언 사찰 파문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0.28 13:5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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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불 켜고…장학관이 스파이 노릇

[일요시사=사회팀] 서울시 교육청이 소속 공무원들을 동원해 ‘717 청소년 시국선언(국정원의 대선개입 규탄)’에 참가했던 학생들을 사찰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생활지도 차원에서 공무원을 파견했다고 밝혔지만 학생들의 동향을 파악했다는 주장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시교육청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등에 대한 시국선언을 한 청소년들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지난 21일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이러한 내용의 사찰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월17일 전국 464개교 중고생 817명이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앞에서 연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주말마다 서울광장·청계광장 등에서 진행된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에 직원들을 보내 정보를 수집했다는 것이다.

3∼7명 파견

서울시교육청 소속의 장학관을 비롯한 직원들은 지난 7월 17일 717명의 청소년들이 가진 시국선언을 기점으로 촛불집회가 열리는 주말 저녁마다 학생들의 동향을 감시했다. 집회 규모에 따라 3∼4명의 장학관이, 많게는 7명이 사찰에 동원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717 청소년 시국선언’에 참가했던 A(19)군은 이번 소식을 접하고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저희를 사찰한 사건이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졌다”며 “문용린 교육감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사찰’이라는 말이 나온 자체가 황당하다”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공무원들이 나섰을 뿐이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내용을 보고받은 바 없고 장학관도 집회현장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와 통화한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교육청 내부 서면보고 및 지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육청에선 주로 교육감 비서실과 학교생활교육과 소속 장학관·장학사 6∼7명이 당번조를 짜서 주말마다 시위 현장에 나갔다. 이들은 안전지도를 이유로 학생으로 보이는 집회 참여자들을 뒤쫓아 참여 학생 수와 학생들의 발언, 팻말에 적힌 구호를 파악하고 유인물을 수집했다. 언론에 보도된 학생들의 인터뷰 내용도 수집해 문 교육감의 보고자료에 썼다.

이러한 사실에 교육청 측은 “혈기왕성한 청소년들인 만큼 집회 도중 과잉행동을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차원에서 생활지도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곽노현 전 교육감 당시엔 없던 업무였던 것이 확인되면서 청소년들에 대한 ‘불법 사찰’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사찰에 관여한 교육청 직원들에게 업무추진비로 격려 회식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학생들의 안전을 염려한 일상적인 활동이었을 뿐이었고, 직원간담회는 퇴근 이후 시간까지 학생지도에 나선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며 “안전한 귀가를 위한 일상적 업무활동”이라고 해명했다.

국정원 규탄집회에 직원들 보내 감시활동
참가 학생들 동향 파악…발언 등도 수집

실제 박홍근 의원이 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서울시교육감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보면, 7월 학생 시국선언 일주일 뒤인 지난 24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식당에서 문 교육감이 청소년 시국선언 감시를 담당한 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한 것으로 나온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지난 2011년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하면서 학생들의 집회에 대한 자유가 생겼는데, 이 사안은 박근혜정부와 여당에게 불리한 사안이어서 특정 정치사안에 대한 여론 확산을 저지할 목적으로 법률까지 위반하며 공무원을 동원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문 교육감이 청소년 사찰을 지시하고, ‘청소년 시국선언 관련 학교생활교육과 직원협의회’등을 통해 그 결과를 보고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난 7월17일 제헌절을 맞아 717명의 청소년들이 발표한 ‘7·17 시국선언’을 기점으로 촛불집회가 열리는 주말 저녁마다 학교생활교육과 소속 직원들이 학생들 동향을 감시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의원은 “명백히 특정 정파에게 불리한 사안을 엄호하기 위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사찰을 진행한 것이기 때문에 문용린 교육감은 이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단순 생활지도?

이에 대해 문 교육감은 “나는 교육감으로서 유·초·중·고등학생들과 관련된 곳이면 언제나 간다”며 “필요하다면 생활지도 담당 장학관 보내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문 교육감은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었다. 또한 지난 2007년 17대 대선 당시에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경선 후보의 교육분야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울시 교육청 업무추진비 보니…
먹고 마시는데 ‘펑펑’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 취임 이후 9개월간 서울시 교육청이 업무추진비로 쓴 돈이 17억여원이었으며, 내부 지침을 위반하면서 집행한 돈도 2억8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원식 의원(민주당)이 서울시 교육청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분석한 결과 문 교육감이 취임한 지난해 12월20일 이후 9개월 간 사용한 업무추진비가 17억8700만원이었다. 이중 내부지침을 어기며 집행한 건수는 706건, 2억79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교육청은 세출예산 집행기준인 ‘세출예산 집행 시 신용카드 및 현금영수증 카드 사용관리요령’이라는 내부 지침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해당 지침은 ▲접대성 경비 집행은 증빙서류 기재 ▲접대성 경비가 건당 50만원 이상일 경우 참석자 소속/주소/성명 등을 담은 증빙서류 기재 ▲유흥업종, 위생업종, 사행업종, 레저업종 등에서 사용 금지 ▲업무와 관련없는 사적 사용 가능성 있는 특정물품 구매 제한 ▲공휴일 및 휴무일 심야시간 원거리지역 카드 사용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문용린 취임 이후 17억원 사용
내부지침 위반결제 3억원 달해

그러나 사유서를 제출해야 하는 50만원 이상 결제를 피하기 위해 건당 50만원 이하로 쪼개 결제한 사례가 186건(6900만원), 50만원 이상 지출 건임에도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사례가 104건(1억900만원)이었다. 자정 이후 심야시간과 휴일에 결제한 경우가 253건(5900만원), 주점 유흥업소 등에서 결제된 건수가 8건(100만원), 한 카드로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여러 곳에서 이중 결제된 건수도 155건(4100만원)에 이르렀다. 또 다과비로만 총 646건, 1억8000만원을 지출했다.

우 의원은 “서울시교육청은 먹고 마시는데 업무추진비를 펑펑 쓰고 있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부당하게 집행된 예산을 환수하고 관련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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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