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변형 농산물 유통 실태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0.28 13: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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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먹거리 맛있다고 ‘냠냠’

[일요시사=사회팀] ‘GMO’는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유전적 형질(DNA)을 인위적으로 변형시켜 생산한 생물체다. 시작은 기존 농산물의 생산 증대였지만,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완전히 검증되지 않아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국내 GMO(Genetically Modified Orgarnism, 유전자변형) 농산물 관리시스템이 엉터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제남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사료용 GMO 농산물은 농식품부가 관리하고 식품용 GMO 농산물은 식약처 소관업무로 이원화돼 농산물과 식품 관리시스템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금액 없고
회사정보 없고

김 의원은 수입검사과정에서 단순히 수입물량에 대해서만 전산관리가 돼 수입금액은 알 수 없고, 회사에 대한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공개되지 않아 소비자의 알권리도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농식품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살펴본 결과 “부처칸막이 등으로 GMO 농산물 및 식품관리시스템이 비효욜적이고 무책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사료용 GMO 농산물은 농식품부, 식품용 GMO 농산물은 식약처가 각각 관리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3년 7월 말까지 수입한 사료용 목화씨는 총 35만6098톤, 배합사료는 485톤, 사료용 콩(2011년)은 129톤에 달했다. 그러나 수입액 규모·업자는 공개되지 않았다.

특히 지난 2008년 이후 사료용 GMO 수입업자가 국내 운반, 가공 과정에서 도로변이나 가공공장 주변에 비의도적으로 환경방출된 옥수수, 면실유 등 낙곡이나 자생식물체가 발견돼 형사고발된 사례도 30개소에 달해 사후관리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 의원은 또 GMO 농산물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CJ제일제당, 대상, 삼양제넥스, 사조그룹 등 4대 기업이 생산·판매하는 전 제품에서 GMO 표시 제품이 전무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GMO 표시제도는 원재료 5순위 이내 제품, DNA 또는 외래 단백질이 남아있는 제품에만 GMO 표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기업은 이를 악용해 원재료 5순위 이내에 GMO가 포함되지 않게 사용하고 식용유나 간장 등 형태의 식품에 GMO를 사용해 표시제도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의 불안감과 먹을거리 위험환경을 해소하기 위해서 GMO 원재료를 기준으로 하는 GMO 완전표시제를 도입하고 GMO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약처, GMO
수입현황 비공개

많은 양의 GMO 가공식품이 수입·판매되고 있지만 이를 표시한 제품은 극히 일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가 시중 대형마트의 제품을 조사한 결과, GMO 표시는 미국업체가 만든 ‘치즈볼’과 ‘체스맨’ 등 9개 제품에서만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 수입된 완제품 등 가공된 형태의 GMO 가공식품은 총 25개 품목, 약 1만3000톤에 이른다.

경실련 관계자는 “지난 조사에서 GMO 농산물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3대 대기업(CJ제일제당, 대상, 사조그룹)이 생산·판매하는 1077개 전 제품 등에서 GMO 표시를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것과 비슷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소비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GMO 원재료를 기준으로 하는 완전표시제를 도입해 GMO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세계 GMO 농산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서 GMO 의무 표시제가 잇따라 도입돼 주목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고려대 임송수 교수의 ‘GMO 농산물 무역동향과 쟁점’에 따르면 6월 메인주와 코네티컷주가 GMO 농산물과 식품에 대한 의무적 표시제 도입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또 하와이와 버몬트주도 주의회에 법안이 상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지난해 11월 GMO 의무 표시제에 대한 찬반투표 결과 47대 53으로 부결됐는데, 이는 다국적 바이오 기업인 몬산토·듀폰·펩시코·다우·신젠타 등이 4500만달러를 들여 추진한 반대 캠페인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GMO 의무 표시제에 대한 입장이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올해 미 농무부(USDA)는 육류와 액상 달걀제품에 대해 GMO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미 농무부가 ‘GMO가 아님(non-GMO)’이란 표시를 승인한 최초의 사례이다.

민간부문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부 슈퍼마켓 체인이 2018년까지 GMO 표시제 시행을 선언했으며 미국의 주요 식품점들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는 GMO 연어를 취급하지 않기로 선언했다.

한편 그동안 미국은 아르헨티나·칠레·멕시코 등과 함께 ‘GMO 식품이 전통식품과 크게 다르거나 안전성에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표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료용은 농식품부 식품용은 식약처
소관업무 이원화 등 국내 관리 엉망

이는 GMO 식품의 단백질·탄수화물·지방·아미노산·섬유질·비타민 등의 요소가 일반 식품의 범위에 포함돼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반해 유럽연합(EU)을 비롯해 노르웨이·브라질 등 여러 국가와 이들 국가의 소비자단체들은 ‘소비자의 알권리 충족과 정확한 정보 제공’ 차원에서 GMO 표시제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농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내 GMO 표시제에 대한 정책 변화는 세계 60개국 이상에서 채택하는 정책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향후 미국의 GMO 표시제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완전표시제로
선택권 보장해야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GMO 식품은 우리 생활 속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대부분 안전하다며 사람이 섭취해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양심적인 과학자와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GMO 식품은 안전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먹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 현재 GMO식품에 대한 표시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소비자들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먹고 있다.

GMO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전자조작, 유전자변형, 유전자재조합, LMO(Living Modified Organism, 유전자 변형작물)로 사용되고 있다.


GMO는 한 종으로부터 유전자를 얻은 후에 이를 다른 종에 삽입하는 기술이다. 대표적으로 물고기 유전자를 토마토에 삽입하는 것이 있다. 특정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떼어내 다른 생명체에 집어넣는 것으로 원하는 형질이 발현될 가능성이 높고 시간이 적게 걸린다. 개발자들은 전통적인 교배 육종 보다는 유전자조작 기술을 이용해 불가능 했던 돌연변이를 인위적으로 양산할 수 있게 됐다.

자연적으로는 일어 날 수 없는 종들 사이에서 유전자가 바뀌어 새로운 종이 탄생한다. 부작용 발생의 가능성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현재의 과학수준에서는 안전하다는 주장 하에 세계적으로 GMO 승인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GMO 승인 건수가 세계 5위다. 국내에서는 7개 농산물(콩, 옥수수, 면화, 감자, 유채(카놀라), 알팔파, 사탕무)이 안전성 심사를 거쳐 승인돼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부터 소비자가 제품 구매 시 이를 알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GMO에 대한 정보를 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단 3% 미만 섞인 경우와 최종제품에서 유전자조작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 가공식품, 주요성분 상위 5가지 내에 GMO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우는 표시가 면제되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은 2008년 유전자조작 옥수수가 식용으로 수입되면서 여러 단체와 ‘유전자조작 옥수수 수입 반대 국민연대’를 결성, 유전자조작 옥수수 수입 반대 시위를 했다. 가공식품업체들에게 GMO Free선언을 요청하고 풀무원, 동원, 매일유업, 코카콜라, 동아오츠카 등 여러 기업으로부터 GMO Free와 NON-GMO사용을 약속받았다.


소시모의 이러한 적극적인 노력 하에 2008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유전자재조합식품의 표시기준’ 개정안 입안 예고를 하고 일부품목에 한정되었던 GMO 표시 대상을 모든 식품, 식품첨가물, 건강기능식품, 주류로 확대하고자 했다.

그러나 결국 식품업계의 반발이 심해 무산됐다. 때문에 현재까지도 시중에 판매되는 많은 식품(빵, 과자, 음료, 빙과, 스넥, 소스, 콩기름, 카놀라유, 옥수수차, 두유, 씨리얼)들이 GMO가 들어갔지만 GMO 표시를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소비자는 이를 모르는 채 GMO 식품을 먹고 있다. 이렇게 GMO가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알권리를 침해받고 있다.

2013년 다시 GMO 표시제의 개정이 논의되고 있지만 NON-GMO 원료가 없고 수입식품과의 역차별이 있다는 등 이유로 오락가락하고 있다.

생각보다 심각한
GMO의 위험성

미국 <네이처>에는 GMO 화분에 기인한 나비와 벌들의 집단 실종기사가 보도되고, 2004년 스위스에서는 GMO 옥수수를 급여한 젖소가 사망하는 실험 결과, 2005년 영국의 <인디펜던스>가 폭로한 미국 몬산토 GMO 식품을 먹인 쥐의 내장과 간의 혈액 질환 현상, 동년 11월 호주에서 쥐에 실험한 결과 유사한 폐질환 현상, 2006년 러시아 과학원의 과학자들이 갓 태어난 쥐새끼들에 실험 결과 평균 3주 만에 사망한 사실, 2007년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의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몬산토 GMO 옥수수를 인체에 실험했을 때 간, 신장 등에 독성이 검출됐다는 발표, 2008년 미국과 이태리의 과학자들이 GMO가 면역계통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의견을 재차 제출한 사건, 2009년 프랑스에서의 GMO가 간장과 신장에 끼치는 위해 보고, 2010년 러시아가 쥐들에게 식용 GMO 콩을 계속 급여했을 때 3대째는 절종한다는 불임연구 결과, 동년 2월 중국의 수많은 과학자들의 공동으로 GMO 위해성 선언, 2011년 러시아 과학자들이 재차로 GMO 식품이 여성의 자궁내막과 외연의 상관적인 질병발생율 상승 현상 발표, 2012년 프랑스 파리대학의 2년간 GMO 식품의 쥐 실험 결과 간의 부종, 내장 위축, 신체 부풀기, 암컷의 조기 사망, 암과 자폐증 유발, 제2대의 불임현상 등 다양한 증상을 종합 보고, 끝으로 2013년 7월 중국에서는 2004년 중국 질병본부와 몬산토사가 주재하여 90일간 시행한 실험 쥐들에 대한 급여 시험결과가 위조되고 왜곡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대내외에 심각한 충격을 일으켰다. 이렇듯 ‘도처에 유청산’이라고 GMO 식품의 위해성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과학적 검증 부실…안전성 논란 여전
대상·삼양제넥스·사조 등 GMO 수입
일부 제품만 표시…완전표시제 시급

우리나라는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GMO 재배 상용화를 허용하지 않아 원칙적으로 국내산 농작물 전부가 비유전자조작농산물이지만, 최근 전국 10여곳에서 GMO 작물이 자생적으로 자라고 있음이 발견되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국내 식량자급율이 22.6%인 우리나라가 허술한 검역 검사제도로 인하여 표시제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실제로는 무차별적으로 GMO 농산작물과 가공식품들이 도입되고 유통 소비되고 있어 그 정도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오레곤주의 GMO 밀이 국내에 수입되었음을 미 농무성으로부터 통보받고도 검출해내지 못하는 식약처와 농림수산식품부를 보면 알만한 현상이다.

그리고 박근혜정부가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한 “불량식품 근절” 대상에는 GMO 제품이 포함돼 있지 않다. 가공식품에 대한 표시제는 유명무실하다. 실제 우리나라 5000만 국민 소비자는 GMO 식품의 구매 소비에 관한한 실험용 쥐의 신세나 마찬가지여서 마구잡이로 GMO 식품을 섭취하고 있다. 10년 또는 20년 후 그리고 당대의 우리와 후대의 자손들이 불임현상 증대 등 앞서의 연구 실례와 같은 질병들에 시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유기농업계 일각에서는 유수한 생협단체라도 앞장서 우리나라 친환경유기농 식품에 대하여 “비유전자조작 식품 (Non-GMO)”이라고 자율적으로 표시를 하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줄기의 희망이라 할까 일부 깨어 있는 지도자를 가진 지방자치 단체에서 먼저 자율적으로 국산 농산식품을 ‘비GMO’라고 떳떳이 표시하는 운동 전개와 조례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안전한 먹을거리 문제를 두고 정부 및 정치권의 각성만 바라보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이광호 기자<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GMO’해외 반응은?
다른 나라들은 난리인데…

미국의 대표적인 농업기업 몬산토사가 유럽에서 유전자변형작물(GMO) 재배계획을 접었다. 몬산토사는 최근 유럽에서 진행중인 GMO 생산 승인과 관련된 모든 신청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기존 종자산업과 사료용 GMO의 유럽수출 등 현재의 사업에 집중키로 했다. 이 결정은 GMO에 대한 유럽인의 불신과 함께 유럽 회원국의 사용 금지 및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유전자조작 반대 연대시위 등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몬산토사의 대변인은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기회를 잃었다”며 아쉬움을 표시했지만, 환경단체인 ‘지구의 친구들’은 “GMO 식품을 원치 않는 소비자의 승리”라며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유럽선 유전자변형 농산물 혐오

하지만 이 결정은 GMO 규제가 미국과 EU의 통상 쟁점 중 하나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미국과 EU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로 하고 지난 7월 중순 협상을 개시했다. GMO는 미국과 EU의 이해가 충돌하는 분야다. GMO 분야에 앞선 미국은 EU가 GMO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EU는 양보하지 못한다며 맞서고 있다. 몬산토사의 유럽 매출 17억 달러 중 GMO가 기여하는 비율은 2% 미만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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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