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낭자 군단

‘11승 벽 넘을 수 있나’

올해 미 LPGA 소식을 접하다 보면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로 착각하게 되는 일이 잦다. 리더보드에 한국 낭자 군단의 이름이 자주 많이 오르기 때문인데 골프팬들은 그저 즐겁기만 하다. 더욱이 상반기에만 6승을 거두는 선전을 하는 우리 선수들이기에 올 한 해 동안 몇 승이나 기록할 수 있을지 자못 기대되는 게 사실이다.

현재 페이스 유지만 해도 충분, 긍정적 분위기
구옥희에서 지은희까지, 골프 대중화 전도사들
상반기 6승 쾌거, 하반기에도 선전 기대해
 ‘신바람’ 타고 승수 두 자리 뛰어넘을 수도


우리 한국 낭자들의 LPGA 투어 우승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스탠더드레지스터에서부터였다. 당시 구옥희의 사상 첫 LPGA 우승 소식은 많지 않았던 당시의 국내 골프팬들에게 자그마한 기쁨을 안겨줬다. 이어 1998년에는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감동 어린 장면을 연출하며 골프를 모르던 사람들에게 ‘골프’라는 스포츠를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신예들의 활약 속
팬들 즐거움 ‘만끽’

이때 박세리를 보며 꿈을 키운 아이들을 우리는 이제 ‘세리 키드’라 부른다. 현재는 기존 실력이 입증된 선임 선수들과 일명 ‘세리 키드’로 통하는 신예들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우리에게 들려오는 LPGA 소식은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올해는 지난 3월 신지애가 HSBC위민스챔피언스에서 우승을 거둔 이후부터 지은희의 US여자오픈까지 상반기에만 총 6승을 거뒀다. 그 때문에 지난 7월 말 상승세에 있는 우리 선수들을 보며 에비앙 마스터스에서도 1승을 추가해 80승을 채우고 4개 대회 연승까지 겸해서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각종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한국 선수들도 2000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에서만큼은 우승하지 못한 징크스를 깨는 데 실패했고 웨그먼스 LPGA 대회부터 US여자오픈까지 이어온 연속 우승도 3개 대회에서 마감해야 했다.
제5의 메이저대회라 불리는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2007년에는 장정(29·기업은행), 2008년에는 최나연(22·SK텔레콤)과 브라질 교포 안젤라 박(21·LG전자)이 연장전까지 갔지만 준우승에 머물렀다. 총상금 325만 달러가 걸렸던 특급대회가 끝나면서 시즌 상금 순위에도 변화가 생겼다.

미 LPGA 무대에서
한국 낭자군 파워 ‘강성’

이미나와 함께 공동 3위(13언더파 275타)가 된 크리스티 커(미국)가 124만8202달러를 쌓아 공동 20위(6언더파 282타)에 그친 신지애(21·미래에셋)를 2위(111만6607달러)로 밀어내고 상금 순위 1위로 올라섰다.
김인경은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100만 달러를 돌파하며 3위(103만6786달러) 자리를 지켰고 미야자토는 4위(92만1400달러)로 뛰어올랐다.

미 LPGA 무대에서 한국 낭자군의 파워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사상 최고의 결과를 낸 2006년 11승을 우리 선수들이 거둔 이후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긴 했으나 그것은 외견상의 문제일 뿐이었다. 미 LPGA 무대에서 활동하는 선수나 관계자들은 우승컵을 들지 못할 뿐 상금순위를 보자면 그리 낙담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들이었다.

그러던 것이 올 상반기에만 6승을 거두며 선전을 하자 욕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2006년도에 세운 역대 시즌 최다승의 기록을 제외하면 승수가 두 자리를 넘어가질 못했던 게 사실이지만 올해는 그 11승의 벽을 깰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 일류가 세계 일류’라는 말이 통용되는 게 여자프로골프 무대다. 이것을 몸소 실천해 보인 것이 신지애다. 신지애가 제2의 박세리가 되어 시즌 동안 홀로 5승, 아니 그 이상을 하지 말란 법은 없다(2001년과 2002년도에 박세리 혼자서만 5승씩을 기록했다).

사실 이런 장담에는 떠나간 ‘구 골프여제’의 자리를 메울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로레나 오초아가 주춤하는 것도 한몫한다. 태극낭자들의 전력 상향 평준화와 대항마의 부제라면 부질없는 욕심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한국 낭자군단에는 대체 무슨 특별한 점이 있기에 이런 선전을 보이는 걸까. 미 LPGA에서도 한국 낭자들이 그린을 강타하는 가운데 ‘한국이 골프에 강한 이유’를 분석하고 벤치마킹하기에 바쁘다.

한국 선수들이 강한 이유에 대해 박지은은 “연습장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늦게까지 남아 연습에 열중하는 선수는 대부분 한국인이다. 실제로 땅거미가 내려앉은 오후 늦게 연습장에서 클럽과 씨름하는 한국 선수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박지은은 한국 낭자들이 강한 이유를 근성과 성실함이라고 보는 것이다.

반면 골프로 최초의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박세리는 “한국 여자프로들의 선전은 부모들의 영향이 크다. 부모들은 항상 자식이 강해지길 원하고 언제나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지원하는 한국 부모들의 열정은 ‘성공 신화’의 또 다른 비결이라는 것이다.

미국, 한국 골퍼
벤치마킹 나서다!

박세리의 이런 생각에 동의하는 것일까. 올 초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왔던 한 아이의 부모는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아이들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부모들도 내 아이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한국 부모들의 뒷바라지 모습을 조금씩 따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체계적이고 과학화된 심리훈련기법 적용, 체력 트레이닝 강화, 경쟁자들과의 많은 시합 경험 등에 근성과 성실함, 심리적 뒷받침이 있었기에 오늘날 한국이 골프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LPGA 무대에서 한국 낭자군의 파워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내에서 적수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신지애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어느 정도 바람을 실어 한국 낭자들의 선전을 예상했던 바이지만 직접 겪어보자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사실 신지애의 힘을 빌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정도였을 뿐이다. 여기서 하나 간과했던 부분은 ‘신지애의 바람’을 타고 날아갈 수 있는 이들이 벌떼처럼 많다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신바람’과 여기에 힘을 얻은 ‘벌떼 작전’의 덕을 본 것이다.

올해 LPGA 투어에 참가하는 한국국적의 선수만 30명이 넘는다. 사실상 한국인이 미 LPGA 투어를 점령하다시피 한 것. 이쯤이면 리더보드에 한국 이름으로 도배되는 것이 그리 이상하지만은 않게 된다.
경우가 수가 커지면 우승확률이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이런 점들을 모두 고려한다 해도 한국 선수들의 시즌 6승과 올해 첫 메이저대회 우승의 감격은 그냥 넘겨버릴 일이 아니다. 지난 3월 신지애의 첫 승을 신호탄으로 오지영, 김인경, 이은정, 지은희 등이 우승 행렬을 이루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 낭자군이 현재까지 총 15개 정규대회 중 6개를 휩쓸었고 후반기 들어 벌어진 3개 대회는 모두 코리아호의 독차지라는 것이다. 시즌 4회 우승의 미국과도 격차를 벌렸다.
워낙 신예들이 선전하는 바람에 관심에서 조금쯤 멀어진 느낌이 들긴 하지만 박세리, 박지은, 한희원, 장정 등 기존 실력파들을 무시할 사람은 없다.

이들이 다시 한 번 힘을 내고 아직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지 않은 또 다른 ‘세리 키드’들이 가세한다면 ‘11승의 벽’이 아닌 그 이상의 두자릿수 승리를 바라봐도 좋을 것이다.
신·구 태극자매들의 합작에 지금과 같은 분위기를 유지하기만 한다면 LPGA 투어에 또 다른 이정표를 세울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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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