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낭자 군단

‘11승 벽 넘을 수 있나’

올해 미 LPGA 소식을 접하다 보면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로 착각하게 되는 일이 잦다. 리더보드에 한국 낭자 군단의 이름이 자주 많이 오르기 때문인데 골프팬들은 그저 즐겁기만 하다. 더욱이 상반기에만 6승을 거두는 선전을 하는 우리 선수들이기에 올 한 해 동안 몇 승이나 기록할 수 있을지 자못 기대되는 게 사실이다.

현재 페이스 유지만 해도 충분, 긍정적 분위기
구옥희에서 지은희까지, 골프 대중화 전도사들
상반기 6승 쾌거, 하반기에도 선전 기대해
 ‘신바람’ 타고 승수 두 자리 뛰어넘을 수도


우리 한국 낭자들의 LPGA 투어 우승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스탠더드레지스터에서부터였다. 당시 구옥희의 사상 첫 LPGA 우승 소식은 많지 않았던 당시의 국내 골프팬들에게 자그마한 기쁨을 안겨줬다. 이어 1998년에는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감동 어린 장면을 연출하며 골프를 모르던 사람들에게 ‘골프’라는 스포츠를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신예들의 활약 속
팬들 즐거움 ‘만끽’

이때 박세리를 보며 꿈을 키운 아이들을 우리는 이제 ‘세리 키드’라 부른다. 현재는 기존 실력이 입증된 선임 선수들과 일명 ‘세리 키드’로 통하는 신예들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우리에게 들려오는 LPGA 소식은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올해는 지난 3월 신지애가 HSBC위민스챔피언스에서 우승을 거둔 이후부터 지은희의 US여자오픈까지 상반기에만 총 6승을 거뒀다. 그 때문에 지난 7월 말 상승세에 있는 우리 선수들을 보며 에비앙 마스터스에서도 1승을 추가해 80승을 채우고 4개 대회 연승까지 겸해서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각종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한국 선수들도 2000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에서만큼은 우승하지 못한 징크스를 깨는 데 실패했고 웨그먼스 LPGA 대회부터 US여자오픈까지 이어온 연속 우승도 3개 대회에서 마감해야 했다.
제5의 메이저대회라 불리는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2007년에는 장정(29·기업은행), 2008년에는 최나연(22·SK텔레콤)과 브라질 교포 안젤라 박(21·LG전자)이 연장전까지 갔지만 준우승에 머물렀다. 총상금 325만 달러가 걸렸던 특급대회가 끝나면서 시즌 상금 순위에도 변화가 생겼다.

미 LPGA 무대에서
한국 낭자군 파워 ‘강성’

이미나와 함께 공동 3위(13언더파 275타)가 된 크리스티 커(미국)가 124만8202달러를 쌓아 공동 20위(6언더파 282타)에 그친 신지애(21·미래에셋)를 2위(111만6607달러)로 밀어내고 상금 순위 1위로 올라섰다.
김인경은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100만 달러를 돌파하며 3위(103만6786달러) 자리를 지켰고 미야자토는 4위(92만1400달러)로 뛰어올랐다.

미 LPGA 무대에서 한국 낭자군의 파워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사상 최고의 결과를 낸 2006년 11승을 우리 선수들이 거둔 이후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긴 했으나 그것은 외견상의 문제일 뿐이었다. 미 LPGA 무대에서 활동하는 선수나 관계자들은 우승컵을 들지 못할 뿐 상금순위를 보자면 그리 낙담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들이었다.

그러던 것이 올 상반기에만 6승을 거두며 선전을 하자 욕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2006년도에 세운 역대 시즌 최다승의 기록을 제외하면 승수가 두 자리를 넘어가질 못했던 게 사실이지만 올해는 그 11승의 벽을 깰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 일류가 세계 일류’라는 말이 통용되는 게 여자프로골프 무대다. 이것을 몸소 실천해 보인 것이 신지애다. 신지애가 제2의 박세리가 되어 시즌 동안 홀로 5승, 아니 그 이상을 하지 말란 법은 없다(2001년과 2002년도에 박세리 혼자서만 5승씩을 기록했다).

사실 이런 장담에는 떠나간 ‘구 골프여제’의 자리를 메울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로레나 오초아가 주춤하는 것도 한몫한다. 태극낭자들의 전력 상향 평준화와 대항마의 부제라면 부질없는 욕심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한국 낭자군단에는 대체 무슨 특별한 점이 있기에 이런 선전을 보이는 걸까. 미 LPGA에서도 한국 낭자들이 그린을 강타하는 가운데 ‘한국이 골프에 강한 이유’를 분석하고 벤치마킹하기에 바쁘다.

한국 선수들이 강한 이유에 대해 박지은은 “연습장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늦게까지 남아 연습에 열중하는 선수는 대부분 한국인이다. 실제로 땅거미가 내려앉은 오후 늦게 연습장에서 클럽과 씨름하는 한국 선수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박지은은 한국 낭자들이 강한 이유를 근성과 성실함이라고 보는 것이다.

반면 골프로 최초의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박세리는 “한국 여자프로들의 선전은 부모들의 영향이 크다. 부모들은 항상 자식이 강해지길 원하고 언제나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지원하는 한국 부모들의 열정은 ‘성공 신화’의 또 다른 비결이라는 것이다.

미국, 한국 골퍼
벤치마킹 나서다!

박세리의 이런 생각에 동의하는 것일까. 올 초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왔던 한 아이의 부모는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아이들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부모들도 내 아이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한국 부모들의 뒷바라지 모습을 조금씩 따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체계적이고 과학화된 심리훈련기법 적용, 체력 트레이닝 강화, 경쟁자들과의 많은 시합 경험 등에 근성과 성실함, 심리적 뒷받침이 있었기에 오늘날 한국이 골프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LPGA 무대에서 한국 낭자군의 파워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내에서 적수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신지애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어느 정도 바람을 실어 한국 낭자들의 선전을 예상했던 바이지만 직접 겪어보자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사실 신지애의 힘을 빌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정도였을 뿐이다. 여기서 하나 간과했던 부분은 ‘신지애의 바람’을 타고 날아갈 수 있는 이들이 벌떼처럼 많다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신바람’과 여기에 힘을 얻은 ‘벌떼 작전’의 덕을 본 것이다.

올해 LPGA 투어에 참가하는 한국국적의 선수만 30명이 넘는다. 사실상 한국인이 미 LPGA 투어를 점령하다시피 한 것. 이쯤이면 리더보드에 한국 이름으로 도배되는 것이 그리 이상하지만은 않게 된다.
경우가 수가 커지면 우승확률이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이런 점들을 모두 고려한다 해도 한국 선수들의 시즌 6승과 올해 첫 메이저대회 우승의 감격은 그냥 넘겨버릴 일이 아니다. 지난 3월 신지애의 첫 승을 신호탄으로 오지영, 김인경, 이은정, 지은희 등이 우승 행렬을 이루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 낭자군이 현재까지 총 15개 정규대회 중 6개를 휩쓸었고 후반기 들어 벌어진 3개 대회는 모두 코리아호의 독차지라는 것이다. 시즌 4회 우승의 미국과도 격차를 벌렸다.
워낙 신예들이 선전하는 바람에 관심에서 조금쯤 멀어진 느낌이 들긴 하지만 박세리, 박지은, 한희원, 장정 등 기존 실력파들을 무시할 사람은 없다.

이들이 다시 한 번 힘을 내고 아직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지 않은 또 다른 ‘세리 키드’들이 가세한다면 ‘11승의 벽’이 아닌 그 이상의 두자릿수 승리를 바라봐도 좋을 것이다.
신·구 태극자매들의 합작에 지금과 같은 분위기를 유지하기만 한다면 LPGA 투어에 또 다른 이정표를 세울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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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