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좌지우지’ 동양 막후 실세들 대해부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0.22 11: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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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 많아 배가 산으로 갔다

[일요시사=경제1팀] 대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인물들이 있다. 이른바 숨은 막후 실세들. SK그룹의 김원홍이 그랬듯 이번에 무너진 동양그룹 역시 그룹을 좌지우지했다는 핵심 이름들이 거론되고 있다. 결국 동양사태는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간 꼴’이라는 분석이다. 그 폐해는 그룹이 해체 위기에 몰리면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5만 여명의 금융소비자에 대해 2조원의 피해를 일으킨 동양 사태. 그룹이 법정관리에 이르기까지의 전말이 숨은 실세들의 부상으로 점점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사건의 초점은 한때 재계순위 5위까지 올랐던 동양그룹이 왜 역사 뒤안길로 사라졌는지, 동양 사태를 야기한 책임은 누구한테 있는가에 맞춰져 있다.

그룹 쥐고 흔든
이혜경 부회장

우선적으로 ‘동양 사태’는 사위 경영의 한계와 한때 재계에서 ‘내조의 여왕’으로 통했던 이혜경 부회장의 ‘오판’이 원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 부회장은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의 장녀이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부인이다.

그는 동생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과 달리 30여년간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고, 자녀들의 교육과 가정살림에만 전념했다. 대신 검사 출신에 스마트했던 현 회장이 1983년 동양시멘트 대표로 부임한 후 줄곧 그룹 경영의 전반을 담당했다.

순탄하던 이들의 관계는 지분관계가 뒤바뀌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1990년대까지는 현 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지만, 지주회사인 ㈜동양의 지분율은 이 부회장과 창업주의 부인인 이남희 서남재단 이사장이 더 높았다.

사위 경영인 역할만 해오던 현 회장이 2000년대 들어 금융 계열사를 인수하기 시작했고, 이 부회장을 제치고 1대 주주에 올라서면서부터 내부 불만이 쌓였다는 것이다.

현 회장의 영향력은 커졌지만 동양그룹 내부 상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됐다. 더 이상 이를 지켜볼 수만은 없었던 이 부회장은 2008년 경영일선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이화여대에서 생활 미술학을 전공한 경력을 살려 ‘디자인 경영’을 선언, 최고디자인경영자(CDO)로 나섰다. 그룹 내 디자인 업무를 시작으로 계열사의 디자인 관련 업무 역시 모두 이 부회장의 손을 거쳐나갔다.

이 부회장은 특히 2008년 건립된 강원 삼척시 파인밸리, 안성시 웨스트파인 골프장 등의 클럽하우스와 2009년 동양종합금융증권 골드센터 디자인을 직접 도안하는 등 디자인 경영에 상당한 애착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엔 ‘내가 아버지의 회사를 구해야 한다’는 포석이 깔려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후 동양그룹 내에서는 이 부회장의 비선 조직까지 생겨났다. 동양그룹 내 숨은 실세로 지목된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도 이때 등장하게 된다.

동양 접수한
‘김철 라인’

1975년생으로 올해 39세에 불과한 김 대표는 2008년 이 부회장과 인연을 맺고, 동양그룹 기획실 산하 유통 부문 본부장(임원)급으로 영입되면서 영향력을 점차 확대했다.

그의 이력이나 경력에 대해선 그룹 내부에서도 거의 알려진 게 없다. 경상남도 출신으로 한국종합예술학교를 중퇴한 뒤 인테리어와 유통업 등에 종사하다 새롬기술의 후신인 솔본의 자회사 솔본미디어 대표를 지낸 것 정도만 알려져 있다.

동양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 부회장이 심혈을 기울인 골프장과 증권 지점 디자인 과정에서 조언자 역할을 하며 신임을 얻었다고 한다. 이후 이 부회장의 후광과 비호를 통해 초고속 승진을 하면서 그룹 전반의 사업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2010년 5월 설립된 MRO(소모성자재공급업체) 회사 미러스 대표를 시작으로 2011년 동양시스템즈와 합병한 동양네트웍스 출범과 함께 대표를 맡으며 그룹 내 실세로 급부상 했다.

그룹 내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확보한 김 대표는 곧바로 인사권을 장악해 나갔다. 지난해 부터 소위 ‘김철 라인’으로 불리는 인물들을 핵심 계열사 대표로 앉히기 시작했다. 대표적 인물로는 이상화 동양시멘트 대표와 김정득 전 ㈜동양 건재부문 대표이사가 꼽힌다.

부인 이혜경 절대적 영향력 행사…인사도 장악
김철·이상화·김정득·오세경 두고 세력 확장

이 대표는 김 대표가 MRO 계열사인 미러스 대표로 있을 때 사업총괄본부장으로 일했다. 이 인연으로 지난 해 3월 동양시멘트 상무보(영업본부장)에 오른 지 불과 7개월 만인 같은 해 10월 동양시멘트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등 초고속 승진 인사의 주인공이 됐다.

또 다른 인물인 김 전 대표는 강릉고를 졸업하고 경남기업 이사와 금진생명과학 대표를 역임했다. 그는 김 대표가 세운 미러스에 2011년 2월 금진생명과학 주식 42만주(70%)와 경영권을 54억8500만원에 넘겼다.

이 거래를 계기로 김 대표와 가까워졌고 동양그룹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김 전 대표는 지난해 4월 ㈜동양 건설부문 겸 동양시멘트이엔씨 대표까지 오르며 그룹 내 실세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난 2월 동양생명과학 잔여 보유지분을 동양네트웍스에 매각한 뒤 돌연 회사를 떠났다. 동양그룹 내에선 소위 ‘김철 라인’ 내의 다툼에서 밀려 갑작스레 사임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MB라인 출신
‘숨은 실세’

‘이 부회장-김 대표’가 주축인 비선 라인으로 분류되는 또 다른 핵심 인사는 감사권을 행사했던 오세경 전무다. 오 전무는 동양 네트웍스 법정관리 사태가 불거진 직후 김 대표가 있는 동양네트웍스로 소속을 옮겼다.

업계에 따르면 동양그룹은 오 전무가 지난해 입사한 시기를 기점으로 기존 법무조직을 법무와 감사를 통합해 담당하는 클린경영팀으로 재편했다. 클린경영팀은 오 전무가 담당했으며 여타 그룹사의 일반적인 법무조직과 달리 그룹 계열사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감찰할 수 있는 독특한 위상을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무는 본래 검사 출신으로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연루됐던 BBK 사건 때 이 전 대통령을 돕는 등 측근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오 전무는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부터 인연을 쌓아왔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이 청계천 개발 비리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자 이를 대비하기 위해 만든 ‘서울시 특명감사반’에 오 전무가 합류하면서 부터다.

오 전무는 이후 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나서자 BBK, 다스 비리 의혹 등을 방어하는 역할을 담당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법무행정분과위 전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는 MB 라인으로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부산 동래구에 출마하기도 했으나 낙선하면서 공직에서 멀어졌다.

오 전무는 동양 건재부문 대표였던 김 전 대표와 개인적인 연을 바탕으로 동양에 입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 전무가 ‘김철-이상화-김정득’ 등과 함께 김철 라인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 전무는 또 ㈜동양과 동양인터내셔널ㆍ동양레저 외에 동양시멘트ㆍ동양네트웍스 등 그룹 법정관리 현황을 마지막까지 알고 있었던 인물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사외이사·감사
산은출신 포진

오 전무 외에도 동양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와 감사, 비상근 상무이사 등이 동양 사태의 숨은 실세로 꼽힌다. 그 자리에 정계와 재계, 법조계 유력 인사가 대거 포진해 그룹 부실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공시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주식회사 동양과 동양시멘트, 동양증권 등 동양그룹 계열사 9곳에서 41명의 정권 측근 인사와 금융당국 관계자, 법조계 출신 인사가 발견됐다.

최연희 전 한나라당 의원이 동양파워 대표이사를 지냈고,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역임한 조동성씨와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동양증권의 사외이사였다. 홍두표 동양시멘트 고문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의 선대위 직능총괄본부 협력단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홍기택 현 KDB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동양증권의 사외이사를 지냈고, 김윤태 산업은행 부행장은 동양시멘트의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 차관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낸 한부환 변호사가 (주)동양의 감사위원으로 등재됐다.

“비선라인이 주도하다 피해 키웠다”
로비용? 보험용? 외부 방패세력도

강 의원은 “2011년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감독원이 동양증권을 검사했을 때 예금보험공사가 동양증권의 투자자 소송 가능성 등을 보고서에 포함했으나 금감원 최종보고서에는 관심촉구 수준으로 완화됐다”며 “당시 동양증권 상근감사가 금감원 출신권정국 감사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듯 영입된 인사들이 동양그룹의 거수기로 전락하거나 로비의 통로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들의 화려한 이력이 동양그룹 사태 예방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56년 역사의 동양그룹 몰락 원인을 놓고 아직 설왕설래가 여전하지만 동양이 무너진 이유 중 하나가 숨은 실세들에 있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진실로 보인다. 특수 관계로 묶여 있는 이들이 대기업 오너의 경영판단에 대한 문제제기, 경영실패에 대한 감시·감독·견제 등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 사외이사들은 동양그룹의 계열사 간 자금거래의 핵심고리였던 동양 파이낸셜 대부를 동양증권 100% 자회사로 두는 결정에 찬성표를 던지는 등 ‘동양사태’를 불러 온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 회장 뿐만 아니라 이 부회장 역시 그룹 붕괴의 중대한 책임을 갖고 있다”라며 “(이 부회장의 추천으로 동양에 들어온) 김 대표를 시작으로 그 라인 인물들이 줄줄이 주목받는 이유도 사실상 이 부회장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의 내편들로 채워진 사외이사들 역시 지금의 동양 사태와 무관하다 볼 수 없다”며 “또 다른 동양을 막기 위한 여러 대비책 중 하나로 유명무실해진 사외이사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실세 의혹’김철이 지목한 실세는?
“보이지 않는 손 따로 있다”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가 ‘동양그룹 숨은 실세설’에 대해 해명했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동양네트웍스 홈페이지를 안내문을 통해 “오해는 갈수록 증폭되고 의혹으로 번지고 있어 저는 어떠한 발언도 결정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 했다”며 “오늘은 사기꾼이 되고 있다. 미러스를 창업하고 부터 지금까지 함께 달려온 임직원들보기가 너무 부끄러워 의문에 관해 상세히 해명드리고자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우선 자신의 동양그룹 입사 과정과 그룹의 실세설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동양그룹에 오게 된 계기는 이혜경 부회장이 디자인경영에 관한 포괄적인 계획안을 원해 실무와 이론이 적절히 융합돼 있다는 평가와 함께 전문가 추천을 받았다”며 “이는 일종의 컨설팅 의뢰로 당시에는 유학준비로 인해 입사를 거부했지만 수 개월 후 자연스럽게 회사에 조인했으며 대표를 맡은 건 2010년 스스로 미러스를 설립하면서부터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이미 그룹은 재무구조가 악화될 대로 악화돼 있었으며 그룹 전, 현직 기득 세력의 압력과 반대를 무릅쓰고 강남구청에 가서 자본금 1억원의 법인을 설립하며 스스로 대표이사가 됐고 초고속 승진이 아니라 단 한 번도 승진을 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 “내가 대표로 있는 동양네트웍스의 주식조차 한 주 갖지 못했다”며 “비자금에 관해서도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 또 이번 동양그룹의 CP 문제를 주도한 것은 자신이 아닌 ‘제3의 실세’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CP발행의 당사자인 동양레저, 동양인터네셔날, 동양의 대표들은 그 분들이 취임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회사가 수천억의 CP 문제를 안고 있었다”며 “실제로 CP를 발행하는 업무는 해본 적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P를 판매한 직원들 역시 회사의 고수익상품을 고객들에게 최선을 다해 판매했을 것”이라며 “이모든 정책을 만들고 운영한 분들이 아마 보이지 않는 손이거나 구조조정의 실세들일 것”이라며 지적했다.

김 대표는 끝으로 “동양네트웍스 임직원들은 현재까지 단한명의 이탈도 없이 숨 죽인채 협력업체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가며 버티고 있다”며 “참 직원들보기 부끄럽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하나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나는 법정관리인 선임여부와 상관없이 당분간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며 “나로 인해 불편을 겪으시는 모든 분들과 투자자, 협력사 그리고 동양네트웍스 임직원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죄 드린다”고 말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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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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