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드러난 공기업 성추문 백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0.22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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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 강제로 만지고 쪽쪽 ‘변태 간부들’

[일요시사=경제1팀] 국정감사에 매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메뉴’가 있다. 바로 공공기관 간부들의 성추문이다. 성희롱부터 성추행, 성매매, 불륜 등 사건 메뉴도 각양각색. 이번에도 공직자들의 추잡한 사건이 국감장을 장식하고 있다.




공기업 간부부터 군인, 경찰에 이르기까지. 공직사회 전반에 망신살이 뻗치고 있다. 그동안 조용히 묻혀있던 성추문 사건이 다시 회자되고 있기 때문.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사건들은 ‘성범죄’란 타이틀을 달고 2013년 국정감사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20여차례 성희롱
신체접촉 추태

국내 대표적인 수출진흥 공기업인 코트라(KOTRA)의 한 고위 간부가 수차례에 걸쳐 여직원과 여성인턴 직원을 성희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새누리당 이헌재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들의 인사 관련 자료를 점검한 결과 , 지난해 8월 워싱턴 무역관장으로 부임한 A씨가 불과 10개월간 여직원들을 20여차례 성희롱 하다 지난 7월 강등 조치 된 것이 밝혀졌다.

A씨는 여직원들에게 “옷 벗고 노래하라는 것도 아닌데 왜 빼냐”, “너같이 젊은 애들이 나랑 안 놀아 주니까 룸싸롱에서 젊은 애들한테 돈 주고 노는 것 아니냐”와 같은 발언을 서슴없이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성희롱적인 발언뿐만 아니라 여직원의 허리가 예쁘다며 자신의 허리와 맞대거나, 의도적으로 팔, 손, 골반 등을 부딪치며 걷고, 여직원의 어깨 뒤에서 가슴 쪽으로 손을 내려 서류를 넘기는 등 신체적 접촉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는 코트라 뿐만이 아니다. 이 의원이 제출받은 ‘산업통상자원부 및 산하 공공기관 성범죄 현황’에 따르면 2008년부터 현재까지 산업부 6건, 한국전력 7건 등 총 32건의 직원 성범죄 및 성매매가 발생했다.

강원랜드도 갖가지 성추문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여성들을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한 간부들이 연이어 적발된 것이다.

고위인사 성추행·희롱 국감 도마
성폭행·불륜 사건도 툭하면 터져

지난 2월 고객지원팀 간부는 취업을 미끼로 계절직 여직원에게 회식을 하자며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하려다 미수에 그쳤고, 또 다른 간부는 계절직 여직원에게 직원 채용을 대가로 키스와 성 접대를 요구하는 문자를 상습적으로 보내다 적발됐다.

부하 여직원의 거부에도 회식 중 수차례에 몸을 밀착하고 귀가를 함께 하자며 택시에서 주요부위를 더듬는 등 성희롱을 일삼던 간부가 적발되기도 했다.

취업미끼로 접근
민원인과 불륜도


한전 직원들의 성범죄와 기강해이 실태 역시 심각했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이 제출받은 한국전력공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여름. 한전 대전본부 직원 B씨는 건물 1층 여자화장실에 침입해 일반 여성을 성폭행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한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해 5월에는 인천본부에서 간부로 일하던 C씨는 회식 후에 20대 초반의 인턴사원을 집에 데려다 준다고 하고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하려다 구속 기소됐다. 이 직원은 퇴직을 4개월 앞두고 있었다.

올해 7월, 민원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충북본부 직원 D씨는 여성이 헤어지자고 통보하자 불륜 내용이 담긴 소포를 여성의 가족에게 발송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여성을 협박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들도 갖가지 성폭력 문제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 8월에는 3급 직원이 부하 여직원을 스토킹하다 정직 처분을 받았고, 12월에는 3급 직원이 부하 여직원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일삼다 적발됐다.

또 공단 직원이 민원인의 배우자와 불륜 관계를 맺었는가 하면, 지난 4월에는 3급 직원이 직속 부하직원을 강제성추행 하다 정직처분을 받았다.  

2011년 ‘상하이스캔들’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외교부에서의 성추행·성추문사건도 여전했다. 외교부가 국회 외교통일위 민주당 유인태 의원에게 제출한 ‘외무공무원에 대한 감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해 4월 자체 감사를 통해 아시아 지역 공관에 근무하는 중견 간부급 직원 E(강등 처분)씨가 공관 사무실에서 부하 여직원의 신체를 접촉, 성추행한 사건을 적발했다.

‘저질막말’코트라부터  
‘추문랜드’강원랜드까지

E씨는 다른 공관에 근무했을 때도 비슷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으며 공관장이 성추행 사건을 무마하려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자 여직원이 반발해 사표를 내려고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동남아 지역의 한 공관에 근무하는 직원 F씨는 민원인으로 공관을 찾아온 여성과 소파에서 이야기하다 이 여성을 포옹하는 등의 성추행을 했다가 지난해 5월 감사에서 적발됐다.

지난해 말에는 기혼인 외교부 중견 간부와 미혼인 여직원간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투서가 들어와 자체 감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 직원은 강등 처분됐다가 소청 심사를 거치면서 정직 3개월로 징계수위가 조정됐다.

이밖에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간부 직원이 현지 여직원과 춤을 추다 신체 일부를 손으로 만지는 등의 이유로 징계를 받았고, 주재관으로 근무하던 한 직원도 공관 여직원을 포옹하는 등의 행위를 해 원래 부처로 복귀 조치되는 사건도 있었다.

현직 경찰·군인까지
성추행 망신살


현직 간부급 경찰과 군인도 성추행 사건에 휘말려 곤혹을 치르고 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총경급 간부가 인권보호담당관 재임 당시 성추행을 했다는 피해자의 증언을 확보했다며 해당 간부에 대한 감찰을 요구하고 나섰다.

진 의원에 따르면 총경 G씨는 경찰청 인권보호담당관이던 지난해 8월29일 제1회 경찰인권영화제가 끝난 뒤 당시 인권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대학생·직원들과 식사와 술을 겸한 ‘뒤풀이’를 가졌다.

G씨를 포함한 일행은 식사를 마친 뒤 2차로 나이트클럽에 갔고, 만취 상태였던 G씨는 ‘블루스 타임’이 되자 한 여직원을 억지로 끌어안고 춤을 췄다. 또 G씨는 춤을 추면서 강제로 입맞춤을 시도했고, 여직원이 거절 의사를 밝히고 얼굴을 손으로 가리자 상의 안에 손을 넣어 가슴을 만졌다고 진 의원은 전했다. 

G씨는 사건 2∼3개월 후 다른 보직으로 발령을 받았다. 진 의원은 “피해 여성이 사건 이후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이런 사실을 말했지만 경찰의 공식적인 대응은 없었다”고 지적하며 “사건 당사자에 대한 감찰이 필요하고, 감찰 결과 피해자의 증언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당사자에 대한 엄격한 징계 및 고소고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G씨는 해명서를 통해 “나이트클럽에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춘 것은 사실이나 억지, 강요한 사실은 없으며 이후 이의 제기나 항의를 받은 사실도 없다”며 “억지로 성추행을 했다는 당사자와 대질조사를 원한다”고 해명했다.

한전·건보공단…‘상하이스캔들’외교부도 여전
공직자 도덕해이 심각…솜방망이 처벌에 비판론


지난 8일에는 지하철역에서 술에 취한 채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현역 대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지하철역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국방부 소속 공군대령 H씨를 체포해 국방부 헌병대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H씨는 지난 8일 오후 11시40분께 서울 중구 신당역에서 술에 취해 귀가하던 중 지하철을 기다리던 30대 여성의 다리를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H씨는 여성이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자 승강장 계단으로 도망쳤고, 뒤를 쫓던 여성과 현장을 지켜본 목격자에게 붙들려 약 5분 뒤 출동한 경찰에 넘겨졌다. H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리를 만진 것은 아니며 잠시 스친 것일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렴치한에
관대한 기관?

이렇게 공직사회 전반에 성추문이 만연해 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한 예로 강원랜드에서는 지난 4년간 상습적으로 계절직 여직원을 성희롱한 직원 4명이 적발됐지만 징계는 정직 6개월에 72시간의 사회봉사명령에 그쳤다.

한전 역시 미성년자와의 성매매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직원에 대해 가장 낮은 수준의 ‘견책’, 성폭행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직원에는 ‘정직 6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리는데 그쳤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09년과 2011년 반복적으로 사우나 등에서 동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소속 공무원에 대해 피해자인 14세 미성년자의 처벌불원의사표시로 불기소처분 됐다며 ‘주의’, ‘경고’ 조치만 하는 등 6건 모두에 대해 법적 징계 처분을 하지 않았다.

교육부라고 다르지 않았다.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뇌물을 받은 교사들이 버젓이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 2011년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전남의 공립중 교사는 정직 1개월 후 교단에 복귀했다. 지하철에서 몰래 여성을 촬영해 성추행한 서울의 초등학교 교사는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성매매가 적발된 대구의 초등학교 교사도 감봉 1개월의 경징계를 받았다. 아동 음란물을 제작·배포한 경남의 중학교 교사는 견책이라는 가장 낮은 징계를 받았다.

이는 공공기관 내부에서도 솜방망이 처벌이 성범죄의 악습을 끊지 못하는 원인이라는 자성이 나올 정도로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국감에서 이 같은 문제를 꼬집은 새누리당 이헌재 의원은 “산업부 및 소속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위험 수준에 이르렀지만, 온정적인 처벌 관행으로 직장내 성희롱 등 기강 문란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엄정한 처벌 규정 마련 및 적용, 내부 공익신고자 보호 등을 통해 기강을 바로 세워, 한수원 비리 이후 계속 확산되고 있는 산업부 및 산하 기관들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박완주 의원도 공공기관의 철저한 직무 감찰을 주문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감사 내용을 보면 이들이 과연 공공기관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철저한 직무감찰을 통해 비리 직원을 솎아내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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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