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쉽게 돈버는 ‘꿀알바’ 열전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0.21 11:3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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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보다 낫다…상상초월 ‘베짱이 돈벌이’

[일요시사=사회팀] 월급 받는 거지, 일명 ‘민속촌 거지 알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편하게 누워 쉬면서 관광객들에게 팁까지 받는 거지 공채에 엄청난 지원자가 몰렸다. 덩달아 비교적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각양각색의 ‘꿀알바’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민속촌은 지난 10일 ‘개꿀알바 소개’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민속촌 페이스북 관리자는 “매년 날이 좋을 때마다 민속촌에서는 아무도 하고 싶어하지는 않지만 한번 하면 짜르기 전까지는 절대로 그만두지 않는 마약 같은 알바가 있다. 바로 거지알바”라고 설명했다.

민속촌 ‘거지모집’
알바 지원자 폭주

민속촌 측이 밝힌 거지 알바생의 대우는 다른 알바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반면 근무 방식은 ‘거지 맘대로’다. 거지 알바의 최대 장점은 언제 어디서든 졸리면 땅바닥에 누워서 자고, 배고프면 관광객에게 접근해 구걸하고, 날이 더우면 그늘에서 노래를 부르는 등 말 그대로 ‘거지’다.

거지로 구걸해서 생긴 수익은 전액 알바생의 몫이다. 일종의 ‘팁’인 셈이다. 손님과 싸워도 ‘거지 콘셉트’로 별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다.

민속촌 페이스북 관리자는 “심지어 한 거지 알바는 자기 앞에 바가지를 놓고 잠시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보니 바가지에 세계 각국의 화폐와 먹다 남은 꼬치, 과자, 음료수가 가득했다”면서 “지금은 네 번째 거지가 채용된 상태다. 민속촌 거지를 보더라도 근무자일 뿐이니 놀라지 말라. 돈 안 줘도 사진 찍어주니 부담 갖지 말라”는 글을 남겼다.


이와 함께 올라온 사진 속에는 각각 네 가지 유형의 거지들이 민속촌에서 맹활약하고 있었다. 이들은 유창한 외국어와 적극성으로 2012년 구걸왕으로 등극한 ‘글로벌 거지’, 항상 허리가 아프다며 구걸은 안하고 하루 종일 비스듬히 누워 있는 ‘구걸 안하는 거지’, 돈이든 먹는 거든 쓰레기든 가리지 않고 다 구걸해내며 회식비까지 벌어오는 ‘상거지’, 그냥 앉아만 있어 아직 뭐하는 거지인 줄 모르는 거지 1주차 ‘뭐하는 거지’ 등 설명이 달려 있었다.

이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거지 알바’ 채용과 관련해 민속촌에 문의메일을 보냈다. 이에 지난 11일, 민속촌 페이스북에는 또 다른 글이 게시됐다.

이 글을 통해 민속촌 측은 “거지 알바 포스팅 이후 민속촌 유선전화, 메시지창, 쪽지함 등으로 ‘거지가 되고 싶다’는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면서 “일단 올해 거지 채용은 끝났으니 내년을 기약해달라”고 밝혔다. 내년에는 거지 5기를 공채로 모집한다.

아울러 “거지만 뽑는 게 아니라 기생, 광대, 무사, 노비, 사또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있으니 ‘2014년 웰컴투조선’이나 ‘제3회 사극드라마축제’ 행사 알바 공고가 나면 지원해달라”고 덧붙였다.

알바를 넘어…
하나의 일터로

거지알바 외에도 다양한 꿀알바가 존재한다. 알바를 넘어 하나의 ‘일터’로 자리 잡은 경우도 있다.

국내의 1인 미디어 시대를 선두하고 있는 실시간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의 주 콘텐츠는 게임방송이다. 무료로 시청할 수 있지만 해당방송BJ(broadcasting jockey)가 마음에 들면 ‘별풍선’을 선물할 수 있다. 이 별풍선을 선물한 시청자는 해당 BJ의 팬클럽 회원이 되어 팬클럽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을 갖게 된다. BJ들은 이러한 애청자들의 별풍선을 받아 현금으로 환전한다. BJ들에게 1인 방송은 고수익 알바다.


아프리카TV의 인기BJ ‘대도서관’은 tvN <강용석의 고소한19>에 출연해 자신의 수입을 공개했다. 그는 아프리카TV 방송 중 실시간으로 받는 별풍선이 주 100만원과 유투브 동영상으로 월 1300만원을 받는다. 금액은 조회수에 따라 유동적이다.

민속촌 거지알바 화제 ‘쉬면서 팁까지’
별풍선 받아 현금 환전 BJ들 억대 연봉

대도서관은 총 20분 정도 분량의 동영상 600~700개가 유투브에 올려져있다고 밝혔다. 한국 유투브 전체 조회수로 따지면 39위 정도다. 대도서관은 주로 자신의 게임을 중계하며 별풍선을 받는다.

그는 방송에서 “게임을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재밌게 하는 능력인데 이건 어떻게 보면 사회적으로 무의미한 능력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영상을 찍어서 어딘가에 올렸을 때 사람들이 즐겁게 봐준다”며 “애청자가 20만 명”이라고 밝혔다. 대도서관의 채널을 즐겨찾기 해놓은 사람의 숫자다. 동영상 조회수는 8000만에 이른다. 엄청난 수준이다.

보통 일일평균 접속자는 평균 6000∼4만명 정도. 웬만한 케이블 방송보다 나은 수준이다. 접속자 대부분은 집에서 시청하는 사람들이다. 대도서관은 1인 방송 전에 직장생활을 했지만 유투브 수입이 높아지면서 일을 그만뒀다고 전했다. “40대까지 할 수 있겠느냐”는 강용석의 질문에 그는 “60까지는 거뜬하다”며 “개인방송이나 유투브는 나이가 상관없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또 “가장 좋은 점은 잘릴 염려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BJ들은 웹캠으로 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한다. 인터넷 개인 방송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건 게임 방송이다. 주로 게임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별풍선 하나당 100원이다. 스타BJ는 70원을 받고 일반 BJ는 65원을 받는다. 나머지는 아프리카TV 나우콤의 몫이다.

tvN <화성인 X파일>에서는 하루살이 얼짱 알바녀가 소개된 바 있다. 매일 알바로 생활하는 A씨의 사연은 매우 놀라웠다. 그녀는 “예전에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달라지는 게 없었다”며 “내일은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까 다양한 알바를 통해 살아가고 싶다”고 하루살이 인생을 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알바 인생이 불안하지 않느냐는 제작진의 물음에 “청춘일 때 즐기고 싶다”며 “남들은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하는데, 저한테 티끌은 그냥 티끌이다”고 말했다.

방송에서 A씨의 일과는 오전 5시부터 시작됐다. 새벽에 일어나 모닝콜 알바를 하는 것이었다. 모닝콜 알바는 한 달에 3만∼5만원. 그녀는 “여러 명의 고객에게 동시다발로 하니 쏠쏠하다”고 밝혔다. A씨는 주 수입원인 피팅모델 외에도 그날그날 필요한 금액만큼의 알바를 찾아나섰다.

A씨는 수영장에서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주는 크리머 알바를 시작으로, 타조 농장에서 사육사 보조로 일한 다음, 혼자 점심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점심친구 대행 알바도 했다. 마지막으로 미술학원에서 누드모델 알바도 했다. 그러나 그녀의 통장 잔고에는 단 10원도 찍혀있지 않았다. 말 그대로 하루살이였던 것이다.

기막힌 알바들…
이렇게 많이줘?

대학생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꾸준히 인기를 타고 있는 알바가 있다. 그 유명한 생물학적동등성실험(이하 생동성 시험)이다. 생동성 시험은 멀쩡한 신체에 불필요한 약을 투여하는 것인 만큼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 되지만, 단기간에 고수익을 벌 수 있어 대학생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식약처는 한번 시험에 참가한 대학생은 3개월 내에는 참가할 수 없는 규정을 만들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과거에는 무분별하게 생동성 시험에 참여하는 대학생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식약처에서도 생동성 시험이 취업난, 등록금과 같은 사회적 문제와 연계돼 인식되고 있는 만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면서 “최대한 안전한 환경에서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동성 실험 외에도 각종 워터파크의 시설, 음식, 숙박시설 등을 충분히 이용한 뒤 불편한 점이나 개선사항을 직접 적어서 제출하는 알바, 강아지 마담뚜, 동화 읽어주기 등 다양한 꿀알바가 존재한다.


또 한 인터넷 역할대행 사이트에는 ‘시급 아내’라는 황당한 제목의 글들이 속속 올라와 있었다. 주 내용은 떨어져 있는 아내를 대신해 모든 일을 해준다는 것들이었다. 시급아내를 부르는 비용은 시간당 2만∼3만원. 하지만 ‘애인 대행’ 감시 강화에 수법을 바꾼 변종 성매매를 유도하는 글이었다. 게시글에는 ‘아내 역할이면 잠자리도 가능한가요?’ ‘장기계약도 가능한가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게시자는 ‘시간당 비용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답글을 올렸다.

애인대행 사이트의 성매매 문제가 불거진 이후 경찰 등의 감시·감독이 강화되면서 주춤하던 변종 성매매는 최근 남편, 아내 역할 대행 등의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약물 마루타 실험에 지원자 몰려
‘시급 아내’‘애인 대행’도 활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역할대행 사이트 등 인터넷 상에 성매매 정보를 게시해 심의위로부터 삭제 또는 이용해지, 접속차단 등 시정요구 조치를 받는 건수가 올들어 급격히 늘고 있다. 2008년 심의위가 애인대행 사이트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분류한 이후 시정요구 조치는 2009년 1881건에서 2010년 5020건, 2011년 6065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이들 사이트에 대한 관리 감독이 강화되면서 5655건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올들어 지난달까지 8631건이 적발되는 등 또다시 급격히 증가했다.

역할 대행이라는 이름만 내건 변종 성매매가 인터넷 상에서 판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된 40∼50여개 역할대행 사이트 중 일부는 애인대행에서부터 술친구, 이색대행, 성인데이트, 고민상담, 과외선생대행, 여행파트너, 개인대행, 친구대행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대행서비스를 알리고 있었다. 대부분 글에는 ‘돈이면 뭐든 가능’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고, 성매매를 암시하는 내용도 있었다.

알바도 양극화?
일자리 소외현상


대표적인 알바 전문 포털사이트인 ‘알바몬’의 조사에 따르면 대졸 미취업자의 78.9%가 알바를 통해 생계를 유지한다. 이들 가운데 71.5%는 “미취업 상태가 수개월 이상 계속될 경우 알바로 취업을 대신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프리터족처럼 한국형 프리터들이 늘고 있다고 하지만 결코 낭만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다. 알바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1000원도 되지 않는 수수료를 받는 ‘가난한 알바’가 있는 반면 소비자 품평회 알바 등은 시간당 보수가 2만5000원이 넘어 ‘귀족알바’로 불린다.

앞서 설명했지만 최근 주목되는 현상은 부모, 친구, 애인 역할을 대신 하는 ‘인간관계형’ 도우미의 증가다.
한 전문가는 “역할 도우미와 같은 알바의 등장은 인간관계와 감정의 상품화를 반영한 것”이라며 “가족과 이를 보완할 만한 공동체가 모두 기능을 급속하게 상실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NASA 이색알바
누워만 있어도 500만원

지난 16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항공우주국(NASA)이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아르바이트를 모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NASA 누워있기 알바는 미국 휴스턴에 있는 존슨우주센터에서 근무하게 되며, 주 업무는 바로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는 것이다. 하루에 8시간 잠을 자면 월 5000달러(약 540만원)를 준다는 것. 이에 ‘꿀알바’라는 명칭이 붙으며 눈길을 끌고 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일명 ‘누워있기’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 존슨우주센터에서 2주간 생활하게 되며, 과학자들이 먼저 이들의 일상생활 등을 관찰한 뒤 본격적인 실험에 돌입하게 된다.

하루종일 TV 보고 게임
신체 변화 연구 목적

이후 아르바이트생들은 특수 침대에서 총 70일 동안 누워만 있으면 되는데, 누워서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는 등 여가 시간을 즐길 수 있으며 심지어 침대에서 샤워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아르바이트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리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원자는 발이 머리보다 조금 높게 위치한 침대에 누워서 하루 중 16시간은 빛이 있는 환경에서, 8시간은 어둠 속에서 지내야 한다. 특히 연구진들이 뼈, 근육, 혈액순환, 면역 체계 등의 변화를 측정할 때만 몸을 움직일 수 있어 꽤나 힘든 생활을 보내야만 한다. NASA가 이 같은 아르바이트를 모집하는 이유는 장기간의 우주여행이 우주인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한 것.

NASA 측은 “극미 중력(microgravity)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실험자를 모집하게 됐다”며 “70일간의 실험기간이 지나면 14일간의 재활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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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딸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에 최종 합격했다. 외교부가 오직 심 총장의 딸을 위해 전형까지 엎었다는 게 골자다. 외교부는 특혜가 아니라던 입장을 뒤집고, 심 총장 지녀 채용을 보류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사안처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며 맹공을 펼치고 나섰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심모씨는 ‘아빠 찬스’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과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에 합격할 수 없었다.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입시 비리 혐의를 받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사안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심씨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아빠 찬스? 수상한 합격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서 심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9월 심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서 언급됐었다. 당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심 총장의 장녀가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는데, 심 후보자가 이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후보자 장녀가 최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며 “후보자 자녀는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장녀가)서울대 국제대학원 1학년 때 박철희 교수에게 수업을 받았다”며 “박 교수는 현직 주일대사고, 후보자 본인 장녀가 입사할 당시 국립외교원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나카소네 야스히로상 수상자”라며 “제1회(수상자) 박철희 주일대사고, 윤석열정부서 ‘중요한 건 일본 마음’이라고 말한 김태효 차장이 제5회 장려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심 총장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그러면 채용 서류를 내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전부터 채용서류 전체를 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의원실서 계속 요구하지만 후보자 동의가 없어서 (외교원이) 내질 않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외교부의 지난 1월 1차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공고에는 ‘경제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가 응시 자격이었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차 공고는 갑자기 심씨가 전공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됐다. 외교부는 응시 가능 대상을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변경 전에 응시했던 이들은 2차 공고 때는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공정채용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채용공고를 변경할 때는 채용 관련 심의기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인사기획관실과 서면 협의만 거쳤다. 심의기구를 통한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채용 공고를 변경한 셈이다. 채용 경력을 두고도 외교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거세다. 채용 공고에는 해당 분야 실무 경력 2년 이상이 응시 자격이었다. 그러나 심씨의 경력은 국립외교원 연구원 8개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보조원 22개월, UN 경제사회국 인턴 6개월로 실제 경력은 8개월에 불과했다. 경력 1년도 안 되는데 스펙 과대 포장해 지원 외교부 전형까지 뒤집어…기존 면접자는 탈락 외교부는 학창 시절의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외교부 산하 기관서 2022년과 2023년에 낸 채용공고엔 인턴이나, 교육생, 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행정조교 등은 경력서 제외한다고 적시돼있다. 심씨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산하 EU센터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했다고 실무 경력에 적었다. 하지만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연례보고서에는 심씨가 연구 보조원이 아닌 EU센터 ‘석사 연구생’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심씨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진상조사단을 출범했다. 조사단에는 한 의원을 포함해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홍기원·이재강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기표·박희승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이용우 의원,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이정문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의원,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백승아 의원 등 총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심 총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1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면접까지 통과해 현재 신원 조사 절차만 남겨둔 심씨의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은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보됐다. 공익감사는 감사 대상 기관이 자체 감사기구서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검찰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해 왔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감사원을 동원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심 총장 자녀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심 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비리 의혹 및 서민금융 대출 논란, 심 총장 아들의 장학금 수령 특혜 의혹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외교원 연구원 채용 공고상 자격 요건에 ‘해당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자 중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험자’라고 돼있지만 심 총장 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급 바뀐 채용공고 심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총장의 자녀는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청년들과 같이 본인의 노력으로 채용 절차에 임했다. 국회에 자료 제출을 위한 외교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도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씨 특혜 채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은)윤석열정권 출범 직후 2022년 7월 정도에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로 들어갔다가 2024년 1월에 외교부로 복귀해 5월 말,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를 없애고 새롭게 신설한 외교전략정보본부 외교정보기획국장으로 보직받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외교부 연구직 채용 1차 공고 당시 직접 면접에 참여한 박 국장은 지원자 A씨를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하지만 A씨는 한국서 나고 자라 학위까지 받은 인물로 언어능력을 문제 삼을 만한 근거는 부족했다. A씨의 탈락 이후 외교부는 2차 공고를 내며 채용 자격을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다. 이때 국제협력 분야를 전공한 심씨가 합격하게 된 것이다. 한 의원은 박 국장의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심씨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채용 실무가 인사기획관실이 아닌 외교정보기획국 산하 외교정보1과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아무래도 용산에 파견 나가 있으면 조금 더 넓게 여러 부처와 관련된 사람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과정서 어떤 방식이든지 어떤 접점이 이뤄지지 않았겠냐라고 하는 것은 있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조금 더 깊이 파봐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먹잇감 심 총장과 갈등을 빚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심씨의 사건은 좋은 먹잇감이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심 총장과 조태열 장관을 직권남용,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수사3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해 고발당한 심 총장 사건도 수사 중이다. 사세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수장인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을 뇌물성 채용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감사원이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익감사 청구는 6개월 이내 결과를 내놔야 하되 기한은 자체 판단으로 늘릴 수 있는데, 그전에 감사에 착수할지 여부부터 감사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사 청구를 각하하는 이유는 통상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공수처 수사가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감사원이 거부할 수 없는 국회 요구 감사의 경우에도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사실상 각하’했던 최근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국회가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 2인 구조 등 감사를 두고, 같은 사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위법성 여부를 감사원이 결론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매듭지은 보고서를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심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입시 비리 논란을 일으켰던 조 전 장관 부부가 받았던 수사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검찰의 이중적 잣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조 전 장관이 받았던 검찰 수사를 보면 입시 비리 혐의만으로도 압수수색 등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같은 혐의를 받는 심 총장 딸의 경우 멀쩡하게 살고 있다는 걸 국민 눈높이서 봤을 때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며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민은 집유 “강도 높게 수사해야” 용산 파견 키맨 박장호 국장 뒷배? 여당인 국민의힘도 조용하다. 지난달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을 두고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넘어 제2의 조국 사태”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수처가 심 총장과 심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발 사건이 이어지면서 수사 지연은 불가피하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 임명을 대통령실에 제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9월에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3명의 검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창진 수사2부장의 면직을 재가하면서도 신규 검사 임명은 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뒤를 이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찰청 등 부처 인사는 진행하면서도 공수처 검사는 임명하지 않았다. 신규 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고질적인 공수처 인력난도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이지만 현재 검사 인원은 휴직자 1명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규 검사 7명을 임명해도 정원보다 4명이 부족하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과부하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수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비위 의혹 수사 등 기존 수사에 인력이 집중돼있어 타 수사를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는 토로도 상당하다. 수사? 미지수 공수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배당받은 사건을 전부 들여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하루빨리 검사 임명을 해줘야 타 사건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박에 반박 나선 외교부 외교부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장을 재반박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외교부는 “관점에 따라 제도 운영 과정서 미흡했던 부분이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특정 인물에 대한 특혜로 연결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를 대상으로 채용 공고한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에 석사 취득 예정 상태였던 심씨가 채용된 것에 대해 심씨만 특별히 배려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학위 취득 예정서를 공식 증명서로 증빙하면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했던 사례가 2021~2025년까지 총 8건 더 있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올 초 외교부 정책조사 연구원 채용 과정서 이미 최종 면접까지 마친 응시자가 불합격 처리되고, 심씨를 위한 ‘맞춤형’으로 응시 자격을 바꿔 재공고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1차 공고를 냈을 때 응시 인원이 6명에 불과했고, 그 중 유일하게 경제 관련 석사학위를 소지한 응시자 1명에 대해 외부 인사 2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면접위원회가 최종 면접을 했으나 채용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1차 채용 공고문에 ‘응시자 중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사전에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2차 공고에선 응시 가능 대상을 넓히기 위해 자격 요건을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고, 그 결과 19명의 지원자가 응시해 심씨를 포함한 5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처럼 1차 공고 후 적격자가 없어 전공·자격증 분야 등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해 재공고한 사례는 타 부처는 물론 외교부 내에서도 과거 전례가 있다면서 “(심씨가)유일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앞서 외교부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응모한 사람이 적더라도 (같은) 채용 공고 사이트를 보면 재공고를 해서라도 기한을 연장해 해당 분야 사람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심씨가 또 다른 응시 요건인 ‘실무 경력 2년 이상’을 충족했는지도 논란이 큰 쟁점이다. 외교부는 심씨의 실무 경력을 국립외교원 경력 8개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보조원, 유엔 산하 기구 인턴 등을 포함해 총 35개월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인턴, 조교 등은 통상 실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험과 경력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