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재벌그룹 사외이사 대해부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0.15 15: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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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처럼 갱신” 정권 바뀌면 흑기사도 물갈이

[일요시사=경제1팀] 검찰이나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등 권력기관 출신 실세들. 그들이 ‘슈퍼갑’의 품에 뛰어드는 통로로 활용되는 것이 지금의 ‘사외이사 제도’다. 주요 그룹마다 거의 예외 없이 관료 출신 인사들을 사외이사라는 이름으로 갖고 있다. 재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이들은 퇴직 후 기업으로 돌아가 일종의 방패막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30대 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 10명 중 4명은 검찰, 세무,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관료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위 그룹으로 내려갈수록, 내수 비중이 높을수록 관료 출신 사외이사의 비중이 두드러졌다.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 스코어(대표 박주근)가 최근 국내 30대 그룹 185개 상장계열사의 사외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총 609명의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은 240명으로 전체의 39.4%에 달했다.

학계(196명 32.2%)와 재계(128명 21.0%), 법무법인 등 민간 법조(17명 2.8%), 언론(17명 2.8%), 회계(6명, 1.0%) 등 다른 분야를 압도했다. 관료 출신 중에서도 검찰·법원 등 법조계, 국세청·관세청 등 세무, 공정거래위원회·감사원 등 소위 4대 권력기관 출신이 총 153명으로 64%에 달해 주류를 이뤘다. 특히 법조 출신은 87명으로 전체 관료 출신의 36.3%를 차지했다.

퇴직 관료들의 ‘양로원’

역대정권 거물급 즐비


그룹별로는 SK와 삼성, 동국제강이 8명씩으로 가장 많은 법조관료를 사외이사로 두고 있었으며 두산(7명)과 현대자동차(6명), 롯데(6명), CJ(6명)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KT와 동부, 포스코, STX, 대림, S-오일, 대우조선해양 등 7개 그룹은 법조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한 명도 두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법조관료 출신 사외이사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동국제강과 대우건설로 전체 사외이사 16명과 4명 가운데 절반을 차지했다. 이어 15명 중 4명을 법조관료 출신으로 임명한 OCI가 26.7%로 3위, 25%를 기록한 두산이 4위였다.

뒤이어 최근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CJ 외에 영풍, 효성, 롯데, 현대중공업이 20%가 넘는 비중을 기록했다. 재벌그룹들이 영입한 법조관료 출신 인사 가운데는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등 최고위 인사들이 즐비했고 이들 대부분이 현재 김앤장이나 율촌 등 초대형 로펌에 소속돼 있었다.

30대 기업 10명 중 4명 권력기관 관료 출신
이름만 대면 아는…퇴직 후 방패막이 역할

고려아연 사외이사인 송정호 청계재단 이사장은 52대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로 이 전 대통령이 청계재단을 세울 때 중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CJ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김성호 재단법인 행복세상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낸 뒤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정원장직을 수행했다. 김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양건 감사원장 사퇴 후 유력한 감사원장 후보로 꼽히고 있다.

GS의 이귀남 전 장관은 61대 법무부 장관 출신으로 2011년 8월 퇴임 후 오리온그룹의 고문으로 영입돼 한 차례 논란을 겪은 이력이 있다. 장관 시절 고위공무원의 기업행을 막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했으면서 정작 본인은 개정법 시행 직전 퇴임해 오리온행을 택했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 외에 법무부 차관 출신도 4명이나 재벌그룹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특히 예스코의 사외이사인 한부환 전 차관 외에 3명은 모두 2개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었다.

김상희 전 차관은 효성과 LG전자, 문성우 전 차관은 GS와 한화생명보험, 정진호 전 차관은 한화와 호텔신라 사외이사를 겸임중이다. 특히 정진호 전 차관과 문성우 전 차관은 나란히 50대, 51대 차관을 지낸 후 한화행을 택해 눈길을 끌었다.

검찰총장 출신 사외이사도 4명이 있었다. 두산엔진의 정구영 전 검찰총장, 금호산업의 김도언 전 총장, CJ오쇼핑의 김종빈 전 총장 그리고 삼성전자와 두산의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송광수 전 총장이다.

이외에도 전두환 정부시절 3대 중수부장을 지내며 역대 최장기간 재직 기록을 세웠던 한영석 전 민정수석이 SK C&C 사외이사를 맡고 있으며,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낸 신현수 변호사가 HMC투자증권 사외이사로 있다.

재무위기 극복 
‘도우미 이사들’

한 전 수석은 현직 시절 정부발주공사비리사건, 65만 달러 외화밀반출사건 등을 처리했고 이후 법무부차관과 민정수석, 법제처장을 거쳐 현재는 법무법인 우일에서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신 변호사는 대검찰청 마약과장 출신으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지냈고 현재 김앤장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재벌그룹들이 이처럼 법조관료 출신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많이 영입하는 것은 이들의 인맥과 영향력을 활용해 바람막이로 삼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그룹 총수가 구속되며 법난을 겪고 있는 SK, CJ, 한화 등은 총수 구속을 전후해 유력 법조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임명하며 ‘구속 대비’ 인사가 아니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법조계에 이어 세무 출신이 38명(15.8%)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국세청 출신 사외이사는 33명으로 집계됐다. 국세청 출신 사외이사가 가장 많이 포진한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글로비스가 석호영 전 서울지방국세청 국장을 사외이사로 두고 있으며 기아자동차가 홍현국 전 국세청 감사관, 현대비앤지스틸이 박외희 전 서울지방국세청 부이사관, 현대모비스가 박찬욱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또 현대위아에는 이병대 전 부산지방국세청장, 현대자동차에는 강일형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현대제철)에는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현대건설에는 이승재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이 사외이사로 포진해 있다.

이 가운데 현대제철의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과 현대건설 이승재 전 중부지방 국세청장은 각각 이마트와 SK씨솔믹스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삼성·SK·동국제강 법조인들로 빼곡
현대차·롯데·CJ는 국세청·공정위
신세계 가장 화려 영풍·동부도 막강

롯데그룹은 박차석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롯데제과, 서현수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이 롯데케미칼, 정병춘 전 국세청 차장이 롯데하이마트에서 각각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박차석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은 CJ CGV의 사외이사도 겸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에 손영래 전 국세청장, 신세계인터내셔날에 김재천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이마트에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CJ그룹은 김재천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CJ오쇼핑, 박차석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CJ CGV, 김갑순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CJ제일제당에 사외이사로 있다. 김재천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과 CJ오쇼핑에서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SK그룹은 SK씨솔믹스에 이승재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SK텔레콤에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각각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세무 출신 다음으로는 공정위 출신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별로 현대차그룹이 공정위 출신 사외이사를 7명 보유해 가장 많았으며 롯데그룹이 3명, 동부그룹이 2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SK와 현대중공업, CJ, 신세계 등 12개 그룹이 공정위 출신 사외이사를 1명씩 두고 있었다. 공정위 출신 사외이사 24명 가운데 3명은 공정거래위원장 출신이며, 부위원장 출신도 3명이었다.

이들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은 11∼30대 하위 그룹으로 갈수록 더 높아졌다. 10대 그룹 332명의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은 107명으로 32.2%에 불과했으나, 11∼30대 그룹의 관료 출신 사외이사는 277명 중 133명으로 40.1%에 달했다.

또 포스코, LS 등 중화학 수출 주력 기업보다 롯데, CJ, 신세계 등 내수업종에서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를 더 선호했다. 신세계, 롯데, CJ는 30대 그룹 중 전체 사외이사 대비 관료 출신 비중이 높은 1, 5, 6위에 각각 올라 있다.

그룹 규모가 작을수록, 규제가 많은 내수산업일수록 힘 있는 ‘방패’ 사외이사를 선호하는 셈이다. 그룹별로는 신세계의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가장 높았다.

신세계 그룹 7개 상장계열사에서 활동하고 있는 17명의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은 총 15명으로 무려 88.2%를 차지했다. 나머지 2명은 재계 출신이었다. 관료 출신 15명 중에서도 세무(5명), 감사원(4명), 법조(2명), 공정위(1명) 등 소위 4대 권력기관 출신이 총 12명(80%)을 차지해 가장 두터운 ‘방패’를 자랑했다.

2위는 영풍그룹으로 13명중 11명(84.6%)이 관료 출신이었고, 동부그룹이 19명 중 12명(63.2%) 동국제강그룹이 16명 중 10명(62.5%)으로 각각 3, 4위를 차지했다. 5위와 6위는 내수 산업이 주력인 롯데와 CJ가 이름을 올렸다.


유통·식품기업 

‘방패이사’선호

10대 그룹 내 유일하게 관료 출신 비중이 60%를 넘는 롯데의 경우 총 29명의 사외이사 중 무려 18명(62.1%)이 관료 출신이었다. 역시 법조 출신이 6명으로 가장 많았고, 세무 5명, 공정위 3명 등의 순이었다. 김태현 전 법무연수원장, 조근호 전 법무연수원장, 정병춘 전 국세청 차장, 강대형 전 공정위 부위원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재현 그룹 회장이 구속된 CJ는 총 26명의 사외이사 중 16명이 관료 출신으로 61.5%를 기록했다. 검찰·법원 등 법조 출신이 6명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해 ‘법난’을 반영했다. 김성호 전 법무부장관, 김종빈 전 검찰총장, 김갑순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어 두산(53.6%), 현대자동차(51.2%), 효성(50.0%) 등도 관료 출신 비중이 50%를 넘었다.

총 59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는 삼성그룹은 관료 출신이 15명으로 25.4%에 불과했다. 이중 법조 8명, 세무 1명에 불과했고, 공정위는 아예 없었다. 삼성 사외이사 중 가장 많은 비중은 학계 출신 35명으로 59.3%를 차지했다.

30대 그룹 중 사외이사가 가장 많은 곳은 재계 3위 SK로 무려 62명에 달했다. 삼성보다 3명, 현대차보다는 무려 19명이나 많았다.

반대로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에쓰오일 등 단일 기업을 제외하고 사외이사가 가장 적은 그룹은 대림으로 7명에 불과했다. 이어 현대중공업 10명, 현대 12명, 영풍 13명, 효성 14명 등이었다.

사외이사 중 2개 기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겸직자는 총 38명이었다.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삼성전자와 두산 사외이사로 겹치기 출연하고, 윤세리 전 부산지검 검사는 SK하이닉스반도체와 두산인프라코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진호 전 법무부차관도 한화와 호텔신라, 노영보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현대중공업과 LG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상희 전 법무부 차관은 LG전자와 효성, 주종남 서울대교수는 LG전자와 두산엔진, 한민구 서울대 교수는 삼성전기와 효성에 적을 두고 있다. 이들은 사외이사 활동만으로 연간 1억2000만∼1억8000만원의 수입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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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