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재계 44위(공기업 제외)인 교보생명그룹은 12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내부거래 금액이 많은 회사는 '교보리얼코'와 '교보정보통신' 'KCA손해사정' '교보데이터센터' '제일안전서비스' 등이다. 이들 회사는 관계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밀고 당기고
1979년 설립된 교보리얼코는 빌딩 등 각종 시설물 유지관리 서비스업체다. 도배, 장식 등 리모델링 사업도 한다. 주로 교보생명 등의 계열사 사옥 관리를 하다 보니 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 교보리얼코는 관계사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매출의 60% 이상을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수백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교보리얼코는 지난해 매출 821억원 가운데 500억원(61%)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교보생명보험(445억원)과 교보증권(20억원), 교보문고(15억원) 등이다. 2011년에도 교보생명보험(415억원), 교보증권(18억원), 교보문고(9억원) 등 계열사들은 매출 768억원 중 456억원(59%)에 달하는 일감을 교보리얼코에 퍼줬다.
그전엔 더 심했다. 교보리얼코가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대비 비중은 ▲2005년 92%(매출 621억원-내부거래 572억원) ▲2006년 81%(639억원-520억원) ▲2007년 75%(701억원-528억원) ▲2008년 72%(761억원-550억원) ▲2009년 65%(843억원-547억원) ▲2010년 66%(928억원-614억원)로 나타났다.
1971년 설립된 교보정보통신은 컴퓨터시스템 통합 자문 및 구축 서비스업체다. 이 회사도 다른 대기업들의 SI 계열과 같이 내부거래율이 높다. 교보정보통신의 지난해 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은 54%. 매출 409억원에서 교보생명보험(146억원), 교보문고(22억원), 교보증권(21억원), 교보리얼코(15억원), KCA손해사정(12억원) 등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221억원에 이른다.
교보정보통신의 내부거래율은 ▲2005년 86%(253억원-217억원) ▲2006년 60%(258억원-156억원) ▲2007년 80%(298억원-238억원) ▲2008년 46%(327억원-152억원) ▲2009년 48%(328억원-159억원) ▲2010년 49%(341억원-167억원) ▲2011년 51%(349억원-179억원)로 조사됐다.
계열사 12개 중 5개에 밀어주기 발주
매출 60∼90% 의존…수백억원씩 거래
KCA손해사정과 교보데이터센터, 제일안전서비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2년 설립된 KCA손해사정은 보험계약 심사, 보험사고 조사 등 보험 및 연금 서비스업체다. 지난해 매출 266억원 중 244억원을 교보생명보험에서 채워 내부거래율이 92%로 집계됐다.
2008년 설립된 교보데이터센터는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체다. 이 회사 역시 계열사 전산센터 관리가 주된 업무다. 그렇다보니 지난해 매출 38억원에서 교보생명보험과 거래한 금액이 22억원(58%)에 달했다.
2000년 설립된 제일안전서비스는 경비, 안내, 주차 등 인력 공급업체다. 전국 지점 사옥에 들어가는 인력을 전담하고 있다. 지난해 77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계열사 매출이 76억원(99%)이나 됐다.
다만 이들 5개사는 오너 일가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다. 교보리얼코(100%)와 교보정보통신(89.83%), KCA손해사정(100%), 교보데이터센터(100%)는 교보생명보험 자회사다. 제일안전서비스(100%)는 교보리얼코 자회사다. 교보생명보험은 신창재 회장이 지분 33.78%를 소유한 최대주주. 신 회장의 사촌동생 신인재 필링크 사장(2.53%)과 신 회장의 누나 신영애(1.41%)·신경애(1.71%)씨도 지분을 보유 중이다.
고 신용호 창업주의 장남 신 회장은 산부인과 의사 출신이다. 1978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이후 1987년부터 1995년까지 20년 가까이 서울대 의대 교수로 지냈다. 1996년 부회장으로 교보생명 경영에 참여, 2000년 회장직에 오른 뒤 지금까지 그룹을 이끌고 있다. 신 회장은 슬하에 2남(중하·중현)을 두고 있는데, 아직까지 지분이 없고 경영수업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부인 고 정혜원씨는 2010년 향년 54세로 별세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현재 직계(2남2녀) 중 신 회장만 유일하게 '지휘봉'을 들고 있다. 남동생 신문재씨는 문구, 액세서리, 음반, 팬시용품 등을 판매하는 교보핫트랙스를 운영하다 2005년 교보문고에 사업권을 넘겼다. 교보생명보험 지분도 모두 처분하고 그룹 경영에서 빠졌다.
오너 지분은 없어
이후 자금을 마련해 독자 사업을 추진, 지난해 디자이너이미지(서적·문구 도소매)란 회사를 차렸다. 교보문고의 경쟁업종에 진출한 것. 신씨는 공정위에 친인척 계열분리를 신청해 승인받았다. 신 회장과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감 받는' 5개사 기부는?
교보생명그룹 계열사들의 일감을 받고 있는 5개사는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교보리얼코는 지난해 70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이는 매출(821억원) 대비 0.009%에 불과한 금액이다. 지난해 매출 409억원을 기록한 교보정보통신은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KCA손해사정, 교보데이터센터, 제일안전서비스는 공시하지 않아 기부금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