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파이시티 후폭풍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0.08 09: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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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을 고금리로…알면서? 모르고?

[일요시사=경제1팀] 비리로 얼룩진 파이시티 사업이 또 다시 대규모 금융피해 사건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파이시티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우리은행은 ‘하나UBS클래스원특별자사산신탁제3호 C2’로 불리는 펀드에 투자하는 특정금전신탁상품을 일반 고객들을 상대로 약 1900억원 판매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은행의 고객기만 정황이 불거졌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와 ‘우리은행-파이시티 특정금전신탁상품 피해자모임’은 지난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은행 특정금전신탁상품 불완전판매 문제를 고발한 뒤 금융감독원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이학영·정호준 민주당 의원도 이 문제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기할 예정이다.

20억 뇌물 받더니…

파이시티 사업은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 터에 복합유통센터를 짓는 사업비 2조4000억원의 대규모 사업으로, 지난 2004년 추진됐지만 인허가가 지연되며 자금난을 겪다 결국 2011년 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지난해에는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가 사업 진행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최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에 수억 원대 로비 자금을 전달한 것이 드러나 MB 정부 권력형 비리로 비화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 간부도 20억 원의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됐다.

하나UBS운용은 지난 2007년 7∼8월 파이시티 개발 사업에 투자하는 PF펀드 ‘하나UBS클래스원특별자산투자신탁 제3호’를 만들어 우리은행, 동양증권 등을 통해 판매했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투자한 개인투자자는 1500여 명으로, 투자 규모는 1900억 원대에 이른다. 특정금전신탁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예탁 받아 특정 주식이나 기업어음, 회사채 등을 매입해 일정한 기간 후 이익을 지급하는 금융상품으로, 고수익·고위험 상품에 속한다.

우리은행은 당시 시중 금리보다 2∼3% 높은 연 8% 배당률을 앞세워 적금 만기, 퇴직금 등으로 여윳돈이 있는 중장년층을 겨냥해 신탁상품 홍보에 나섰다. 투자자들은 각 지점 부지점장이나 평소 자신들을 담당하던 지점 과장 등으로부터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통해 해당 상품을 권유 받았다.

1년 6개월 만기로 설정된 상품은 이후 2009년 3월 만기가 도래했지만, 사업이 차질을 빚으며 5차례에 걸쳐 만기가 연장됐고 현재 자산 규모는 1/4로 줄어든 상태다.   

일반 고객들 투자상품 ‘불완전판매’정황
1500여명 1900억 피해…국감 난타전 예고

투자자들은 우리은행이 이 상품을 판매하면서 원금 손실이나 만기 연장 가능성 등 설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가입금액의 80%까지 담보대출이 된다”“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투자하는 사업으로 원금이 손실될 걱정이 없는 상품이다”라거나  “대우자동판매와 성우종합건설이 보증(채무인수)해서 안전하다” “좋은 상품이라 곧 마감될 것 같으니 서둘러서 가입해라”는 등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며 가입을 부추겼다.

또 일반 예금상품이 아닌 투자신탁상품인데도, 배당 수익률을 ‘이자’나 ‘금리’라고 표현해 마치 해당 펀드 상품이 안전한 예금인 것처럼 투자자들에게 혼동을 주는 한편, 통장의 표지면은 ‘저축성 통장’이라고 쓰여 있는 반면 안쪽면에는 ‘특정금전신탁’이라고 적혀있는 경우도 있었다.




투자자 이모씨는 “‘금리가 매우 좋은 예금상품’이라는 권유를 받고 정기예금하고 있는 9천만 원을 투자했다”고 말했고, 또 다른 투자자는 “‘지하에서 벼락을 맞을 확률만큼 문제될 것이 없는 안전한 상품’이란 직원 말만 믿고 3500만 원을 투자했다”며 “계약 당시 부동산투자신탁이니, 원금보장이 안 된다는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해당 상품이 제3호C2라는 펀드 상품을 경유해 파이시티 사업에 투자된다는 설명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이런 사실을 종합했을 때 우리은행의 특정금전신탁상품 판매 방식이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를 위반한 불완전 판매라고 보여진다”고 지적하며 “이 같은 판매가 다른 모든 계약자들에게도 광범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금감원에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백주선 참여연대 서민금융보호사업단장(변호사)은 “참여연대가 지난 6월 입법청원한 금융소비자보호법에는 모든 금융상품의 위험성 등급을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으로 구분해 한눈에 상품 위험 정도를 식별하게 했다”면서 “만약 우리은행 특정금전신탁 계약자들이 상품의 위험 정도를 색깔을 통해 시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면 잠재적 피해 규모가 이처럼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불완전 판매 강요?

이어 “우리은행의 특정금전신탁상품 판매 방식은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기본법의 제정과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설립의 시급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금융소비자의 권리에 대한 강화된 제도가 없으면 금융상품 판매자의 행위 규제는 절반의 효과만을 가져올 뿐, 금융피해발생시 금융소비자의 권리 행사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특정금전신탁 형태로 상품을 판매할 때 회사의 상황이나 위험성 등을 충실히 설명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무조건 안전하다’는 식으로만 설명할 경우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수 있다”며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밝혔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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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