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돌아온 홍사덕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0.07 16: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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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의 귀환… ‘박근혜 호위’ 삼각편대 완성

[일요시사=사회팀] 과거 박근혜 경선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자타가 공인하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홍사덕. 대선 이후 잠잠했던 그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 의장에 선출되면서 ‘올드보이’의 귀환이 완성되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친박계 좌장으로 꼽혔던 홍사덕 전 의원이 지난 2일 민간통일기구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 새 대표상임의장에 선임됐다. 이 자리를 통해 정치권에 복귀한 것이다. 홍사덕의 복귀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10·30 경기도 화성갑 보궐선거 후보 공천이 유력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에 이어 친박 원로들의 정치 귀환은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올드보이 호위무사’ 삼각편대의 진용이 완성된 셈이다.

올드보이 복귀는
박 대통령의 뜻

박 대통령의 최측근 원로그룹으로 꼽히는 홍 의장이 민화협의 새 대표 상임의장으로 내정되면서 향후 국정에 박 대통령의 최측근 원로그룹이 국정의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화협은 지난 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언론회관에서 공동의장단회의를 열어 홍 의장에 대한 공동의장 선임 안건을 의결한 뒤 상임의장에 임명, 상임의장단 회의에서 대표상임의장으로 추대할 계획이다.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변경은 임기가 1년 남은 현 김덕룡 대표상임의장의 사퇴 결단과 후임자 지목에 홍 의장으로 결정됐다.

민화협은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 합의를 이끌어내고, 민족 화해 협력과 평화를 실현하고, 민족 공동변영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 1998년 9월 3일 진보, 보수, 중도가 함께 모여 결성한 시민 단체다. 국내 200여개 정당 및 종교·사회단체의 통일운동 상설협의체다. 격월간지로 《민족화해》도 발행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지난 1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상임의장이 최근 사임 의사를 밝혔다. 공동의장단에 ‘홍 의장이 새 대표상임의장을 맡는 것이 좋겠다’고 추천 의사도 전했다”며 추대 과정을 설명했다. 지난 4월 1차 대표상임의장직 제안이 있었으나 “정권 초반 ‘친박일색’은 부담스럽다”며 홍 의장이 사의를 표했지만 이번엔 성사됐다.


추대는 정부와 청와대 간 물밑 작업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민화협 소속 한 시민단체 사무총장은 “김 대표상임의장이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며 배경을 자세히 소개했지만 청와대의 의중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민화협 의장이 무슨 권력기관장도 아니고, 오랜 기간 사회갈등 해소에 기여했던 분이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하기에 적절한 분이라는 판단이 있었다”며 홍 의장의 민화협 의장 내정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밖의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홍 의장은 개인사 측면에서는 지난 대선 당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데 대한 명예회복 문제가 걸려 있다. 지난해 불법정치자금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올해 1월 1심에서 벌금 300만원과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6선 의원으로 경륜이 풍부하긴 하지만, 이런 비리 전력 때문에 박 대통령의 민화협 의장 낙점은 ‘보은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홍 의장은 2007년과 2012년 ‘박근혜 경선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 등 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는 점에서 최근 논란을 빚었던 서청원 전 의원의 공천논란과 닮아 있다. 벌써부터 내년 7월 재보선 등판 가능성도 거론된다.

뼛속까지
친박의 복귀

홍 의장이 민화협 의장에 선출된 소식에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지난 2일 “불법선거자금 유죄 판결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친박의 좌장격인 홍사덕 전 의원이 화려한 귀환을 앞두고 있다”며 “(홍 의장이)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의 새 대표 상임의장으로 내정됐다는데 민화협이 국민적 합의는 커녕 저항과 반복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민화협 의장으로 선출…청와대 의중 작용?
김기춘·서청원…박의 남자들 줄줄이 복귀

김 대변인은 이어 “유죄 판결을 받은 지 9개월 밖에 되지 않는 홍 의장의 화려한 복귀를 진두지휘했을 청와대의 무례함과 국민에 대한 무도함을 따져묻지 않을 수 없다”며 “더구나 10월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는 비례대표 공천 헌금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서청원 전 의원의 공천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의 올드보이 귀환 작전,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정치와 사회를 후퇴시키고 있다”며 “이 정부가 진정으로 잘 되기를 원한다면 홍사덕·서청원 전 의원은 솔직하게 자신들의 과거를 고백하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원조 친박들을 불러들이는 이유는 박 대통령이 편안한 사람을 쓰겠다는 취지”라고 분석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박 대통령이 본인의 생각을 받들고 이해하고 뒷말 안 해도 알아서 해주고 그런 사람을 찾다보니 원조 친박들이 중용되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편하니까 나이든 사람을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박 대통령의 친위체제 강화”라면서 “박 대통령이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마음이 통했던 사람을 가까이 두려 하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올드보이 귀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원조 친박들을 챙기는 것은 단순한 보은이라기보다는 피눈물 나는 대권 5년 재수를 지켜준 사람에 대한 보답 차원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홍 의장은 작년 5월 “5.16에 관한 평가를 박근혜 전 대표에게 묻는 것은 세종대왕에게 태조 이성계가 나라를 세운 게 역성혁명이냐 군사쿠데타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철저히 박근혜 친위부대임을 자임했었다.
한편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경기도 화성시의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정부가 성공하도록 돕겠다”며 화성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홍 의장의 ‘귀환’을 계기로 이른바 ‘친박 원로’의 정국 장악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임명을 계기로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서청원 전 의원과 홍 전 의원까지 속속 정계에 복귀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서 전 대표가 이번 보궐선거에서 국회에 다시 진출한다면, 이들 원로들이 청와대(김기춘)와 새누리당(서청원), 외곽조직(홍사덕)에서 각각 박 대통령을 대리하며 국정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 사람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정계에 입문해 ‘친박 VS 친이’ 대결에서 박 대통령 편에 섰던 정치이력으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서 전 대표는 YS정부 정무장관을 역임했고, 1998년 한나라당 사무총장 때는 박 대통령 공천에 관여했다. 홍 전 의원은 2000년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겨 박 대통령의 부총재 시절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16대 총선을 지휘했다. 김 실장 역시 YS정부 정무장관을 거쳐 박 대통령 원로그룹 ‘7인회’의 핵심 멤버다.

이들은 각기 청와대(김기춘)와 새누리당(서청원), 외곽(홍사덕)에서 박 대통령을 방어하는 ‘호위무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내 일각에서는 “친박이 견고하게 노령화, 보수화 기조로 접어들었으며 여권의 ‘정치 시계’가 13년 뒤로 돌아갔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

권력노인 3인방
정국 휘어잡나

홍사덕은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 입학했다. 1968년 졸업 후 중앙일보에 입사해 기자생활을 했다. 이후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을 지냈다. 그 뒤 신민당 대변인으로 ‘촌철살인’의 즉석 논평으로 이름을 높이며 방송에도 출연하고 정치평론가로 활동했다. 그리고 81년 1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민한당 국회의원이 됐다. 그뒤 신민당 대변인, 민주당 부총재, 민주당 대변인 등을 지냈다.

85년 12대 총선 이후 사실상의 관제 야당이었던 민한당을 흡수한 신한민주당(신민당)은 100여석의 거대야당으로 탈바꿈해 직선제 개헌을 모토로 내걸고 제5공화국에 대한 선명투쟁을 선언했다. 당시 김영삼 김대중 양김씨가 정치규제에 묶여있었기 때문에 신민당의 총재는 이민우가 맡고 있었지만, 실권은 거의 없었다. 홍사덕은 이런 이민우 총재 밑에서 당대변인을 맡아 소장파 재선 의원이지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88년 13대 대선 이후에는 반(反) 양김 노선을 주장했다가 14대 대선을 앞두고는 민주당에 입당해 김대중 후보 진영의 대변인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직선제 개헌 이후 양김이 분열하자, 홍사덕은 무소속의원으로 있다가 13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구 을에 출마해 이태섭에게 패하고 원외로 밀려났다. 그러던 중 1990년 삼당합당을 거부한 이기택이 주도하는 민주당(소위 꼬마민주당)에 노무현, 박찬종 등과 함께 참여했고, 91년 민주당과 김대중이 이끄는 신민당과 합당하여 통합 민주당을 창당하자 이에 합류하여 제14대 국회의원(서울 강남을)에서 당선됐다.

‘자타공인’대통령 최측근
‘올드친박’전성시대 열리나

그는 국군보안사령부의 사찰대상 중 한 사람이 되어 노태우정부로부터 감시당하였는데, 90년 10월4일 오후 6시40분쯤 외국어대 재학 중 민학투련 출신이었던, 탈영병 윤석양 이병의 폭로에 의해 밝혀졌다. 윤석양은 탈영 후 서울시 연지동 기독교회관 7층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양심선언」을 통해 탈영 당시 보안사에서 갖고 나온 동향파악대상자 개인색인표 신상철, 이들 내용이 입력된 컴퓨터디스킷을 공개했다.

그러나 95년 지방선거 이후 김대중이 정계에 복귀하면서 통합민주당에서 소속의원들을 탈당시켜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자, 홍사덕은 이에 반발하여 김대중의 ‘새정치국민회의’에 합류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남았다. 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강남구 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당선됐다.

그는 97년 무소속 의원 신분으로 문민정부의 마지막 정무장관으로 입각하기도 했으나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에 입당하지는 않았으며, 98년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 2000년 초까지 무소속으로 의정활동을 했다.

거꾸로 가는
시계태엽


2000년 1월19일 장기표와 함께 ‘1인 보스정치와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가칭 ‘무지개연합’ 창당을 선언했으나, 8일 만에 연합이 해체되면서 무지개연합을 망하게 했다는 말이 있다. 1월27일 돌연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이를 놓고 그가 주장해온 1인 보스정치 청산의 종착역이 한나라당이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입당 직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와 함께 제16대 국회의원 총선거 한나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고,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되었으며, 2000년 6월5일 국회 부의장이 됐다.

2004년, 한나라당 원내총무로서 민주당 유용태 원내총무와 함께 노무현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제17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갑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열린우리당 한명숙 후보에게 근소한 표차로 패배했다.

2005년, 경기도 광주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한나라당이 탄핵의 역풍이 가라앉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진섭을 전략공천하자, 이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여전히 탈당한 상태라 선거 운동 당시 자격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7월에 복당 신청을 했으나 이명박 후보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2007년 7월30일 대통령 후보자 이명박은 반드시 진다는 ‘이명박 필패론’을 주장했다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 박형준 대변인에게 “망당(亡黨)전문가 홍사덕, 정권 교체를 또 가로막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2008년 3월, ‘친박연대’의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고,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 서구에 출마하자, 한나라당과 진보신당 대구지부로부터  ‘정치도의를 모른다, 철새다’ 등의 맹비난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선거에서 한나라당 이종현 후보를 60%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후 한나라당에 복당했다. 2012년 4월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서울 종로구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민주당 정세균 후보에게 꺾여 낙선했다. 그해 10월29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매우 유명한 <지금, 잠이 옵니까?> 등이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홍사덕은?>

▲경북 영주 출생
▲중앙일보 기자
▲제11대 민한당 국회의원
▲제12대 신민당 국회의원
▲민주당 부총재
▲제14대 민주당 국회의원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 대표
▲제15대 국회의원
▲정무제1장관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제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제16대 국회 부의장
▲한나라당 원내대표
▲친박연대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제18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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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