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천재’ 유진박 충격근황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0.07 11:42:15
  • 댓글 0개

새장에 갇힌 천재, 다시 날 수 있을까

[일요시사=사회팀] 한때 소속사의 감금 및 착취로 어두운 과거를 보낸 전기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바이올린을 들고 전국을 누볐다. 지금도 여전히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는 과연 행복할까.




유진박은 과거 소속사에 의해 깊은 내상을 입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좋은 소속사를 만나 다시 부활하는 듯 했으나, 그를 막는 ‘벽’ 때문에 여전히 작은 행사로 전전하고 있다. 건강상태도 좋지 않다고 전해진다. 팬들은 그가 날개를 펼칠 수 있는 무대로 복귀하길 원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구해야 한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진박을 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널리 퍼지고 있다. 그 이유는 유진박이 과거 아픈 기억을 딛고 일어서는 듯 보였으나, 여전히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사실 구체적이고 명료한 것은 별로 없다. 유진박이 입을 다물고 있고, 소속사는 본인이 원해서라고 한다. 키를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어머니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그저 지켜봐 달라는 입장이다.

반면 팬들은 유진박을 지켜만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에 비해 확연히 퇴보한 그의 모습을 원상태로 복귀시켜 천재 아티스트로 돌려놓아야 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유진박은 음악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그는 3살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해 8살에 줄리어드 예비학교 전액장학생으로 입학했다. 10살 때는 웨인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했고 13살 때 링컨센터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줄리어드 스쿨 콩쿨 우승, ISK컴피티션 대상, 아스팬 뮤직 컴피티션 우승 등 6개의 콩쿨에서 우승한 이력이 있다.

또한 미국에서 엄청난 관심이 집중되는 슈퍼볼 전야제(슈퍼스타급만 가능)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할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촉망받는 바이올리니스트다. 줄리어드 재학 시절 ‘동양의 존 레논’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이처럼 유진박은 뛰어난 연주자다. 분명 음악계에서 독특한 입지를 가진 존재임이 분명하다. 그가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연주에 몰입하는 모습은 사람들을 매혹시킨다.


그러나 그에게 찾아온 암흑기, 무려 10년간 기획사로부터 감금, 강제 약물 복용, 과도한 행사, 금전적 착취에 시달렸다. 그리고 그는 미국으로 떠났고, 얼마 후 어떤 영문인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그의 순수한 열정이 길거리에서 소멸되고 있다.

소속사를 잘못 만난 탓일까. 유진박은 허름한 고깃집, 양로원, 길거리, 지하철, 안경점 등 그의 실력과는 다소 격이 맞지 않는 장소에서 공연을 했다. 이 같은 모습이 세간에 알려지며 유진박을 둘러싼 진실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2009년 유진박의 감금, 강제약물복용, 폭행으로 논란이 됐을 때, 팬들은 유진박을 구하기 위해 없는 시간을 쪼개며 피켓을 들었다. 결국 기획사 대표는 구속됐고, 그해 8월 유진박은 회복을 위해 미국으로 향했다. 구명카페 회원들은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다는 판단에 그를 진정으로 돕고자 팔을 걷어붙였다. 그것이 바로 ‘뉴욕 프로젝트’다.

‘우여곡절’좋은 소속사 만나 부활하나 했더니… 
착취 파문 이후에도 여전히 시골 행사장 전전

팬들은 우선 그가 의사 소통이 자유로운 미국 뉴욕에서 정신적, 육체적 상처를 치유하고 ‘음악적 부활’을 위해 과거 지미핸드릭스와 밥딜런이 초창기 정기공연을 했을 정도로 음악과 유서가 깊은 Cafe Wha에서 친분이 있었던 카페 주인 Noam을 만나 그가 새로 운영하는 The Village Underground에서 유진박이 정기적 연주를 가능하도록 부탁했다. 그렇게 무대에 오른 유진박은 관객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공연을 본 관객들은 하나같이 그를 천재라고 외쳤다. 유진박은 점점 육체적, 정신적으로 그리고 음악적 부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진박의 어머니는 뉴욕팀을 믿을 수 없다며 뉴욕프로젝트 전에 그를 괴롭히던 기획사의 실장이 만든 모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었다. 결국 그는 회복하기도 전에 한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 사실을 전혀 몰랐던 대중들은 브라운관에 복귀한 유진박을 반겨줬고 그가 다시 부활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진박의 팬들은 알고 있었다. 한국에 입국한 게 공포의 신호탄이었다는 것. 입국 후 유진박은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당시 문제가 됐던 경로당 연주에 대해 소속사 측은 “지방이나 마을회관에서 공연을 할 수 없다면 거기 계신 분들은 음악을 들을 권리가 없는 거냐”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진박 구명카페 팬들은 그를 안전한 소속사와 계약시켜주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A엔터테인먼트 대표에게 간곡히 부탁해 3년 계약을 맺게 했다. 이후 A엔터는 전 소속사와 다르게 그의 건강한 이미지 관리에 힘을 기울였다. 결과적으로 유진박은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고, 격 있는 행사장에서 연주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계약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를 막는 ‘벽’ 때문에 3년 계약은 1년으로 바뀌게 됐다.

2012년 5월까지 A엔터와 함께하고 그해 6월부터 12월까지는 소속사 없이 작은 행사를 뛰었다. 그의 어머니는 매니저처럼 늘 유진박과 함께했다. 그리고 2013년, 유진박 어머니는 지금의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다. 이후 지금까지 유진박은 전국 곳곳을 다니며 전기바이올린을 울리고 있다. 그를 구하기 위한 팬들의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유진박은 자폐증을 의심받기도 했다.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의존성향이 강하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그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그는 생각보다 뛰어난 사회성으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팬미팅 등 충분한 소통을 한다고 전해졌다.

유진박을 현 상황에서 ‘구출’하기만 하면 다시 예전의 그 유진박으로 돌아올까. 어떻게 보면 이 발상은 그간의 세월과 이런 모든 음악적 환경,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은 환상에 불과할지 모르겠다.

현재 유진박은 스스로 자기 상황을 타개해 나갈 능력이 없는 사람이고, 그를 계속 행사로 내몰고 또 곁에 붙잡아 둔다면 그것 자체로 감금이나 다를 바 없다. 결국, ‘인간’ 유진박을 구하는 것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게 가능할지 모르지만 ‘천재’ 유진박을 되찾아 오는 것은 수사나 구명운동 같은 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유진박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일단 정서적 안정을 취할 수 있는 휴식과, 다소간의 정신과적 치료다.

다시 구명운동

이를 위해 시골 행사장을 찾아다니는 대신 소극장에서의 중장기 공연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기획만 잘 한다면 음악적 가치도 높일 수 있고, 대중과도 호흡하며 아티스트 스스로 즐길 수도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우선 ‘인간 유진박’이  바로 서고, 작더라도 그에게 맞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 그리고 그런 공연을 하게 되면 거기에 많이 가주는 것, 그런 게 유진박을 돕는 진정한 길이 아닐까.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