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소송 봇물' 물만난 로펌들 수임전 막전막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0.01 11:2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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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구하라” 초호화 변호인단 총출동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가 소송대란 위기에 직면했다.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대기업에 대한 검찰수사가 이어지면서 재판장에 서는 총수들이 하나 둘 늘고 있어서다. 이들의 방패막인 대형 로펌은 자연스레 특수를 맞았다. 재판 결과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업계의 판세를 뒤집는 경우도 있어 로펌간 자존심 대결도 치열하다.




독주하는 김앤장, 맹추격하는 광장 그리고 이들의 뒤를 쫓는 태평양과 율촌. 여기에 언제든지 ‘사대천왕’을 위협할 저력을 가진 세종과 화우까지. 기업 총수의 구속과 1, 2심 실형 선고가 잇따르면서 로펌들이 대기업 소송을 따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현재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인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이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역시 마지막 재판을 준비 중이다. 상대적으로 수임료가 높은 총수 재판은 로펌 입장에선 눈이 번뜩이는 먹거리지만, 일감을 따냈다고 무조건 안심할 수만은 없다. 예상 밖 성적표가 나오면 가차 없이 변호인단이 물갈이되기 때문이다.

대기업 사건 봇물
너도 나도 ‘눈독’

대표적인 곳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건을 맡은 김앤장이다. 지난 5월 CJ그룹에 대한 전방위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 회장 측은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로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려 방어에 나섰다.

김앤장은 박상길 전 대검 중수부장과 ‘칼잡이’로 유명한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 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위세를 과시했다. 부산지검 부부장 출신의 이병석 변호사는 이 회장의 검찰소환조사나 영장실질심사시에 항상 동행하며 이 회장을 근접 방어하기도 했다.


이 회장 사건에는 법무법인 광장의 대표 주자들도 포진됐다. 대검 중수부장과 대검 차장 출신인 박용석 변호사와 서울중앙지검 1차장 출신의 박철준 변호사가 이 회장의 방패로 나섰다. 그러나 지난 7월 이 회장이 결국 구속 수감되면서 김앤장과 광장은 동시에 체면을 구겼다.

업계에서는 1심에서 제대로 된 성적표를 내지 못한 이들이 2심에서 교체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이 회장 사건에선 검찰총장을 지낸 변호사도 수임 경쟁에서 탈락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앤장·광장·율촌 등 총수사건 수임 경쟁
구속·징역 등 결과 따라 ‘물갈이’대굴욕

한화나 SK, 태광그룹 총수들 사건도 대형로펌이 맡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사건은 법무법인 화우와 법무법인 율촌이 공동수임하고 있다. 화우에서는 이홍훈 전 대법관과 채동헌 전 춘천지법 강릉지원 부장판사 등 8명이 변호인단으로 나섰고, 율촌에서는 신성택 전 대법관을 비롯해 10명의 변호사가 김 회장을 변호하고 있다. 화우와 율촌은 지난 26일 진행된 김 회장의 최종심에서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을 끌어내며 다시 한 번 기회를 잡게 됐다.

김 회장은 3심 재판까지 오는 동안 변호인단을 여러 번 교체했다. 당초 법무법인 바른에게 사건을 맡겼지만 지난해 8월 1심에서 김 회장이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법무법인 태평양과 율촌으로 바꿨다. 그러나 2심에서도 징역 3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 받자 지금의 화우와 율촌으로 변경했다.

밀려나는 김앤장
“예전같지 않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 변호인단에는 법무법인 태평양과 지평지성이 낙점됐다. 지난 1월 1심에서 예상 밖의 실형을 받은 최 회장은 이인재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필두로 한 태평양 변호사 4명을 새로 선임, 변호인단을 다시 짰다.


1심에서 ‘변호사계의 블루칩’이라는 민병훈 법무법인 공감 대표와 신필종 변호사 등 김앤장 출신 4명을 선임했으나, 무죄 판결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징역 4년에 법정 구속으로 결론 나자 바로 로펌을 교체했다.

상고심을 진행 중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그의 모친인 이선애 상무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원과 서울고법부장판사를 지낸 박해성 변호사 등 법무법인 율촌변호사 8명을 변호인단으로 내세워 마지막 재판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거액의 회사 자산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은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 6개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고, 모친 이 상무 역시 법정 구속됐다. 1심 당시 SK그룹과 마찬가지로 김앤장에게 변호를 맡겼던 태광그룹은 재판 뒤 법무법인을 율촌으로 교체했다.

당시 태광그룹 관계자는 “김앤장 수임료가 다른 로펌보다 2~3배 비쌌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변호인을 바꿨다”고 밝힌 바 있다.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구자원 LIG 그룹 회장과 그의 장남 구본상 LIG 넥스원 부회장의 변호인단도 김앤장이 맡고 있다.

그러나 지난 13일 열린 1심 재판에서 부자가 나란히 징역 3년과 징역 8년형의 실형을 각각 선고받으면서, 항소심 변호인단 물갈이 가능성이 커졌다. LIG 측은 당초 중소 로펌 소속 변호사 위주로 변호인단을 짰다가 첫 공판을 앞두고 김앤장 소속 변호사로 대거 교체하는 모험을 강행한 바 있다.

100억원+α
새 활로 찾기도

이같이 대형 로펌들이 총수들의 형사사건과 맞물려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우선 착수금과 성공보수 등 수임료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수백억원대에 이른다는 것이 정설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구속집행정지, 보석허가 등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면 보너스까지 포함해 100억원+α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천문학적 수임료…M&A나 자문으로 연결
인맥이 곧 실력…거물 전관모시기 사활

한화나 CJ, SK 사건 등 대기업의 경우 이미 계약 단계에서 억대의 착수금이 붙고 수사단계에서 구속영장 청구의 방어, 구속영장 청구 시 영장실질심사의 방어, 구속 후 구속적부심, 기소 후 보석허가 결정 등 본 재판에 들어가기 전 단계별로 의뢰인이 원하는 결과가 나왔을 때 거액의 성공보수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본 재판에 가서도 무죄, 벌금, 집행유예 등 징역형 선고를 피할 경우 별도의 성공보수금이 지급된다.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가 확정될 경우 로펌별로 10억대의 수임료가 들어온다고 한다.


이 외에도 형사사건을 잘 마무리해주면 해당 기업의 M&A나 기업자문 등 수익이 큰 사건을 맡을 수 있는 기회로도 연결된다는 게 대형로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로펌 관계자는 “그룹 회장의 신변과 관련된 사건은 노동 강도와 스트레스가 다른 사건의 몇 배나 되고 투입되는 변호사도 많기 때문에 수임료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형사사건에서 일단 좋은 결과가 나오면 오너의 지정으로 기업간 M&A나 부동산 투자, 파이낸싱 사건 또는 기업자문을 따내 큰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거물급 전관
외부 책사 영입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자 대형 로펌들은 외부 책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로펌의 명성만큼 중요한 것이 거물급 전관 영입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오작교 역할은 곧 수임과 연결된다.

로펌들은 특히 법관 출신, 특히 부장판사 이상의 고위법관 출신 변호사들을 영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한 명에게 보통 3∼4곳의 로펌들이 영입을 위해 접촉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한 대형로펌의 대표변호사는 “일부 대형로펌들은 퇴임 의사를 밝히기 전부터 법관들을 상대로 영입 접촉을 벌여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로펌들은 더욱 채용에 불리한 상황”이라며 “퇴임 법관 수가 적고, 그 중에서도 로펌에 적합하다는 상대적인 평가를 받는 수는 더 적기 때문에 법관출신 변호사 영입은 마치 소리 없는 전쟁과도 같다”고 말했다.


2011년 판·검사로 퇴직한 경우 1년 동안 마지막 근무지의 법원·검찰청의 사건을 맡을 수 없도록 한 ‘전관예우금지법’이 제정됐지만,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로펌에 들어가면 개인 이름 없이 회사의 일원이 되어 활동하기 때문이다. 의뢰인은 전관 출신 변호사를 보고 찾아가지만 수임은 로펌이 하고 전관은 사건별 상여금을 챙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관 변호사는 수임제한을 피하고 로펌은 수익을 올리는 윈-윈 관계가 형성된다. 당연히 로펌 입장에서는 전관 출신 변호사 영입은 수임에 득을 보는 외에 ‘후광효과’까지 노려볼 수 있는 카드인 것이다.

한 로펌 관계자는 “전관의 위력은 사건 수임 외에 수사와 재판단계에까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전관 파워가 세지면서 몸값도 많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한 관계자는 “로펌들이 점차 ‘득이 되는’ 전관에 자본과 노력을 집중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며 “이러다 로펌이 본연의 기능을 잃고 ‘로비기업화’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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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