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샐러리맨 신화’, 몰락 도미노 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9.30 14: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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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서 용?…부잣집서 부자 난다

[일요시사=경제1팀] ‘샐러리맨 신화’주인공들이 잇따라 몰락하고 있다. 웅진의 윤석금이 무너졌고, STX를 이끌던 강덕수에 이어 팬택의 박병엽도 씁쓸한 퇴장을 맞았다. 이들은 한 때 샐러리맨의 전설이라 불린 3인방. 맨손으로 시작해 기업 성장을 이끌어냈지만 실적 악화 앞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반면 전통적인 재벌 패밀리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바야흐로 개천에서는 더 이상 용이 날 수 없는 시대다.




“바닥부터 그룹 키워냈는데…”. 팬택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박병엽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말단 샐러리맨에서 출발해 조 단위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는 기업 총수로 성장한 ‘샐러리맨 신화’가 결국 ‘비운의 신화’로 마감하게 된 셈이다.

젊은이들의 우상
쓸쓸한 최후

팬택은 국내 3위의 휴대전화기 생산업체다. 맥슨전자의 영업사원이던 박 부회장이 1991년 전세금 4000만원으로 창업한 무선호출기(삐삐) 회사가 그 시작이다. 이후 팬택은 1997년 휴대전화기 제조 사업으로 발을 넓혔고, 2001년 현대큐리텔을, 2005년 SK텔레택을 인수해 명실공히 휴대전화기 업계에 떠오르는 별이 됐다.

벤처신화를 쓰던 그는 한때 국내 30위 주식부자 반열에도 올랐다. 그러나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과 경쟁하기에 팬택은 역부족이었다. 실적 악화로 2006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나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박 부회장이 워크아웃 기간 중 보유 지분을 모두 포기하고 백의종군해 2011년 말 겨우 워크아웃 딱지를 뗐지만, 이 상승세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스마트폰으로 휴대폰 시장이 지각변동하면서 팬택의 사정은 다시 악화됐다.


삼성과 애플 등에 밀리며 지난해 3분기부터 계속 적자를 맞았다. 악조건 속에서도 연구개발을 이어가 올해 초 베가넘버6, 베가아이언, 베가LTE-A 등 신제품을 꾸준히 내놓으며 반등을 노렸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박 부회장은 지난 24일 경영 무대에서 퇴장을 선언했다.

샐러리맨 신화의 몰락은 팬택뿐이 아니다. 강덕수 STX 회장은 최근 채권단에 경영권을 박탈당하며 역사의 뒷길로 쓸쓸히 사라지고 있다.

동대문상고를 졸업하고 1973년 쌍용양회에서 평사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강 회장은 20년 만인 1993년 쌍용중공업 이사로 승진했다. 2000년 말 회사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거쳐 외국계에 인수된 뒤엔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2001년엔 일생일대의 승부수를 던졌다. IMF 당시 외국 자본에 넘어갔던 쌍용중공업이 다시 매물로 나오면서 전 재산 20억원을 털어 경영권을 인수, STX그룹을 설립했다.

윤석금·강덕수 이어…박병엽까지 줄퇴진
무리한 사업확장·금융위기에 무대 밖으로

이후 강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 외형을 확장했다. STX팬오션과 STX조선해양의 근간인 범양상선, 대동조선을 잇따라 인수했다. 조선업을 근간으로 해상운송까지 사업 분야를 넓혔다. 산업단지관리공단을 인수해 STX에너지를 세우는 등 에너지, 건설업에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강 회장의 공격적 M&A 경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 속에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세계 교역 물동량이 줄면서 해운업이 망가지기 시작했고, 이어 선박 발주량이 줄면서 극심한 수주 가뭄에 시달렸다.


그룹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던 해운 업황은 곤두박질쳤고, 후방 산업이자 그룹의 핵심인 조선업도 심각한 유동성 위기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STX그룹은 지난해 매출이 18조8300여억원에 달했지만, STX조선해양(6300억원 손실)과 STX팬오션(4500억원 손실)이 막대한 적자를 기록해 그룹 전체로 1조40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면서 올해 그룹이 해체됐다.

무리한 M&A
승자의 저주

백과사전 외판원 출신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도 같은 처지다. 윤 회장은 1980년 한국 브리태니커에 입사한 뒤 전 세계 54개국 세일즈맨 중 최고 실적을 내 ‘영업의 신’으로 불렸다.

당시 자본금 7000만원으로 웅진그룹의 모태인 도서출판 해임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이후  웅진식품, 웅진코웨이 등 생활가전으로 사업 군을 확장하다 태양광 사업, 건설, 금융(서울저축은행 등)등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지난 2010년 웅진그룹의 매출은 5조2000억원, 재계 순위 32위(공기업 제외)의 ‘공룡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몰락의 시작이었다.

무리한 M&A는 외환위기와 경기침체 등이 겹치면서 유동성 위기로 번졌다. 결국 윤 회장은 지난해 10월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퇴진에 이르렀다.

과거 샐러리맨 신화를 쓴 또 다른 기업가로 신선호의 율산그룹과 김우중의 대우그룹, 정태수의 한보그룹, 임병석의 C&그룹 등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원조로는 단연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꼽힌다.

김 전 회장은 24살이던 1960년에 한성실업에 입사해 6년여간 실무 경험을 쌓은 뒤, 31살 나이에 자본금 500만원과 직원 5명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대우그룹의 전신인 대우실업이었다.

1970년대 중반부터 건설·전자·자동차 등 사업 영역을 넓힌 대우는 한때 41개 계열사, 400개가량의 해외법인을 보유한 재계 2위 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대우 신화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몰락하기 시작했다. 당시 부채비율 600%가 넘던 대우는 해외 채권자들의 상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1999년 8월 대대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들어섰다.

김 전 회장은 그해 10월 중국으로 떠난 뒤 그길로 장기 해외 도피에 들어갔다. 이후 2005년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고는 결국 징역 8년 6개월,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 9253억원 형을 선고받았다. 특별사면 이후 다시 해외행을 택한 김 전 회장은 최근 전격 귀국했다.  일각에서는 그의 재기를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지만 건강 문제, 추징금 회수 문제 등 걸리는 부분이 많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김우중·신선호·임병석 비운 오너 꼬리표
재벌가문 고속 성장…출총제내 68% 장악


이 외 70년대에 명성을 떨쳤던 율산그룹도 빼놓을 수 없다. 창업주인 신선호 회장은 1976년 남대문 인근 그랜드호텔 506호를 임대해 무역업체인 율산실업주식회사를 차렸다.

율산은 창업 첫해인 76년에 무려 4300만달러를 수출하며 무역업계를 술렁거리게 하더니 77년 말에는 율산알미늄, 율산해운, 율산건설 등 11개 계열사에 7000여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중견재벌로 거듭났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확장과 부동산개발로 인해 자금난에 부닥쳤고, 1979년 2월 채권은행단이 율산그룹에 대한 공동감리에 돌입하면서 무너져 내렸다. 같은 해 4월 신 회장이 외국환관리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혐의로 전격 구속되면서 율산그룹은 공중 분해됐다.




이들은 모두 내실을 기하지 못한 채 과도한 인수합병과 차입경영 등으로 몸집을 불리다 위기에서 날개가 꺾였다. 전문가들 역시 잇따른 샐러리맨 신화 몰락의 원인을 취약한 리스크 관리에서 찾는다.

재벌 기업들이 고도 성장한 산업화시대와 달리 기업 경쟁 자체가 글로벌화되면서 리스크 관리 중요성이 더 커졌지만, 샐러리맨 기업은 재벌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고 인적·물적 자원이 취약해 위기 상황을 타개할 힘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현재 자수성가한 샐러리맨 신화에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박성수 이랜드 회장 정도만 남아 있다.

월급쟁이 출신
회장님 잔혹사


반면 재벌 가문 기업들은 갈수록 덩치가 커지는 추세다. 기업경영 분석업체 CEO스코어가 2007∼2012년 출자총액제한을 받는 그룹을 분석한 결과, 범삼성(삼성·CJ·신세계·한솔), 범현대(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현대·현대백화점·KCC·한라·현대산업개발그룹), 범LG(LG·GS·LS그룹), SK, 롯데, 범효성(효성그룹·한국타이어) 등 6대 재벌 자산 총액이 525조원에서 1054조원으로 101% 늘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34개 그룹 자산은 41%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6대 가문의 순익 증가율은 자산 증가율보다 더 가팔랐다. 6대 가문 기업집단의 순익은 2007년 37조원에서 작년 말 60조원으로 63.3% 늘었으며 그 비중도 65.6%에서 91%로 25.4%포인트나 뛰어올랐다.

이들 6대가의 비중은 2011년말 대기업집단내 순위 31위였던 웅진과 작년 말 기준 13위였던 STX그룹이 구조조정 과정을 겪으면서 올해 말에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6대 가문중 자산총액 비중이 가장 높은 그룹은 범삼성가로 삼성, 신세계, CJ, 한솔을 합쳐 작년 말 기준 자산이 358조원으로 출총제에 속한 일반기업 총 자산의 23%에 달했다. 2007년 19.1%에서 3.9% 포인트나 높아졌다.

이어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 KCC가 속한 범현대가가 자산 273조원으로 17.5%를 차지했다.

범삼성가와 범현대가의 자산총액 비중 차이는 2000년 이후 4∼5%포인트 대를 계속 유지하다 2011년 말 한때 2.7%포인트로 좁혀지기도 했지만, 작년 말 5.5%포인트로 벌어졌다. LG, GS, LS로 분화된 범LG가는 178조원으로 단일 그룹인 SK(141조원)를 제쳤다.

SK와 롯데는 자산이 141조원과 88조원으로 비중은 각각 9%, 5.6%였다. SK, 롯데 모두 2007년 대비 0.8%포인트가량 상승했다.

효성과 한국타이어가 속한 범효성가의 자산총액은 17조원, 출총제 비중은 1.1%로 2007년(1.0%)대비 큰 변화가 없었다.

5개년간 6대가 기업의 자산총액 증가율은 범삼성가가 112.5%로 가장 높았고 이어 범현대가 103.0%, 범효성가 102.2%, 롯데 100.4%, SK 95.3%, 범LG가 81.8%의 순이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경제구조가 고도화되며 몸집 불리기식 전략보다는 적절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지난 5년간 중도 탈락한 그룹들은 모두 리스크 관리와 지속가능경영 체제 구축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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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