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몸사리는 황교안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9.30 11: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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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잡으려다…“역풍 맞을라” 조심조심

[일요시사=사회팀] 검찰총장 ‘혼외자’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정국. 그 후폭풍이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몰아닥치고 있다. 청와대와 교감 의혹을 받고 있는 황 장관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찰 의혹과 관련해 여야의 공방이 예상됐던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불출석으로 파행을 빚어 앞으로 혼란스러운 정국이 예상된다.




<조선일보>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한 후 황교안 법무장관은 채 전 총장에게 감찰을 지시했다. 당시 조상철 법무부 대변인은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법무부 규정에 따른 감찰 착수 사실을 브리핑했다. 이러한 검찰 착수 소식을 들은 채 전 총장은 대검 간부 긴급회의 참석 후 1시간도 안돼 자진 사퇴 결단을 내렸고 퇴임사 없이 대검찰청 청사를 떠났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난 9월 28일 채 전 총장의 사표를 전격 수리했다.

채동욱 사태 이후
정치권 공방 확산

채 전 총장의 전격 사퇴로 격양된 검찰 내부를 진정시키기 위해 황 장관이 일선 검사들에게 해명 이메일을 보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황 장관은 지난 13일 오후, 전국 검사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채 전 총장 사퇴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했다.
황 장관은 “최근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과 관련해 오늘 검찰총장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불행스러운 사태가 있었다”면서 “총장 본인의 부인과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에 대한 논란이 지속됐고 그런 상황이 장기화돼서 검찰의 명예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저는 장관으로서 법무부 부서 중 사실확인 기능이 있는 감찰관으로 하여금 사안의 진상을 신속하게 파악하도록 조치했으며 이는 하루 빨리 의혹을 해소하여 검찰이 본연의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하지만 결국 검찰총장이 사직 의사를 밝히는 상황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장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고 있는 만큼 어려운 상황이지만 흔들리지 말고 각자의 위치에서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황 장관의 이메일을 받은 일선 검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 검사는 “채 전 총장 사퇴는 역사상 유례없는 법무부의 감찰 때문인데 언론보도를 탓하는 것은 책임전가”라며 “만약 ‘윗선’의 감찰지시가 있었더라도 법무부 장관이 자리를 걸고 막았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검사는 “유전자 감식 등을 통해 진상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전혀 동요하지 않았는데 (황 장관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혼외자 의혹 감찰 지시…고의적 흠집내기 지적
총대 멘 모양새…김기춘-홍경식 막후서 뒷짐?

지난 24일 검찰에 따르면 황 장관은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22일 저녁 서울 시내 모처에서 고검장급 간부들을 만나 차를 마시며 얘기를 듣고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모임에는 길태기 대검 차장과 소병철 법무연수원장, 국민수 차관을 비롯해 임정혁 서울고검장 등 일선 고검장 5명,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등 고검장급 9명이 모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장관은 이 자리에서 고위 간부들을 중심으로 검찰 구성원들과 조직 안정에 힘써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채 전 총장에 대한 감찰에 앞서 준비 단계로 진행 중인 진상규명 조사와 관련, 명확히 확인된 성과가 없어 채 전 총장의 협조가 필요하며 필요할 경우 강제조사 수단을 동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채 전 총장은 법무부 감찰이 본격 시작되더라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황 장관은 최근 상황과 관련해 어쨌든 채 총장의 의혹이 신속히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일선 검찰청의 분위기 등 고검장들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회동에 참석했던 관계자들은 전했다.


야당 3인방 경질 촉구
김기춘-홍경식-황교안

채 총장의 사퇴와 관련해 청와대는 사전에 알지 못했고, 보도를 보고 알았다는 입장을 취했다. 채 전총장이 사퇴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된 황 장관의 감찰지시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상초유의 검찰총장 감찰이 청와대의 허가없이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게 법조계와 청와대 주변의 시각이다. 특히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이 모종의 역할을 하지 않았겠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채 전 총장이 그동안 청와대 눈 밖에 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고, 국정원 댓글 사건에 선거법을 적용하는 문제를 놓고 법무부와 정면 충돌했다. 그러나 곽상도 수석은 검찰을 컨트롤하지 못해 경질됐다.
곽상도 수석 후임으로 온 홍경식 민정수석은 검찰을 제어하기 위한 카드였다. 곽 수석이 채 전 총장 보다 연수원 1년 후배인데 비해 홍경식 수석은 6기나 앞서는 대선배다.
황교안-홍경식 라인의 맨 위에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자리잡고 있다. 세 명 모두 공안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기춘-홍경식-황교안 라인이 만들어진 지 6주 만에 임기를 4분의 1도 채우지 않은 검찰총장이 자리에서 내려온 셈이다.
정의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법무부-조선일보의 삼각편대가 벌인 채 전 총장 사퇴압력설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검찰총장을 밀어내기 위해 사전정지작업으로 임명된 김기춘 비서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은 자진사퇴하시라. 국정원 사태 덮으려고 검찰의 독립성마저 무너트린 황 장관은 경질돼야 마땅하다”며 3인방 경질을 촉구했다.
채 전 총장이 사퇴하게 된 배경에는 <조선일보>의 ‘혼외 아들설’ 보도가 자리잡고 있다. 이 혼외 아들설 보도에 대해서는 김기춘 비서실장-남재준 국정원장 작품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국의 주요한 고비 고비에 김기춘 비서실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비서는 입이 없다며 밖에다 말을 하는 일이 없다.
채 전 총장이 사퇴함에 따라 청와대는 후임 검찰총장을 임명해야 한다. 검찰총장 추천위원회라는 제도적 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정부 조직이니 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알고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을 앉히려 할 것이다.

참석한다더니…사개특위 15분 전 불참 통보
민주당 사개특위 “탄핵 또는 해임안 검토”

그러나 이럴 경우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검찰이 청와대의 의중을 헤아려 수사를 하는 구태를 벗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한 검찰이 칼을 마구 휘둘렀을 때 어떤 모양새가 빚어지는지는 이미 지난 정부에서 여실히 보여줬다. 중요한 대부분의 사건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공감한 검찰개혁은 이런 역사적·정치적 맥락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제 정권의 뜻에 반했던 채 전 총장이 낙마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하는 총장이 옴에 따라 검찰 독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황 장관 불출석으로
여야 사개특위 파행

채 전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부당한 감찰 지시로 지탄을 산 황 장관이 지난 26일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에 돌연 불참했다.
특위는 그간의 활동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채택한 뒤 특위를 끝내려 했지만 황 장관의 불출석으로 파행됐다. 결국 이날 회의는 속개되지 못했다. 여야는 사개특위 활동시한인 30일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황 장관을 출석시키기로 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선 황 장관의 출석을 놓고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지다 회의 시작 40여분 만에 정회된 뒤 속개되지 못했다. 당초 출석하기로 했던 황 장관은 '성남 보호관찰소 관련 긴급 민원'을 이유로 국회에 불출석 의사를 전했다. 회의 15분 전이었다. 여야는 특히 황 장관을 상대로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 등 검찰 현안에 대해 질의를 할 예정이었다. 야당은 최근 불거진 채 전 총장 사찰 의혹 문제를 검찰 독립성과 연계해 추궁한다는 방침도 세운 상태였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황교안 장관은 회의 시작 15분 전만 해도 나온다고 했었다. 그런데 합리적인 이유도 밝히지 않고 불출석했다”며 “국민들은 채 전 총장에 대한 감찰이 적법했는지, 또 서울고등법원이 국정원 이종명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을 강제기소한 것에 대한 변명을 듣고 싶어했다. 황 장관은 이 대답을 하기 싫어 안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동철 의원도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을 파기하면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터에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니 장관도 국회를 무시하고 있다”며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답변해야 할 장관이 불출석 통보하는 현실을 집권여당이 방기하겠다는 것은 국회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이춘석 의원은 “황교안 장관에게 왜 출석 안 했느냐고 물어보니 성남보호관찰소에 급히 갈 일이 있다고 했다. 대체 어떤 것이 더 중요한 일이냐”며 “국회의 권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당 의원이라면 황 장관이 왜 안 왔느냐고 묻고, 빨리 연락해 출석하라고 해서 정상 운영시켜야 맞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황 장관의 불출석에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하지만 이날 사개특위 회의는 지난 6개월 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는 결과보고서 채택을 하는 자리인 만큼, 황 장관의 출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을 폈다.

전직 공안검사 출신
대표적 공안통 유명


염동열 의원은 “황교안 장관의 불출석이 절차가 부족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한시적으로 마련된 사개특위 보고서 채택 자리가 (출석 문제로) 본말이 전도되어선 안 된다”고 했고, 홍일표 의원도 “법무장관이 아닌 차관이 나왔다고 해서 회의가 잘못된 것처럼 말하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며, 출석 안 했다고 회의를 연기하거나 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사개특위 유기준 위원장도 “황 장관이 오전에 출석이 불투명하다고 해서 가급적 출석을 하라고 했는데, 조금 전 못 오겠다고 통보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일단 여야는 정회를 한 후, 간사간 협의를 통해 황 장관이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회의가 재개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법무부 장관인가…

황 장관은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에서 법학 학사와 석사를 취득했다.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불리는 전직 공안 검사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 검사장으로 곧바로 승진하지 못해 공안 검사라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검찰총장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렸으나 기수 문화가 철저한 검찰에서 동기인 한상대(사법연수원 13기) 전 검찰총장이 취임한 후, 2011년 8월2일 인사적체와 신임 검찰총장의 부담을 덜고자 부산고검장을 마지막으로 검찰에서 물러나고 2011년 9월19일부터 2013년 1월까지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박근혜정부의 제63대 법무부 장관으로 공식 임명된 황 장관은 지난 3월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식을 하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황 장관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국회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 때 정부를 대표해 국회에서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며 이 사건 범행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정면도전이자 위협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과거에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가석방 절차에 제동을 걸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가석방 신청을 불허하기도 했다.
황 장관은 1980년 징병 검사 때 ‘만성담마진’(만성 두드러기)이란 피부질환으로 제2국민역(5급) 처분을 받았다. 그는 징병검사를 세 차례나 연기한 이유에 대해서 당시 “병역법상 대학생의 경우 24세까지 징병검사 연기가 가능했다.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졸업년도까지 징병검사를 연기하는 관례에 따라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하여 박영렬 변호사(전 검사장)는 지난 2월 <TV조선>에 출연해 “1983∼84년 청주지방검찰청에서 함께 근무할 때 피부병 때문에 약 먹으면서 고생스러워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납니다”고 확인해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황 장관이 징병검사에서 면제판정을 받은 이듬해인 8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점을 들어 잇단 징병검사 연기와 면제 판정 사이의 연관성을 의심하고 있다. 군 면제 판정을 받을 정도의 질병을 갖고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는 점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황 장관의 장남 황성진은 2009년 육군 35사단에 사병으로 입대해 병역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황교안 장관은?

▲서울 출생
▲경기고 졸업
▲성균관대 법학 학사, 석사
▲제23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법무연수원 교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형사제5부 부장검사
▲대검찰청 공안제1과장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제2차장검사(삼성 X파일 사건수사)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
▲법무법인 태평양 형사부문 고문 변호사
▲법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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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