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몸사리는 황교안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9.30 11: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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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잡으려다…“역풍 맞을라” 조심조심

[일요시사=사회팀] 검찰총장 ‘혼외자’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정국. 그 후폭풍이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몰아닥치고 있다. 청와대와 교감 의혹을 받고 있는 황 장관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찰 의혹과 관련해 여야의 공방이 예상됐던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불출석으로 파행을 빚어 앞으로 혼란스러운 정국이 예상된다.




<조선일보>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한 후 황교안 법무장관은 채 전 총장에게 감찰을 지시했다. 당시 조상철 법무부 대변인은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법무부 규정에 따른 감찰 착수 사실을 브리핑했다. 이러한 검찰 착수 소식을 들은 채 전 총장은 대검 간부 긴급회의 참석 후 1시간도 안돼 자진 사퇴 결단을 내렸고 퇴임사 없이 대검찰청 청사를 떠났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난 9월 28일 채 전 총장의 사표를 전격 수리했다.

채동욱 사태 이후
정치권 공방 확산

채 전 총장의 전격 사퇴로 격양된 검찰 내부를 진정시키기 위해 황 장관이 일선 검사들에게 해명 이메일을 보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황 장관은 지난 13일 오후, 전국 검사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채 전 총장 사퇴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했다.
황 장관은 “최근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과 관련해 오늘 검찰총장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불행스러운 사태가 있었다”면서 “총장 본인의 부인과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에 대한 논란이 지속됐고 그런 상황이 장기화돼서 검찰의 명예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저는 장관으로서 법무부 부서 중 사실확인 기능이 있는 감찰관으로 하여금 사안의 진상을 신속하게 파악하도록 조치했으며 이는 하루 빨리 의혹을 해소하여 검찰이 본연의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하지만 결국 검찰총장이 사직 의사를 밝히는 상황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장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고 있는 만큼 어려운 상황이지만 흔들리지 말고 각자의 위치에서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황 장관의 이메일을 받은 일선 검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한 검사는 “채 전 총장 사퇴는 역사상 유례없는 법무부의 감찰 때문인데 언론보도를 탓하는 것은 책임전가”라며 “만약 ‘윗선’의 감찰지시가 있었더라도 법무부 장관이 자리를 걸고 막았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검사는 “유전자 감식 등을 통해 진상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전혀 동요하지 않았는데 (황 장관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혼외자 의혹 감찰 지시…고의적 흠집내기 지적
총대 멘 모양새…김기춘-홍경식 막후서 뒷짐?

지난 24일 검찰에 따르면 황 장관은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22일 저녁 서울 시내 모처에서 고검장급 간부들을 만나 차를 마시며 얘기를 듣고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모임에는 길태기 대검 차장과 소병철 법무연수원장, 국민수 차관을 비롯해 임정혁 서울고검장 등 일선 고검장 5명,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등 고검장급 9명이 모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장관은 이 자리에서 고위 간부들을 중심으로 검찰 구성원들과 조직 안정에 힘써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채 전 총장에 대한 감찰에 앞서 준비 단계로 진행 중인 진상규명 조사와 관련, 명확히 확인된 성과가 없어 채 전 총장의 협조가 필요하며 필요할 경우 강제조사 수단을 동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채 전 총장은 법무부 감찰이 본격 시작되더라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황 장관은 최근 상황과 관련해 어쨌든 채 총장의 의혹이 신속히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일선 검찰청의 분위기 등 고검장들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회동에 참석했던 관계자들은 전했다.


야당 3인방 경질 촉구
김기춘-홍경식-황교안

채 총장의 사퇴와 관련해 청와대는 사전에 알지 못했고, 보도를 보고 알았다는 입장을 취했다. 채 전총장이 사퇴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된 황 장관의 감찰지시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상초유의 검찰총장 감찰이 청와대의 허가없이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게 법조계와 청와대 주변의 시각이다. 특히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이 모종의 역할을 하지 않았겠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채 전 총장이 그동안 청와대 눈 밖에 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고, 국정원 댓글 사건에 선거법을 적용하는 문제를 놓고 법무부와 정면 충돌했다. 그러나 곽상도 수석은 검찰을 컨트롤하지 못해 경질됐다.
곽상도 수석 후임으로 온 홍경식 민정수석은 검찰을 제어하기 위한 카드였다. 곽 수석이 채 전 총장 보다 연수원 1년 후배인데 비해 홍경식 수석은 6기나 앞서는 대선배다.
황교안-홍경식 라인의 맨 위에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자리잡고 있다. 세 명 모두 공안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기춘-홍경식-황교안 라인이 만들어진 지 6주 만에 임기를 4분의 1도 채우지 않은 검찰총장이 자리에서 내려온 셈이다.
정의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법무부-조선일보의 삼각편대가 벌인 채 전 총장 사퇴압력설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검찰총장을 밀어내기 위해 사전정지작업으로 임명된 김기춘 비서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은 자진사퇴하시라. 국정원 사태 덮으려고 검찰의 독립성마저 무너트린 황 장관은 경질돼야 마땅하다”며 3인방 경질을 촉구했다.
채 전 총장이 사퇴하게 된 배경에는 <조선일보>의 ‘혼외 아들설’ 보도가 자리잡고 있다. 이 혼외 아들설 보도에 대해서는 김기춘 비서실장-남재준 국정원장 작품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국의 주요한 고비 고비에 김기춘 비서실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비서는 입이 없다며 밖에다 말을 하는 일이 없다.
채 전 총장이 사퇴함에 따라 청와대는 후임 검찰총장을 임명해야 한다. 검찰총장 추천위원회라는 제도적 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정부 조직이니 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알고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을 앉히려 할 것이다.

참석한다더니…사개특위 15분 전 불참 통보
민주당 사개특위 “탄핵 또는 해임안 검토”

그러나 이럴 경우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검찰이 청와대의 의중을 헤아려 수사를 하는 구태를 벗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한 검찰이 칼을 마구 휘둘렀을 때 어떤 모양새가 빚어지는지는 이미 지난 정부에서 여실히 보여줬다. 중요한 대부분의 사건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공감한 검찰개혁은 이런 역사적·정치적 맥락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제 정권의 뜻에 반했던 채 전 총장이 낙마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하는 총장이 옴에 따라 검찰 독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황 장관 불출석으로
여야 사개특위 파행

채 전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부당한 감찰 지시로 지탄을 산 황 장관이 지난 26일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에 돌연 불참했다.
특위는 그간의 활동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채택한 뒤 특위를 끝내려 했지만 황 장관의 불출석으로 파행됐다. 결국 이날 회의는 속개되지 못했다. 여야는 사개특위 활동시한인 30일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황 장관을 출석시키기로 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선 황 장관의 출석을 놓고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지다 회의 시작 40여분 만에 정회된 뒤 속개되지 못했다. 당초 출석하기로 했던 황 장관은 '성남 보호관찰소 관련 긴급 민원'을 이유로 국회에 불출석 의사를 전했다. 회의 15분 전이었다. 여야는 특히 황 장관을 상대로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 등 검찰 현안에 대해 질의를 할 예정이었다. 야당은 최근 불거진 채 전 총장 사찰 의혹 문제를 검찰 독립성과 연계해 추궁한다는 방침도 세운 상태였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황교안 장관은 회의 시작 15분 전만 해도 나온다고 했었다. 그런데 합리적인 이유도 밝히지 않고 불출석했다”며 “국민들은 채 전 총장에 대한 감찰이 적법했는지, 또 서울고등법원이 국정원 이종명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을 강제기소한 것에 대한 변명을 듣고 싶어했다. 황 장관은 이 대답을 하기 싫어 안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동철 의원도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을 파기하면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터에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니 장관도 국회를 무시하고 있다”며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답변해야 할 장관이 불출석 통보하는 현실을 집권여당이 방기하겠다는 것은 국회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이춘석 의원은 “황교안 장관에게 왜 출석 안 했느냐고 물어보니 성남보호관찰소에 급히 갈 일이 있다고 했다. 대체 어떤 것이 더 중요한 일이냐”며 “국회의 권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당 의원이라면 황 장관이 왜 안 왔느냐고 묻고, 빨리 연락해 출석하라고 해서 정상 운영시켜야 맞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황 장관의 불출석에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하지만 이날 사개특위 회의는 지난 6개월 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는 결과보고서 채택을 하는 자리인 만큼, 황 장관의 출석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을 폈다.

전직 공안검사 출신
대표적 공안통 유명


염동열 의원은 “황교안 장관의 불출석이 절차가 부족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한시적으로 마련된 사개특위 보고서 채택 자리가 (출석 문제로) 본말이 전도되어선 안 된다”고 했고, 홍일표 의원도 “법무장관이 아닌 차관이 나왔다고 해서 회의가 잘못된 것처럼 말하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며, 출석 안 했다고 회의를 연기하거나 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사개특위 유기준 위원장도 “황 장관이 오전에 출석이 불투명하다고 해서 가급적 출석을 하라고 했는데, 조금 전 못 오겠다고 통보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일단 여야는 정회를 한 후, 간사간 협의를 통해 황 장관이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회의가 재개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법무부 장관인가…

황 장관은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에서 법학 학사와 석사를 취득했다.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불리는 전직 공안 검사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 검사장으로 곧바로 승진하지 못해 공안 검사라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검찰총장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렸으나 기수 문화가 철저한 검찰에서 동기인 한상대(사법연수원 13기) 전 검찰총장이 취임한 후, 2011년 8월2일 인사적체와 신임 검찰총장의 부담을 덜고자 부산고검장을 마지막으로 검찰에서 물러나고 2011년 9월19일부터 2013년 1월까지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박근혜정부의 제63대 법무부 장관으로 공식 임명된 황 장관은 지난 3월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식을 하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황 장관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국회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 때 정부를 대표해 국회에서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며 이 사건 범행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정면도전이자 위협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과거에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가석방 절차에 제동을 걸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가석방 신청을 불허하기도 했다.
황 장관은 1980년 징병 검사 때 ‘만성담마진’(만성 두드러기)이란 피부질환으로 제2국민역(5급) 처분을 받았다. 그는 징병검사를 세 차례나 연기한 이유에 대해서 당시 “병역법상 대학생의 경우 24세까지 징병검사 연기가 가능했다.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졸업년도까지 징병검사를 연기하는 관례에 따라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하여 박영렬 변호사(전 검사장)는 지난 2월 <TV조선>에 출연해 “1983∼84년 청주지방검찰청에서 함께 근무할 때 피부병 때문에 약 먹으면서 고생스러워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납니다”고 확인해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황 장관이 징병검사에서 면제판정을 받은 이듬해인 8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점을 들어 잇단 징병검사 연기와 면제 판정 사이의 연관성을 의심하고 있다. 군 면제 판정을 받을 정도의 질병을 갖고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는 점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황 장관의 장남 황성진은 2009년 육군 35사단에 사병으로 입대해 병역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황교안 장관은?

▲서울 출생
▲경기고 졸업
▲성균관대 법학 학사, 석사
▲제23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법무연수원 교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형사제5부 부장검사
▲대검찰청 공안제1과장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제2차장검사(삼성 X파일 사건수사)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
▲법무법인 태평양 형사부문 고문 변호사
▲법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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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