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전두환 일가의 추징금 완납 계획을 두고 뻥튀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납부할 금액을 올리기 위해 재산 가치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문제의 재산은 오산 땅. 무려 수백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게다가 팔릴지도 미지수다. 검찰은 알고나 있을까.
전두환 일가는 지난 10일 추징금 완납 계획을 발표했다. 전씨와 이순자씨 90억원, 재국씨 558억원, 재용씨 560억원, 재만씨 200억원, 효선씨 20억원, 이희상씨 275억원 등 추징금 잔액 1672억원보다 많은 1703억원을 자진납부하기로 했다.
뒤편엔 국가사적
이중 차남 재용씨가 납부할 금액엔 비엘에셋과 삼원코리아 명의로 돼 있는 오산 땅이 포함됐다. 무려 500억원으로 책정돼 있다. 검찰은 이 땅에 전씨의 비자금이 유입된 정황을 잡고, 사실상 전씨의 숨겨둔 재산인 것으로 파악해 압류했다. 환수팀이 압류한 재산 중 최고가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땅의 가치가 너무 뻥튀기 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땅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공매될 가능성도 낮다는 지적이다.
재용씨의 땅은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에 있는 임야다. 면적은 49만9500㎡(약 15만평)에 이른다. 부지 바로 앞에 오산-화성고속도로가 있는 등 현재 도로 확장공사가 한창이다. 옆쪽엔 한신대 캠퍼스가 붙어있다. 일진전기, 중외제약, 선일레미콘 등의 대형 공장들도 들어서 있다.
하지만 뒤편 상황은 다르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개발제한지역으로 묶인 탓에 이 일대의 개발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 부동산업자는 "양산동 임야 일대는 사유지로 분류돼 매매가 가능하지만 인접한 곳에 오산에서 유일한 사적지가 있어 사실상 매매가 어렵다"며 "산을 깎아 개발할 경우 문화유적의 훼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용씨 소유의 임야 바로 뒤편엔 '독산성'과 '세마대'등의 유적건조물이 자리 잡고 있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여있다. 양산동 산19-60번지 일원에 있는 독산성은 문화재청이 1964년 지정한 국가사적 제140호다.
백제시대에 축성돼 권율 장군이 임진왜란 때 왜병 수만명의 대군을 격파한 군사적 요충지로 남한산성과 함께 한강 이남 최고의 산성으로 꼽힌다.
세마대는 권율 장군이 독산성에 물이 부족한 점을 노린 왜군을 교란하기 위해 산 정상에서 흰쌀로 말을 씻기는 모습을 연출해 적의 사기를 꺾은 곳으로 전해진다.
한 부동산업자는 "독산성 주변은 경관·환경이 손상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개발행위 허가를 제한하고 있다"며 "사유지로 분류돼 매매가 가능하지만 인접한 곳에 오산에서 유일한 사적지가 있어 사실상 개발이 어렵다"고 전했다.
추징금 완납용 부지 가치 부풀리기 지적
500억? 개발제한 묶여 현지선 200억 추정
오산시 측도 "일부 성곽만 남아있는 독산성과 세마대를 2015년까지 복원하는 등 74만7470㎡(약 23만여평) 규모의 역사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라며 "시의 랜드마크인 유적지 등 주변 경관·환경이 손상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개발행위 허가를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 일대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전녹지지역, 자연녹지지역, 생산녹지지역 등 녹지보전구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보전녹지지역은 도시의 자연환경, 경관, 수림 및 녹지를 보전하기 위한 지역 ▲생산녹지지역은 주로 농업적 생산을 위해 개발을 유보할 필요가 있는 지역 ▲자연녹지지역은 녹지공간의 보전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한적 개발이 불가피한 지역이다.
부동산업자는 "건축시 제한사항이 많은 녹지지역이 주거지나 상업지로 용도가 변경될 수 있지만 그 기준은 해당 지자체마다 다르다"며 "도시계획이 잡혀도 개발이 수년간 정체돼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녹지구역이라고 해서 모두 개발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가 허가할 경우 용도 변경 등 제한적인 개발이 가능하다. 부동산 개발업체의 한 임원은 "건축 시 제한사항이 많은 녹지지역이 주거지나 상업지로 용도가 변경될 수 있지만 그 기준은 해당 지자체마다 다르다"며 "도시계획이 잡혀도 개발이 수년간 정체돼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사례도 있어 녹지지역 매매시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지역 임야의 땅값은 독산성에 얼마나 붙어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바로 옆 부지의 공시지가(㎡당)는 지난 1월 기준 1만원대에 불과하다. 20년 전인 1990년대 초반의 공시지가도 1만원 안팎이었다. 이런 부지를 경계로 좀 떨어진 임야의 경우 10만원대를 웃돈다. 개발 가능성 때문에 차이가 난다는 게 부동산업자의 전언이다.
사방은 녹지지역
그는 "현지를 한번만 둘러보면 일반인도 단번에 알 수 있는 정보를 검찰이 모를 리 없다"며 "재용씨의 땅이 500억원으로 책정돼 있는데 터무니없다. 현 시세가로 따져도 최고 200억원대를 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씨일가 부동산 처리는?
캠코 온라인공매로 매각
오산 땅은 수의계약으로
전두환 일가가 자진납부하기로 한 부동산은 어떻게 처리될까.
전씨일가의 재산은 캠코 온라인공매시스템인 '온비드'를 통해 매각된다. 캠코는 조만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전담팀을 꾸려 매각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공매는 지난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추징금 환수를 위한 공매를 진행했던 공매3팀이 맡게 된다.
공매 대상은 연천 허브빌리지, 한남동 유엔빌리지, 미술품 등이다. 서울 연희동 자택과 30억원 상당의 연금보험 등 일부 물건은 이번 공매에서 제외됐다. 압류재산 중 오산 땅 등은 공매가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될 전망이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