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4개월24일' 전두환 추징 풀스토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9.16 11: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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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낼 걸…버티고 버티다 ‘백기’

[일요시사=사회팀] 전두환씨 추징금 환수작전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재산은 29만원 뿐, 공식적으로 땡전 한 푼 없던 빈털터리 전직 대통령에게 이 돈을 받아내는데 무려 1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가 갑자기 ‘백기투항’한 이유는 뭘까. 그동안의 과정을 되짚어봤다.




1996년, 뇌물수수와 반란 등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는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을 부과 받았다. 이듬해 12월 특별 사면됐지만, 추징금은 완납해야 하는 상황. 시작은 순조로운 편이었다. 검찰 선고 후 수사과정에서 전씨로부터 압수했던 예금 107억원과, 채권 등을 합해 312억9000만원이 추징됐다.

키우던 개도 경매

이어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997년 이후 검찰은 3년마다 일부 재산을 압류하며 시효 만기를 연장하는데 그쳤다. 시효는 만료 전 1원이라도 추징하면 다시 3년이 연장됐다.

첫 번째 시효 만료를 앞둔 2000년 5월 검찰은 1987년식 벤츠 승용차와 장남 재국씨 명의의 콘도회원권을 압류해 시효를 3년 더 늘렸다.

경매에 넘겨진 콘도회원권은 1억1264만원, 벤츠 승용차는 9900만원에 낙찰됐다. 벤츠 승용차를 감정가 1천500만원보다 6배 이상 비싸게 주고 가져간 사람은 손삼수 전 비서관이었다. 그는 청와대에서 재무업무를 맡아 전씨의 비자금을 담당했다.


다시 3년이 지난 2003년에는 TV와 냉장고·골프채·찻잔·피아노 등 세간 뿐만 아니라 기르던 진돗개 2마리까지 경매에 넘어가는 수모를 당했다. 경매에 나온 물건들은 검찰의 재산명시 신청에 따라 전씨가 법원에 직접 적어 낸 것이다.

경매는 연희동 자택 인근 놀이터에서 진행됐고, 총 1억 7950만원이 강제 집행됐다. 당시 여전히 1890억원을 미납하고 있던 전씨는 “전재산이 29만원 뿐”이라며 법정에서 판사와 설전을 벌여 ‘재산 29만원’이라는 희대의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검찰은 같은 해 11월 연희동 자택 별채를 경매에 부쳤다. 전씨 일가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처남 이창석씨가 16억4800만원에 낙찰 받았다.

이듬해에는 부인 이순자씨가 자신이 관리하던 채권, 현금 등 130억원과 친인척에게 모은 70억원을 합해 200억원을 ‘대납’했다. 검찰이 자신과 아들 재용씨 등에게 전씨 비자금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잡고 수사하자 추징금을 억지로 내놓은 것이다. 얼마 뒤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재용씨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같은 해 전씨가 서초동 일대 토지를 장인과 공동 명의로 소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검찰은 서초동 일대 전씨 지분을 압류했다. 이 토지가 경매에서 1억1939만원에 낙찰되면서 지금의 1672억원이 남게 됐다.

2008년 6월 검찰은 은행 채권 추심으로 4만7000원을 추징해 시효를 다시 3년 늘렸다. 2010년 10월에는 전씨가 “강연으로 소득이 발생했다”며 처음으로 강연료 300만원을 자진 납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한 만료를 앞두고 강제집행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비난만 받았다.

지지부진한 추징금 집행이 급물살을 탄 건 올해 제정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일명 전두환 추징법) 덕분이다. 올해 10월 11일 추징 시효 만료일을 앞두고 국민의 여론이 악화되자 국회는 전씨 일가친척 재산까지 추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면서 환수작업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


97년 추징금 2205억 확정…3년마다 연장
질질 끌다 ‘전두환법’ 통과로 환수 급물살

이 법은 불법재산으로부터 유래한 재산이라면 제3자의 재산도 환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전씨의 가족 및 친지들 재산까지 환수가 가능해졌다. 추징금 환수 시효도 2020년 10월까지로 연장됐다. 대부분 비자금을 차명재산으로 은닉해 왔던 전씨로서는 치명타였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전두환 일가 미납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김형준 외사부장)을 꾸려 적극적인 은닉재산 추적에 나섰다. 지난 7월, 법 시행 나흘 만에 전씨일가의 서울 연희동 자택, 장남 재국씨 회사 등 수십 곳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환수 작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수십∼수백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고가의 그림, 조각 등 미술품 수백점을 찾아냈다.

검찰의 수사망은 다시 전씨의 재산관리인이었던 처남 이창석씨로 향했다. 검찰은 8월 이씨를 소환해 전씨의 미납추징금 관련 활동이 ‘환수’에서 ‘수사’로 본격 전환됐음을 선언했다. 검찰은 다음날 전씨의 조카 이재홍씨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이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체포했다.

다시 하루 만에 처남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검찰 수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검찰은 두 달여 간에 걸친 수사를 통해 서울 한남동 부동산, 연희동 사저 등 약 800여억원 상당의 재산을 압류했다.

검찰의 압박에도 추징금 자진 납부를 거부하던 전씨일가는 지난 3일 검찰이 재용씨를 소환 조사 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재용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은 다음날 노태우씨 측이 미납 추징금 230억원을 완납하면서 전씨일가의 심리적 부담은 더 커졌다.

거센 압박에 ‘만세’

이후 전씨일가가 가족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분담액을 논의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결국 재국씨가 가족을 대표해 기자회견을 열고 추징금 완납 의사를 밝혔다. 남은 추징금은 전씨일가가 분담해 납부한다.

납부 내역은 전씨와 이순자씨 90억원, 재국씨 558억원, 재용씨 560억원, 재만씨 200억원, 효선씨 20억원, 이희상 회장 275억원 등이다. 1997년 4월17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이 확정된 지 16년4개월24일 만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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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