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사퇴’ 채동욱 '청와대-국정원-보수언론' 토끼몰이식 마녀사냥에 당했다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9.17 08: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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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았나?

[일요시사=사회팀] 채동욱 검찰총장이 결국 중도사퇴 했다. 최근 그를 둘러싼 ‘혼외아들’ 논란이 문제였다. 채 총장은 “검찰총장으로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올바르게 검찰을 이끌어 왔다”고 말하고 대검찰청을 떠났다. 그러나 ‘혼외자 논란’은 표면에 불과하다. 이 사건의 핵은 따로 있다.




지난 6일 <조선일보>는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채 총장은 “보도내용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후 9일 <조선일보>는 후속기사에서 ‘혼외아들 의혹’을 재언급했다. 이에 채 총장은 “정정보도를 청구하겠다”며 “유전자 검사라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본인 명의 정정보도 청구서를 조선일보에 정식 접수했다.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씨는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 ‘혼외아들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취임 163일 만에…
12번째 중도사퇴

지난 13일 법무부는 법조 출입기자들에게 채 총장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장관이 현직 검찰총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한 것은 사상 초유다. 조상철 법무부 대변인은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법무부 규정에 따른 감찰 착수 사실을 브리핑했다. 이날 대검청사 총장실에서는 전 간부진들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러한 검찰 착수 소식을 들은 채 총장은 대검 간부 긴급회의 참석 후 1시간도 안돼 자진 사퇴 결단을 내렸다. 구본선 대변인은 채 총장의 사의 표명 사실을 전달했다. 그리고 채 총장은 퇴임사 없이 대검찰청 청사를 떠났다.

법무부는 채 총장에 대한 진상규명을 감찰관에게 맡겼다고 발표했지만 안장근 법무부 감찰관은 해외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것으로 확인됐다. 안 감찰관은 지난 7일 출국해 채 총장의 혼외자녀 논란 진상조사 지시 결정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법무부는 “법무부 감찰관에게 조속히 진상을 규명해 보고하도록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또 “진상규명을 위한 유전자 검사 등 구체적인 조사 방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감찰관실에서 나름의 조사방법으로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에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검찰의 불행한 역사라며 유감을 표했다.

민주당은 배재정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채 총장의 사의 표명으로 검찰이 다시 과거 회귀, ‘정치검찰’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현 상황을 엄중히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의 표명은 갑작스럽고 전례가 없는 법무부의 감찰 발표에 이어 나온 것으로 검찰총장이 더 이상 적절한 업무 수행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은 국정원 댓글사건의 주역인 원세훈 김용판 두 피고인에 대해 선거법 위반 기소를 하면서 여권 내부에서 검찰총장 교체론이 솔솔 나온 것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배 대변인은 이어 “실제로 새누리당은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박근혜 정부 검찰의 기소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면서 여권의 기류를 확인시켜 준 바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유일호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채 총장이 사퇴의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최근 불거진 불미스러운 논쟁으로 인해 원활히 그 직을 수행하지 못하고 결국 사퇴의 뜻을 밝힌 데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사의 표명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들이 퍼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진실이 하루빨리 밝혀져야 할 것”이라며 “채 총장과 관련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법원은 공정한 판단으로 조속히 의혹을 규명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 대변인은 검찰에 “채 총장의 사퇴에 동요하지 말고 흔들림 없이 국민만을 바라보며 직무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참여연대는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감찰 지시를 내린 지 1시간 만에 채 총장이 사의를 밝혔다”며 “공개적으로 감찰을 지시할 사안이 아니었는데도 전격 감찰 지시를 내린 것은 국정원 관련 검찰 수사가 청와대 입맛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채 총장에 대한 의혹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감찰 지시가 일종의 압박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특히 국정원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검찰총장이 물러나면 앞으로 국민이 원하는 실체적 진실 규명이 제대로 될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정치검찰로 회귀?
우려 목소리 높아

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은 인선·검증 과정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지난 4월 국회 인사 청문회 당시 야당 의원들조차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온다” “청문회가 아니라 칭찬회 같다”고 채 총장을 치켜세울 정도였다. 그는 그만큼 청렴했다. 지난 4월 차기 검찰총장 내정자였던 채 총장의 청문회는 정책검증에 집중됐다. 그만큼 병역 등 개인비리 의혹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 당시 채 총장은 검찰개혁과 함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관련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부정과 비리를 단죄하는데 어떤 성역도, 망설임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자신의 의지를 연달아 강조했다.


‘언행일치’, 채 총장은 취임 직후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관련된 대선 개입 의혹을 담당하는 특별 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첫 시험대였다. 이명박 정권 시절 ‘정권의 시녀’라는 별칭까지 달았던 ‘검찰’의 개혁이 그의 손에 달려 있었던 것. 수사기간 동안 채 총장은 공개적으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 외압을 막고 수사팀에게 힘을 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검찰은 수사팀의 의지대로 원 전 원장에게 국정원법상 정치개입 금지와 공직선거법 위반죄를 적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 검찰이 생각했던 사전구속영장은 청구할 수 없었다. 황교안 법무장관이 공직선거법 적용에 반대해 불구속 기소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그러자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채 검찰총장은 이명박 정부가 지명한 검찰총장”이라며 “그 검찰이 이명박 정부 사람에 대한 수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해 현 정부와 국정원 대선 개입의 무관성을 은연 중에 못 박기도 했다.

‘혼외자 의혹’법무부 감찰 소식에 사표
검찰 안팎선 외부세력의 ‘흔들기’의심

하지만 이런 청와대의 선 긋기에도 채 총장은 흔들림 없이 다음 수사를 진행했다. 그는 ‘전두환 추징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검찰에 “당초 시효 완성시점이었던 10월을 목표로 반드시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채 총장의 뜻대로 검찰은 뚝심있게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몰아쳤다.

미납추징금 환수팀은 지난 7월 전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을 압류하고 일가 17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뿐만 아니라 전 전 대통령의 친인척 주거지 등 1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추가로 진행했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 소유의 사업체들도 수색망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같은 압박이 계속되자 결국 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재국씨를 통해 미납추징금 1672억원을 웃도는 1703억원의 추징금을 자진납부했다.

하지만 지난 6일 <조선일보>의 보도로 채 총장의 ‘혼외 아들설’이 각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그의 행보도 위기를 맞았다.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자진납부에 기뻐할 새도 없이 채 총장은 ‘혼외 아들설’을 해명하고 ‘유전자 검사’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해 의혹을 바로잡으려 노력했지만 유례없는 법무부의 감찰엔 채 총장도 의지를 꺾을 수밖에 없었다. 채 총장은 법무부가 감찰에 착수한다는 공식 발표를 한지 1시간 만에 ‘사퇴’를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가 취임한 지 꼭 163일 만이었다.

청문회를 칭찬회로 만들었던 그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부터 시작해 전두환 미납 추징금까지, 파란만장한 5개월을 끝으로 검찰총장직에 마침표를 찍었다.

조선일보 상대로
소송은 계속 진행

정국은 채 총장의 사의 표명으로 다시 냉각되는 모양새다. 민주당 내에서는 채 총장의 사퇴 이유가 된 황 장관의 감찰 지시를 ‘검찰 흔들기’로 보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채 총장이 전격 사퇴했다. 청와대와 국정원이 합작해서 검찰총장을 사퇴시켰다는 세간의 의혹이 확실하게 퍼지고 있다”며 “국가정보원 수사와 검찰 수사 흔들기 종결판”이라고 규정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은 권력기관 장악으로 국민공포시대를 만들고 국정원 개혁을 흔들려는 새누리당 정권의 음모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채 총장의 사퇴에 대해 여러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며 사적인 일에 개입하는 것은 정치권으로서 적절치 않은 처사”라며 “정치권의 자의적 해석과 주장이 오히려 일을 키우고 국민들에게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고 밝혔다.




학계·언론계의 전문가들은 보도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대대적으로 이같은 의혹 제기가 나온 데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공인의 사생활 문제에 대한 평가는 들쭉날쭉한 경향이 있다”며 “어떤 때는 공인의 사생활까지도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어떤 때는 공인이기에 사생활 역시 공적 성격이 있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각 언론도 입장이 다르다. ‘사생활 관리’를 공직자의 의무로 보는 곳도 있는가 하면, 온전히 개인의 문제로 보는 곳도 있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이같은 보도 행태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의혹들을 내보낸 다음 나머지는 여론에 맡겨 마녀사냥을 당해서 내려오면 좋고 아니면 흠집 내기 정도로 만족하는 식의 몹시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라고 꼬집었다.

누구 위한 의혹?
진실은 무엇인가

이번 채 총장의 사퇴는 표면적으로는 ‘혼외아들’ 의혹이 원인이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가 촉발점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초, 국정원 특별수사팀은 국정원의 댓글 행위가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렸다. 댓글 작업을 지시한 원 전 원장에 대해서는 구속 의견을 대검에 전달했다.


채 총장은 수사팀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 황 장관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황 장관은 원 전 원장에 대한 선거법 적용은 물론, 구속도 무리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장관과 총장의 의견 대립은 그대로 검찰 내부 갈등으로 이어졌다. 채 총장이 수사를 무리하게 지휘했다는 의견과 검사로서 용기있는 수사였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누가 채동욱 밀어냈나 “진짜 배후는?”
사전 각본대로…철저한 시나리오 냄새

우여곡절 끝에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되 불구속 기소하기로 절충을 봤지만,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수사 결과 발표 하루 전날 검찰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검찰 수사를 평가절하하는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채 총장은 감찰을 지시하며 강경 대응했다. 누군가가 수사 결과를 폄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보고서를 유출했다고 본 것이다. 법무부와 청와대 등 해당 문건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제한돼 있었던 만큼 검찰 안팎에서는 특정인의 이름이 유출자로 지목되며 갈등이 고조됐다.

이번 보도의 내용을 두고 누가 제보했는지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은 경찰이나 국정원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경찰과 국정원은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고 있지만, 두 기관 중 한 곳이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앞서 정가엔 검찰의 타깃인 경찰과 국정원이 채 총장을 곱게 보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정치권 한 인사는 “사실 여부를 떠나 보도된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누군가의 제보나 정보 없이 나온 기사라 볼 수 없다”며 “거물급 인사의 사생활을 아무나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현재 야권은 대통령 사과와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장외 투쟁에 나섰고, 여권은 채 총장의 수사 지휘가 야당 반발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노골적으로 채 총장을 압박했다.

결국 검찰총장 사퇴의 직접적인 원인은 혼외아들 의혹 보도였지만, 그 배후에는 국정원 수사 결과에 불만을 품은 누군가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이 끊이질 않고 있다.

채 총장은 세종고,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24회)한 뒤 군법무관을 거쳐 1988년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대검 수사기획관, 법무부 법무실장, 대검 차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별수사통’인 그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12·12와 5·18 사건,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 삼성에버랜드 사건, 현대차 비자금 사건 등 굵직굵직한 대형수사를 진두지휘했다.

그는 군 법무관 시절 고등학교 동창인 양경옥씨와 결혼해 슬하에 2녀를 뒀었다. 하지만 2009년 패혈증으로 뇌성마비 장애를 앓던 22세 큰딸을 잃었다. 채 총장은 평소 자녀사랑이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채동욱 총장은?>

▲서울 출생
▲세종고 졸업
▲서울대 법학 학사·석사
▲제24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의정부지청 부장검사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부패방지위원회 법무관리관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제18대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
▲제42대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제39대 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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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