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사퇴’ 채동욱 '청와대-국정원-보수언론' 토끼몰이식 마녀사냥에 당했다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9.17 08: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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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았나?

[일요시사=사회팀] 채동욱 검찰총장이 결국 중도사퇴 했다. 최근 그를 둘러싼 ‘혼외아들’ 논란이 문제였다. 채 총장은 “검찰총장으로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올바르게 검찰을 이끌어 왔다”고 말하고 대검찰청을 떠났다. 그러나 ‘혼외자 논란’은 표면에 불과하다. 이 사건의 핵은 따로 있다.




지난 6일 <조선일보>는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채 총장은 “보도내용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후 9일 <조선일보>는 후속기사에서 ‘혼외아들 의혹’을 재언급했다. 이에 채 총장은 “정정보도를 청구하겠다”며 “유전자 검사라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본인 명의 정정보도 청구서를 조선일보에 정식 접수했다.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씨는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 ‘혼외아들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취임 163일 만에…
12번째 중도사퇴

지난 13일 법무부는 법조 출입기자들에게 채 총장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장관이 현직 검찰총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한 것은 사상 초유다. 조상철 법무부 대변인은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법무부 규정에 따른 감찰 착수 사실을 브리핑했다. 이날 대검청사 총장실에서는 전 간부진들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러한 검찰 착수 소식을 들은 채 총장은 대검 간부 긴급회의 참석 후 1시간도 안돼 자진 사퇴 결단을 내렸다. 구본선 대변인은 채 총장의 사의 표명 사실을 전달했다. 그리고 채 총장은 퇴임사 없이 대검찰청 청사를 떠났다.

법무부는 채 총장에 대한 진상규명을 감찰관에게 맡겼다고 발표했지만 안장근 법무부 감찰관은 해외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것으로 확인됐다. 안 감찰관은 지난 7일 출국해 채 총장의 혼외자녀 논란 진상조사 지시 결정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법무부는 “법무부 감찰관에게 조속히 진상을 규명해 보고하도록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또 “진상규명을 위한 유전자 검사 등 구체적인 조사 방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감찰관실에서 나름의 조사방법으로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에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검찰의 불행한 역사라며 유감을 표했다.

민주당은 배재정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채 총장의 사의 표명으로 검찰이 다시 과거 회귀, ‘정치검찰’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현 상황을 엄중히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의 표명은 갑작스럽고 전례가 없는 법무부의 감찰 발표에 이어 나온 것으로 검찰총장이 더 이상 적절한 업무 수행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은 국정원 댓글사건의 주역인 원세훈 김용판 두 피고인에 대해 선거법 위반 기소를 하면서 여권 내부에서 검찰총장 교체론이 솔솔 나온 것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배 대변인은 이어 “실제로 새누리당은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박근혜 정부 검찰의 기소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면서 여권의 기류를 확인시켜 준 바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유일호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채 총장이 사퇴의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최근 불거진 불미스러운 논쟁으로 인해 원활히 그 직을 수행하지 못하고 결국 사퇴의 뜻을 밝힌 데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사의 표명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들이 퍼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진실이 하루빨리 밝혀져야 할 것”이라며 “채 총장과 관련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법원은 공정한 판단으로 조속히 의혹을 규명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 대변인은 검찰에 “채 총장의 사퇴에 동요하지 말고 흔들림 없이 국민만을 바라보며 직무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참여연대는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감찰 지시를 내린 지 1시간 만에 채 총장이 사의를 밝혔다”며 “공개적으로 감찰을 지시할 사안이 아니었는데도 전격 감찰 지시를 내린 것은 국정원 관련 검찰 수사가 청와대 입맛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채 총장에 대한 의혹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감찰 지시가 일종의 압박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특히 국정원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검찰총장이 물러나면 앞으로 국민이 원하는 실체적 진실 규명이 제대로 될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정치검찰로 회귀?
우려 목소리 높아

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은 인선·검증 과정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지난 4월 국회 인사 청문회 당시 야당 의원들조차 “파도 파도 미담만 나온다” “청문회가 아니라 칭찬회 같다”고 채 총장을 치켜세울 정도였다. 그는 그만큼 청렴했다. 지난 4월 차기 검찰총장 내정자였던 채 총장의 청문회는 정책검증에 집중됐다. 그만큼 병역 등 개인비리 의혹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 당시 채 총장은 검찰개혁과 함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관련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부정과 비리를 단죄하는데 어떤 성역도, 망설임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자신의 의지를 연달아 강조했다.

‘언행일치’, 채 총장은 취임 직후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관련된 대선 개입 의혹을 담당하는 특별 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첫 시험대였다. 이명박 정권 시절 ‘정권의 시녀’라는 별칭까지 달았던 ‘검찰’의 개혁이 그의 손에 달려 있었던 것. 수사기간 동안 채 총장은 공개적으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 외압을 막고 수사팀에게 힘을 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검찰은 수사팀의 의지대로 원 전 원장에게 국정원법상 정치개입 금지와 공직선거법 위반죄를 적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 검찰이 생각했던 사전구속영장은 청구할 수 없었다. 황교안 법무장관이 공직선거법 적용에 반대해 불구속 기소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그러자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채 검찰총장은 이명박 정부가 지명한 검찰총장”이라며 “그 검찰이 이명박 정부 사람에 대한 수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해 현 정부와 국정원 대선 개입의 무관성을 은연 중에 못 박기도 했다.

‘혼외자 의혹’법무부 감찰 소식에 사표
검찰 안팎선 외부세력의 ‘흔들기’의심

하지만 이런 청와대의 선 긋기에도 채 총장은 흔들림 없이 다음 수사를 진행했다. 그는 ‘전두환 추징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검찰에 “당초 시효 완성시점이었던 10월을 목표로 반드시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채 총장의 뜻대로 검찰은 뚝심있게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몰아쳤다.

미납추징금 환수팀은 지난 7월 전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을 압류하고 일가 17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뿐만 아니라 전 전 대통령의 친인척 주거지 등 1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추가로 진행했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 소유의 사업체들도 수색망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같은 압박이 계속되자 결국 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재국씨를 통해 미납추징금 1672억원을 웃도는 1703억원의 추징금을 자진납부했다.

하지만 지난 6일 <조선일보>의 보도로 채 총장의 ‘혼외 아들설’이 각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그의 행보도 위기를 맞았다.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자진납부에 기뻐할 새도 없이 채 총장은 ‘혼외 아들설’을 해명하고 ‘유전자 검사’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해 의혹을 바로잡으려 노력했지만 유례없는 법무부의 감찰엔 채 총장도 의지를 꺾을 수밖에 없었다. 채 총장은 법무부가 감찰에 착수한다는 공식 발표를 한지 1시간 만에 ‘사퇴’를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가 취임한 지 꼭 163일 만이었다.

청문회를 칭찬회로 만들었던 그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부터 시작해 전두환 미납 추징금까지, 파란만장한 5개월을 끝으로 검찰총장직에 마침표를 찍었다.

조선일보 상대로
소송은 계속 진행

정국은 채 총장의 사의 표명으로 다시 냉각되는 모양새다. 민주당 내에서는 채 총장의 사퇴 이유가 된 황 장관의 감찰 지시를 ‘검찰 흔들기’로 보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채 총장이 전격 사퇴했다. 청와대와 국정원이 합작해서 검찰총장을 사퇴시켰다는 세간의 의혹이 확실하게 퍼지고 있다”며 “국가정보원 수사와 검찰 수사 흔들기 종결판”이라고 규정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은 권력기관 장악으로 국민공포시대를 만들고 국정원 개혁을 흔들려는 새누리당 정권의 음모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채 총장의 사퇴에 대해 여러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며 사적인 일에 개입하는 것은 정치권으로서 적절치 않은 처사”라며 “정치권의 자의적 해석과 주장이 오히려 일을 키우고 국민들에게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고 밝혔다.




학계·언론계의 전문가들은 보도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대대적으로 이같은 의혹 제기가 나온 데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공인의 사생활 문제에 대한 평가는 들쭉날쭉한 경향이 있다”며 “어떤 때는 공인의 사생활까지도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어떤 때는 공인이기에 사생활 역시 공적 성격이 있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각 언론도 입장이 다르다. ‘사생활 관리’를 공직자의 의무로 보는 곳도 있는가 하면, 온전히 개인의 문제로 보는 곳도 있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이같은 보도 행태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의혹들을 내보낸 다음 나머지는 여론에 맡겨 마녀사냥을 당해서 내려오면 좋고 아니면 흠집 내기 정도로 만족하는 식의 몹시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라고 꼬집었다.

누구 위한 의혹?
진실은 무엇인가

이번 채 총장의 사퇴는 표면적으로는 ‘혼외아들’ 의혹이 원인이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가 촉발점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초, 국정원 특별수사팀은 국정원의 댓글 행위가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렸다. 댓글 작업을 지시한 원 전 원장에 대해서는 구속 의견을 대검에 전달했다.

채 총장은 수사팀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 황 장관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황 장관은 원 전 원장에 대한 선거법 적용은 물론, 구속도 무리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장관과 총장의 의견 대립은 그대로 검찰 내부 갈등으로 이어졌다. 채 총장이 수사를 무리하게 지휘했다는 의견과 검사로서 용기있는 수사였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누가 채동욱 밀어냈나 “진짜 배후는?”
사전 각본대로…철저한 시나리오 냄새

우여곡절 끝에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되 불구속 기소하기로 절충을 봤지만,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수사 결과 발표 하루 전날 검찰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검찰 수사를 평가절하하는 내용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채 총장은 감찰을 지시하며 강경 대응했다. 누군가가 수사 결과를 폄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보고서를 유출했다고 본 것이다. 법무부와 청와대 등 해당 문건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제한돼 있었던 만큼 검찰 안팎에서는 특정인의 이름이 유출자로 지목되며 갈등이 고조됐다.

이번 보도의 내용을 두고 누가 제보했는지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은 경찰이나 국정원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경찰과 국정원은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고 있지만, 두 기관 중 한 곳이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앞서 정가엔 검찰의 타깃인 경찰과 국정원이 채 총장을 곱게 보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정치권 한 인사는 “사실 여부를 떠나 보도된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누군가의 제보나 정보 없이 나온 기사라 볼 수 없다”며 “거물급 인사의 사생활을 아무나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현재 야권은 대통령 사과와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장외 투쟁에 나섰고, 여권은 채 총장의 수사 지휘가 야당 반발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노골적으로 채 총장을 압박했다.

결국 검찰총장 사퇴의 직접적인 원인은 혼외아들 의혹 보도였지만, 그 배후에는 국정원 수사 결과에 불만을 품은 누군가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이 끊이질 않고 있다.

채 총장은 세종고,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24회)한 뒤 군법무관을 거쳐 1988년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대검 수사기획관, 법무부 법무실장, 대검 차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별수사통’인 그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12·12와 5·18 사건,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 삼성에버랜드 사건, 현대차 비자금 사건 등 굵직굵직한 대형수사를 진두지휘했다.

그는 군 법무관 시절 고등학교 동창인 양경옥씨와 결혼해 슬하에 2녀를 뒀었다. 하지만 2009년 패혈증으로 뇌성마비 장애를 앓던 22세 큰딸을 잃었다. 채 총장은 평소 자녀사랑이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채동욱 총장은?>

▲서울 출생
▲세종고 졸업
▲서울대 법학 학사·석사
▲제24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의정부지청 부장검사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부패방지위원회 법무관리관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제18대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
▲제42대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제39대 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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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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