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RO 자금원' 의심받는 CNC 전격 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09 15: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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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C 파보면 RO 꼬리 잡힐까?

[일요시사=정치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향한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내란음모 사건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이 의원이 지난 2005년 설립한 CN커뮤니케이션즈(이하 CNC)가 주목을 받고 있다. 공안당국은 CNC와 그 계열사들이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이 경기동부연합의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로 흘러들어간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RO의 자금원으로 의심받고 있는 CNC는 어떤 회사일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과 검찰의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이 의원 중심의 'RO'를 지하혁명조직으로 규정한 국정원은 그 자금원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이 지난 2005년 설립한 CN커뮤니케이션즈(이하 CNC)가 주목을 받고 있다.

초고속 성장
일감 몰아주기

CNC의 자회사인 사회동향연구소 조양원 대표는 이미 지난달 28일 압수수색을 받았다. 민족민주혁명당(이하 민혁당) 사건으로 구속됐던 이 의원은 지난 2003년 8월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됐다. 출옥한 후 이 의원은 대외적으로는 운동권과 거리를 두고 개인 사업에만 집중했으며 지난 2005년 2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선거기획홍보회사 CNC를 설립했다.

CNC는 CN&P라는 사명으로 시작해 이후 CNP전략그룹으로 한차례 사명을 바꾼 후 현재 CNC가 됐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무섭게 사세를 늘려갔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출발한 CNC는 지난 2007년부터는 매년 30~40억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2월 CNC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CNC의 최대주주다. 또 현재 CNC의 금영재 대표는 지난 총선 당시 이 의원의 공보 담당을 맡았을 정도로 이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안당국이 CNC가 여전히 이 의원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이유다.


CNC는 고속 성장의 여세를 몰아 길벗투어(자본금 2억원), 사회동향연구소(1000만원), 문화기획 상상(1억원) 등 계열사도 우후죽순으로 설립해 나갔다. 감옥에서 갓 출소한 이 의원이 이렇게 회사를 키워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매년 수십억 매출 올리는 알짜기업
비결은 통진당의 일감 몰아주기?

CNC는 회사 설립 후 처음에는 대학교 학생회 관련 사업을 하다가 점차 기초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교육감 등 각종 선거사업으로 영역을 넓혀갔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CNC가 이 과정에서 통진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 본부와 경기도당의 행사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며 고속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CNC는 당시 민노당 권영길 후보의 광고와 홍보를 맡으며 2007년 12월 한 달에만 약 25억원의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이후 CNC는 여론조사 분석에 기초한 선거컨설팅, 광고홍보 영역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했고, 지난 2011년까지 CNC가 벌어들인 돈은 1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당이 CNC에 사실상 일감몰아주기를 한 것이다.

민노당 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을 지냈던 최순영 전 국회의원은 "은행 보증까지 서서 특별당비까지 내며 당에 헌신했건만 피같이 낸 돈을 특정업체에 몰아줘 화가 났다"며 "2008년 당의 빚 50억원 중 20억원이 홍보비였고 이를 CNP(CNC의 전신)에 맡겼더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노당이 통진당에 병합된 이후에도 이 같은 행태는 계속됐다.

민노당 탈탈 털고
통진당 장악하고

지난해 치러진 4·11총선에서는 통진당 소속 총선 출마자 20명이 쓴 전체 선거비용의 3분의 1 가량인 13여억원을 CNC가 챙겼다. 또 CNC의 협력업체인 우진미디어도 지난해 총선 당시 CNC를 통해 김선동 의원 등에게 유세 차량을 제공하는 등 통진당 일감몰아주기의 수혜를 봤다. 우진미디어는 CNC에 가장 많은 유세 차량을 제공한 업체로 알려졌다.


또 CNC의 계열사인 사회동향연구소는 통진당 경선 및 야권단일화 여론조사를 주도했다. 특히 이 의원이 핵심인 구당권파는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비당권파 후보에게도 CNC와 거래할 것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지난해 총선에서 전북 남원순창에서 통진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무소속 강동원 의원은 선거과정에서 구당권파들로부터 당선되기 위해선 CNC와 거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강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강 의원은 당초 이미 계약을 한 업체가 있다며 CNC와의 거래를 거절했으나 구당권파의 압박이 점점 거세져 결국 기존 업체와의 계약까지 깨고 CNC와 유세 차량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CNC는 강 의원 측에 폐차 직전의 유세 차량을 제공해 황당했다고 강 의원은 주장했다.

한편 통진당은 지난 총선 당시 대기업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 근절을 공약에 담았었다. 게다가 이 의원과 CNC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치러진 4·11총선 등에서 선거비용을 부풀리기 위한 매뉴얼까지 만들어 조직적으로 국고를 빼돌려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른바 '선거비용 사기' 사건으로 검찰은 지난해 국고 보전비용 4억여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및 정치자금법 위반)로 이 의원과 CNC 관계자 등 14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국고 보전대상이 아닌 컨설팅 비용 등을 물품 비용에 포함시켜 견적서를 내는 방식으로 국고보조금을 타냈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CNC를 향한 수상한 일감몰아주기는 계속됐다. 일례로 광주광역시교육청의 장휘국 교육감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CNC에 선거대행 업무를 맡기고 선거를 치렀다. 그런데 장 교육감은 취임 후 지난 2011년 교원들의 북유럽 연수를 추진하면서 CNC의 자회사인 길벗투어와 계약을 맺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장 교육감 취임 이후 시교육청은 계약투명성을 높이겠다며 본청은 2000만원 이상, 일선학교는 1000만원 이상의 사업은 모두 전자입찰을 실시하도록 했으면서도 유독 당시 해외연수는 수의계약을 통해 길벗투어와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일감몰아주기가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 같은 의혹이 일자 시교육청은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북유럽 교원연수는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행정안전부 예규)에 의하여 참가자 개인에게 연수비를 지급하고, 참가자들이 업체와 계약을 맺어 추진하는 연수이므로 시교육청이 공개경쟁 입찰방식을 피하고 길벗투어를 밀어주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일부에선 CNC가 사실상 이 의원의 친위대가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지난해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 대리투표의혹으로 기소된 이들 중엔 CNC 직원과 CNC 자회사 직원들이 여러명 속해있었기 때문이다. 일반 회사의 경우 직원들이 전직 대표를 위해 불법까지 자행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이석기 친위대?

조직적 선거개입

CNC와 관련한 의혹은 또 있다. CNC는 설립초기 대학 학생회 관련 사업을 주로 했었는데 이 과정에서 CNC가 운동권 계통 대학생들의 학생회 장악을 측면에서 지원하고 학생회를 장악한 운동권은 학내행사 등에서 CNC에 일감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이청호 구의원은 "이석기는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대학생들을 포섭했고, 한대련 소속 대학의 총학생회선거에 경기동부와 NL의 후보를 밀어 당선시켰다. 그렇게 (CNC는) 총학생회 행사를 독점했고, 총학생회 간부와 학생들은 경기동부의 활동 주축이 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학 행사와 관련한 업무를 맡고 있는 CNC 계열사는 학내행사 입찰 과정에서 경쟁사보다 비싼 가격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학내행사를 입찰받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법까지 서슴지 않은 이석기 친위대
CNC 계열사도 수년간 수상한 운영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CNC 계열사는 지난해 경기권 A대학에서 1인당 3만5000원, 경쟁사는 1인당 3만2000원에 응찰을 했는데도 최종적으로는 CNC 계열사가 사업권을 따낸 경우도 있었다.

CNC의 또다른 계열사인 길벗투어 역시 공안당국의 표적이 되고 있다. CNC의 자회사로 대북 금강산 여행업을 하는 ㈜금강산통일연구원으로 출발한 길벗투어는 이후 21세기통일투어로 사명을 변경했다가 다시 현재 이름으로 개명됐다. 업종도 여행업에서 출판업, 행사대행업으로 확장됐다.

공안당국은 금강산과 백두산 등 대북 여행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길벗투어가 북한과의 연결창구로 활용됐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RO조직원이 길벗투어에 취업한 뒤 가이드 자격으로 해외로 나가 북측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의원은 노무현정부 시절 두 차례 금강산 관광 목적으로 방북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대북 연락망?
북한이 지원?

또 검찰은 지난해 이 의원의 국고 사기 혐의를 조사할 당시 포착됐던 CNC와 계열사들의 이상한 자금흐름과 운영방식도 다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압수된 계열사 회계장부에서 2곳의 숙소 임대료가 발견됐는데, RO의 5대 의무 중 하나인 '조직생활의 의무'와 관련해 RO합숙소로 운영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공안당국은 의심하고 있다.


공안당국은 특히 RO가 북한에서 활동자금을 지원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CNC를 비롯한 계열사들의 자금흐름을 쫓고 있다.

이 같은 공안당국의 의혹제기에 대해 CNC측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를 통해 "전혀 사실무근의 이야기"라며 반발했다. CNC측 관계자는 본지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이냐고 묻자 "증명은 (우리를 RO의 자금원으로 지목한) 국정원이 해야 할 일"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과연 현재까지 수사 중인 내용과 감춰진 진실은 어떻게 다를까. 국정원과 검찰이 국정원 댓글 의혹사건을 수사하다 말고 꺼낸 '이석기 내란음모 카드'는 어떤 비밀을 담고 있을까. 사건 처리 여부에 자못 귀추가 주목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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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