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그 많은 일본산 수산물 어디로?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9.09 14: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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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공포’ 아이들 급식 무방비

[일요시사=사회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수산물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방사능의 영향으로 수산물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수산시장은 울상이다. 문제는 올해 상반기에 일본에서 수입한 수산물이 이미 1만8000여 톤이라는 것이다. 시장에서 소비자가 외면하는 일본산 생선들은 도대체 어디로 갈까.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로 수입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오염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괴담’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의 제스처는 그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몸부림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수산물에 대한 수요가 과거보다 줄어들었을지라도 이미 수입된 물량은 어디론가 수급되고 있다.

국민 97% “불안해”
정부 “괴담” 일축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 탓일까. 노량진 수산시장은 예전보다 한산한 모습이다. 밝은 대낮에도 환환 조명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지만 수산물을 찾는 발걸음이 예전 같지 않다. 기자가 수산시장을 한 바퀴 돌며 수산물들의 원산지를 확인해본 결과 일본산으로 표기된 수산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수입산의 대부분은 중국, 노르웨이 등이었고 국산은 부산, 남해 등으로 표기돼 있었다. 수산업자들은 표기된 원산지가 사실이라며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불안한 마음은 감출 수 없다.

그중에서도 특히 동태, 고등어, 대구는 방사능의 위험성에 가장 많이 노출된 생선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러한 생선들이 우리 아이들의 식판에 무분별하게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초·중·고교와 더불어 군대 등 공공기관에 수산물 밀어내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마치 조류독감 때 군부대에 닭요리가 많이 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 수산물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오늘부터라도 절대 생선 및 젓갈류는 먹지 마세요. 생선회 역시 먹지 마세요. 일본 방사능 수증기 유출되기 시작했고, 벌써부터 기형 생선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국내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생선들은 일본근해에서 잡히는 생선으로서, 국산으로 속이고 팔고 있습니다. 이미 다른 주변국들은 일본산 수입 전면 금지를 시켜놓은 상태이고 우리나라만 바보같이 눈치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고등어, 표고버섯이 피해야 할 1위 식품군입니다.”

‘누가 찾나’수산시장서 일본산 희귀 현상
올 상반기 수입량 1만8000톤 “모두 소비?”

이러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내에 수입된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농수산식품부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요오드는 검출되지 않았으나 세슘은 대부분의 수산물에서 검출되고 있다. 이렇게 오염된 수산물을 시장에서 구입한 수산물에서도 재확인됐다. 놀라운 것은 명태 등의 수산물뿐만이 아니라 표고버섯에서도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는 점이다.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과 정의당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가운데 96.6%가 ‘일본산 수입식품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9세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3.1% 수준이다. ‘불안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매우 불안하다’ 69.2%, ‘불안한 편이다’ 27.4%에 달했지만, ‘안전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1.2%에 불과했다.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먹거리로 인한 국민들의 건강’(70.6%)으로 나타났으며, ‘방사능 환경오염’이 12.0%, ‘국내 수산물 시장 피해’ 8.1%, ‘사회불안감 확산’ 7.3% 등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일본산 수입 식품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는 93.1%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응답한 반면, ‘적절하다’는 4.6%에 그쳤다. ‘급식조례 제정 등을 통한 학교급식의 방사능 오염 검사 의무화’에 대해 89.1%가 필요하다고 한 반면, 7.2%만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향후 정부가 취해야 할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38.3%가 ‘일본산 농축수산물 전면 수입금지’, 34.5%가 ‘전수검역 등 검역 강화’, 24.1%가 ‘미량이라도 방사능 검출시 수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의 대표의원인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국민 대다수가 정부의 일본산 수입식품 대책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국민 여론이 확인된 만큼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일본산 농수산물 수입금지, 검역강화 등 일본산 방사능식품 안전대책을 철저하게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사능이 급식으로
식재료 무방비 상태

지난 7월 22일 일본의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참사 핵발전소의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고 인정했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물 120만t에서 kg당 9000∼1만8000Bq의 세슘이 검출됐다. 수산물은 방사능 오염의 위험성에 상대적으로 높다. 원전의 오염수가 직접 바다로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후쿠시마 또한 오징어나 고등어 같은 난류성 어종은 참사가 난 후쿠시마 해역과 한국 연근해를 회유한다. 원산지와 관계없이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과학아카데미에서 발행한 BEIR 7의 보고서에 따르면, 피폭량과 암 발생은 비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방사능에 피폭되면 그 피폭된 양에 비례해서 암발생 확률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기준치 이하에서도 피폭량에 비례해서 암발생이 증가한다는 것이 세계 의학계의 결론이다. 따라서 국가마다 다양하게 설정되어있는 기준치는 ‘안전기준치’가 아니라 ‘관리기준치’인 것이다. 세슘은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축적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에 따르면 100mSv 이하의 저선량 피폭으로도 백혈병 리스크가 발생한다. 그리고 피폭의 대부분은 음식을 통한 내부 피폭이 80∼95%를 차지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산 명태 5446t이 국내로 유입됐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명태의 93.4% 이상이 일본산인 셈이다. 방사성 물질 세슘 검출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량이 18배 증가하고 고등어·명태 등 ‘허용 기준치 미달’을 이유로 무차별 유통되는 상황이다.

민주당 유은혜 국회의원에 따르면 일본산 수산물은 학교 급식에 대량으로 납품됐다. 원산지를 둔갑시킨 일본산 수산물이 학교급식에 사용된 것이다. 때문에 안전한 급식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아이들은은 성인과 달리 방사능에 매우 민감하다. 아이들은 미량의 세슘에도 크게 다칠 위험이 있다. DNA가 받은 영향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연령이 낮을수록 세포분열 속도가 빠르며 이에 따라 암 발생률도 더 커진다.

방사능에 의해서 발생하는 질병은 암(갑상선암, 유방암, 백혈병 등), 유전질환(선천성 기형, 사산, 유산, 지능저하, 불임), 심혈관질환(심근경색), 그 외 신장염, 폐렴, 중추신경계질환, 백내장 등이 있다.

경기도의회에서는 방사능오염물질의 심각성을 도민에게 인식하게 하고 도내 학교 급식에 방사능오염 식재료 사용을 사전 차단, 안전한 식품을 공급하도록 하는 ‘학교급식 방사능오염 식재료 사용제한에 간한 조례안’을 발의 심의중이다.

‘조류독감 때 닭요리처럼…’
학교·부대에 밀어내기 의혹
명태·고등어 메뉴 부쩍 늘어


지난달 26일 서울특별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식재료 공급에 관한 조례 제정을 위한 시민 대공청회’에서 김익중 동국대학교 의대교수는 “정부가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이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고 하고 있지만 의학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기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방사능에 의한 식품 오염 문제는 앞으로도 수십 년 정도 지속될 장기적인 문제이니, 정부나 교육기관 등은 소극적으로 대처하지 말고 음식으로 인한 피폭량을 실제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 김형태 교육의원은 “일본산 방사능 식재료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와 걱정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정부차원에서는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하루라도 빨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방사능에 오염된 식재료는 무엇보다도 어린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데, 아직까지도 어린 아이들과 학생들이 방사능 식재료에 무방비 상태로 있는 게 큰 문제”라며 “농산물의 경우 농약 잔류검사를 하지만, 방사능 잔류검사는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관계당국 및 기관이 방사능 잔류검사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방사능 측정기계를 신속히 도입해 학생들이 방사능에 오염된 식재료를 섭취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김형태 교육의원은 동료의원들과 협의해 ‘학교급식 방사능오염 식재료 사용제한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번 조례의 주요골자는 학생 및 학교 기관에서 급식으로 제공하는 수산물들에 대해 주요 핵종인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 및 스트론륨, 플루토늄의 정기 검사를 연 4회 이상 실시, 방사성 물질 검사 결과는 유효자리 한자리까지 공개하고 학부모에게 통보, 학생 및 학교 기관의 급식 관련자들에게 정기적인 정보 제공과 교육의 실시 등이다.

서울시의회 교육의원들은 대부분 이 조례에 공감한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예산문제를 꼬집기도 한다. 방사능 측정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1대당 약 1억4000만원의 기계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권역별로 나눠 쓴다고 해도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 하지만 국민의 건강 앞에 예산을 운운하는 건 적절치 않다.

학부모들의 우려
급식조례안 추진


이러한 서울시의 움직임에 최근 충남과 광주도 동참할 의사를 밝혔다. 또한 강원도도 조례 제정 움직임이 있다. 이 문제는 여야 구분이 없는 아주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기류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조례가 통과되어 실시된다고 해도 수산물 전수검사가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모든 수산물을 일일이 다 검사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례가 통과되어야 하는 이유는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들의 불안 때문이다. 요즘 학부모들은 아이가 하교하면 제일 먼저 묻는 것이 “오늘 반찬은 뭐 나왔니?”라고 한다. 아이의 입에서 ‘고등어’ ‘명태’ 등이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이에 항의해보지만 학교 측은 교육부로부터 별도의 지침이 없기 때문에 특별한 대응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급식소의 영양사도 공무원이기 때문에 위로부터 내려오는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식단을 먹는 교사들, 특히 기혼 여교사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또한 어린이집 영·유아들의 급식도 방사능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녹색당 김현 사무처장은 “식품법에 따르면 50인 이상의 급식소는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며 “하지만 서울시 서울형 어린이집 50군데 중 단 3곳만 원산지를 공개했다”며 어린이집 식재료 또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아이들 급식은 무방비 상태다. 방사능 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간이검사를 하는 곳은 성북구청이다. 성북구청은 자체적으로 방사능 측정 기계를 사용하고 있지만 생선 파쇄 측정이 아닌 공기 측정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 수산물 식자재 수급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도시락을 싸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대책 없이 묵묵부답이다.

서울시 김형태 교육의원은 “뒤집어서 생각해보자. 한국에서 원전이 터졌다면 과연 일본은 어떻게 했을까. 단순히 수입금지 처분으로 끝냈을까. 아마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것이다. 그러고도 남을 나라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본 눈치를 보며 수입금지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관 때문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수입된다는 건
수급됐다는 것

정부는 미적지근한 태도로 기준치를 운운하며 수산물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산 농산물, 공산품에 대해서는 미량의 방사능 물질이 나와도 바로 반품한다. 반면 수산물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정부 스스로 이중적이고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이슈는 국정원, 이석기 등 정치적 사안에 포커스가 집중돼 있다. 물론 정치와 삶은 떼려야 뗄 수 없지만 먹거리 문제도 결코 도외시할 수 없다. 우리의 생명권과 직결된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일본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내려 국민들의 불안을 씻겨 줘야할 것이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결의안
“방사능 공포 가실 때까지…”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있는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될 전망이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지난 1일 안전성이 입증될 때까지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및 식품 안전조치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결의안은 안전성이 입증될 때까지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금지, 명백히 오염됐거나 개연성이 높은 식품들에 대한 수입 기준 강화, 전수조사 시행, 원산지 표시 감시 강화 등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방사능 유출로 인한 국민의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최대한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결의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 대표 발의

이어 “방사능은 기준치 이하라도 체내에 축적되므로 섭취하는 양과 빈도 및 섭취 주체의 연령과 건강상태에 따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진다”며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인체에 민감하게 영향을 미치므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그 양이 적다고 해서 방사능이 체내에 축적될 우려가 있는 것을 안이하게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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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