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그 많은 일본산 수산물 어디로?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9.09 14: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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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공포’ 아이들 급식 무방비

[일요시사=사회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수산물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방사능의 영향으로 수산물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수산시장은 울상이다. 문제는 올해 상반기에 일본에서 수입한 수산물이 이미 1만8000여 톤이라는 것이다. 시장에서 소비자가 외면하는 일본산 생선들은 도대체 어디로 갈까.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로 수입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오염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괴담’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의 제스처는 그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몸부림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수산물에 대한 수요가 과거보다 줄어들었을지라도 이미 수입된 물량은 어디론가 수급되고 있다.

국민 97% “불안해”
정부 “괴담” 일축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 탓일까. 노량진 수산시장은 예전보다 한산한 모습이다. 밝은 대낮에도 환환 조명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지만 수산물을 찾는 발걸음이 예전 같지 않다. 기자가 수산시장을 한 바퀴 돌며 수산물들의 원산지를 확인해본 결과 일본산으로 표기된 수산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수입산의 대부분은 중국, 노르웨이 등이었고 국산은 부산, 남해 등으로 표기돼 있었다. 수산업자들은 표기된 원산지가 사실이라며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불안한 마음은 감출 수 없다.

그중에서도 특히 동태, 고등어, 대구는 방사능의 위험성에 가장 많이 노출된 생선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러한 생선들이 우리 아이들의 식판에 무분별하게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초·중·고교와 더불어 군대 등 공공기관에 수산물 밀어내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마치 조류독감 때 군부대에 닭요리가 많이 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 수산물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오늘부터라도 절대 생선 및 젓갈류는 먹지 마세요. 생선회 역시 먹지 마세요. 일본 방사능 수증기 유출되기 시작했고, 벌써부터 기형 생선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국내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생선들은 일본근해에서 잡히는 생선으로서, 국산으로 속이고 팔고 있습니다. 이미 다른 주변국들은 일본산 수입 전면 금지를 시켜놓은 상태이고 우리나라만 바보같이 눈치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고등어, 표고버섯이 피해야 할 1위 식품군입니다.”

‘누가 찾나’수산시장서 일본산 희귀 현상
올 상반기 수입량 1만8000톤 “모두 소비?”

이러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내에 수입된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농수산식품부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요오드는 검출되지 않았으나 세슘은 대부분의 수산물에서 검출되고 있다. 이렇게 오염된 수산물을 시장에서 구입한 수산물에서도 재확인됐다. 놀라운 것은 명태 등의 수산물뿐만이 아니라 표고버섯에서도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는 점이다.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과 정의당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가운데 96.6%가 ‘일본산 수입식품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9세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3.1% 수준이다. ‘불안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매우 불안하다’ 69.2%, ‘불안한 편이다’ 27.4%에 달했지만, ‘안전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1.2%에 불과했다.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먹거리로 인한 국민들의 건강’(70.6%)으로 나타났으며, ‘방사능 환경오염’이 12.0%, ‘국내 수산물 시장 피해’ 8.1%, ‘사회불안감 확산’ 7.3% 등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일본산 수입 식품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는 93.1%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응답한 반면, ‘적절하다’는 4.6%에 그쳤다. ‘급식조례 제정 등을 통한 학교급식의 방사능 오염 검사 의무화’에 대해 89.1%가 필요하다고 한 반면, 7.2%만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향후 정부가 취해야 할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38.3%가 ‘일본산 농축수산물 전면 수입금지’, 34.5%가 ‘전수검역 등 검역 강화’, 24.1%가 ‘미량이라도 방사능 검출시 수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의 대표의원인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국민 대다수가 정부의 일본산 수입식품 대책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국민 여론이 확인된 만큼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일본산 농수산물 수입금지, 검역강화 등 일본산 방사능식품 안전대책을 철저하게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사능이 급식으로
식재료 무방비 상태

지난 7월 22일 일본의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참사 핵발전소의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고 인정했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물 120만t에서 kg당 9000∼1만8000Bq의 세슘이 검출됐다. 수산물은 방사능 오염의 위험성에 상대적으로 높다. 원전의 오염수가 직접 바다로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후쿠시마 또한 오징어나 고등어 같은 난류성 어종은 참사가 난 후쿠시마 해역과 한국 연근해를 회유한다. 원산지와 관계없이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과학아카데미에서 발행한 BEIR 7의 보고서에 따르면, 피폭량과 암 발생은 비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방사능에 피폭되면 그 피폭된 양에 비례해서 암발생 확률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기준치 이하에서도 피폭량에 비례해서 암발생이 증가한다는 것이 세계 의학계의 결론이다. 따라서 국가마다 다양하게 설정되어있는 기준치는 ‘안전기준치’가 아니라 ‘관리기준치’인 것이다. 세슘은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축적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에 따르면 100mSv 이하의 저선량 피폭으로도 백혈병 리스크가 발생한다. 그리고 피폭의 대부분은 음식을 통한 내부 피폭이 80∼95%를 차지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산 명태 5446t이 국내로 유입됐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명태의 93.4% 이상이 일본산인 셈이다. 방사성 물질 세슘 검출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량이 18배 증가하고 고등어·명태 등 ‘허용 기준치 미달’을 이유로 무차별 유통되는 상황이다.

민주당 유은혜 국회의원에 따르면 일본산 수산물은 학교 급식에 대량으로 납품됐다. 원산지를 둔갑시킨 일본산 수산물이 학교급식에 사용된 것이다. 때문에 안전한 급식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아이들은은 성인과 달리 방사능에 매우 민감하다. 아이들은 미량의 세슘에도 크게 다칠 위험이 있다. DNA가 받은 영향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연령이 낮을수록 세포분열 속도가 빠르며 이에 따라 암 발생률도 더 커진다.

방사능에 의해서 발생하는 질병은 암(갑상선암, 유방암, 백혈병 등), 유전질환(선천성 기형, 사산, 유산, 지능저하, 불임), 심혈관질환(심근경색), 그 외 신장염, 폐렴, 중추신경계질환, 백내장 등이 있다.

경기도의회에서는 방사능오염물질의 심각성을 도민에게 인식하게 하고 도내 학교 급식에 방사능오염 식재료 사용을 사전 차단, 안전한 식품을 공급하도록 하는 ‘학교급식 방사능오염 식재료 사용제한에 간한 조례안’을 발의 심의중이다.

‘조류독감 때 닭요리처럼…’
학교·부대에 밀어내기 의혹
명태·고등어 메뉴 부쩍 늘어


지난달 26일 서울특별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식재료 공급에 관한 조례 제정을 위한 시민 대공청회’에서 김익중 동국대학교 의대교수는 “정부가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이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고 하고 있지만 의학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기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방사능에 의한 식품 오염 문제는 앞으로도 수십 년 정도 지속될 장기적인 문제이니, 정부나 교육기관 등은 소극적으로 대처하지 말고 음식으로 인한 피폭량을 실제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 김형태 교육의원은 “일본산 방사능 식재료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와 걱정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정부차원에서는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하루라도 빨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방사능에 오염된 식재료는 무엇보다도 어린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데, 아직까지도 어린 아이들과 학생들이 방사능 식재료에 무방비 상태로 있는 게 큰 문제”라며 “농산물의 경우 농약 잔류검사를 하지만, 방사능 잔류검사는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관계당국 및 기관이 방사능 잔류검사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방사능 측정기계를 신속히 도입해 학생들이 방사능에 오염된 식재료를 섭취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김형태 교육의원은 동료의원들과 협의해 ‘학교급식 방사능오염 식재료 사용제한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번 조례의 주요골자는 학생 및 학교 기관에서 급식으로 제공하는 수산물들에 대해 주요 핵종인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 및 스트론륨, 플루토늄의 정기 검사를 연 4회 이상 실시, 방사성 물질 검사 결과는 유효자리 한자리까지 공개하고 학부모에게 통보, 학생 및 학교 기관의 급식 관련자들에게 정기적인 정보 제공과 교육의 실시 등이다.

서울시의회 교육의원들은 대부분 이 조례에 공감한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예산문제를 꼬집기도 한다. 방사능 측정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1대당 약 1억4000만원의 기계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권역별로 나눠 쓴다고 해도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 하지만 국민의 건강 앞에 예산을 운운하는 건 적절치 않다.

학부모들의 우려
급식조례안 추진


이러한 서울시의 움직임에 최근 충남과 광주도 동참할 의사를 밝혔다. 또한 강원도도 조례 제정 움직임이 있다. 이 문제는 여야 구분이 없는 아주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기류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조례가 통과되어 실시된다고 해도 수산물 전수검사가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모든 수산물을 일일이 다 검사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례가 통과되어야 하는 이유는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들의 불안 때문이다. 요즘 학부모들은 아이가 하교하면 제일 먼저 묻는 것이 “오늘 반찬은 뭐 나왔니?”라고 한다. 아이의 입에서 ‘고등어’ ‘명태’ 등이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이에 항의해보지만 학교 측은 교육부로부터 별도의 지침이 없기 때문에 특별한 대응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급식소의 영양사도 공무원이기 때문에 위로부터 내려오는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식단을 먹는 교사들, 특히 기혼 여교사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또한 어린이집 영·유아들의 급식도 방사능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녹색당 김현 사무처장은 “식품법에 따르면 50인 이상의 급식소는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며 “하지만 서울시 서울형 어린이집 50군데 중 단 3곳만 원산지를 공개했다”며 어린이집 식재료 또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아이들 급식은 무방비 상태다. 방사능 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간이검사를 하는 곳은 성북구청이다. 성북구청은 자체적으로 방사능 측정 기계를 사용하고 있지만 생선 파쇄 측정이 아닌 공기 측정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 수산물 식자재 수급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도시락을 싸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대책 없이 묵묵부답이다.

서울시 김형태 교육의원은 “뒤집어서 생각해보자. 한국에서 원전이 터졌다면 과연 일본은 어떻게 했을까. 단순히 수입금지 처분으로 끝냈을까. 아마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것이다. 그러고도 남을 나라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본 눈치를 보며 수입금지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관 때문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수입된다는 건
수급됐다는 것

정부는 미적지근한 태도로 기준치를 운운하며 수산물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산 농산물, 공산품에 대해서는 미량의 방사능 물질이 나와도 바로 반품한다. 반면 수산물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정부 스스로 이중적이고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이슈는 국정원, 이석기 등 정치적 사안에 포커스가 집중돼 있다. 물론 정치와 삶은 떼려야 뗄 수 없지만 먹거리 문제도 결코 도외시할 수 없다. 우리의 생명권과 직결된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일본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내려 국민들의 불안을 씻겨 줘야할 것이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결의안
“방사능 공포 가실 때까지…”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있는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될 전망이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지난 1일 안전성이 입증될 때까지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및 식품 안전조치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결의안은 안전성이 입증될 때까지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금지, 명백히 오염됐거나 개연성이 높은 식품들에 대한 수입 기준 강화, 전수조사 시행, 원산지 표시 감시 강화 등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방사능 유출로 인한 국민의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최대한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결의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 대표 발의

이어 “방사능은 기준치 이하라도 체내에 축적되므로 섭취하는 양과 빈도 및 섭취 주체의 연령과 건강상태에 따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진다”며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인체에 민감하게 영향을 미치므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그 양이 적다고 해서 방사능이 체내에 축적될 우려가 있는 것을 안이하게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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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