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일감 몰빵'기업 내부거래 실태(115)한솔그룹-한솔제지, 한솔아트원제지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9.09 13: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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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만 좋은 '우리가 남이가∼'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일요시사>는 일감 몰아주기 연속기획을 통해 한솔그룹의 내부거래 실태를 지적한 바 있다.(920호 참조) 총 22개 계열사 가운데 조동혁 명예회장, 조동길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한솔케미칼'과 '한솔CSN'에 계열사 일감이 몰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두 회사 외에도 내부거래가 많은 한솔그룹 계열사는 또 있다. 바로 '한솔제지'와 '한솔아트원제지' '한솔테크닉스' 등이다. 이들 회사는 관계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안방'서 실적

1965년 설립된 한솔제지는 인쇄용지, 산업용지, 백상지, 특수지 등 원지 제조업체다. 처음 새한제지란 회사였다가 1972년 상장했고, 1992년 현 상호로 변경한 데 이어 이듬해 삼성그룹에서 분리했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한솔제지는 실적이 증가 추세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천억대에 머물던 매출은 2002년 1조원이 넘더니 2010년 1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의 경우 1조4825억원을 기록했다. 그동안 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은 10∼20%대로 집계됐다. 한솔제지의 관계사 의존도는 ▲2002년 17% ▲2003년 18% ▲2004년 11% ▲2005년 10% ▲2006년 13% ▲2007년 15% ▲2008년 16% ▲2009년 12% ▲2010년 22% ▲2011년 19% ▲지난해 21%로 조사됐다.

지금까지 <일요시사>가 지적한 다른 기업들의 내부거래율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나 그 금액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솔제지는 지난해 한솔페이퍼유통·글로벌파이버 등 종속기업(2117억원)과 한솔피엔에스·아트원제지 등 관계기업(888억원), 한솔씨에스엔·한솔이엠이 등 기타특수관계자(110억원) 등 계열사들과 거래한 금액이 3115억원에 이른다.


2011년에도 종속기업(2123억원), 관계기업(797억원), 기타특수관계자(41억원) 등과의 내부거래액이 2961억원이나 됐다. 그전에도 해마다 1000억∼3000억원을 내부에서 채웠다. 한솔제지의 내부거래액은 ▲2002년 1720억원 ▲2003년 1826억원 ▲2004년 1288억원 ▲2005년 1167억원 ▲2006년 1383억원 ▲2007년 1725억원 ▲2008년 2199억원 ▲2009년 1580억원 ▲2010년 3489억원으로 나타났다.

한솔제지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 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지분 3.51%(153만873주)를 소유한 개인 최대주주. 이어 이 고문의 3남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이 3.34%(145만8126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고문은 1992년부터 미등기 상근직으로 한솔제지 경영고문을 맡고 있다. 조 회장은 등기임원으로 회사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1986년부터 27년간 근무 중이다.

매출 대비 거래율 낮지만 금액 수천억대
'오너 모자'지분…'방계' 삼성에 의지도

1971년 설립된 한솔아트원제지는 아트지, 코트지, 도화지 등 문구용 종이제품 제조업체다. 삼성특수제지란 회사로 출범해 1974년 상장했지만, 1998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가 2004년 졸업하고 2009년 한솔그룹에 편입했다.

문제는 자생력. 관계사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매출의 1/3 가량을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1000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솔아트원제지는 지난해 매출 3850억원 가운데 1150억원(30%)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글로벌파이버(544억원), 한솔피엔에스(323억원), 한솔페이퍼유통(232억원), 한솔제지(51억원) 등이다. 2011년에도 글로벌파이버(541억원), 한솔피엔에스(394억원), 한솔페이퍼유통(262억원), 한솔제지(105억원) 등 계열사들은 매출 4095억원 중 1304억원(32%)에 달하는 일감을 한솔아트원제지에 퍼줬다.



한솔아트원제지의 계열사 의존도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한솔 식구'가 된 이후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증가했다. 한솔아트원제지의 내부거래율은 2009년 11%(매출 4870억원-내부거래 533억원)였다가 2010년 29%(5057억원-1462억원)로 올랐다. 다만 이 회사는 오너 일가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다. 지분 63.51%(1379만1084주)를 소유한 한솔제지의 자회사다.


1966년 설립된 한솔테크닉스는 백라이트유닛, 인버터, 브라운관, 액정화면, 태양광모듈 등 전자 및 LED 제품을 제조해 판매한다. 당초 한국마벨이란 회사였는데, 한솔그룹이 1990년 인수했다. 1988년 상장했고, 2010년 현 상호로 변경했다.

낯익은 주요 고객

한솔테크닉스가 계열사들과 거래한 물량은 그다지 많지 않다. 주요 고객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삼성 계열사다. 이들 회사에 납품해 적지 않은 매출이 삼성 쪽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솔테크닉스는 2001∼2005년 각각 3000억∼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다 2006년 8000억원을 올린 데 이어 2008년 1조원이 넘었다. 물론 삼성 계열사들을 등에 업은 결과다. 지난해 매출은 5487억원에 그쳤다.

한솔테크닉스도 이 고문과 조 회장의 지분이 있다. '모자'는 각각 9.45%(153만873주), 9%(145만8126주)를 쥐고 있다. 한솔은 삼성 방계회사로 긴밀한 관계다. 이 고문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녀로 이건희 회장의 큰누나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감 받는' 3개사 기부는?

한솔 관계사들의 일감을 받고 있는 한솔제지와 한솔아트원제지, 한솔테크닉스는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솔제지는 지난해 53억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이는 매출(1조4825억원) 대비 0.4%에 달하는 금액이다. 반면 한솔아트원제지는 지난해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한솔테크닉스는 매출(5487억원) 대비 0.04%인 2억원을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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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