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조’ 무소속 박주선 의원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8.26 15: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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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과 천당 오간 14년…또 기사회생

[일요시사=사회팀] 무소속 박주선(광주 동구) 의원이 지난 22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면했다. 의원직 상실을 면한 건 이번이 네 번째다. 박주선 의원은 ‘4전5기’로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정치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지난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던 무소속 박주선(광주 동구) 의원이 파기환송심에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형량을 선고받으면서 다시 부활했다. 광주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대웅)는 지난 22일 박 의원에 대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그는 오뚜기처럼 쓰러지지 않았다.

또 살아난 박주선
불사조 국회의원?

박 의원은 지난해 4·11 총선 때 유태명 당시 광주 동구청장 등과 함께 사조직을 통해 불법선거운동과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6월29일 광주지법의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법정구속됐으나 지난 22일 항소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재판부는 박 의원이 전남 화순에서 있었던 광구 동구 동장 모임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한 부분(불법 선거운동)만 유죄로 인정하고 사전선거운동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벌금 80만원은 의원직을 상실하는 기준인 벌금 100만원보다 낮은 형량이기 때문에 박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박 의원은 앞서 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세 번 구속돼 재판을 받은 바 있지만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에는 지난해 6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네 번째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벌금 80만원으로 형량이 줄면서 풀려났다. 이어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1, 2심 모두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판단을 빠뜨렸다”며 파기환송했고, 다시 열린 재판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은 것이다. 이날 재판이 끝난 뒤 박 의원은 “네 번 구속에 네 번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민주당 배기운(전남·나주·화순) 의원은 항소심에서도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다. 무소속 박 의원과 민주당 배기운 의원의 정치적 운명이 엇갈린 것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두 의원은 지난 22일 같은 법정에 섰지만 각각 다른 길을 걷게 됐다. 박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형을, 배 의원은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회계책임자 김모씨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배 의원은 항소심 선고 직후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3500만원은 선거와 전혀 무관한 것이기 때문에 항소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대법원에 즉시 상고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나주시민과 화순군민,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면서도 “억울함이 해소되도록 보다 철저히 준비해 무죄를 입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박 의원의 사건과 관련 “박 의원이 모바일 경선인단 모집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설립한 것이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박 의원이 대책위 설립과 경선인단 모집에 공모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지옥에서
천당으로

재판부는 ‘계림1동 비대위’와 ‘지원2동 경선대책위’라는 유사기관 설립 및 사조직 설치와 동시에 기소된 사전선거운동 부분의 판단을 누락했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한 사전선거운동 부분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경선운동방법 위반으로 예비적으로 추가된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무죄를 내렸다.

재판부는 다만 “박 의원이 동장 모임에 참석해 한 발언이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해 이 부분은 유죄로 인정했다”며 “모임 도중 참석해 동장들이 술 취해 이야기하는 분위기에서 발언했고 일부는 자신을 칭찬하는 데 대한 답변과정에서 나온 점은 감안했다”고 양형사유를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판결 직후 ‘판결에 대한 소회’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진실과 정의를 찾는 길은 멀고도 험난했으나 억울한 누명을 벗어 기쁘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2월, 박 의원이 연루된 전직 동장 투신사망 사건으로 광주 동구청장, 동구의원, 통장, 가정주부 등 29명이 무더기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박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당선돼 여태껏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으나, 유태명 광주 동구청장은 구속된 뒤 재판 과정에서 자진 사퇴한 바 있다.

박 의원의 파란만장한 정치역경은 1999년 옷 로비 사건에 휘말려 처음으로 구속되면서 시작됐다. 박 의원은 당시 구속 이후 보석으로 풀려나 16대 총선에서 보성·화순 지역구에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어 2000년 나라종금 사건과 2004년 현대건설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잇따라 구속됐지만, 두 차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4번 구속, 4번 무죄’파란만장 정치역경
민주당에 팽 당하고 부활 성공에 ‘쾌재’

박 의원은 세 차례 구속되면서 재판과정에서 수감되어 있던 기간만 모두 336일이나 됐다.  그는 이 과정에 제17대 총선에서 옥중 출마해 고배를 마시는 등 ‘정치적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광주 동구로 선거구를 바꿔 출마해 전국 최고 득표율(88.7%)로 당선되며 정치적 기지개를 폈다. 또한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두 차례 선출되는 등 정치적 입지를 굳혀갔다.

그러던 그는 지난해 7월, 4번째 구속됐다. 민주당 모바일 경선인단을 모집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고, 전직 동장이 투신자살하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으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그의 정치인생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박 의원은 다시 ‘정치적 부활’의 신호탄을 쐈고, 파기환송심에서도 의원직 상실형을 면하면서 역경의 마침표를 찍고 결국 다시 일어서게 됐다.

박 의원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그동안 쌓였던 마음고생을 털어버리게 됨으로써 향후 정치권에 어떤 바람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뚜기 3선 의원
4전5기 금배지 유지

박 의원은 1949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광주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 캠브리지대 법학과를 수료했다. 1974년에는 제16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이후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을 거쳐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 법무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그는 1999년 옷로비 사건, 2003년 나라종금 뇌물수수 혐의, 2004년 현대 비자금 수수 혐의로 세 차례 구속됐다가 모두 무죄를 선고 받는 국내 사법사상 초유의 기록을 가진 인물이다.

또한 박 의원은 지난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제19대 국회의원 가운데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 받은 건 박 의원이 처음이었다. 당시 사건은 4.11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광주 동구의 한 주민자치센터에서 전직 동장 조모씨가 투신자살하면서 시작됐다.

광주 동구 민주통합당 예비후보의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던 동장 조모씨는 ‘공무원 조직이 민주당 국민경선 선거인단을 대리 등록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한 선관위 직원들이 들이닥치자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건물 6층으로 올라가 투신했다. 이 사건으로 민주당은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며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박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금배지를 달았다.


동장 조모씨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박 의원은 민주통합당 경선 과정에서 측근과 공모해 불법적으로 모바일 경선인단을 모집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박 의원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박 의원에게 진행상황을 보고했다는 실무자의 진술이 있고, 최측근이 불법선거운동 전반에 관여한 점 등에 비춰볼 때 박 의원만 이런 사실을 몰랐거나 반대했다는 것은 경험칙에 반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문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들이 민주주의의 축제가 돼야 할 선거를 피와 눈물, 돈으로 얼룩지게 했다”며 일갈하고 “조직적 범죄의 특성상 실행은 하급자가 하고, 상급자는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최소한의 지시나 묵인만 하더라도 이익은 상급자에게 가는 만큼 (상급자가)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난다!’
정치권서 존재감 부상하나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재판 과정을 보면 박 의원과 검찰 간의 질긴 악연을 볼 수 있다. 사실 박 의원은 지난 1974년 제16회 사법시험에서 수석 합격하고 서울지방검찰청 특수부 부장검사를 지내는 등 검찰의 엘리트코스를 밟아 온 인물이다. 하지만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로는 옷로비 사건, 나라종금 뇌물수수 혐의, 현대 비자금 수수 혐의 등에 잇따라 휘말리며 후배들에게 세 번이나 구속되는 수모를 겪어야했다.

지난해 사건을 비롯한 세 번의 무죄에 대해 박 의원의 지지자들은 “박 의원이 정치적 희생양이 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무죄선고를 받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충분한 증거도 없이 박 의원을 모함하려는 음모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의원이 누구보다 법을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동안 범법행위를 하고도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갔던 것”이라며 “자신의 선거캠프 사람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뻔뻔하게 무죄를 주장하는 박 의원에게 비록 1심이지만 징역 2년을 선고한 판결이 속시원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실이야 어찌됐건 그와 검찰 간의 질긴 악연이 시작된 것은 1999년 발생한 옷로비 사건이다. 옷로비 사건은 외화 밀반출 혐의를 받던 당시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아내 이형자씨가 김태정 검찰총장의 아내 연정희씨에게 고급 옷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재직 중이던 박 의원은 ‘옷 로비 의혹사건’ 내사보고서를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에게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등)로 기소됐었다. 그러나 당시 재판부는 지난 2001년 11월 “김 전 총장의 부탁을 받고 보고서를 전달한 것은 사실이지만 박씨는 이 보고서가 신동아 측으로 유출될지 몰랐던 것으로 판단돼 무죄”라고 판결했다.


검찰과 질긴 악연
진기록의 주인공

무죄로 한 숨 돌리긴 했지만 검찰과의 악연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그는 옷로비 사건에 대해 무죄선고를 받고 불과 3년 만인 지난 2004년 1월 안상태 나라종금 사장으로부터 퇴출을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와 현대그룹으로부터 고(故)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이 국회 정무위 증인으로 채택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부탁과 더불어 3000만원을 받은 두 가지 혐의로 또다시 구속됐다. 1심에서는 현대비자금 수수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받고 구속 8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두 달 후인 2004년 11월, 2심 재판부가 그의 항소를 기각하고 보석을 취소했다. 그는 다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세 번째 구속이었다.

결국 대법원까지 가는 치열한 법정 다툼 끝에 박 의원은 2005년 5월20일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히는 것은 무척 이례적이었다.

이로써 그는 1999년 옷로비 사건과 2004년 나라종금 사건, 현대건설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3번 구속됐으나 3번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아낸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재판과정에서 수감 기간만 336일이나 됐다.

출소 후 박 의원은 “3번의 구속과 연속적인 무죄판결은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그 유래를 찾기가 어려운 사례”라며 “검찰이 정치권력의 시녀역을 자임했다”고 비판했다.

검찰에게도 박 의원은 악연이었다. 3번의 구속, 3번의 무죄라는 진기록은 박 의원의 주장대로 검찰이 증거도 없이 정치적으로 표적수사를 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했다. 또 만약 박 의원에게 정말 죄가 있었다면 세 번씩이나 죄를 밝혀내지 못한 무능한 검찰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만 했다. 어느 쪽이든 검찰로서는 치욕스러운 결과임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승리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 재판부는 박 의원이 현대와 안상태 나라종금 사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대가성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돈은 받았지만 죄는 없다’는 판결은 오히려 사법부가 농락을 당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되는 부분이다. 이제 그는 무려 네 번째 재판에서 무죄를 입증 받았고 결국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박주선 의원은?

▲전남 보성
▲광주고, 서울대 법학 학사, 캠브리지대 법학 수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실 법무비서관
▲제16대 국회의원
▲조선대학교 초빙교수
▲제18대 국회의원
▲민주당 최고위원
▲남북관계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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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