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레 저그’ 품은 필 미켈슨

장타 대신 정확도집념의 라운딩

경기를 마치지 않은 선수가 8명이나 더 있었다. 그러나 이미 그의 우승은 확정적이었다.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기쁨을 만끽했다.
지난 7월22일 새벽 스코틀랜드 걸레인 뮤어필드 골프장(파71)에서 열린 142회 디 오픈(브리티시오픈) 최종 라운드. 필 미켈슨(43·미국)은 18번홀(파4)에서 3m 거리의 내리막 버디퍼트를 잡아낸 뒤 우승퍼트라도 넣은 듯 과감한 세리머니를 했다.
미켈슨과 동반라운드를 한 프란시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뿐 아니라 챔피언조의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그에 앞서 출발한 타이거 우즈(미국)까지 그를 넘어설 경쟁자가 없음을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우승컵인 ‘클라레 저그(은제 주전자)’에 붙여질 역대 우승자 명단에 그의 이름이 새겨지고 있었다.
미켈슨은 최종라운드를 선두와 5타 차 공동 9위로 출발했지만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 66타를 쳐 최종합계 3언더파 281타를 기록하며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유일하게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한 미켈슨은 이븐파 284타의 2위 헨릭 스텐손(스웨덴)을 여유 있게 따돌리며 우승 상금 95만4000파운드(약16억2000만원)와 클라레 저그를 품었다.
미켈슨은 “내 생애 최고의 라운드를 펼쳤다”고 했다. 그만큼 술술 풀린 하루였다. 미켈슨은 이 대회에 앞서 미국프로골프(PGA) 통산 41승을 거둔 강자였지만, 유럽 무대만 서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쇼트게임의 마법사’란 별명답게 환상적인 쇼트게임 실력을 갖췄지만 해안가에 위치하고, 강한 바람에 러프까지 깊은 영국 골프장에서는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 했다.
실제 미켈슨은 메이저대회 가운데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3차례, PGA 챔피언십에서 1차례 등 미국에서 펼쳐진 무대에서는 실력 발휘를 하면서도 디 오픈에서는 실력 발휘를 못했다.
생애 20번째 나서는 이번 디 오픈을 앞두고는 철저히 준비했다.
미켈슨은 디 오픈 코스에 익숙해지기 위해 대회에 한 주 앞서 유럽프로골프(EPGA)투어 스코티시 오픈에 출전했다.

19번 실패가 보약
상금 25억원 중 60% 세금 “남는 게 없다”

거물급 선수들은 보통 대회 한 주 전에는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해 휴식을 취하지만 미켈슨은 반대 선택을 했고, 거기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하며 적응력과 자신감을 동시에 키웠다.
페어웨이가 좁은 데다 바람 변수가 많아 거리보다는 정확도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대회 코스 특성을 감안해 가장 멀리 칠 수 있는 장비인 드라이버는 가방에서 아예 빼놨다.
미켈슨은 그 대신 우드와 하이브리드를 들고 방향성에 중점을 둔 티샷을 했다. 덕분에 코스 곳곳에 무려 150개나 입을 벌리고 있는 벙커와 러프를 비교적 잘 피해 다녔다. 티샷 평균거리는 275야드로 짧은 편이었지만 정확도 60.71%로 코스를 감안할 때 꽤 좋았다.
미켈슨은 최종라운드에서 올해 새로 바꾼 퍼터 덕을 톡톡히 봤다. 미켈슨은 올시즌 들어 로프트 각도 2도의 캘러웨이 오디세이 퍼터를 사용하고 있다.
보통의 퍼터 로프트가 4~5도인 것에 비해 캘러웨이 오디세이 퍼터는 가파르다. 미켈슨은 새 퍼터로 최종라운드 14번홀에서 6m, 18번홀 3m 퍼트 등 홀 5m 안팎의 버디퍼트를 자신있게 쓸어 담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미켈슨이 브리티시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해 천문학적인 상금을 손에 넣었지만 60%가 넘는 돈이 세금으로 나간다고 보도했다.
미켈슨은 브리티시오픈(95만4000파운드·약16억2000만원)과 스코틀랜드오픈(50만 파운드·약 8억6000만원) 등 2주간 영국에서 벌어들인 수입만 25억원 가까이 된다.
미켈슨은 그러나 소득의 45%를 세금으로 내야하는 스코틀랜드의 세법에 따라 63만6069파운드(약 10억원)를 떼야 한다.
영국 연방 세법은 우승으로 인해 얻게 되는 보너스 등에도 45%의 세금이 붙고, 미켈슨의 주거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외국납부세액 공제 혜택을 받더라도 13.3%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세금 납부 후 미켈슨의 수중에는 전체 상금의 38.9% 정도인 약 9억4000만원 정도가 남지만 캐디인 짐 매케이에게 10%를 떼어주고 교통 및 숙박, 에이전트 수수료 등을 떼고 나면 30% 수준으로 떨어져 실제 챙길 수 있는 돈은 7억원 남짓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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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