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화제의 한국영화 두 편이 휴가철을 맞아 흥행 쌍끌이로 순항 중이다. 봉준호 감독의 헐리우드 진출작 <설국열차>와 '대세남' 하정우가 출연하는 <더 테러 라이브>는 각각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 스코어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의 흥행몰이가 전국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8일 <설국열차>는 개봉 8일 만에 전국관객 450만명을 동원하며 거침없는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더 테러 라이브> 역시 <설국열차>보다 적은 상영관 수에도 불구하고 누적 관객 250만명으로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는 당분간 이 두 영화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
개봉 전부터 불붙은 두 영화의 자존심 대결은 이른바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요약됐다.
순수 제작비만 450억원이 투입된 <설국열차>는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등 할리우드 톱스타와 대한민국 대표배우인 송강호의 만남으로 큰 화제를 낳았다. 이미 영화계에선 '2013년 가장 기대되는 영화 1위'로 <설국열차>를 지목한 바 있다.
이에 맞선 <더 테러 라이브>는 티켓파워가 검증된 하정우를 전면에 내세웠다. 비록 규모 면에선 <설국열차>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영세한(?) 영화지만 시사회에서의 호평은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두 영화는 나란히 지난 1일로 예정됐던 개봉일을 하루 앞당기는 등 묘한 신경전을 펼쳤다. <설국열차>가 "폭발적인 예매율에 힘입어 지난달 31일 전야에 개봉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더 테러 라이브> 측도 "폭발적인 시사회 반응"을 근거로 개봉일을 31일로 앞당겼다. 다윗 측이 골리앗을 상대로 맞불을 놓은 셈. 결과적으로 <더 테러 라이브>의 '맞불 작전'은 적중했다.
<더 테러 라이브>는 지난 6일 손익분기점인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세간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일각에서는 이 영화가 뒷심을 발휘, '꿈의 1000만 관객'에 근접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설국열차> 역시 같은 날 '역대 최단기간 400만 관객 돌파'라는 금자탑을 쌓으며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내친 김에 이번 주를 기점으로 '마의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뒤 해외에서의 흥행몰이까지 점치는 모양새다.
이처럼 두 영화에 대한 반응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가운데 온라인에선 영화를 본 관객들이 '두 영화 중 어느 영화가 더 낫냐'는 호불호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에서는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를 비교한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트위터 아이디 @nils****는 "설국열차는 수출용, 더 테러는 내수용"이라는 글로 두 영화의 스케일을 비교했으며, 아이디 @mme****는 "설국열차는 중간에 좀 늘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러닝타임이 125분으로는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고, 더 테러는 중간에 살짝 지루한 부분이 있긴 한데 97분이 굉장히 길게 느껴진다"고 감상평을 적었다. 또 아이디 @awown*****는 "좀 어렵지만 의미 있고 비장한 영화를 좋아하면 설국열차,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스릴감과 팽팽한 긴장감을 좋아하면 더 테러"라고 두 영화를 설명했다.
현재까지의 대체적인 반응은 <설국열차>는 어렵고, <더 테러 라이브>는 빠르다는 것이다. 특히 <설국열차> 같은 경우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데 한쪽에서는 한국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호평하는 반면 다른 쪽에선 '과욕이 부른 망작'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반사이익은 고스란히 <더 테러 라이브>로 돌아갔다. <설국열차>에 대한 들쭉날쭉한 평가와 달리 <더 테러 라이브>는 비교적 고른 반응을 이끌어내며 관객들에게 '부담 없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 하지만 화제의 중심에 <설국열차>가 있다 보니 굳이 한 영화를 봐야 한다면 <설국열차>를 추천하는 관객도 적지 않다.
아이디 @381***은 "나는 잔인한 장면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설국열차가 더 괜찮은 것 같다"며 "주변에서 더 테러가 재밌다고들 하니까 봤지만 의외로 스토리 전개가 식상해 기분이 나빴다"고 경험담을 소개했다.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 흥행대결
'뭐가 낫냐' 관객들 온라인서 갑론을박
반면 아이디 @buddha****는 "난 어려운 은유 없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더 테러가 훨씬 더 재밌었다"며 "속도 시원하고, 어떤 면에선 <설국열차>보다 더 정치적인 영화란 생각을 했다"고 적어 <더 테러 라이브>의 손을 들었다.
두 영화가 서로 경쟁 구도에 있다 보니 예상 관객수를 지목한 글도 눈길을 끌었다.
아이디 @hot_blood*****는 "<설국열차>의 평일 관객 수나 객석 점유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더 테러 라이브>는 꾸준히 20만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조만간 <설국열차>를 따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이디 @amud***는 "개봉 1주일 이내에 더 테러가 설국열차를 추월할 것이라는 글이 많았는데 구글 검색 페이지만 비교해도 설국은 20만 페이지가 넘는 반면 더 테러는 1만 페이지 이내"라며 "이 격차는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고 있다는 설명.
일각에서는 <더 테러 라이브>를 추천한 팬과 <설국열차>를 추천한 팬 사이에 설전이 일어나기도 했다.
유명 트위터리안인 아이디 @dog***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영화가 어지중간하게 나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 반면 <더 테러 라이브>는 확실하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적어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dog***는 "더 테러가 (흥행 면에서도) 완승할 것"이라며 "<설국열차>는 객관적으로 좀 못 미치는 영화"라고 혹평했다.
그러자 닉네임 의자*는 "설국열차가 이렇게 평가절하 받을만한 영화는 아니다"라며 "인류의 혁명과 사회 모순을 생각하게 만드는 수작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반론했다.
아이디 @pref*****도 "두 편을 다 본 사람으로서 <설국열차>에 대한 혹평은 이해할 수 없다"며 "행간을 읽어내면 치밀한 구석이 많아 불편한 것일 뿐"이라고 <설국열차>를 옹호했다.
뭐가 재밌나
이처럼 과열된 경쟁에 불편함을 느끼는 네티즌도 있다. 설전을 지켜본 아이디 @godd***는 "지금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대결구도를 만든 사람과 놀아나는 사람들 모두 우습다"며 “영화를 분석하고 비판하기 보단 어느 한 쪽에 서서 일방적인 비난만을 늘어놓는 통에 영화를 아직 못 본 관객들만 되레 혼란스러워졌다"고 꼬집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