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군산 살인 미스터리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8.12 13: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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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었는데…때아닌 꽃뱀 공방

[일요시사=사회팀] 군산에서 실종된 이모씨가 결국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범인은 숨진 이씨와 내연 관계였던 정모씨로 밝혀졌다. 정씨는 경찰출신답게 수사에 혼선을 줬지만 끝내 붙잡혔다.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몇 가지 불편한 부분이 남아 있다.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지난달 24일 오후, 평소 알고 지내는 정씨를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갔다가 실종된 이씨는 결국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관인 정씨가 이씨를 살해하고 유기한 것이다. 정씨는 지난 2일 신출귀몰 도피행각 끝에 논산에서 붙잡혔다. 정씨는 경찰에 “이씨가 임신했다며 돈을 요구했고, 액수가 적다며 부인에게 불륜 사실을 알리겠다고 해 우발적으로 목을 졸랐다”고 진술했다.

경찰과 이혼녀…
불륜이 빚은 참극

정씨는 해군에서 전역한 뒤 1999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했다. 정씨는 주로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근무했고 교통계와 생활질서계에서도 근무했다. 이번 범행과는 대조적으로 그는 최근까지 경찰청장 표창 1개와 지방청장 2개, 시도지사 1개, 서장상 16개 등 모두 20개의 표창을 받았을 정도로 자신의 업무에 충실했다. 다만 사회생활에는 미숙한 면을 보였다. 그는 동료들과 거의 교류가 없었으며 낚시를 주로 즐기는 조용한 성격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14년 경찰 경력을 바탕으로 지능적이고 치밀하며 특히 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대담한 행동까지 벌이는 등 경찰을 당혹시켰다.

정씨는 지난달 25일 이씨 실종과 관련해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지만, 연관성을 거부하고 나아가 강압 수사라고 반발하며 버틴 끝에 6시간 만에 풀려났다. 이에 앞서 휴대전화의 통화기록과 메시지를 지우기도 했다.


경찰 조사 후 그는 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집 반대방향으로 승용차를 몰아 강원도 영월로 이동해 옷가지를 구입해 변장을 하기로 했다. 특히 경찰의 추적을 의식해 지난달 26일 영월에 승용차를 버리고 곧장 대중교통편으로 대전, 전주, 군산을 거쳐 고향 인근의 대야터미널로 오는 대담함을 보였다.

특히 이런 행적의 단서가 될 승용차 안 블랙박스 영상을 모두 지워 경찰을 당혹스럽게 했다. 정씨의 치밀함과 수사 시선을 돌리기 위한 고의 행동을 엿볼 대목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26일 대야터미널에서 택시로 회현면 시골마을까지 이동했다. 이후 약 3시간30분 동안 이씨의 옷을 숨기거나 시신유기 또는 증거인멸 등의 중요 행동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 주민과 경찰 수사망을 피하려고 일부러 인적이 드물고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시골마을에서 내려 어두운 밤에 논길로 이동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정씨는 군산에서 오래 근무해 주변 지리와 주민 이동 특성에 밝은 점을 최대한 이용한 것이다.

여기에 다음 날 발견된 이씨의 옷가지는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당일 밤 일부러 주민 왕래가 잦은 농로 옆 밭에 놓았다는 게 경찰의 추정이다.

임신 여부 확인할 수 없어…시신 부패 심해
일방적인 피의자의 진술…팔은 안으로 굽나


정씨가 지난 2일 충남 논산시 취암동에서 검거될 당시 그는 자전거를 끌고 가고 있었다. 이런 정황으로 봤을 때 정씨는 경찰 추적을 피하고자 동선 파악이 어려운 자전거를 이동수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씨를 검거한 충남 부여경찰서 이희경 경위는 지난 5일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정 경사)본인이 순순히 응하고 저항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경위는 검거 당시에 대해 “앞서서 걸어가고 있던 젊은 남자(정씨)가 배낭을 메고 양 옆으로 물병을 두 개를 끼고 있었고, 뒤에서 보니까 자전거 뒷바퀴에 흙도 묻어 있었다”며 “순간 젊은 남자가 혹시 군산 실종사건 용의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걸어오는 모습이 군산 사건 용의자와 얼굴형도 비슷하고 연령대도 비슷하고, 검은 선글라스를 썼는데 턱선 쪽으로 들어간 부분도 비슷해서 지켜봤는데 그가 PC방 쪽으로 걸어갔다”며 “논산 시민이라면 샤워를 하고 PC방을 갈 텐데 바로 PC방을 가서 용의점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경위는 “군산과 부여나 논산은 가까운 인적이기 때문에 언젠가 한 번 지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며 “평소 검문검색도 하고 있었고 스마트폰 메일에도 용의자 얼굴을 알 수 있도록 저장해놓고 근무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어느 정도 확신을 한 이 경위는 논산 지구대 경찰관 두 명과 함께 2층 PC방으로 올라갔다. 경찰관 2명이 다가가 신분을 확인하자 정씨는 처음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름을 대자 “본인이 맞다”며 고개를 숙여 현장에서 바로 체포됐다.

이씨가 실종된 직후 참고인으로 소환됐던 정씨는 “이씨와는 알고 지내는 친구 사이일 뿐 내연 관계는 아니다”라며 “최근 만난 적이 없고 성관계를 가진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두 사람의 불륜이 드러났다.

이씨 가족들은 “두 사람은 내연 관계였다”며 “최근 이씨가 정씨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았고, 지난달 24일 병원비 등을 받고 그동안의 관계를 마무리짓기 위해 정씨를 만나러 나간 뒤 소식이 끊겼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혼한 상태고, 정씨는 유부남이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내연 관계라면 보통 행적을 알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본인이 누구를 만나는지 알리고 나간 것으로 봐서 관계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을 이씨가 감지하고 있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등에 따르면 실종된 이씨와 군산경찰서 소속이었던 정씨는 1년 전쯤 친구의 소개로 만났다.

두 사람을 소개한 친구 역시 동료 경찰관이며 이씨와 내연 관계를 맺었다고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의 전 애인인 동료 경찰관이 정씨에게 자신의 애인을 ‘사귀어 보라’고 소개해 줬다”며 “정씨는 ‘임신한 아이가 동료 경찰관의 아이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던 상태였다”고 말했다.

동료가 이씨 소개
“내 애인 만나봐라”

정씨는 이씨와 7월 초 성관계를 한 차례 가졌으며, 이씨는 같은 달 17일 정씨에게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렸다. 이씨의 임신 소식을 들은 정씨는 이씨의 연락처를 스팸 처리하는 등 그의 연락을 의도적으로 무시했고, 이씨는 정씨에게 “전처럼 약속을 취소해서 일 못 보게 하지 말아라” “너와 나 사이를 다른 사람이 알면 좋겠냐” “만나 달라” “집에 찾아가겠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이씨가 임신했다고 하자 정씨는 지난달 22일 적금 500만원을 찾았다. 정씨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24일 이씨를 만나 “300만원을 줄 테니 그만 만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이씨는 금액이 너무 적다며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정씨를 협박했다. 이씨가 부인에게 불륜 사실을 알리겠다며 정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가려 하는 등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이씨가 정씨의 얼굴을 할퀴었다. 정씨는 자신의 차 안에서 이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후 시신을 군산시 회현면 월연리 폐양어장에 유기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이씨 시신에 대한 부검을 마쳤지만 임신 여부를 밝혀내지 못했다. 국과수는 시신 부패 상태가 심해 여러 차례 검사해야만 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이 이씨의 휴대전화 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씨가 실종되기 전 ‘7월11일에 생리를 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나 이씨가 임신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씨-유가족 간 입장 엇갈린 채 ‘미궁’
진실 아는 건 범인 정씨와 숨진 이씨뿐

하지만 너무 압축적으로 마무리된 탓에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살해된 실종 여성의 가족들은 “살해된 것도 억울한데 꽃뱀으로까지 몰리고 있다”고 절규하고 있다.

이처럼 이씨의 유족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씨의 여동생은 “정씨의 범행은 계획적인 것”이라며 “경찰 수사에 미심쩍은 부분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임신 여부에 대해서는 “언니로부터 정씨에게 빨간 줄이 그어진 임신 테스트기를 보여줬더니 정씨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숨진 이씨의 임신을 확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피해자는 돈을 목적으로 정씨를 만난 것이 아니며 임신 역시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또 우발적으로 그녀를 살해했다는 정씨 진술에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임신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이번 사건으로 전북지방경찰청은 군산경찰서장을 직위 해제한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오후 전북지방경찰청은 브리핑을 갖고, “이 사건이 비록 경찰관 개인의 도덕성 결여에서 비롯된 범행이지만 경찰관 신분으로 중대 범죄를 저지른 점에 대해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그 책임을 물어 군산경찰서장을 직위해제키로 했다”고 전했다.

향후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해 부검, 도주 행적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우발적 살해?…
주도면밀한 범행

군산 실종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된 듯 보이지만 여전히 시끄럽다. 특히 꽃뱀 비하로 번진 임신 논란이 그렇다. 피의자 정씨의 진술을 종합해 보면 이번 사건의 발단은 불륜, 전개는 임신, 절정은 낙태와 합의금을 둘러싼 다툼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임신 여부가 확인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이씨가 임신을 하지 않았음에도 정씨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했고, 정씨는 이 사실을 모른 채 돈 문제로 다투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했다는 이야기가 성립됐다.

그러나 경찰관이 시민을 살해한 사건이라는 본질은 뒤로 간 채 살해당한 이씨를 ‘꽃뱀’으로 몰아가는 듯한 사건 구조에 유족들은 크게 반발했다. 실제로 몇몇 누리꾼들은 오히려 피의자인 정씨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씨는 열흘 동안 경찰의 수사망을 피했고 체포 당시에는 묵비권을 행사했다. 대다수의 언론은 ‘범행 전체 자백’으로 기사를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정씨의 자백이 진짜인지는 보장할 수 없다. 정씨의 자백이 공개되면서 이씨는 돈밝히는 ‘꽃뱀’으로 몰리게 됐다.

경찰이 정씨를 그냥 풀어준 것도 문제다. 이씨의 동생은 지닌달 25일 오후 2시30분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신고당시 “정씨를 만나러 간 뒤 안들어 온다”고 전했다. 실종 용의자로 정씨를 지목한 것이다. 경찰은 실종신고 당일 오후 7시 정씨를 임의동행해 조사했다. 정씨의 얼굴에는 할퀸 상처가 나 있었다. 수사관이 상처에 대해 묻자 “낚시할 자리를 고르다 나뭇가지에 긁혀 생긴 상처”라고 답했다. 경찰은 낚시터 인근 CCTV에서 정씨 차량이 7시18분쯤 찍힌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정씨의 휴대폰과 손상된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확보한 후 귀가조치했다. 신고가족들이 용의자를 지목했고, 얼굴에 상처가 있으며, 블랙박스가 훼손돼 증거인멸이 우려된 상황에서 정씨는 풀려났다. 경찰은 긴급체포를 할 수 있는 법리적 요건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인데다 정씨 본인도 불법구금이라고 반발해 돌려보낼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결과적으로 용의자를 놓아준 셈이 됐다.

‘꽃뱀’ 몰아가기
사건 본질 흐린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의 맹점은 경찰의 수사발표가 증거에 기초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찰수사는 증거주의를 채택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유족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에 경찰은 경찰관인 살해용의자의 진술에 더 의존해서 발표를 서둘렀다. 진실은 죽은자와 죽인자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찰은 유족들이 겪을 고통을 고민하지 않았다. 즉 경찰은 애초부터 ‘꽃뱀과 모범경찰관’이라는 프레임으로 이 사건에 접근한 것이다. 최소한 ‘팔이 안으로 굽는 게 아닐까’는 오해는 나오지 않았어야 한다.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피의자·피해자 자녀는?

씻을 수 없는 상처

어른들의 불륜과 살인사건은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자녀는 모두 두 명이다. 피의자 정씨의 자녀는 정씨 검거 전에 ‘아버지의 얼굴이 실린 수배 전단’을 보고 “엄마, 아빠가 무슨 잘못했어?”라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이씨의 자녀들은 나이가 더 많아 직접적인 상처가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씨의 자녀들은 현재 전 남편과 함께 있다. 전 남편에 따르면 두 자녀는 아무 말도 없이 스마트폰으로 하루 종일 ‘엄마의 기사’와 ‘거친 댓글’을 읽고 있다.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살인자 아버지’를 둔 자녀와 ‘인터넷 상의 숨진 꽃뱀’을 어머니로 둔 아이들의 아픔은 누구도 씻어 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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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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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딸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에 최종 합격했다. 외교부가 오직 심 총장의 딸을 위해 전형까지 엎었다는 게 골자다. 외교부는 특혜가 아니라던 입장을 뒤집고, 심 총장 지녀 채용을 보류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사안처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며 맹공을 펼치고 나섰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심모씨는 ‘아빠 찬스’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과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에 합격할 수 없었다.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입시 비리 혐의를 받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사안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심씨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아빠 찬스? 수상한 합격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서 심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9월 심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서 언급됐었다. 당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심 총장의 장녀가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는데, 심 후보자가 이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후보자 장녀가 최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며 “후보자 자녀는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장녀가)서울대 국제대학원 1학년 때 박철희 교수에게 수업을 받았다”며 “박 교수는 현직 주일대사고, 후보자 본인 장녀가 입사할 당시 국립외교원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나카소네 야스히로상 수상자”라며 “제1회(수상자) 박철희 주일대사고, 윤석열정부서 ‘중요한 건 일본 마음’이라고 말한 김태효 차장이 제5회 장려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심 총장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그러면 채용 서류를 내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전부터 채용서류 전체를 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의원실서 계속 요구하지만 후보자 동의가 없어서 (외교원이) 내질 않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외교부의 지난 1월 1차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공고에는 ‘경제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가 응시 자격이었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차 공고는 갑자기 심씨가 전공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됐다. 외교부는 응시 가능 대상을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변경 전에 응시했던 이들은 2차 공고 때는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공정채용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채용공고를 변경할 때는 채용 관련 심의기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인사기획관실과 서면 협의만 거쳤다. 심의기구를 통한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채용 공고를 변경한 셈이다. 채용 경력을 두고도 외교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거세다. 채용 공고에는 해당 분야 실무 경력 2년 이상이 응시 자격이었다. 그러나 심씨의 경력은 국립외교원 연구원 8개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보조원 22개월, UN 경제사회국 인턴 6개월로 실제 경력은 8개월에 불과했다. 경력 1년도 안 되는데 스펙 과대 포장해 지원 외교부 전형까지 뒤집어…기존 면접자는 탈락 외교부는 학창 시절의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외교부 산하 기관서 2022년과 2023년에 낸 채용공고엔 인턴이나, 교육생, 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행정조교 등은 경력서 제외한다고 적시돼있다. 심씨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산하 EU센터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했다고 실무 경력에 적었다. 하지만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연례보고서에는 심씨가 연구 보조원이 아닌 EU센터 ‘석사 연구생’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심씨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진상조사단을 출범했다. 조사단에는 한 의원을 포함해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홍기원·이재강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기표·박희승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이용우 의원,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이정문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의원,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백승아 의원 등 총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심 총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1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면접까지 통과해 현재 신원 조사 절차만 남겨둔 심씨의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은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보됐다. 공익감사는 감사 대상 기관이 자체 감사기구서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검찰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해 왔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감사원을 동원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심 총장 자녀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심 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비리 의혹 및 서민금융 대출 논란, 심 총장 아들의 장학금 수령 특혜 의혹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외교원 연구원 채용 공고상 자격 요건에 ‘해당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자 중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험자’라고 돼있지만 심 총장 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급 바뀐 채용공고 심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총장의 자녀는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청년들과 같이 본인의 노력으로 채용 절차에 임했다. 국회에 자료 제출을 위한 외교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도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씨 특혜 채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은)윤석열정권 출범 직후 2022년 7월 정도에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로 들어갔다가 2024년 1월에 외교부로 복귀해 5월 말,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를 없애고 새롭게 신설한 외교전략정보본부 외교정보기획국장으로 보직받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외교부 연구직 채용 1차 공고 당시 직접 면접에 참여한 박 국장은 지원자 A씨를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하지만 A씨는 한국서 나고 자라 학위까지 받은 인물로 언어능력을 문제 삼을 만한 근거는 부족했다. A씨의 탈락 이후 외교부는 2차 공고를 내며 채용 자격을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다. 이때 국제협력 분야를 전공한 심씨가 합격하게 된 것이다. 한 의원은 박 국장의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심씨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채용 실무가 인사기획관실이 아닌 외교정보기획국 산하 외교정보1과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아무래도 용산에 파견 나가 있으면 조금 더 넓게 여러 부처와 관련된 사람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과정서 어떤 방식이든지 어떤 접점이 이뤄지지 않았겠냐라고 하는 것은 있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조금 더 깊이 파봐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먹잇감 심 총장과 갈등을 빚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심씨의 사건은 좋은 먹잇감이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심 총장과 조태열 장관을 직권남용,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수사3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해 고발당한 심 총장 사건도 수사 중이다. 사세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수장인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을 뇌물성 채용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감사원이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익감사 청구는 6개월 이내 결과를 내놔야 하되 기한은 자체 판단으로 늘릴 수 있는데, 그전에 감사에 착수할지 여부부터 감사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사 청구를 각하하는 이유는 통상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공수처 수사가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감사원이 거부할 수 없는 국회 요구 감사의 경우에도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사실상 각하’했던 최근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국회가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 2인 구조 등 감사를 두고, 같은 사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위법성 여부를 감사원이 결론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매듭지은 보고서를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심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입시 비리 논란을 일으켰던 조 전 장관 부부가 받았던 수사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검찰의 이중적 잣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조 전 장관이 받았던 검찰 수사를 보면 입시 비리 혐의만으로도 압수수색 등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같은 혐의를 받는 심 총장 딸의 경우 멀쩡하게 살고 있다는 걸 국민 눈높이서 봤을 때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며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민은 집유 “강도 높게 수사해야” 용산 파견 키맨 박장호 국장 뒷배? 여당인 국민의힘도 조용하다. 지난달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을 두고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넘어 제2의 조국 사태”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수처가 심 총장과 심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발 사건이 이어지면서 수사 지연은 불가피하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 임명을 대통령실에 제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9월에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3명의 검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창진 수사2부장의 면직을 재가하면서도 신규 검사 임명은 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뒤를 이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찰청 등 부처 인사는 진행하면서도 공수처 검사는 임명하지 않았다. 신규 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고질적인 공수처 인력난도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이지만 현재 검사 인원은 휴직자 1명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규 검사 7명을 임명해도 정원보다 4명이 부족하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과부하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수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비위 의혹 수사 등 기존 수사에 인력이 집중돼있어 타 수사를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는 토로도 상당하다. 수사? 미지수 공수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배당받은 사건을 전부 들여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하루빨리 검사 임명을 해줘야 타 사건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박에 반박 나선 외교부 외교부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장을 재반박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외교부는 “관점에 따라 제도 운영 과정서 미흡했던 부분이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특정 인물에 대한 특혜로 연결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를 대상으로 채용 공고한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에 석사 취득 예정 상태였던 심씨가 채용된 것에 대해 심씨만 특별히 배려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학위 취득 예정서를 공식 증명서로 증빙하면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했던 사례가 2021~2025년까지 총 8건 더 있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올 초 외교부 정책조사 연구원 채용 과정서 이미 최종 면접까지 마친 응시자가 불합격 처리되고, 심씨를 위한 ‘맞춤형’으로 응시 자격을 바꿔 재공고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1차 공고를 냈을 때 응시 인원이 6명에 불과했고, 그 중 유일하게 경제 관련 석사학위를 소지한 응시자 1명에 대해 외부 인사 2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면접위원회가 최종 면접을 했으나 채용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1차 채용 공고문에 ‘응시자 중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사전에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2차 공고에선 응시 가능 대상을 넓히기 위해 자격 요건을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고, 그 결과 19명의 지원자가 응시해 심씨를 포함한 5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처럼 1차 공고 후 적격자가 없어 전공·자격증 분야 등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해 재공고한 사례는 타 부처는 물론 외교부 내에서도 과거 전례가 있다면서 “(심씨가)유일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앞서 외교부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응모한 사람이 적더라도 (같은) 채용 공고 사이트를 보면 재공고를 해서라도 기한을 연장해 해당 분야 사람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심씨가 또 다른 응시 요건인 ‘실무 경력 2년 이상’을 충족했는지도 논란이 큰 쟁점이다. 외교부는 심씨의 실무 경력을 국립외교원 경력 8개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보조원, 유엔 산하 기구 인턴 등을 포함해 총 35개월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인턴, 조교 등은 통상 실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험과 경력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