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대한상의 새 수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8.06 11: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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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젊은피’재계에 새바람 일으킨다

[일요시사=경제1팀] 대한상공회의소에 젊은 피가 수혈됐다. 바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그는 오너 경영인이면서도 ‘소통’과 ‘소탈’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인물. 그런 그가 보수적 성향이 강한 대한상의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의 새 수장으로 낙점됐다. 서울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9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긴급 회장단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박 회장을 신임 서울상의 회장에 추대했다.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까지 겸임하는 것이 관례인 만큼, 사실상 박 회장이 21대 손경식 전 회장의 뒤를 잇는 대한상의 회장으로 결정된 셈이다.

재계 신망 두터운
50대 젊은 오너

이로써 박 회장은 역대 전례가 없었던 ‘50대 젊은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얻게 됐다. 조직의 규모가 워낙 크고, 국내외적으로 그 역할의 범위가 방대한 대한상의의 회장직은 그간 상공업계의 원로 또는 정치인·관료 출신이 주로 맡아왔다.

재계는 ‘대한상의 박용만호’ 출범을 두고 “예상은 했지만, 다소 파격적”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는 내년이면 130주년을 앞둔 대한상의가 자체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함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한상의는 박 회장을 추대한 배경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한국 경제를 대표할 수 있는 규모 있는 기업의 오너가 상의 회장직에 적합하다”며 “박 회장은 이를 모두 충족시킬 뿐 아니라 적극적 활동 의지, 좋은 기업인 이미지와 기업가 정신, 대·중소기업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 대 정부 및 대인관계가 원만한 인물 등을 고려할 때 가장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박 회장의 추대 배경에는 오너 일가 출신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재계를 대표하는 대한상의인 만큼 대표성이 커야 한다는 의견에서다. 현 서울상의 회장단 내 오너 중 그룹 규모면에서 재계 서열 12위의 두산그룹이 제일 크다.

또한 두산그룹과 대한상의의 인연이 남다르고, 박 회장이 서울상의 부회장이 된 이후 불가피한 일이 아니면 회장단 회의에 꼭 참석하는 등 대한상의의 활동에 열정을 보인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는 전언이다.

아버지·형에 이어 두산가 네번째로 회장직 수행
오너 출신 경영인…적극적인 대외활동 높게 평가

두산그룹과 대한상의 인연은 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박 회장의 선친인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이 1967∼1973년 6년간 제6·7·8대 대한상의 회장을 지냈고, 그의 형인 박용성 대한체육회 명예회장도 지난 2000년부터 제17∼18대 회장으로 5년 넘게 일한 바 있다.

여기에 전문경영인이었던 정수창 전 두산 회장을 포함해 두산그룹은 박 회장까지 총 네 번째 상의 회장을 배출하게 됐다. 가히 ‘대한상의 가족’이라 할 만하다.

‘50대 젊은 회장이 고령이 많은 상의 회장단을 이끌 수 있겠나’, ‘두산가에서 또 맡나’ 라는 태클이 없진 않았지만, 박 회장으로 최종 낙점되자 ‘기대’쪽에 평점의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두산 체질 바꾼
‘M&A 귀재’


그도 그럴 것이 재계에서 박 회장은 전문경영인을 능가하는 실무 능력을 갖춘 오너 기업인으로 손꼽힌다. 박 명예회장의 5남인 박 회장은 지난해 4월 두산 회장에 취임하기 전까지 바닥부터 실무를 익혔다.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박 회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한국에 돌아온 후 1977년 외환은행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1982년 두산건설에 사원으로 입사해 두산음료, 동양맥주, 두산,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두루 거치면서 경험을 쌓았다.

박 회장의 경영 능력이 빛을 발한 것은 1990년대 중반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룹의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을 진두지휘하면서다. 그는 오비맥주 등 주력 사업을 과감히 매각하면서 그룹 체질을 혁신적으로 바꿨다.

또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2005년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 ▲2006년 영국 미쓰이밥콕(두산밥콕) ▲2007년 미국 밥캣(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 ▲2009년 체코 스코다파워(두산스코다파워) 등 1998년부터 17건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이를 통해 두산은 맥주 등 소비재에서 중공업·기계 등 산업재 중심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10%대 초반이던 해외 매출 비중은 60%대로 높아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출도 급성장했다. 지난 2011년 기준으로 매출은 지난 1998년 3조400억 원대 보다 8배 가량 증가한 26조2000억 원을 찍었다. 해외 매출도 10% 초반에서 40%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박 회장의 공격적인 M&A와 해외사업 개척을 통해 두산그룹은 전 세계 30개국에 걸쳐 3만9000여명이 일하는 10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박 회장은 이러한 결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했고, 결국 지난해 3월 박용현 전 회장의 뒤를 이어 두산 그룹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회장이 된 이후에는 공격적 경영을 벗고 내실 위주로 그룹을 이끌어 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런 박 회장이 이번엔 글로벌 경기불황과 경제민주화 등으로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를 정상궤도로 올리데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두산의 체질을 변화시켜 글로벌 경영을 추진해온 박 회장의 역량에 비춰볼 때 ‘준비된 50대 재계 수장’으로 한국 산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수완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위터 스타’
소통+격식파괴

특히 박 회장은 두산그룹을 이끌면서 ‘소통’과 ‘혁신’을 강조해온 만큼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는 재계에서 ‘소통 리더십’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주도할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보여주기 식 소통이 아닌 진솔하고 친근한 모습의 소통에 힘써왔다. 대기업 오너 회장이라는 권위를 벗어던지고 임직원들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적극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


트위터 팔로워가 무려 16만 명에 이르는 박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사적인 의견, 깨알 같은 일상 등을 공개해 ‘재벌 기업인’에 대한 선입견을 허물고 있다.

리더십 검증…117년 두산 변신 주도
권위 버린 SNS스타…팔로어 16만명

트위터 이외에도 박 회장의 소탈한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는 다양하다. 박 회장은 소주와 막걸리를 즐기고 젊은 사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저녁 자리를 갖는 편이다.

SBS 연예프로그램 <짝>에 출연했지만 파트너를 찾는 데 실패했던 자사 직원을 저녁 식사에 초대해 입소문을 탔는가 하면, 최근에는 ‘냉면집에서 5만원 외상한 사연’을 공개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직원들을 위한 음악콘서트를 마련해 자신이 직접 사회를 맡고 매년 대학 기업설명회에 참석해 인재를 구하는 ‘최고 경영자’의 모습으로 재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두산이 내부적으로 상무 전무 부사장 등 직급을 없애고, 점수에 따라 일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우는 인사 제도를 폐지할 수 있었던 것도 박 회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 광고 카피를 만든 이도 바로 박 회장이다.

특유의 소통은 박 회장의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통해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00년 한-스페인 경제협력위원장 회장, 2009년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 2011년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 이사 등을 맡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고, 이 외에도 마리아수녀회 한국 후원회장, 국림오페라단 후원회장 등도 맡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바람 등으로 재계에서는 소통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고, 박 회장은 이런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특히 대한상의 회장직은 다른 경제단체장에 비해 친화력이 강조되는 자리인 만큼 소통경영을 강조해온 박 회장이라면 새로운 대·중소기업 관계 정립 등 재계 현안을 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현안들
어떻게 헤쳐나갈까

그러나 ‘박용만호’가 100% 순항한다고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조직을 이끌 인품과 자질은 인정받고 있지만, 그 실행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너로서의 경영과 대기업, 중견, 중기를 아우르는 큰 재계단체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은 다를 수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젊다는 것은 큰 장점이지만 비교적 나이가 많은 71개 지방상의 회장들과의 융합 여부도 지켜봐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도 박 회장이 회장직에 오르면 만만치 않은 현안들이 기다리고 있어 그의 초반 행보는 주시 대상이다.

우선 대내외적인 경기침체와 경제민주화 바람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된 상황 속에서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최근 상의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면서 정치권과 타협점을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회에서 기업 관련 입법도 활발해지고 노동문제도 많아지면서 박 회장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면서도 “박 회장이 과거 손경식 회장만큼의 무게감과 신망, 식견을 내보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이에 대해 ‘우려’보다는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대한상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이) 회장직을 맡더라도 전혀 문제없을 것”이라며 여느 회장과 다른 젊은 감각, 넓은 소통, 격식 파괴로 재계의 중심 대변자로 활약할 것이 예고된다”고 전했다.

어찌됐건 대한상의 네 번째 두산 출신 경영인을 ‘대표 얼굴’로 맞게 됐다. 박 회장의 젊은 리더십이 대한상의 ‘130년 역사’에 어떤 긍정적인 새바람을 몰고 올지 재계 안팎의 눈이 쏠리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박용만 회장은?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보스턴대 경영학 석사 

▲1982년 두산건설입사 

▲1995년 두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 

▲1998년 두산 대표이사 사장 

▲2005년 두산 대표이사 부회장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 회장(現) 

▲2009년 두산중공업, 두산건설 회장(現) 

▲2009년 두산 대표이사 회장(現) 

▲2012년 두산그룹 회장·두산 이사회 의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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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