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사설 극기체험 실태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7.29 11: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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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문화 상업화가 비극 불렀다

[일요시사=사회1팀] '해병대'는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무적해병’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해병대 정신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증가해 자연스레 사설 해병대캠프가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하지만 이번 사망사고로 인해 ‘사설 극기캠프’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18일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이 충남 태안 안면도 백사장 해수욕장에 위치한 사설 해병대 캠프 참여 도중 실종됐다. 해경은 이날 오전 5시20분부터 수색 작업을 재개해 오전 6시5분 이준형(18), 진우석(18), 김동환(18), 장태인(18)군의 시신을 인양했다. 오후 7시15분 사고 해역에서 1㎞가량 떨어진 곰섬 인근에서 이병학(18)군의 시신을 마지막으로 발견해 이로써 사설 해병대 캠프 실종자는 하루 만에 5명 전원 숨진 채 발견됐다.

우후죽순 병영체험
예견된 인재사고

지난 18일 공주사대부고 학생 197명은 90여 명씩 두개조로 나눠 고무보트 훈련을 받았다. 오후 5시, 고무보트 8대에 10명씩 탑승하여 바다로 나갔던 첫 번째 조가 모래사장으로 돌아왔다. 잠시후, 학생들은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벗은 상태로 다시 바다에 들어갔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10명씩 줄을 맞춰 바다쪽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바다를 방향으로 앞줄에서 뒷걸음 치던 23명이 물이 올라온 바닷물살을 헤치며 10m쯤 뒤로 걷다 갑자기 갯벌의 깊은 웅덩이 ‘갯골’에 빠졌다. 학생들이 물에 빠져 도움을 요청할 때 인명구조 등 전문자격증이 없는 교관들은 당황한 채 호루라기만 불뿐 구하는 행동은 하지않았다. 교관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일부 학생들이 나서서 친구들을 구했지만 결국 18명만 스스로 빠져나오거나 구조되고 5명은 찾질 못했다.

학교 측은 실종된 학생들의 가족들에게 학생들이 ‘무단이탈’하여 생겨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실종된 지점에서 약 1km 미터 떨어진 갯골 부근에 실종된 5명이 사망한채 발견됐다. 한편 경찰 측은 태안 사설 해병대캠프 관계자 이모(30)씨 등 3명을 입건해 조사를 벌여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또한 학생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교사 김모(49)씨를 20일 불구속 입건했다. 눈물의 합동영결식으로 일단락된 이번 사고는 예견된 인재사고였다.


해병대캠프 사망사고로 사설캠프 도마
전국에 우후죽순 “이대로는 안 된다”

병영체험을 진행하고 있는 학교 수가 점점 증가하며 동시에 해병대캠프도 늘어났다. 2006년 약 20여 개에 불과했던 해병대캠프는 2013년 7월 현재 6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정통 ‘해병대캠프’는 해병대 포항 1사단 한 곳뿐이다. 아르바이트생이 있는 사설캠프와 비교하기에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

이번 사고가 ‘인재’였다는 것이 속속히 밝혀지면서 많은 대중들은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표하는 동시에 안전불감증으로 발생한 이번 사고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사설 해병대캠프는 안전점검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 적용하는 처벌 규정이 없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 이번 사고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또한 사고 과정에서 학생들을 지도했던 일부 교관은 해병 출신이 아닌 아르바이트생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은 더했다.

태안경찰서는 지난 19일 “교관 총 32명 중 인명구조사 자격증 소시자가 5명, 1급 수상레저자격면허 소지자 5명, 2급 수상레저 자격면허 소지자가 3명이었다”며 “그런데 일부 교관은 정규직이 아닌 아르바이트였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해병대사령부 측은 “사고를 당한 고교생과 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고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며 “해병대 용어에 대한 상표등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무늬만 해병캠프
근본적인 대책은?

이세중 전교조 충남지부장은 “해병대캠프를 포함한 병영 체험 프로그램은 MB정부 들어 안보를 강화하는 각 종 행사가 추진되며 동시에 우후죽순 생겨났다”며 “교육청이 이런 프로그램을 추진하면 학교별로 평가 항목으로 들어간다. 학교장들도 학교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고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즉 해당 정부의 교육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지부장은 “일례로 충남교육청의 경우 2010년 각 학교에 ‘바른 품성 5운동의 일환으로 안보의식 제고를 위한 교육사업’으로 ‘나라사랑 교육특강’을 진행하라고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군부대와 해병대캠프 등이 교육청과 MOU를 체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바뀌면서 안보를 강조하는 사회 흐름 속에 교육도 안보의식 제고 교육이 강조된다”며 “각종 병영 체험 프로그램이 증가하는 것 마찬가지이다”고 주장했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병영체험은 학생들의 정신교육을 강화시킨다는 명목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남자들은 알다시피, 군대 문화는 힘에 의해 남을 누르는 폭력적인 문화이다”며 “이런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하 대변인은 “해병대캠프 조교들의 강압적인 방식에 복종해야 하는 각종 병영체험 프로그램은 교육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정말로 ‘사설’ 해병대캠프와 ‘무면허’교관들의 문제인가? 사설 아닌 캠프, 자격증 갖춘 교관이면 문제가 안 된다는 뜻인가? 대체 아이들이 왜 그딴 폭력적인 병영체험을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군대식 극기훈련이 아닌, 자신과 남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인격의 훈련이다. 이 훈련은 해병대캠프를 통해선 결코 할 수 없는 일상의 훈련이다. 부모의 슬픔에 공감하고 애통한다” 등의 의견을 냈다.

또한 “해병대캠프 광풍은 좀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되지 않았냐” “아이들 극기훈련이니 해병대캠프니 보내지 맙시다” “극기훈련 캠프는 뭔가 구시대적이고 병영국가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한 느낌” “통제시키려는 전근대적인 교육” 등의 반응을 보였다.

자격증·면허도 없는 교관들
“이래라 저래라…누굴 교육?”

한편 최근의 사태와 관련 한 교육 관계자는 “교육 당국은 체험이나·수련 활동에 대한 일회성 처방만 내 놓을 것이 아니라 이번 사고를 거울 삼아 좀 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사설 해병대캠프뿐만이 아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극기 프로그램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대표적으로 박카스 국토대장정을 꼽을 수 있다. 2008년 무더위 속에 한 여대생이 국토대장정 행진 중 열사병으로 쓰러져 숨졌다. 당시 누리꾼들은 “주최측이 40도에 육박하는 날씨에도 무리하게 행사를 진행한 탓이 아니냐”며 주최측을 비난했다.

경찰에 따르면 동아제약이 주최한 박카스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서모(22)씨는 경북 경주시 산내면 신원리 도로에서 행진을 하다 쓰러져 경주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두 시간 만에 숨졌다.



당시 경주지? 낮 최고기온은 36.4도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서씨 유족 측은 “날씨가 더운데다 기온이 많이 올라가서 다리를 많이 절었던 것 같다. 발 안의 살이 터져 나와 있었다. 걸을 수 없는 정도였다. 행진을 강행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밝혔다.

자신을 병원 간호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서씨와 함께 탈수 증세에 시달렸던 여대생 5명도 함께 응급실로 실려왔다”며 안타까워했다.


무엇이 교육인가
극기훈련 뭐기에

동아제약 관계자는 사건 후 국토대장정 행사를 중단했다. 국토대장정 행사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첫 사고였다.

참고로 기자는 동아제약 박카스 국토대장정을 완주한 경험이 있다.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합격할 수 있는 국토대장정은 많은 대학생들의 로망 중 하나다. 그러나 당시 여대생 사망 사건을 생각하면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 국토대장정을 끝까지 완주한 박씨는 “여자들은 정말 힘들어요. 가방도 무겁고 무엇보다도 생리현상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결국 완주 했지만, 너무 힘들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아요”라고 말했다.

기자도 국토를 횡단할 때 무척 힘들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배울점도 많았지만 ‘극기’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지금의 현실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청소년들에게 군사문화를 집단적으로 경험토록 하는 풍조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번 충남 태안의 사설 해병대캠프는 이러한 풍조의 일부였다. 군사문화를 상업화해 이런 비극을 낳은 것이다. 웃고 떠들어야 할 청소년들에게 왜 하필이면 군사문화를 체험하도록 하는 것일까.


봉사활동, 농활 등 노동의 가치를 직접 느껴보거나 자연을 체험하며 생명의 신비로움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체험들도 있다. 하지만 해병대캠프 등 다양한 극기 프로그램의 문제는 통제된 질서를 요구해 ‘병영국가’를 체화시킨다는 데 있다. 군인이라면 이해하겠지만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며, 비록 단기간이지만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해병대 문화를 맛보게 하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 참고로 기자는 해병대 출신이다. 해병대전우회 활동을 했을 정도로 모군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그러나 작금의 ‘군사문화’는 분명 정상적이지 못하다.

사실 청소년들은 일상 자체가 ‘극기’다. 과중한 입시제도는 청소년들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이런 학생들에게 해병대 훈련을 맛보게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서울의 한 중등교사는 “병영문화 체험 경력은, 대학에 따라서는 입시에 반영되어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계의 망령이 해병대캠프와 결합해 이번 참사를 맞은 셈이다.

해병대캠프를 수료한 한 학생에 따르면 “우리는 귀신 잡는 해병” “하면 된다” “내 가족은 내가 지킨다” 등의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과연 이것이 우리 10대에게 어울리는 구호일까.

체험이란 이름으로
뿌리깊은 군사주의

매스컴도 한몫 하고 있다. 리얼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를 정글로, 농촌으로, 신혼집으로, 급기야 ‘군대’로까지 데리고 갔다. 대표적으로 MBC <진짜사나이>를 예로 들 수 있다.

<진짜사나이>가 여타 병영 관련 예능과 다른 지점은 ‘리얼’이라는 명목하에 6명의 진행자들을 군대에 그대로 투여한다는 점이다. 일사불란한 상명하복과 군사적 규율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제한 진행자들의 모습은 안방에 생생하게 전달된다. 군필자들은 자신의 군시절을 회상하기도 한다.

얼떨결에 군대로 호출된 이들을 바라보며 시청자들은 그들이 느끼는 고통, 그들에게 가해지는 가학 등을 간접 체험한다. ‘병영’이라는 틀 속에서 참여자들을 가두는 <진짜사나이>를 단순히 ‘예능’으로 웃고 넘길 수 있을까.

한 문화평론가는 “군대에서의 일상적인 비합리성을 비웃는 푸른거탑과 다르게 진짜 사나이는 군대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대중에 합리화시키면서 예능을 진행한다”며 “진짜 사나이의 6명은 군대가 요구하는 미션을 원활하게 끝내야만 하는 억압 기제 속에서 우리에게 불편함을 가져다준다”고 밝혔다.

이어 “군대에서 발생하는 폭력 또는 억압 등은 사소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선임이 기분이 나쁘면 후임들이 괜히 얻어맞는 일이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곳이 군대”라며 “그러나 진짜 사나이는 국방부에서 협조를 해주고 국방부의 홍보를 담당해야 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폭력과 억압이 카메라 앞에서 은폐되곤 한다.군생활에서 흔히 겪는 ‘치사함’과 ‘더러움’ 등은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군대에서 작동하는 위계질서가 일상에서도 당연시 여겨지는 한국 문화에서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군사주의 문화에 기생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를 확대재생산하게 한다”며 “공영방송이 예비역 남성들의 유쾌하지 않은 기억을 미화하고 자극하면서 추억팔이하는 건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군사문화의 소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때다.


이광호 기자<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소년 체험캠프 보험가입률
10개 중 7개 ‘안전 사각지대’

전국 2000여개 난립

최근 사설 해병대캠프에서 청소년 5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각종 체험캠프가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25일 한국청소년캠프협회 9개 회원업체의 29개 캠프 프로그램을 조사한 결과, 안전사고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한 프로그램은 10개(34.5%)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19개 캠프 프로그램은 보험가입 여부를 홈페이지에 게재하지 않아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최근 3년간(2011년∼2013년 6월) 소비자원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각종 캠프 관련 상담사례 447건을 분석해 보면 시설안전으로 인한 피해가 12건으로 매년 끊이질 않고 있다. 하지만 체험캠프 업체의 경우 보험 가입이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청소년 체험캠프에 참여하던 중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해 업체로부터 보상을 받기 어려웠다. 소비자원은 청소년체험캠프에 참여하기에 앞서 참가 프로그램이 상해보험 등 각종 보험에 가입돼 있는 지 여부와 보험이 보장하는 범위를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한국청소년캠프협회에 따르면 청소년캠프 업체는 전국에 2000여개가 난립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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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딸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에 최종 합격했다. 외교부가 오직 심 총장의 딸을 위해 전형까지 엎었다는 게 골자다. 외교부는 특혜가 아니라던 입장을 뒤집고, 심 총장 지녀 채용을 보류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사안처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며 맹공을 펼치고 나섰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심모씨는 ‘아빠 찬스’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과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에 합격할 수 없었다.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입시 비리 혐의를 받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사안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심씨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아빠 찬스? 수상한 합격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서 심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9월 심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서 언급됐었다. 당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심 총장의 장녀가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는데, 심 후보자가 이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후보자 장녀가 최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며 “후보자 자녀는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장녀가)서울대 국제대학원 1학년 때 박철희 교수에게 수업을 받았다”며 “박 교수는 현직 주일대사고, 후보자 본인 장녀가 입사할 당시 국립외교원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나카소네 야스히로상 수상자”라며 “제1회(수상자) 박철희 주일대사고, 윤석열정부서 ‘중요한 건 일본 마음’이라고 말한 김태효 차장이 제5회 장려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심 총장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그러면 채용 서류를 내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전부터 채용서류 전체를 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의원실서 계속 요구하지만 후보자 동의가 없어서 (외교원이) 내질 않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외교부의 지난 1월 1차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공고에는 ‘경제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가 응시 자격이었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차 공고는 갑자기 심씨가 전공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됐다. 외교부는 응시 가능 대상을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변경 전에 응시했던 이들은 2차 공고 때는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공정채용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채용공고를 변경할 때는 채용 관련 심의기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인사기획관실과 서면 협의만 거쳤다. 심의기구를 통한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채용 공고를 변경한 셈이다. 채용 경력을 두고도 외교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거세다. 채용 공고에는 해당 분야 실무 경력 2년 이상이 응시 자격이었다. 그러나 심씨의 경력은 국립외교원 연구원 8개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보조원 22개월, UN 경제사회국 인턴 6개월로 실제 경력은 8개월에 불과했다. 경력 1년도 안 되는데 스펙 과대 포장해 지원 외교부 전형까지 뒤집어…기존 면접자는 탈락 외교부는 학창 시절의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외교부 산하 기관서 2022년과 2023년에 낸 채용공고엔 인턴이나, 교육생, 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행정조교 등은 경력서 제외한다고 적시돼있다. 심씨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산하 EU센터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했다고 실무 경력에 적었다. 하지만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연례보고서에는 심씨가 연구 보조원이 아닌 EU센터 ‘석사 연구생’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심씨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진상조사단을 출범했다. 조사단에는 한 의원을 포함해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홍기원·이재강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기표·박희승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이용우 의원,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이정문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의원,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백승아 의원 등 총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심 총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1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면접까지 통과해 현재 신원 조사 절차만 남겨둔 심씨의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은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보됐다. 공익감사는 감사 대상 기관이 자체 감사기구서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검찰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해 왔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감사원을 동원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심 총장 자녀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심 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비리 의혹 및 서민금융 대출 논란, 심 총장 아들의 장학금 수령 특혜 의혹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외교원 연구원 채용 공고상 자격 요건에 ‘해당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자 중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험자’라고 돼있지만 심 총장 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급 바뀐 채용공고 심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총장의 자녀는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청년들과 같이 본인의 노력으로 채용 절차에 임했다. 국회에 자료 제출을 위한 외교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도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씨 특혜 채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은)윤석열정권 출범 직후 2022년 7월 정도에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로 들어갔다가 2024년 1월에 외교부로 복귀해 5월 말,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를 없애고 새롭게 신설한 외교전략정보본부 외교정보기획국장으로 보직받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외교부 연구직 채용 1차 공고 당시 직접 면접에 참여한 박 국장은 지원자 A씨를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하지만 A씨는 한국서 나고 자라 학위까지 받은 인물로 언어능력을 문제 삼을 만한 근거는 부족했다. A씨의 탈락 이후 외교부는 2차 공고를 내며 채용 자격을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다. 이때 국제협력 분야를 전공한 심씨가 합격하게 된 것이다. 한 의원은 박 국장의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심씨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채용 실무가 인사기획관실이 아닌 외교정보기획국 산하 외교정보1과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아무래도 용산에 파견 나가 있으면 조금 더 넓게 여러 부처와 관련된 사람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과정서 어떤 방식이든지 어떤 접점이 이뤄지지 않았겠냐라고 하는 것은 있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조금 더 깊이 파봐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먹잇감 심 총장과 갈등을 빚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심씨의 사건은 좋은 먹잇감이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심 총장과 조태열 장관을 직권남용,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수사3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해 고발당한 심 총장 사건도 수사 중이다. 사세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수장인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을 뇌물성 채용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감사원이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익감사 청구는 6개월 이내 결과를 내놔야 하되 기한은 자체 판단으로 늘릴 수 있는데, 그전에 감사에 착수할지 여부부터 감사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사 청구를 각하하는 이유는 통상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공수처 수사가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감사원이 거부할 수 없는 국회 요구 감사의 경우에도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사실상 각하’했던 최근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국회가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 2인 구조 등 감사를 두고, 같은 사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위법성 여부를 감사원이 결론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매듭지은 보고서를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심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입시 비리 논란을 일으켰던 조 전 장관 부부가 받았던 수사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검찰의 이중적 잣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조 전 장관이 받았던 검찰 수사를 보면 입시 비리 혐의만으로도 압수수색 등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같은 혐의를 받는 심 총장 딸의 경우 멀쩡하게 살고 있다는 걸 국민 눈높이서 봤을 때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며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민은 집유 “강도 높게 수사해야” 용산 파견 키맨 박장호 국장 뒷배? 여당인 국민의힘도 조용하다. 지난달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을 두고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넘어 제2의 조국 사태”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수처가 심 총장과 심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발 사건이 이어지면서 수사 지연은 불가피하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 임명을 대통령실에 제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9월에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3명의 검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창진 수사2부장의 면직을 재가하면서도 신규 검사 임명은 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뒤를 이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찰청 등 부처 인사는 진행하면서도 공수처 검사는 임명하지 않았다. 신규 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고질적인 공수처 인력난도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이지만 현재 검사 인원은 휴직자 1명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규 검사 7명을 임명해도 정원보다 4명이 부족하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과부하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수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비위 의혹 수사 등 기존 수사에 인력이 집중돼있어 타 수사를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는 토로도 상당하다. 수사? 미지수 공수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배당받은 사건을 전부 들여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하루빨리 검사 임명을 해줘야 타 사건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박에 반박 나선 외교부 외교부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장을 재반박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외교부는 “관점에 따라 제도 운영 과정서 미흡했던 부분이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특정 인물에 대한 특혜로 연결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를 대상으로 채용 공고한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에 석사 취득 예정 상태였던 심씨가 채용된 것에 대해 심씨만 특별히 배려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학위 취득 예정서를 공식 증명서로 증빙하면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했던 사례가 2021~2025년까지 총 8건 더 있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올 초 외교부 정책조사 연구원 채용 과정서 이미 최종 면접까지 마친 응시자가 불합격 처리되고, 심씨를 위한 ‘맞춤형’으로 응시 자격을 바꿔 재공고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1차 공고를 냈을 때 응시 인원이 6명에 불과했고, 그 중 유일하게 경제 관련 석사학위를 소지한 응시자 1명에 대해 외부 인사 2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면접위원회가 최종 면접을 했으나 채용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1차 채용 공고문에 ‘응시자 중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사전에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2차 공고에선 응시 가능 대상을 넓히기 위해 자격 요건을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고, 그 결과 19명의 지원자가 응시해 심씨를 포함한 5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처럼 1차 공고 후 적격자가 없어 전공·자격증 분야 등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해 재공고한 사례는 타 부처는 물론 외교부 내에서도 과거 전례가 있다면서 “(심씨가)유일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앞서 외교부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응모한 사람이 적더라도 (같은) 채용 공고 사이트를 보면 재공고를 해서라도 기한을 연장해 해당 분야 사람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심씨가 또 다른 응시 요건인 ‘실무 경력 2년 이상’을 충족했는지도 논란이 큰 쟁점이다. 외교부는 심씨의 실무 경력을 국립외교원 경력 8개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보조원, 유엔 산하 기구 인턴 등을 포함해 총 35개월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인턴, 조교 등은 통상 실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험과 경력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