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백화점 여직원 자살 파문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7.26 13: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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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에 목매 점원들 목조르기

[일요시사=경제1팀] 패션·유통 기업인 이랜드가 시끄럽다. 매출 신장을 위해 입점 업체 직원들에게 제품을 강매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데 이어 최근에는 백화점 여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했다. ‘나눔과 섬김’을 경영이념으로 내세운 대표적 기독교기업. 그 뒤에 숨은 ‘악덕 횡포’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이랜드그룹의 NC백화점. 최근 이 백화점 보석매장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여직원 전모(32)씨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백화점 측이 실시한 ‘모니터 평가’에서 낮은 점수결과를 통보 받은 지 3시간 만이다.

모니터 평가 압박

“내 삶은 여기까지 입니다. 자살입니다. 많이 힘들었고 많이 참았습니다. 엄마 아빠 우리 00씨에겐 미안하지만 여기까지 입니다. 참고 또 참아보려고 했지만 더 이상 일 때문에 힘든 상황을 버텨내기 힘드네요. 이런 생명하나 죽는거 쉽겠지만 더 이상 백화점 일 하고 싶지 않아요. 모두에게 미안합니다.”

전씨가 남긴 유서 내용이다. 전씨의 유족과 동료 등은 사실상 횡포에 가까운 백화점 내의 근무환경이 전씨를 극단적 상황으로 내몬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씨의 측근은 한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동생(전씨)이 백화점 일을 혼자 도맡아 하며 많이 힘들어했다. 행사가 있는 날이면 아침 8시에 출근해서 밤 11시, 12시까지 일하는 것이 부지기수였다”며 “늘 모니터 평가에 신경 쓰며 어떤 고객에게는 시계를 60번까지 채워준 적도 있었단다”라고 전했다.


사건이 일어나기 3시간 전. 백화점 측은 얼마 전 실시했던 서비스 모니터 평가의 점수를 통보했고, 전씨는 ‘성의 없는 대답’을 했다는 이유로 기준 점수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모니터 평가란 백화점 측에서 고용한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비밀 모니터링 요원)’가 고객으로 가장해 판매 직원들의 서비스 상태 등을 점검하는 제도다. 모니터링 요원들은 백화점에서 할당 받은 시나리오에 따라 연기 하며 점원의 복장과 표정, 상품 정보 전달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NC백화점의 평가 항목은 직원의 메이크업, 두발, 인사 자세, 고객의 요구 파악 등 약 90개 문항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NC백화점의 한 직원은 “내부모니터는 매주 월요일마다 결과가 나오며 외부모니터는 3개월에 한 번씩 전 브랜드, 전 직원이 숫자로 인권을 평가받는 체계”라며 “단발머리, 묶음머리, 검정끈, 염색은 갈색2호, 흰색 셔츠, 귀걸이 금지, 결혼반지를 제외한 모든 액세서리 금지 등 억지스러운 평가부분이 많다”고 털어놨다.

만약 이들이 실시한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게 될 경우, 사유서를 쓰고 특별 교육을 받았다고 직원들은 전했다. 심한 경우 강제 해고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하루 15시간 ‘살인근무’…제품 강매도
과도한 평가·징계 “툭하면 강제 해고”

한 직원은 “모니터 점수가 안 좋으면 근무시간 외에 글자 토시하나 틀리지 않을 때까지 보는 시험이 1시간씩 있으며 매주 월, 금요일마다 출근시간보다 1시간씩 일찍 나와 미소연습, 인사연습을 한다”며 “최근에는 판매사 인증관리라는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각 매장마다 외부 모니터 평가점수 80점 이상을 받아야 하고, 매출관리 노트와 고객관리 노트를 강압적으로 만들어서 검사받아야 하며 VCR촬영이라고 각 매장마다 촬영기를 세워 현장검사까지 받아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이 직원은 “4가지 항목을 올해 안에 완벽하게 통과하지 못하면 판매사 인증을 못 받아 매니저를 강제 교체한다”며 “지난해 이미 스포츠층, 아웃도어층은 알바 직원부터 주부들까지 싹 다 잘려나갔다. 하루아침에 인터뷰 면접에 탈락했다며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은 직원들이 수두룩하다”고 덧붙였다.


매출과 관련해서도 이 백화점 직원들은 상당수가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전했다. 이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오후 2∼6시는 손님이 많은 이른바 ‘집중근무’ 시간인데, 이 시간에는 매장을 절대 비우면 안 돼 화장실도 못 간다”면서 “만약 저 시간에 체크되는 직원들은 당일 7시 반에서 8시 반까지 1시간 교육을 받아야 하며 개인사정이 있어 당일교육을 못 받으면 3일 교육으로 연장된다”고 말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기독교 행사도 강제적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기독교 이념 아래 세워진 이랜드 측에서 진행하는 NCC 쏭페스티벌에 종교에 상관없이 참여해 연습과 찬양을 의무적으로 해왔다는 것이다. 불참 시 패널티 등 불이익을 받게 됐다고 한다.

한 직원은 “이랜드의 축제에 자리가 비어있지 않도록 특정업체 직원들인 우리들이 평소 출근 시간보다 일찍 출근해 자리를 매꿔줘야 한다”며 “자리를 채워줌과 동시에 예배 몇일 전부터 브랜드당 한명씩 의무적으로 ‘특송’이라 하는 노래와 율동을 예배시간동안 그들 앞에서 해야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기독교 생활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거나 강제로 끌려가 연습과 찬양을 할 때면 지점장들과 층장들 앞에서 재롱잔치를 하는 기분”이라며 “대체 의미 없는 활동을 왜 하는 건지 이해가 안간다”고 털어놨다.

이랜드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직원들의 불편을 적극 개선해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모니터링 평가제도는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함”이라며 “(평가 기준이 과하다는 지적에 대해)다른 회사에 비해 타이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집중근무시간과 관련해서는 “판매사원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지만 시행과정에서 오해가 있었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고, 강제적 기독교 행사에 대해서도 “불참시 불이익은 없었으며, 강요도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실적 스트레스

사실 백화점 매장 판매직원들의 ‘남모를 눈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4월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에서 근무하던 한 파견 직원도 매출 및 파트리더(백화점 내 각 팀 담당자)의 압박에 못 이겨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역시 자살 직전 백화점 직원들이 모여 있는 SNS에 “대리님 사람들 그만 괴롭히세요. 대표로 말씀드리고 저 힘들어서 떠납니다”라는 문자를 유서처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고객에게 무조건 굴복하고 백화점에겐 매출 압박을 받는 만년 ‘을’ 판매직원들. 이번 기회를 통해 이들의 자유와 백화점의 잘못된 관행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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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