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 추적> 초등생도 벗는 '미성년 음란셀카' 실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7.15 13: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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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학교 화장실에서 찍은 영상 팔아요"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초·중·고 여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셀프 음란물 촬영. 자신의 은밀한 부위를 찍은 불법 영상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건당 5000원∼5만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었다. '까진 게' 더 이상 수치가 아닌 자랑이 돼 버린 시대. 지금 온라인에선 어른들 몰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닉네임 은**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른바 '문상 알바'를 하고 있다. 여기서 '문상'은 문화상품권을 뜻하는 은어. 문상은 고유 일련번호인 '식별번호'만 있으면 번호 입력 후 각종 결제가 가능하다. 즉 문상은 온라인에서 현금 대용으로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문상 알바'는 한 마디로 돈을 번다는 뜻. 그렇다면 은**은 무엇을 통해 돈을 벌고 있는 것일까.

겁 없는 10대
'문상'주면 OK

"오늘 학교 화장실에서 찍은 영상 팔아요."

지난 8일 은**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프로필상 나이가 1996년생인 은**은 만 17세로 현재 미성년자 신분이다. 교복을 입은 프로필 사진과 발육 상태로 미뤄봤을 때 고등학생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그가 주로 거래하는 물품은 자신이 찍은 동영상이다.

"직찍(직접 찍은) 자위영상 팔아요. 거래방법은 틱톡, 가격은 2만∼5만원, 시간은 4∼12분. 돈은 문상으로"란 글이 타임라인 곳곳에 가득하다. 해당 게시물에는 영상을 찾는 구매자들의 댓글이 달리며, 이들 사이에는 자연스레 부도덕한 거래가 이뤄진다.


은** 뿐만이 아니다. SNS에서는 비교적 쉽게 '자위영상' 거래를 암시하는 게시물들을 찾아 볼 수 있다. 구매자들은 해당 영상의 진위 여부를 가름하기 위해 판매자들에게 ‘인증’을 요구하기도 한다.

‘인증’ 과정에서는 판매자가 미성년자인지, 무슨 학교를 다니는지 등이 간접적으로 노출된다. 이렇게 노출된 알몸 영상 판매자의 상당수는 만 18세가 넘지 않은 여학생들. 고등학생은 물론이고 중학생, 심지어는 초등학생까지 동영상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신원이 쉽게 노출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알고 동영상을 제작, 유포하고 있다.

초중고 여학생 사이서 셀프 음란물 제작 유행
알몸 상태로 은밀한 부위 찍고 구매자에 전송

음란물 제작의 주목적은 돈이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의 성적 욕구 해소, 사람들로부터 관심 받고 싶어 하는 욕구 등이 동기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또래 집단에서 동영상 판매가 범죄로 인식되지 않는 분위기도 음란물 거래 활성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은**의 동영상 평균 거래가는 3만원으로 꽤 비싼 편이다. 판매자가 가격을 스스로 정하다보니 영상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최근 광주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적발한 음란물은 5000원에서 1만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었다.
지난 9일 광주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카카오톡 등 SNS를 이용해 아동음란물을 주고받은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모(52)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 등은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영상물 105개를 스마트폰을 이용해 전송받거나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3만원도 비싸
5천원에 거래


경찰이 압수한 SNS 회사 서버에는 이모(18)군 등 10대 3명이 유포한 음란물 1479개가 있었다. 경찰은 "압수한 음란물 중 상당수가 국내 초·중·고교 여학생이 알몸 상태에서 1∼5분간 자위행위를 하는 장면"이라고 전했다. 앞서 밝혔듯 자신의 성기를 서슴없이 노출하거나 성적 흥분에 도달하는 장면을 찍은 영상 제작자가 여학생 본인이란 설명.

여학생들은 "문상을 주면 원하는 영상을 찍어 보내겠다" "반응이 좋으면 오프(오프라인 만남)도 생각해 보겠다"는 등의 글로 구매자를 유혹하고 있다. 구매자들 역시 "문상을 줄 테니 미션(특정 도구나 설정을 이용한 촬영)대로 해달라" "내 성기를 보고 자위행위를 해달라"는 등의 요구로 영상 제작에 관여하고 있다.

이들은 SNS나 온라인 카페와 같은 개방된 공간에서 접촉한 뒤 카카오톡이나 틱톡과 같은 메신저에서 음란물을 교환한다. 먼저 상대가 음란물을 구매할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구매할 의지가 있다면 구매자가 본인 소유의 '문상' 일련번호를 판매자에게 보낸다.

번호를 입수한 판매자는 자신의 메신저 ID를 구매자에게 공개하고, 서로 친구를 맺은 뒤 대화창을 통해 약속된 음란물을 주고받는다. 이렇게 공유된 음란물은 구매자의 의지에 따라 제3의 음란물 유통업자에게 흘러간다.

음란물이 유통되고 있는 카페에는 '교복 입은 영상교환', '직찍 영상구매', '입었던 속옷 삽니다' 등의 글이 올라온다. 몇몇 여학생들은 해당 게시물을 클릭한 후 구매자와 접촉, 자신의 '성'을 직거래 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구매자가 '인증'을 원하면 판매자가 먼저 '사진'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 수법에 걸려드는 건 대부분 어린 나이의 여학생들. 구매자가 사진을 통해 판매자의 신원을 파악하면 나중엔 구매자가 판매자의 신원 공개를 미끼로 협박하는 형태다. 아직 사회 경험이 미숙한 어린 학생들은 이 협박에 넘어가 또 다른 영상을 제작, 구매자에게 전송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음란물 유통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수사관이 '문화상품권 1만원을 주겠다'는 글을 남기자 곧바로 한 여학생이 직접 찍은 음란물을 전송했을 정도로 청소년들 사이에 동영상 거래가 확산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경찰이 확보한 음란물 중에선 여학생의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난 영상이 있어 유출될 경우 2차 피해도 우려됐다. 하지만 이런 어른들의 우려를 비웃듯 여학생들은 자신이 입었던 속옷을 구매자에게 판매해 추가로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음란물 카페선
초등생도 벗어

여학생들이 제작한 '음란 셀카'의 종착지는 결국 카페. 본인이 제작한 음란물을 더욱 쉽고 빠르게 사고 팔수 있기 때문이다. 설혹 SNS를 통해 1대 1로 거래가 이뤄졌다하더라도 최초 구매자가 제3의 구매자를 찾는 구조상 한 번 풀린 음란물은 영원히 온라인에 부유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렇게 떠도는 음란물이 모여드는 곳이 바로 카페다.

광주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같은 날 국내 유명 여자 연예인들의 얼굴을 성인 음란물에 합성시켜 만든 사진 등을 게재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초등학교 6학년 송모(12)군을 선도조건부 불입건했다.

송군은 지난 3월 초 '19동인지 19애니' 등 2개의 인터텟 카페를 개설하고 연예인과 스포츠스타 등 유명인 53명의 합성 음란 사진 684장과 애니메이션 음란물 등을 게재하거나 공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송군이 운영한 카페의 회원수는 모두 4367명, 이중 남성은 3278명으로 전체의 75%에 이르렀다. 또 회원 가운데 10대가 2608명으로 60%를 차지했다. 보통 미성년자가 부모나 타인 명의로 음란사이트에 접속한다는 사실에 기초할 때 10대 회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적발된 카페에는 '영상 20건+합성사진 300장+사이트(주소·비밀번호) 1개에 5천원, 선불입니다'라는 내용의 광고 글도 게재됐다. 즉 초등생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청소년들끼리의 음란물 거래가 빈번히 일어났다는 해석이다.

송군은 경찰 조사에서 "한 음란사이트 카페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호기심이 생겨 직접 카페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송군 이외에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은 청소년들도 "호기심에 음란물을 거래했다"고 진술했다. 즉 호기심에서 시작된 '위험한 장난'이 여러 성범죄자를 양산하고 있는 꼴이다.

광주경찰청 국승인 사이버수사대장은 "청소년들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문화상품권을 대가로 음란물을 찍거나 음란카페를 운영했다"면서 "스스로 음란물을 촬영해 유포하면 아동음란물 제작과 유통으로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직접 온라인 카페 운영
SNS 통해 1대1 직거래

그러나 실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경찰은 '형사 미성년자'인 송군에게 청소년상담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성교육 선도프로그램을 이수 받도록 명했으나 처벌 여부는 불투명하다. 동영상 1479개를 보유하고 있던 이군 등도 마찬가지. 또 음란 셀카를 제작한 1천여 명 규모의 여학생들은 사실상 검거가 불가능하다. 원칙적으로 셀카를 제작한 여학생들은 음란물 원작자에 해당한다.


최근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11조에 따르면 음란물 제작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 징역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는 강도죄의 최소 법정형인 3년 이상 보다 무거운 형벌이다.

그러나 "단 돈 몇 만원을 벌려고 셀카를 찍은 여학생들을 강도보다 무거운 형벌을 받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 경찰의 고충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여학생들을 붙잡아도 처벌 수위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면서 "엄벌보다는 기소유예 처분 등으로 사건이 마무리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원칙은 5년
현실은 훈방

이런 제도적인 허술함과 맞물려 온라인에서는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불법 음란물이 끝없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개정된 법안에서조차 여학생들이 스스로 음란물을 찍는 경우를 예상치 못해 음성화된 시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청소년들은 과거 수동적인 음란물 소비자에서 적극적인 생산자로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현재 '노예를 구하는 카페' 등에는 미성년자 수십명이 모여 서로 '자위를 하는 방법' 등을 공유하고 있고, 주인과 노예로 얽힌 초·중·고교생들은 음란 영상을 주고받으며 또 다른 불법 음란물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에게 성은 이제 감춰진 은막이 아닌 당당한 놀이. 고등학생들은 원나잇 성관계 가능 유무를 온라인 프로필에 기재하고, 중학생들은 자신의 알몸 사진을 온라인에 올려 타인의 평가를 받는다. 성에 일찍 눈 뜬 초등학생들은 카메라 앞에서 스스럼없이 자신의 은밀한 곳을 보여주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점차 확산되는 이들의 대담한 행보에 뚜렷한 해결책은 아직까지 없어 보인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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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