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차기회장 쟁탈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7.15 13: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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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듯 말듯…안갯속 ‘포스트 손경식’

[일요시사=경제1팀] 손경식 회장이 가족을 위해 CJ로 떠남에 따라, 수장을 잃은 대한상공회의소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경제민주화 흐름 속에서 업무도 많아진데다 역할도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관심은 자연스레 후임 회장에 누가 오를지에 쏠리는 분위기다. 3∼4명의 이름이 벌써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상태다.



손경식 회장이 임기 1년7개월을 앞두고 대한상의 회장직에서 사임했다. 표면적 이유는 위기에 놓인 CJ그룹의 비상경영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손 회장은 최근 구속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외삼촌으로, 이 회장 구속된 다음날 CJ그룹 비상경영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았고, 1주일이 지난 후 바로 사퇴 한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CJ그룹의 모럴해저드 논란에 재계 단체장 자리가 부담이었을 것이라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본격 후임자 찾기

손 회장은 2005년 11월 박용성 당시 회장의 중도사퇴 이후 대한상의 회장을 맡아 잔여 임기 4개월을 대신했다. 2006년 3년 임기를 시작했고 2009년 20대 회장에 다시 선출, 지난해 21대 회장에 선출되면서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경제를 보는 뛰어난 식견 외에도 재계의 신망이 두터운 손 회장은 지난 8년간 대한상의를 이끌어 오면서 전국 14만 회원 기업을 대표해 정부와 기업의 가교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한상의는 손 회장의 뒤를 이을 후임자 찾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이르면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서울상의 의원총회에서 선출되는 서울상의 회장이 맡게 된다. 차기 회장은 회비 납부 비중이 가장 큰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겸직하는 게 관례이기 때문이다. 차기 회장 선출 때까지는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 부회장이 회장 직무를 대행한다.


회장 선출은 호선에 의해 합의 추대하는 것이 관례지만 경쟁이 치열하면 투표를 통해 뽑기도 한다. 그간의 관례는 16명으로 구성된 서울상의 부회장단 중 1명을 합의 추대하는 것이었다.

현재 서울상의 부회장은 지난 3월 부회장단 개편에 따라 강덕수 STX팬오션 회장,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 김원 삼양홀딩스 부회장, 김윤 대림산업 부회장, 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 심경섭 한화 사장, 박용만 두산 회장, 서민석 동일방직 회장, 신박제 엔엑스피반도체 회장, 우석형 신도리코 회장,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이인원 롯데쇼핑 부회장,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등이다. 

이 가운데 오너가 부재중인 한화나 실적과 재무개선이 힘써야 할 대한항공, 사실상 그룹 해체 절차를 밟는 STX 등은 대한상의 회장을 맡을 겨를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부회장단 16명 모두 후보군…추대?투표?
박용만 유력…서민석·김영대·김원 물망

재계를 대표하는 대한상의인 만큼 오너 일가에서 회장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서민석 동일방직 회장, 신박제 엔엑스피반도체 회장, 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등으로 압축된다.

그 중에서도 박 회장이 유력한 차기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두산그룹과 대한상의의 인연이 남다르고, 최근 박 회장이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과 대한상의 인연은 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박 회장의 선친인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지냈고, 그의 형인 박용성 대한체육회 명예회장도 지난 2000년 제17대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한 바 있다. 여기에 전문경영인이었던 정수창 전 두산 회장까지 포함하면 두산은 총 세 명의 대한상의 회장을 배출했다.

박 회장이 지난해 ‘두산 웨이’를 선포하고 그룹의 내적 기틀을 닦아 놨던 만큼 이번이 대한상의 회장으로 나서 대외적 역량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55년 생으로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인 박 회장이 고령이 많은 상의 회장단의 수장으로서, 재계를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홈플러스의 이 회장이나 평소 대한상의 일에 적극적인 동일방직의 서 회장, 엔엑스피반도체의 신 회장 등을 꼽기도 한다.

특히 지난해 세계상공회의소연맹(WCF) 이사회에서 부회장으로 선임된 신 회장은 대한핸드볼협회장, 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대한체육회 부회장, 아시아 경기단체총연합회장 등 그동안 대외 활동이 활발했던 점에서 유력후보로 꼽힌다.

젊은 수장 나오나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대한상의 회장은 한중민간경제협의회 회장,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장, 환경보전협회 회장, 코리아외국인학교재단 이사장 등 무려 50개 안팎의 다른 직함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학식과 신망 등을 갖추지 않고서는 업무 수행이 힘들다”며 “여러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박용만 회장이 유력하지만 나이 등을 고려할 때 대한상의 수장이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떠맡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과거 전경련 회장 선출을 놓고 진통을 겪은 사례를 볼 때 ‘이동근 체제’가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며 “최근 국회에서 기업 관련 입법도 활발해지고 노동문제도 많아지면서 상의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수장의 공석으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 입법으로 정부와 재계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어 누가 회장이 되든 손 회장만큼의 무게감과 신망, 식견을 내보이기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의 공백은 한동안 회자될 전망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한상의 떠난 손경식 회장은?

CJ그룹이 이재현 회장 구속 이후 비상경영에 돌입하고 손경식 CJ그룹 공동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그룹경영위원회를 발족했다. 1939년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손 회장은 이 회장의 모친인 손복남 여사의 동생으로 이 회장의 외삼촌이다. 한일은행과 삼성전자에서 근무한 뒤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직을 거쳐 1994년부터 CJ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고 있다. 실제 그는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기 이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 CJ그룹을 진두지휘해 왔다. 

때문에 손 회장은 오너 일가에 버금가는 실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CJ그룹의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갈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손 회장은 위기 때마다 CJ그룹을 구해낸 해결사로도 유명하다. 

1993년 삼성그룹에서 CJ그룹(옛 제일제당)이 분리될 때, 손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옛 안국화재 지분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제일제당 지분과 맞바꾸면서 분리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고 어려운 시기마다 빠른 의사결정으로 해결사 역할을 자처했다. 특히 2005년부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내면서 국내 정·관계 인맥이 두터운 것도 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한편, CJ그룹은 손 회장 외에 이미경 부회장,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 이관훈 CJ 사장,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 등 5명으로 그룹경영위원회를 구성해 이 회장의 빈자리를 메우게 된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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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