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대형참사 막은 아시아나 영웅들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7.15 11: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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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속 눈물 흐르지만 ‘불길 속으로’

[일요시사=사회1팀]아시아나항공 214편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추락했다. 동체가 불탈 정도로 큰 사고였음에도 불구하고 2명의 사망자 이외에 추가 인명피해는 없었다. 아비규환 속 투철한 직업정신을 발휘한 승무원들의 노력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인천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 여객기(보잉 777)가 새벽 3시 27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중 활주로에 충돌했다. 바다 쪽에서 육지로 접근하다 기체 뒷부분이 제방에 부딪혔고, 동체가 활주로에 그대로 미끄러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체 후미 부분이 아예 떨어져 나갔다. 승객들은 사고 직후 비상 탈출구로 급히 빠져나왔지만, 이번 아시아나 항공기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사고로 중국인 여학생 2명이 숨지고, 183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 183명 중 49명이 중상이고 어린이 1명을 포함해 5명은 위독한 상태다.

아찔했던 마의 8분
블랙박스 열어봐야

아시아나항공 214편 추락 사고는 지난 6일 아시아나항공 소속 보잉 777-200ER 항공기가 대한민국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여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하는 도중 28L 활주로(RWY 28L) 앞의 방파제 부분에 언더캐리지(랜딩 기어)가 부딪혀서 발생한 사고다. 아시아나항공이 창립한 이래 사망자가 생긴 3번째 항공 사고이자 2번째 여객기 추락 사고이며, 국제선에서는 처음 발생한 추락 사고다. 해당 보잉 777 기종은 2006년에 들여온 기종으로, 이 사고는 보잉 777 기종으로 사망자가 생긴 첫 번째 사고다.

당시 기내에는 291명의 승객과 16명의 승무원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승객은 국적별로 한국인 77명, 중국인 141명, 미국인 64명, 인도인 3명, 캐나다인 3명, 프랑스인 1명, 일본인 1명, 베트남인 1명이었다. 미국 소방 당국은 이 사고로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며, 신원은 예 멍 위엔(16), 왕 린 지아(17) 등 중국인 여고생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에 옮겨진 8명의 성인과 2명의 어린이는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 승객이 많았던 이유는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직항 항공편이 적고, 여객 운임도 인천국제공항 이용시보다 상대적으로 비싸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환승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사고 여객기에 탑승한 중국인들 중 일부는 미국으로 탐방을 가기 위해 상하이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로 환승한 승객들이었다. 

동체 불탄 대형사고 불구 사망자 적어 
승무원들 훈련대로 행동해 피해 최소화


이 사고로 인해 해당 여객기는 기체 후미 부분이 파손되었으며, 사고 발생 15분 뒤 동체 천장부 전기 전자계통 회선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기체가 전소되었다. 하지만 날개 쪽 연료탱크로 불이 옮겨 붙지는 않아 추가적인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다.

조종사…보잉사…
섣부른 예단 자제

샌프란시스코 만에 튀어나온 방파제를 치면서 28L 활주로의 경계점에 못미쳐 착륙한 이후로 후미 압력 벌크헤드 뒤에 있는 엔진 하나와 꼬리 부분은 비행기로부터 떨어져 나갔다. 수직, 수평 안정장치는 경계점 이전에 활주로에 닿았으며, 반면에 동체와 날개 나머지는 방파제로부터 2000피트(600m) 정도의 활주로의 왼쪽 부분에 멈춰 있었다. 목격자는 비행기가 착륙하기 이전에 거대한 불덩이가 있었고, 충격이 일어난지 1분 후 동체로부터 나온 엄청나고 어두운 연기와 함께 두번째 거대한 폭발이 있었다고 말했다. 비상탈출 슬라이드는 비행기의 한쪽 면 앞쪽 2개문에 펼쳐졌으며 이는 승객들을 피난시키는 데에 사용됐다. 또 다른 비행기 탑승자는 비행기가 급격하게 하강했으며 해수면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28L 활주로의 ILS와 항법 글라이드패스는 사고 당시에 작동하지 않았다. 착륙은 일반적인 시계 착륙이었으며 당시 날씨는 맑았다.

추락 원인은 아직 알 수 없다. 관계자는 테러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 CNN방송 등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착륙 5분 전에 관제탑과 교신하여 응급 차량 대기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토교통부와 아시아나항공 측은 이 여객기가 비행 중 특이사항이나 고장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고 기종인 보잉 777에 적용되어 있는 플라이 바이 와이어시스템의 착륙직전 오작동으로 조종 불능 상태가 되어 추락한 이후, 플라이 바이 와이어시스템 계통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며, 또한 다른 전문가들은, 지난번 발생했던 영국항공 38편 착륙 사고와 같은 이유로 항공기가 실속되지 않았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는 조사를 시작했고 조사원을 현장에 파견하였다. 윤영두 아시아나 항공 사장은 “현재 엔진이나 기계적 문제가 없었음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랜딩 기어가 올바르게 작동했는지 말할 수 없었다. 주된 요인은 착륙하려 시도할 때, 비행기가 너무 짧게 왔고 방파제를 쳤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토교통부와 아시아나항공에서도 사고 수습과,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와 협동으로 사고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7월 7일 오후 1시 30분경에 출발하는 아시아나 전용기를 통해 샌프란시스코로 파견했다.


기자회견이 SFO에서 열렸을 때, 샌프란시스코 소방국장 조안 헤이즈-화이트는 2명이 사망했다고 확인하였다. 두 승객 모두 중국 여권을 가지고 있었고 10대 여성이었으며, 사체는 기체 외부에서 발견되었다. 병원 대변인에 따르면, 5명이 중태에 빠져있다. 아홉 구역의 병원들이 총 182명의 부상자들을 받아들였다. 이후 SFO 기자회견동안, SFO 대변인 도우그 야케이는 오직 한 사람만이 행방불명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이전의 60명에서 줄어든 것이다. 또 다른 기자회견 동안 헤이즈-화이트는 모든 사람들은 공항에 있는 두 개의 수용소의 중재 이후에 설명되었다고 밝혔다.

공항은 사고 이후 약 다섯 시간동안 폐쇄됐으며,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으로 오게 되어 있던 항공편들은 샌프란시스코 만 구역에 있는 다른 주요 공항이나 새크라멘토 국제공항, 로스엔젤레스 국제공항으로 우회되었다. 나중에, 활주로 두 곳이 다시 개방됐다. 사고가 발생한 활주로와 인근에 있는 활주로는 페쇄됐다.

용감했던 승무원들
믿음직한 아시아나

이러한 대형사고 뒤에는 후일담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이번 아시아나기 착륙사고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뜨겁다. 특히 아비규환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승객들의 탈출을 도운 객실승무원들의 ‘영웅’적인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사고 직후 총 12명의 승무원 중 7명의 승무원은 충돌 당시 충격으로 실신했다. 정신을 차린 5명의 승무원은 평상시 훈련한 매뉴얼 대로 자리를 지켰다. 이들의 침착한 대응은 사망자 2명을 제외한 전원탈출로 이어졌다. 5명의 승무원은 주로 왼편에서 근무한, 이윤혜, 유태식, 김지연, 이진희, 한우리 승무원이었다. 이들은 사고발생 직후 일부 승객들의 도움을 받아, 부상자(다리 부상자 다수)들을 먼저 탈출시킨 후, 일반 승객들을 탈출시켰다. 승객과 승무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대참사를 가녀린 몸으로 막았던 것이다.

특히 이윤혜 최선임승무원(35기)은 1995년에 입사해 올해로 19년차 승무원으로, 평소에도 모범을 보여 14회나 ‘우수승무원’에 뽑힌 바 있다. 이번 사고에서도 이윤혜 승무원은 기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부상자들을 구하기 위해 앞장서, 탑승객과 목격자들로부터 ‘영웅’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다. 이윤혜 승무원은 끝까지 현장에 머물다가, 의료진의 권유에 따라 마지못해 병원에 갔다. 가녀린 몸매의 김지연 선임승무원(89기)의 초인적인 힘도 화재다. 사고 당시 다리를 심하게 다친 초등학교 5학년생 어린이를, 다급한 마음에 직접 들처업고 무려 500M 이상을 뛰어 대피시켰다. 

‘일촉즉발’위기상황서 의연하게 대처
회사도 사고수습 총력 ‘발빠른 대응’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7일 탑승객의 증언을 통해 “사고 직후 비행기 안에서 영웅적인 행동들을 볼 수 있었다. 한 여승무원은 정신없고 긴박한 순간에도 바닥에 쓰러진 부상 승객들을 헌신적으로 도왔다”고 전했다.
승객 라유진(앤소니 라)씨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영웅이었다. 작은 체구의 소녀같은 승무원이었지만 기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부상당한 사람들을 부축했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그러나 눈물을 흘리면서도 침착했고 사람들을 도왔다”고 감동의 순간을 전했다.

라씨는 “그녀를 비롯한 모든 승무원들이 화재로 연기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비행기 구석구석을 다니며 모든 승객들을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힙합콘서트 프로듀서인 라유진씨는 아시아나기를 타고 서울과 샌프란시스코를 오간 것만 173회째라고 밝혔다. 그는 “착륙 직전 창문을 통해 보니 고도가 너무 낮다고 느꼈다. 엔진에서 회전 속도가 올라가는 듯한 비정상적인 소리도 들렸다”고 술회했다.

그는 “충돌할 때는 꼭 죽는줄만 알았다. 솔직히 지금도 살아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에드윈 리 시장은 이날 뉴스브리핑에서 사고 상황에 비해 사상자 수가 적은 것에 대해 “운도 좋았지만 이렇게 생존자가 많은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승무원들과 승객들의 침착한 대응이 추가적인 불행을 막을 수 있었음을 시사했다.


캘리포니아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아내와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아시아나 214편에 탑승한 승객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아울러 신속한 구조 활동으로 더 큰 비극을 막은 분들의 용기에 대해서도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평상시 훈련도
실전처럼 준비

유태식 사무장과 이진희 부사무장, 한우리, 김지연 승무원 역시 화염과 연기 속에서 구조활동을 벌였다.
사고 직후 현지 언론들을 통해 전해진 “몸집도 작은 여승무원이 얼굴에 눈물이 흐르는 채로 승객들을 등에 업고 사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었다”는 탑승객의 증언과 “캐빈 매니저는 비행기에 불이 붙기 직전까지 승객들을 대피시키는데 최선을 다했고, 마지막까지 비행기를 지키면서 혹시 남은 승객이 있는지 살폈다”는 샌프란시스코 소방국장의 이야기는 이번 사고로 인한 충격 이상의 감동을 국민들에게 선사해줬다.

이번 사고로 SNS의 반응도 매우 뜨겁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광고 문구가, 정말 잘 어울리는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 그들의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었다. 그들은 최고로 친절하다. 가장 좋아하는 항공사인 이유도 그들이다. 사고기 승무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긴 하루를 보냈을, 아시아나 승무원들의 노고에도, 무한한 애정과 고마움을 전한다” 등 칭찬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매일 아침 가슴을 쓸어내린다. 여객기 사고 발생 이후, 하루도 빠짐 없이 오전 회의를 열고 사고 관련 구체적 내용을 보고 받기 때문이다.

사고 당일 아시아나항공 본사 상황실에서 밤 늦게까지 사고 경위를 파악하며 긴급 비상 체제에 돌입한 박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이곳을 수시로 드나든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전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내용 만으로 모든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가 위치한 종로구와 이곳 상황실은 너무 멀어서 그룹 본사 직원까지 파견했다.

박 회장은 수시로 현장을 챙기며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공식일정도 확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사고 수습이 최우선 과제로 탑승객과 피해자 가족 지원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항상 대기 상태인 것이다.


이처럼 박 회장이 이번 사고와 관련된 모든 상황을 체크하며 전체적인 총괄 역할을 하고 있다면, 윤 사장은 전면에 나서 사고를 직접 챙기며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윤 사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공항에 도착해 “이번 사건으로 심심한 사의와 애도를 표한다”며 “아시아나항공이 취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마련해 조속히 사고를 수습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지에서 이뤄지는 모든 수습 과정을 면밀히 파악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출국 배경을 설명했다.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중국에서 급히 귀국한 박 회장과 윤 사장은 오는 11∼12일 일본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리는 한일국제관광심포지엄 일정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호 기자<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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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