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소방수 투입 “비자금 불길 잡는다”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7.09 17: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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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구원투수’ 손경식

[일요시사=사회1팀]CJ그룹 이재현 회장이 구속되면서 그룹 전체에 거센 폭풍이 몰아닥치고 있다. 위기에 처한 CJ그룹을 구하기 위해 ‘구원투수’ 손경식 회장이 전면에 나섰다. 그가 이끄는 CJ는 과연 어떻게 될까.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검찰이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으로 대기업 오너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법은 CJ그룹 비자금을 운용해 수백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조세포탈) 등으로 이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 회장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검찰이 지난 5월21일 CJ그룹의 비자금 의혹으로 본사 및 임직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지 41일만이다. 

CJ그룹 지각변동

앞으로의 전망은

김우수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이 회장은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또 한 번 죄송하다”고 짧게 답하며 “다시 한 번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 측은 앞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그동안 검찰 수사에 협조했고,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다면서 불구속 수사를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범행이 오랜 기간 조직적으로 이뤄졌고, 이 회장이 임직원들과 말을 맞출 우려가 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 회장은 700억원가량의 세금 포탈과 1000억원 안팎의 회삿돈 횡령 혐의, 그리고 회사에 300억원 가량의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이 임직원 명의를 빌려 서미갤러리를 통해 1000억원대 미술품 거래를 하면서 비자금을 세탁한 의혹과 차명재산으로 CJ 계열사 주식을 사고팔면서 주가를 조작한 의혹 등은 아직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검찰은 CJ그룹 임직원들이 2005년 이후 고가의 미술품 200∼300여 점을 자신들 명의로 사들인 사실을 확인하고 미술품의 구입 경위와 자금의 출처, 작품의 실소유주 등을 조사해 왔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는 이 회장이 그룹 임직원들의 이름을 빌려 미술품을 구입했고, 거래 과정에 동원한 자금은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검찰은 명의자 및 소유자 확인과 자금 흐름을 파악 중이다. 이 회장에게 명의를 빌려준 그룹 임직원은 수십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현 회장 구속…권한대행 협의체 구성
외삼촌 손 회장 ‘지휘봉’잡고 진두지휘

검찰은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에 CJ그룹 관련 차명계좌들의 거래 내역에 대한 분석을 의뢰해 놓은 만큼 결과를 받아보고 수사를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구속된 이 회장을 조만간 불러 보강 조사를 강도 높게 진행한 뒤 이달 중순께 추가 확인된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CJ그룹 계열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특히 CJ E&M, CJ헬로비전 등 미디어 계열사들이 경영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CJ그룹의 주가향방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되었다. 

CJ 미디어 계열사 고위 관계자는 “창사이래 최대 위기인 것은 사실이다. 기존에 하던 업무가 크게 차질을 빚지는 않겠지만 투자, M&A 등 굵직한 의사결정은 당분간 쉽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CJ특혜법으로 오인되고 있는 방송채널사업자(PP) 매출 상한을 49%까지 늘려주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도 추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 시절부터 추진돼 왔지만 일부 언론과 국회의원들의 반발 때문에 전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큰 장애물이 나타난 셈이다.

주가 향방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CJ헬로비전의 경우 상장 직후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시점을 전후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CJ E&M이나 CJ CGV, CJ오쇼핑 등도 최근 몇 개월간 등락을 거듭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무엇보다 콘텐츠 경쟁력이 상당한 만큼,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체제에서는 꾸준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이번 이 회장의 구속이 그룹 전체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주가의 향방도 향후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CJ 관계자는 “앞으로 지주회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결정이 되지 않았다”며 “전문 경영인 체제가 자리잡은 만큼, 각 계열사 업무는 각 CEO들이 책임지고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에 투자가 예정됐거나 진행되는 것들이 이번 사안 때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향후 큰 이슈들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긴급 상황 돌파구
경영 공백 메꾼다

CJ그룹은 이 회장 구속 하루 뒤인 지난 2일 그룹 공동회장인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주축으로 한 CJ그룹경영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손 회장,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 이관훈 CJ그룹 대표이사,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 등 5명 위원으로 구성된 경영위원회는 앞으로 CJ그룹의 위기를 타계해 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 관계자는 “그룹경영위원회가 이 회장 역할을 100% 대체할 수는 없지만, 큰 역할은 그룹경영위에서 하게 된다”며 “이 회장이 옥중 경영에 나설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CJ그룹은 손 회장이나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의 자리를 맡는 방안, 명망 있는 전문 경영인을 스카우트하는 방안 등을 고려했지만 결국은 회의체를 선택했다. 경영위원회는 이 회장의 권한을 대행하는 협의체다. 이 회장의 결정이 필요한 사안에는 경영위원회 5인이 협의하여 결정을 내리게 돼 있다. 오너십을 가진 손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입김이 클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경영인 3인도 의사결정권을 똑같이 행사하게 된다. 회장이 직접 나서야하는 해외출장의 경우 5인의 경영위원이 교대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위기탈출 넘버원

첩첩산중 해결사


경영위원회는 공식적으로 한달에 두 번, 첫째 주와 셋째 주 수요일에 소집된다. 그러나 경영상 중차대한 사안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소집이 가능하다. 다음 소집 예정일은 오는 17일이다. 이날 논의될 안건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지만 해외사업 등 현안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경영위원회를 두고 이 회장이 이미 구속을 직감하고 사전에 마련해놓았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CJ그룹 과계자도 “경영위원회 구성에는 오너 측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이 회장의 입김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 회장은 CJ 주식을 42%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자 오너로서 평소 그룹을 세밀하게 챙기는 경영인으로 알려져있다.

손 회장은 이 회장의 어머니인 손복남 CJ그룹 고문의 동생이다. 그는 경기고를 2년 만에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에 합격한 엘리트로, 손 고문이 삼성가로 시집가면서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77년부터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하며 삼성그룹에서 전문경영인으로 활약을 하다 93년 CJ가 삼성으로부터 분리되면서 CJ 대표이사 부회장직을 맡으면서 ‘CJ 사람’이 됐다. 이후 95년 CJ그룹 회장 직에 올라 2002년 이 회장이 공동회장을 맡을 때까지 이 회장의 후견인 역할을 해왔다. 

창사 이래 최대위기 “데미지 최소화”
해외사업 등 당장 풀어야할 과제 산적

고려대 법대 출신인 이 회장은 젊은 시절 손 회장으로부터 회계를 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손 회장은 이 회장의 경영스승이라는 이야기도 듣고 있다.


CJ그룹 내에서는 손 회장이 내부를 추스르면서 그룹 경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재계에서도 손 회장이 집안의 어른이자 능력 있는 경영인이라는 점에서 위기의 CJ그룹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실제로 손 회장은 과거 대표이사 재직 중 초유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도 회사를 2배가 넘는 규모로 성장시킨 전력이 있다. CEO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손 회장 재임 기간 중 CJ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은 142.6% 늘었고 영업이익은 71.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CJ가 1993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돼 홀로서기를 하던 와중에 1997년에 외환위기를 겪어야 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뛰어난 성적이다. CJ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도 1998년 매출이 전년보다 되려 21.1%나 늘었고,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슷한 2천200억 가량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손 회장은 합리적인 성격으로 대표이사 시절 당시 대내외적인 어려움을 잘 극복해 임직원들의 신망이 두텁다”며 “또 누구보다도 회사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 기대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예측할 수 없는
비상경영체제

경영위원회는 당장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업계는 무엇보다도 ‘신뢰성 회복’이 시급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CJ그룹은 현재 오너의 횡령·배임 등 그간 혐의가 다 드러나면서 기업이미지가 바닥으로 추락한 상태다. 구겨진 이미지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경영위원회의 수장 손 회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여기에 당장 오너의 부재로 인해 차질을 빚게 될 각종 해외사업에 대한 피해의 최소화와 추후 이를 어떻게 정상화 시킬지에 대한 고민도 경영위원회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실제 이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5월부터 CJ대한통운의 경우 미국과 유럽 지역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글로벌 물류업체 인수가 의사결정 지연으로 사실상 협상이 중단됐으며, CJ제일제당도 라이신 글로벌 1위 생산력 확보를 위해 진행하던 중국 업체와의 인수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각 계열사나 동남아시아 등에 진출하려던 계획도 정지돼 있다.

지난 2일 이관훈 CJ 대표이사는 사내방송과 이메일을 통해 ‘흔들리지 말자’는 메시지를 임직원들에게 보냈다. 이 대표는 “이재현 회장은 임직원들이 힘을 합쳐 우리 그룹을 발전시켜 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손경식 회장은?>


▲1939년 서울 출생

▲1957년 경기고 졸업

▲1961년 서울대 법학과 학사

▲1968년 오클라호마주립대 경영학석사(MBA)

▲1977년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

▲1987년 서울대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

▲1991년 삼성화재 대표이사 부회장

▲1994년 CJ(제일제당) 대표이사

▲1995년 CJ그룹(제일제당) 회장

▲2005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2005년 세제발전심의위원장

▲2006년 환경보전협회 회장

▲2011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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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