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부부 30억 피소 내막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7.02 09: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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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전두환’ 은닉재산 나올까

[일요시사=경제1팀] 한때 국내 최고의 재력가였던 부부가 30억원대 민사소송에 휘말렸다. 부부에 대한 관심은 정작 다른 데로 쏠리는 상황. 지금은 ‘빈털터리’라는 남편과 달리, 부인은 ‘빵빵’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어서다. 이들의 발목을 붙잡는 것은 23조원에 달하는 추징금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그의 부인 정희자씨 얘기다.



몰락한 대우의 ‘황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 ‘실패한 경영인’으로 기억된다. 그런 그가 부인 정희자씨와 함께 30억원대 소송을 당했다. 과거 자신들이 소유한 회사의 자금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이유에서다.

“난 빈털터리”

최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회장 부부가 최대주주로 있던 경주힐튼호텔과 경주선재미술관을 인수한 우양산업개발이 김 전 회장과 부인 정씨를 상대로 “보수와 퇴직금, 법인카드 결제대금 등 34억5500여만원의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는 민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검찰은 2008년 김 전 회장이 추징을 피하기 위해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베스트리미티드(옛 대우개발) 주식을 압류해 공매했다. 우양수산은 지난해 8월 초 이 주식을 약 923억원에 사들이고 이름을 우양산업개발로 바꿨다. 정씨는 인수 직전 베스트리미티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우양산업개발이 주목받은 이유는 정씨가 9.58%의 지분을 갖고 있었고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경주 힐튼호텔과 경기도 포천의 아도니스골프장, 에이원 컨트리 클럽을 중심으로 김 전 회장의 2세인 김선협씨가 경영을 했기에 우양산업개발의 매각은 ‘대우그룹의 완전한 몰락’으로 보여지는 듯 했다.


그러나 우양산업개발은 정씨가 지배주주이던 시절 자신의 지위를 악용, 회사를 개인 소유처럼 운영하며 고액의 임금과 퇴직금, 비용 등을 부당하게 편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양산업개발 측은 “정씨가 지난 1999년 김 전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퇴진하고 그룹이 해체된 ‘대우사태’ 이후 대표이사로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으면서 고액의 보수금을 받아갔다”며 “김 전 회장의 차명주식 보유 사실이 검찰에 발각된 후 공매로 매각되기 전까지인 2008∼2012년 압류기간 동안 받아간 임금만도 12억5700만여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씨는 경주힐튼호텔 등이 공매로 팔리기 직전인 2012년 7월 사임서를 내고 퇴직했는데 당시 받아간 퇴직금이 14억원에 이른다”며 “이 밖에도 법인카드를 이용해 1740만원의 퍼스트클래스 항공권을 구입하는 등 회사의 비용을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우양산업개발은 정씨가 34억5500여만원을, 이 가운데 2억2500여만원은 부부가 함께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2억2500여만원은 김 전 회장이 임차한 서울힐튼호텔 객실의 청소도우미에게 2008년 이후 수년간 보수로 지급한 돈이다.

차명회사 인수한 업체서 부당이득…반환 소송
23조 안내고 호화생활…가족재산 문제 재점화

김 전 회장 부부는 대우그룹의 자회사인 대우개발이 운영하던 서울힐튼호텔 23층 펜트하우스를 1999년부터 25년간 장기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실제 하룻밤 숙박료가 1100만원에 달하는 특급 호텔 펜트하우스를 부부는 연간 12만원에 이용하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우양산업개발 측은 “적은 돈으로 이용하는 것도 모자라 이 방을 청소하는 직원을 고용하는 등에 2억2500만여원의 회삿돈을 썼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의 소송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우선 김우중 전 회장이 국고에 환수해야할 추징금은 무려 22조9460억여원에 달한다. 이는 법원이 김 전 회장이 영국의 대우그룹 비밀금융조직인 BFC를 통해 관리한 자금이 200억 달러(당시 환율로 25조원) 규모로 파악하면서 나온 금액이다.

자세한 내역을 보면 해외 유령회사에서 물건을 수입한 뒤 수입대금을 송금하는 방식으로 조성한 26억 달러, 해외 현지법인들의 자동차 판매대금을 국내를 거치지 않고 BFC로 직접 송금한 14억1000만 달러, 해외법인 명의로 현지 금융기관에서 빌린 157억 달러 등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한 추징을 지속적으로 집행해왔지만, 김 전 회장은 1999년 7월 대우그룹 자구대책을 발표할 당시 전 재산(당시 주식 1조2553억원과 임야 452억원 상당)을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한 탓에 재산이 없다며 1%도 내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김 전 회장도 여전히 상류층의 삶을 살고 있다. 겉으로만 ‘빈털터리 신세’일 뿐이다.  ‘무일푼’이라는 김 전 회장과 달리 그의 부인 정씨는 선재아트센터 관장이고, 그 일가족은 정치권의 유력 인사들이 드나드는 아도니스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호텔, 미술관 등이 김 전 회장 가족의 소유물이다.

가족들의 재산이 이처럼 ‘빵빵’하고, 최근 30억원대의 소송에 휘말렸다는 걸 감안하면 김 전 회장이 무일푼이라는 말에 걸맞은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개인재산’은 없으나 여전히 ‘호화생활’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추징금 제도의 문제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며 “이 때문에 추징금 제도를 ‘유권무죄 무권유죄’에 빗대는 것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추징금 미납 1위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번 소송 내용만 봐도) 아직 김 전 회장을 따르는 사람이 많고 그의 영향력은 여전하다”며 “김 전 회장의 아버지가 박근혜 대통령 아버지의 은사이고 김 전 회장의 형이 박 대통령의 은사라는 ‘특별 인연’으로, 김 전 회장이 언제든지 복귀를 택하면 그를 서포트할 세력이 많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우중 성공&몰락 스토리
‘황제’서 ‘빚쟁이’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1960년부터 66년까지 한성실업에 근무한 후 1967년 서울 중구 충무로에 대우그룹의 모태인 대우실업을 창업했다. 자본금은 500만원이었지만, 봉제품을 생산해 동남아 미국 등지에 수출하기 시작해 파죽지세로 외형을 불렸다. 이를 토대로 한때 계열사 41개와 해외법인 396개를 보유한 재계 2위의 위치에도 올라섰다.


그러나 1998년의 IMF 구제금융사건으로 한국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고 그로 인한 여파로 부채비율이 600%이상이었던 대우그룹은 이듬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당시 부채 규모가 500억 달러에 달해 워크아웃 신청 두 달 만에 결국 해체된다.

그때부터 김 전 회장은 검찰의 수사를 피하기 위해 출국한 후 도피생활을 시작했다. 그를 둘러싸고 중국 등지에서 호화롭게 생활을 했다는 추측과 유럽 등지의 3류 호텔에서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며 어렵게 생활했다는 상반된 얘기가 나돌았다.

2005년 6월 귀국해 검찰조사를 받았으며 대법원은 분식회계 및 사기대출, 횡령 및 국외 재산도피 혐의를 적용, 징역 15년과 함께 23조358억원의 추징금을 선고했다. 이후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7년 12월31일 특별사면됐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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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