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민자역사 복마전 ‘의혹 셋’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6.18 10: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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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만 믿고 투자했다가 ‘쪽박’

[일요시사=경제1팀] 노량진역이 최첨단 복합역사로 재탄생 된다는 계획이 ‘하룻밤 꿈’으로 끝났다. 코레일의 이름만 믿고 개발 사업에 투자한 이들의 꿈도 함께 휴지조각이 됐다. 10년 가까이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말이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노량진 민자역사 사기분양사건과 관련한 의혹들을 들여다봤다.



경기 부천 중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43)씨는 지난 2002년 서울 노량진역의 민자역사 개발사업 신문 광고를 보고, 1억원에 역사 안의 상가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이 개발 사업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출자해 설립한 노량진역사주식회사가 추진한 것으로,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철도용지 3만8650㎡ 부지에 첨단 역무시설을 비롯해 백화점, 대형 할인점, 복합영화관 등 지하 2층∼지상 17층 규모의 판매·문화·업무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2002년부터 추진

김씨가 이 사업에 분양계약을 마음먹은 것은 코레일의 명성과 신용을 앞세운 광고에 믿음이 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2010년 1월 코레일과 노량진역사주식회사의 사업추진협약이 백지화되고 회사가 부도나 결국 계약서가 휴지조각이 됐다는 청천 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분양자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다.

코레일 측은 “공사는 사업시행자(노량진역사주식회사)에 대한 관리감독의 법률·계약상 책임이 없어 수분양자들이 입은 분양계약금, 중도금, 홍보비 등의 피해를 보전할 책임도 없다”는 입장이다. 코레일과 사업시행자는 서로 상이한 법인격을 보유하고 있을 뿐, 사용자-피사용자 관계에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코레일이 철도운송이라는 본연의 공익적 목표는 망각한 채 민간자본으로 포장한 개발 브로커들과 결탁해, 여기저기 무계획적으로 개발사업을 남발했다”며 “과장된 장밋빛 전망과 기만적 사업방식으로 수분양자들을 비롯한 국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해 버리는 무책임한 ‘역세권 토건업자’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노량진 민자역사에 투자했던 피해자들은 코레일의 개발사업과 관련해 ▲사업성 검토의 적정성 여부 ▲사업주관자 지정 과정에 관한 의혹 ▲한국철도공사의 업무상 배임 의혹 등을 제기했다.

먼저 사업성 검토의 적정성 여부다. 피해자들은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부터 원천적인 수익성의 과대포장이 있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코레일이 사업시행자의 불법, 부정, 계약 불이행 등을 사유로 시행자에 대한 사업추진협약을 해지한 이후 이를 대체하는 다른 시행자를 선정하거나 혹은 직접 시행하는 등의 후속절차로 나아가지 않고 노량진 역사 개발사업 자체를 포기하려 하는 것이 그 방증이라는 것이다.

10년째 첫삽 못뜨고 좌초 “사기분양 얼룩”
수익 과대포장, 브로커 개입, 부정거래…

피해자들은 “노량진 민자역사 개발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철도청 및 코레일이 행하였던 제반 사업성 (경제성, 타당성 등) 검토 자료들과 기본계획 및 단계별 세부계획 등 제반 자료들, 또 위 자료들을 구성하는 근거자료, 첨부자료 등을 요소별로 철저히 파헤쳐 그 과정에서 부실하거나 부적합한 부분이 있는지 등을 명명 백백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사업주관자 지정 과정에 관한 의혹이다. 2002년 본 개발사업의 사업주관자로 최초 지정된 진흥개발은 코레일이 정한 사업주관자의 최소 자격요건(3년간 자본금 100억원 이상을 유지한 회사 등)에 조차 결격한 무자격자로, 애초에 검토대상으로 거론될 수조차 없는 회사였다.




이후 진흥개발이 사업주관자 지위를 포기하자 1대 주주인 김모씨가 노량진역사의 대표이사가 됐다. 그러나 이후 김씨는 불법 사전분양을 벌이고 수십억원의 분양계약금을 횡령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또 상가 분양대행사 대표가 임대분양 관리계약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됐으며 노량진 민자역사의 시공사로 선정됐던 정우개발은 횡령과 도급순위 조작 등의 혐의로 회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실질자산이 ‘0’에 가까웠던 개인을 새로운 사업주관자로 지정한다는 것 자체가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분노하며 “코레일이 진흥개발 및 김씨와 같은 부적격, 결격자들을 본건 사업주관자로 선정하게 된 이유와 경위, 본건 사업주관자를 지정, 변경할 당시 위 결격자들 외에 다른 복수의 회사들을 놓고 경쟁을 하도록 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등과 공사 임직원과 결격자들 간의 결탁, 부정의혹 등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무상 배임 의혹도 있다. 코레일은 사업주관자와 본건 사업추진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공사가 추천하는 자를 사업시행자(노량진역사 주식회사)의 주요 임직원으로 선임하도록 하는 취지의 규정을 삽입했다. 이에 따라 공사의 여러 임직원들이 사업시행자의 임원으로 선임, 활동한 바 있다.

피해자들은 이 같은 행태를 꼬집어 “처음부터 개발사업 시행을 관리, 감독할 의사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빙자하여 몇몇 공사 임직원들이 고액 연봉의 임원 지위를 약속받고, 이를 대가로 무자격, 결격자들에게 사업권을 부여한 부정한 뒷거래가 되는 셈”이라며 “이는 그 자체로 수뢰 내지 업무상 배임의 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부정 이익제공?

또 코레일이 추천하여 선임시킨 공사 출신의 사업시행자 임직원들은 위 회사의 업무집행자(이사) 내지 업무감독자(감사)로서 직무상 충실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저버리고 김씨의 부정행위를 방조해 온 장본인들이라고 지목했다.

피해자들은 “이번 사건의 실체를 좀 더 구체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코레일 내 본 노량진역사 개발사업 관련 업무를 담당해 왔던 임직원들의 명단, 직위, 해당업무 담당기관 등에 관해 철저히 조사하고 수행해왔던 업무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감찰을 통해 보다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그러나 코레일 측은 이와 관련한 민사사건에서 “이들이 더 이상 공사 임직원이 아니므로 선임감독책임, 사용자책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들을 매개로 한 공사의 사업시행자에 대한 관리, 감독의 법적 권한도 인정근거도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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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