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추징금으로 뭘 할 수 있나 보니…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6.17 12: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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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0억원' 어린이집 300개 짓는다

[일요시사=사회팀] 1670억원. 일반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큰돈을 어딘가에 숨긴 채 아직도 호화 생활을 누리고 있는 전직 대통령이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만료 시효가 오는 10월로 다가온 가운데 이를 회수하기 위한 검찰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만약 이들의 공언대로 전액 회수한다면 1670억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전두환 전 대통령이 미납한 추징금 1670억원을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최근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조세피난처에 비밀계좌를 개설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많은 국민들은 정부의 추징 의지를 주시하고 있다.

4대악 척결 가능

워낙 거액의 추징금이라 국고로 환수조치 됐을 경우 정부가 얻게 될 이득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인 1670억원으로 정부가 무슨 사업을 벌일 수 있을까.

박근혜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4대악 척결, 이중 가장 거악으로 꼽히는 성폭력 관련 예산 중 여성가족부가 편성한 예산은 모두 443억원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와 가족 대상 의료비는 15억원이며, 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센터 등 지원기관 신설에 투입되는 돈은 23억원이다. 관련 예산은 306억원.


여기에 성범죄자 신상공개 시스템을 다듬고, 우편고지 및 신고 포상금을 지급하는데 각각 16억원과 18억원이 편성됐다. 이밖에 예방시스템 개선을 위해 사용되는 돈의 총합은 137억원이다. 즉 전 전 대통령에게서 징수한 추징금만으로도 여성가족부 성폭력 관련 전담 부처 1년 운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둘째로 학교폭력 예산 중 CCTV 설치에 투입된 예산은 모두 615억원이다. 실시간 모니터링 감시단 인건비로는 199억원이 배치됐다. 이를 합하면 814억원.

만약 전 전 대통령에게서 추징금을 받아낸다면 이를 2배로 늘릴 수 있다. 비록 CCTV의 실효성에 대해선 교육계를 비롯한 현장 일선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탄력적으로 감시 체계 운용이 가능함은 두말할 것 없다.

셋째 가정폭력 관련 예방 사업에 쓰일 예산은 122억원 규모다. 지난해 여성가족부는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으로 모두 122억원을 책정했다. 이 예산은 아동폭력 상담소 운영비 등으로 지출된다.

마지막 넷째, 불량식품과 관련 올해 4월 추경 예산으로 편성된 금액은 146억원을 상회한다. 항목별로 보면 먹을거리 안전관리 강화에 78억원, 식중독 예방·관리에 50억원, 불량식품근절 추진사업에 18억원이 배정됐다.

정리하자면 앞서 나열한 4대악 척결 관련 예산의 합은 1525억원이며, 이는 전 전 대통령에게서 받아낼 추징금보다 145억원이나 적은 액수다.

비록 경찰청 등에 배정된 예산은 제외했지만 추징금만으로도 4대악 척결 예산의 상당 부분을 채울 수 있다는 얘기다.


1670억원으로 할 수 있는 사업들은 더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진흥공단과 기업은행, 우리은행은 청년층의 창업 자금을 절반씩 분담하고 창업 컨설팅을 제공하는 '민간매칭형 청년전용창업자금' 협약을 체결했다. 지원 규모는 1600억원.

이에 화답한 박근혜정부는 올 4월 청년전용창업자금을 기존 1300억원에서 1600억원으로 300억원 늘리는 예산 편성안을 확정했다.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이면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액 회수하면 정부 역점사업 가능
청년·농민·택시기사 취약층 지원

더불어 지난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일반택시운송사업자 부가세액 경감 정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감면 규모가 1600억원이었다. 거꾸로 말해 전 전 대통령에게서 추징금을 환수하면 전국 모든 택시 운전사들의 부가세액을 상당 부분 경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농산물수급안정과 유통구조 효율화를 위해 추가 투입된 예산은 모두 1560억원이다. 이는 우리 농민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예산. 취약계층의 긴급복지 생계지원 예산도 1145억원에 불과(?)해 사회 고위층인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 필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또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 곳곳에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은 요긴히 쓰일 수 있다. 

최근 쟁점으로 떠오른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 103년 역사를 가진 진주의료원이 폐업을 맞이한 건 오로지 적자 때문이다. 앞서 경상남도는 "279억원의 부채와 40억∼60억원 규모의 적자로 인해 진주의료원의 폐업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이면 진주의료원의 부채는 탕감되고도 남는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남원의료원도 부채 규모가 245억원이라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장 적자폭이 큰 서울의료원도 누적 적자가 700억원 규모지만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이면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다.

아동학대로 물의를 빚었던 어린이집도 마찬가지. 서울시는 국공립 보육 수요를 대체하자는 취지로 매년 1000억원의 예산을 일명 '서울형 어린이집'에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열악한 근무 여건으로 고충을 호소하는 교사가 많다. 결국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은 서울시 모든 가정의 영유아 보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라는 얘기다.

서울형 어린이집 외에 직장 어린이집 지원 예산은 458억원에 불과하다. 전 전 대통령 추징금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액수. 아울러 어린이집 설치비용이 평균 5억9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약 300여 개의 어린이집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진주의료원도 해결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노인장기요양보험서비스 제도화에도 1670억원 이상의 세금은 소요되지 않는다. 치매환자에게 468억원, 독거노인 및 차상위계층 노인을 위한 서비스에 632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 탈 많았던 무상급식의 경우도 서울시 모든 중학생을 상대로 한 예상 경비가 1600억원인 것으로 알려져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은 이래저래 각종 사업들과 맞물리고 있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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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