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 전성시대’ 제2막 풀스토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6.17 12: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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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적끈적 ‘인의 장막’…죽지않고 ‘살아있네’

[일요시사=경제1팀] ‘모피아’라 불리는 옛 재무부 관료 출신들이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만에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금융권 알짜자리를 이들이 속속 접수하면서 모피아의 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것. 금융 공기업과 금융단체는 물론 주요 민간 금융회사까지 거의 싹쓸이 수준이어서 관치금융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국내 재무 관료들은 다른 정부 부처 관료들과 격을 달리한다. 굳이 이들에게 ‘모피아’라 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이유다. ‘모피아’(MOFIA)는 재무부 출신 인사를 지칭하는 말로, 재정경제부(MOFE·Ministry of Finance & Economy)와 범죄조직인 마피아(MAFIA)의 합성어다. 끼리끼리 정부 고위직과 금융회사 주요 자리를 독식한다고 붙은 별칭이다.

한 번 모피아는
‘영원한 모피아’

이질적인 용어의 절묘한 화음 속에서도 유독 모피아 출신들은 기수 중심의 독특하고 끈끈한 결속력을 자랑한다고 알려져 있다. 오죽하면 해병대를 능가한다고 해서 ‘한 번 모피아는 영원한 모피아다’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모피아의 대부로는 여전히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꼽힌다. 이 전 부총리는 1998년 김대중 정권 출범과 함께 촉발된 IMF 관리체제에서 금융권 및 재벌 구조조정을 수행하는 등 신자유주의의 화신으로 분류된 인물이다. 그는 국민의 정부를 거쳐 참여정부에서도 경제부총리를 거치며 시장을 중시하는 모피아의 대부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경제의 정책과 감독을 좌지우지하던 그에게 사람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 이 전 부총리는 인간적 매력과 카리스마, 내 사람 챙기기로 주변 인사들을 매료시키며 인재풀을 확대시켰다. 이른바 ‘이헌재 사단’은 200여명의 모피아 출신이 정·재계와 금융계에 포진해 끈적끈적한 인적 고리를 만들었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현직 중에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계보를 잇고 있다. 기획재정부 내에서는 은성수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과 국제통화기금(IMF)에 파견된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대표적이다. 이 전 부총리와 신 위원장 등 현직을 연결해주는 매개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다.

역대 정권은 대부분 초기 인사에서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모피아 출신’을 배제했다. 대신 대학 교수나 민간인을 발탁했지만, 정권 중반 이후에 재무 관료들을 중용하는 방향으로 기울곤 했다.

임영록·임종룡 귀환…금융권 수장 잇단 입성
거래소·신보 이사장에 최경수·홍영만 거론

정치권 출신의 전직 고위 인사는 “정권 초기 때마다 모피아는 일종의 ‘부패 권력’ ‘기득권 세력’ 등으로 치부되면서 통치권자들이 멀리하곤 하지만 집권 1년만 지나면 다시 찾게 된다”며 “서로 간에 밀고 당겨주는 묘한 화음 앞에서는 통치권자도 당할 수가 없다”고 털어 놨다. 

부활하는
‘패거리 금융’

박근혜 정부에서도 반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권 초기 전면에서 밀리는 듯하던 모피아들이 출범 100일이 지나고, 금융권 기관장이 물갈이 되는 틈을 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모양새다.

KB금융 회장에 임영록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이 내정된 지 하루 만에 기재부 1차관 출신의 임종룡 전 국무조정실장이 NH농협금융 회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KB금융 회장 내정자는 행정고시 20회, 농협금융 회장 내정자는 행시 24회로 금융정책을 주로 맡았던 경제관료 출신이다.


이에 대한 금융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특히 민간 금융회사인 KB금융 회장 자리는 늘 민간의 몫으로, 모피아가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과정에서 신 금융위원장은 “관료도 능력과 전문성이 있으면 금융지주 회장을 할 수 있다”면서 임 내정자에게 힘을 실어줘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농협금융 회장 자리도 마찬가지다. 직전까지 행시 14회인 신동규씨가 맡았지만, 이번에는 농협 내부 출신에서 나오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막판에 이를 뒤집어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임 전 실장을 내정한 것은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정부 산하 기관과 각종 금융 공기업을 독식하던 모피아가 급기야 민간 금융회사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금융계 안팎에선 모피아들이 금융당국과의 소통이 원활하다는 장점을 토대로 알짜 보직을 싹쓸이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금융지주를 넘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최근 선임된 금융 관련 협회 7곳 중에서도 순수 금융인 출신인 박종수 금융투자협회 회장을 제외하면 모피아 일색이다.

국제금융센터 원장에는 행시 26회인 김익주씨가, 여신금융협회장에는 행시 23회 김근수씨가 선임됐다. 김 신임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 무역협정 국내대책본부장 등을 거쳤고, 김 신임 여신금융협회 회장도 기재부 국고국장 출신이다.

이 자리에는 당초 모피아가 아닌 다른 공공기관 임원이 거론됐으나 “(낙하산으로) 나가야 할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른 기관에 자리를 줄 수 없다”는 모피아의 논리에 밀렸다.

모피아들의 득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 이사장 자리에는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최 전 사장은 행시 14회로 재정경제부 국제심판원장, 세제실장을 거쳐 조달청장을 지냈다. 7월 중 결정될 신용보증기금 차기 이사장에는 홍영만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거론된다.

상명하복 익숙
‘그들만의 리그’

모피아가 금융권에 낙하산으로 계속 자리를 틀 수 있는 건 선후배간 밀고 끌어주기식의 끼리끼리 행태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전ㆍ현직 모피아들은 다양한 사적 모임을 통해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이 속에서 절묘하게 권력을 유지해나간다.

모피아는 검찰에 버금갈 정도로 철저한 선후배 상명하복을 자랑한다. 더욱이 이른바 인맥을 형성하는 이들의 대부분이 전통의 명문학교, 즉 경기고와 서울ㆍ경복고와 서울상대ㆍ법대 등으로 국한돼 있고 지역별로 다시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기에 수직적 인맥 구조는 더욱 심해진다.

현직 한 관료는 “전직에 있음에도 현재 돌아가는 관계와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 구도까지 훤히 꿰뚫고 있어 깜짝 놀랐다”며 “그들의 인적 호흡은 한마디로 ‘장막’에 비유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대부’이헌재 이어 김석동·신제윤 계보
200여명 인적고리…곳곳서 막강한 영향력


또 다른 관료 역시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헌재 사단’ 역시 모피아의 네트워크 속에서 힘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며 “때로는 정치적 연줄이 작용하기도 하지만 그들에게는 ‘선배가 잘 나가야 나도 산다’는 말이 불문율처럼 돼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때로 민간 출신 인사에 대한 구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민간 출신의 한 고위인사가 들어오자 관료들 간에 일종의 따돌림 현상이 벌어지기는 사례도 있었다.

‘관치금융’
반발정서 확대

물론 모피아의 금융계 진출을 비판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대부분 업무능력이 탁월하고 일의 추진력과 돌파력도 뛰어나다는 것이다. 모피아 특유의 ‘끌어주고 밀어주는’ 단결력을 통해 어떤 일이든 매끄럽게 잘 처리하는 데 선수들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한 금융당국의 관계자는 “이번에 발탁된 관료 출신들의 면면을 보면 스펙(학력·경력)과 경험 면에서 민간 출신보다 나은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피아가 금융계로 세력을 확장할수록 ‘관치’에 대한 우려도 커지기 마련이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금융당국 수장이 제 식구 챙기기에 급급해 전직 고위관료 출신 인사를 민간 금융회사 회장으로 선임하라고 사외이사들을 압박하는 행위는 명백한 관치금융”이라고 비판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도 “모피아들이 퇴임 후 낙하산을 당연히 여기는 데는 자신들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선민의식도 자리잡고 있다”고 꼬집으며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의사 결정에 익숙하고 시장이나 민간의 논리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장기적으로 한국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에게 ‘장기 집권’의 문제를 거론하며 특정한 사유 없이 자진사퇴를 종용한 것도 ‘관치금융의 부활’에 대한 금융권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BS금융지주는 정부가 단 한 주의 주식도 갖고 있지 않은 민간 금융회사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이 회장 측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경남은행 인수를 마무리 지은 뒤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단 한주의 주식도 보유하지 않은 KB금융 인사에 종횡무진 개입했다”며 “정부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BS 금융 회장까지 바꾸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흘러가는 흐름을 보면 정치색이 강하게 드러난다”며 “회장 교체에 따른 금융계열사의 연쇄 인사이동이 불가피한 만큼 향후 명확한 인사검증시스템을 거쳐야 이와 관련한 잡음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모피아 대부’이헌재는…
위기관리 대가? 관치금융 화신?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초대 금융감독위원장과 두 차례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이다.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와 “관치금융의 화신”이라는 평가가 양립하는 인물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난 이 전 부총리는 경기고, 서울대 법대를 다니는 동안 ‘천재’ 소리를 들었고, 1968년 행정고시(6회)에 수석 합격했다. 재무부 금융정책과장 시절인 1972년 8·3사채 동결조치를 입안했고, 1974년 1차 석유파동 당시 외환문제 해결에도 참여했다. 1979년 율산그룹 파동에 휘말려 공직에서 물러났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신설된 금융감독위원회 초대 위원장에 임명돼 20년 만에 공직에 복귀했다. 2000년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3년여간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지휘해 ‘금융계의 황제’ ‘구조조정 전도사’ 등으로 불렸다. 시중은행이 망할 수 있으며, 대기업도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2004년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부총리로 복귀한 이 전 부총리는 정보기술(IT)과 사회간접자본(SOC)에 10조원을 집중 투자하는 ‘한국형 뉴딜’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단기간에 주택과 토목공사를 늘려 반짝 효과만 내게 하고 근본 처방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전 부총리는 부인의 토지거래 관련 위장전입 의혹을 받자 2005년 부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법무법인 김앤장 고문을 거쳐 사촌동생인 이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이 운영하는 코레이에서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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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