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경보’ 대기업 해외골프장 소유 실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6.07 19: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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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조세피난처 비자금·로비 창구?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에 탈세 쓰나미가 덮쳤다. CJ그룹의 해외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가 역외 탈세에서 비롯됐고, 같은 의혹을 받고 있는 해외 조세피난처에도 거액의 자산가들이 연루돼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의심의 눈초리가 ‘해외 골프장’에도 쏠리고 있다. 그간 골프장이 오너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종종 이용돼 왔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이 인수·운영 중인 해외 골프장은 대부분 일본과 중국에 편중돼 있다. 특히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는 원화 가치 상승과 국내 골프 붐을 타고 인·허가 절차가 까다로운 국내 골프장 대신 해외 골프장을 인수·건설하려는 기업이 쇄도했다. 공급 과잉론이 제기되던 국내보다는 원화 강세를 배경으로 싼 값에 매물을 사들일 수 있는 근거리의 해외 골프장이 투자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국내에서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지자체 등으로부터 800건이 넘는 인·허가를 받아야 하고 780개의 도장이 필요하지만 해외 골프장은 가격만 맞으면 손쉽게 인수할 수 있었다.

한국 기업인들
일본서 ‘큰손’

국내 기업 중 해외 골프장을 가장 많이 소유한 기업은 ㈜한국산업양행이다. 일본 야마하 골프카트 수입업체인 한국산업양행의 유신일 회장은 일본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지난 2003년부터 일본 골프장을 잇달아 현지법인 명의로 매입했다.

일본 나가사끼의 명문클럽인 ‘페닌슐라 오너즈’ 골프장과 일본 골프장 최대 밀집지역으로 불리는 자바현의 ‘요네하라’ 골프장과 ‘이스미’ 골프장, 후쿠오까의 ‘레이크사이드’골프장, 구마모토현의 ‘INO' 골프장, 센다이의 ’Airport' 골프장 등 총 5개의 골프장을 인수해 운영 중이다.

특히 나가사키에 있는 페닌슐라 오너즈 골프장은 일본 내에서 한국인 전용회원제로 운영되는 유일한 곳으로 인기가 높다. 잔장 7022야드 18홀 규모로 빼어난 자연 풍치와 새로운 코스로 골퍼들 사이에서 ‘동양의 페이블 비치’라는 명성까지 얻고 있다. 이곳은 최문휴 전 아시아나 CC사장에 이어 현재 박갑철 아시아체육기자연맹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식품회사 해찬들의 전 회장인 오형근 에딘버러 CC 공동회장도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곳곳의 골프장이 연달아 부도를 내 헐값에 쏟아지던 무렵, 일본의 큰 레저업체인 로얄그룹 골프장 3곳을 인수했다.

현재 3곳의 일본 골프장을 총괄 지휘하는 유정웅 사장은 인수할 때부터 오 회장에게 큰 힘을 실어주었던 인물이다. 1998년 공군 준장 예편 후 남수원CC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유 사장은 오 회장과는 대전고등학교 동창이자 수십년을 동고동락해 온 인연으로 일본 골프장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개나 소나 다…가격만 맞으면 손쉽게 인수 가능
대부분 일본·중국 편중 동남아·미국서도 운영

이들은 대하(大河)주식회사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3개의 골프장 이름을 ‘大河’의 일본어 발음 ‘타이가’를 넣어 ‘오다마타이가컨트리클럽’, ‘나코스타이가컨트리클럽’, ‘나스타이가컨트리클럽’으로 지어 개장해 운영하고 있다.

경북 구미의 선산CC와 제이스CC, 경주의 제이스 씨사이드CC 등 3개 골프장(54홀)을 운영 중인 ‘재일교포’ 전용사 동과그룹 회장도 일본 5곳(고바야시, 휴가, 가노야, 기타코, 히고)에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코리아나 호텔도 2007년 ‘버블 경제’의 희생양이 된 아이와 미야자키 골프장을 인수했다. 호텔 측은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이와 비치 골프장을 운영하는 등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하면서 축적한 세련된 서비스와 일본 전통의 서비스를 접목시키며 승부수를 던졌다.

그 밖에 사조산업, 혼마왕도, 베어스타운, 반도건설 등이 일본 골프장을 인수해 운영 중이다. 또 승은호 서서울CC회장이 세운 인도네시아 코린도 그룹도 일본 가고시마의 게도인 GC를 사들였으며 상무종합개발 선산토건 쌍용투자개발 등도 일본 골프장을 인수했다.


거침없이
부지 싹쓸이

대기업 가운데는 한화그룹이 지난 2005년 일본 규슈 나가사키공항CC를 매입했다. 국내에서 4개 골프장과 13개 콘도를 운영 중인 한화는 호텔 수영장 요트계류장이 딸린 이 골프장을 리모델링해 오션팰리스CC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화에 이어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대기업으로는 두 번째로 지난 2006년 말 중국 산동성 웨이하이에 있는 범화골프장을 매입했다. 범화골프장은 골프코스를 정비하고 클럽하우스와 호텔을 추가로 지어 새 단장한 뒤 2008년 9월 ‘웨이하이 포인트 오션 사이드 골프&온천리조트’로 재개장했다.

웨이하이포인트는 현재 호텔&골프 리조트 이용 고객에게 금호리조트에서 여행일정에 맞춰 항공, 공항픽업, 호텔, 골프, 외부관광, 비자발급 등 모든 여행서비스를 ‘원-스탑’ 처리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박성수 회장도 레저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남태평양 사이판에 자리잡은 유명 골프장인 ‘코럴오션 포인트(COP)’ 리조트 클럽을 인수했다. COP리조트 클럽은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골프장이다. 필리핀해와 맞닿은 사이판 남부에 위치해 코스를 도는 내내 바다를 마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총 코스 길이는 7015야드로 사이판에 있는 골프장 중 가장 길다. 90여개의 객실과 수영장,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도 갖췄다.

이랜드는 지난해 초 인수한 ‘퍼시픽 아일랜즈 클럽(PIC)’ 사이판이 COP리조트 클럽 옆에 자리 잡은 점을 감안해 두 리조트를 묶어 골프와 워터파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골드·코리아CC를 운영 중인 이동준 코리아 골프 아트빌리지 회장도 2005년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에 있는 선시티골프&아트빌리지를 1000만달러에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코스는 18홀이지만, 딸려 있는 부지가 약 10만평에 달해 리모델링을 거쳐 재개장했다.

이 회장은 2007년에는 일본 효고현에 있는 갤럭시 리조트를 8억 5000만엔에 인수했고, 2008년 3월에 ‘스프링골프&아트리조트’로 이름을 바꿨다. 중국 상하이 인근의 난퉁(南通)에도 2008년 봄 개장했다.

이외에도 르메이에르건설이 호주 호라이즌 골프리조트를 인수했으며, 레저전문기업인 토비스리조트가 태국 칸차나부리소재 블루사파이어골프장을 사들였다. 또 대구CC를 운영하는 경산개발은 1996년 중국 다롄에 골프장을 직접 건설, 현재까지 운영해오고 있으며 리솜리조트는 중국 위해의 리솜골프리조트 웨이하이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탈세·횡령 혐의
‘골프왕’법정행

기업이 해외 골프장 소유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골프장 영업을 통한 수익 창출 보다는 사업상의 필요와 자체적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함이 크다. 골프장 부지가 부동산 투자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그룹사 차원의 원활한 골프장 예약이 주된 목적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때때로 불법이 이뤄지기도 한다. 일본의 파산한 골프장을 잇달아 사들여 이른바 ‘골프왕’으로 불리고 있는 유신일 한국산업양행 회장이 대표적이다. 유 회장은 지난 2011년 100억원대 탈세·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유 회장은 주로 수입증명서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수입 물량을 부풀렸다. 직원들이 시중은행 외국환 거래영수증 양식에 컴퓨터로 출력한 날짜와 액수를 풀로 붙이고 이를 복사하는 방식으로 매입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도 받았다.

세무조사에 대비해서는 회계자료를 위조했고, 실제로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위조된 회계자료를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탈세 발생하기도” 검은돈 마련 개연성 높아

이런 수법으로 유 회장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법인세 24억원, 소득세 7억원을 포탈했고, 회삿돈 73억원을 빼내어 개인적으로 유용했다. 법원은 유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40억원, 그리고 복지시설 봉사활동 180시간을 선고했다. 일본 골프장 5곳을 인수 할 수 있었던 자금 출처 등에 대한 의혹도 불거졌지만 수사는 이것으로 마무리됐다.

지난해에는 영업정지 된 한국저축은행 윤현수 회장이 유명 휴양지인 보르네오섬의 한 골프장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 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정기관 한 관계자는 “대기업 뿐 아니라 재무구조가 튼튼한 중견기업들이 해외 골프장을 운영하는 뒷배경에 의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라며 “결국 해외 골프장도 부동산 사업이라 투자자금조로 돈을 빼돌릴 가능성이 있고, 비용을 과다 계상해 돌려받는 수법으로 검은돈을 마련할 개연성도 있다”고 말했다.


“적법한 절차…
법적 문제없다”

이런 의심의 눈초리에 해외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난색을 표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해외 골프장 인수는) 여행·레저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그룹 방침에 따른 것”이라며 “관광객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점을 눈여겨보고 일종의 투자를 한 것 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도 “원화 강세 당시, 싼 값에 매물을 사들인 것으로 안다. 신고도 했고 적법한 절차에 따랐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이미 인수한 골프장들의 경영 실적이 좋지 않고, 그렇지 않아도 역외탈세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이런 의심들이 어떤 형태로 불거질지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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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