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신화’ 강덕수 STX그룹 회장 흥망 풀스토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5.13 11: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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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날갯짓에 체력 바닥나 급추락

[일요시사=경제1팀] 월급쟁이에서 시작해 재벌 오너가 된 ‘샐러리맨 신화’.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그룹 출범 13년 만이다. 침몰하는 STX를 살리기 위해 강 회장은 지분과 경영권 일체를 내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마지막 승부수가 ‘위기 극복의 신화’가 될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자산기준 재계 13위인 STX그룹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유동성 위기의 여파로 지주회사인 ㈜STX를 비롯 STX조선해양, STX중공업 등이 자율협약을 신청하고 금융회사들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채권단에 모든 지분을 포기하고 경영권을 위임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

불과 13년 만에
재계 13위 우뚝

강 회장은 ‘샐러리맨 신화’로 평가받은 인물이다. 강 회장의 손이 닿으면 법정관리에 있던 기업들도 회생해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기도 했다.

동대문상고를 졸업하고 1973년 쌍용양회에서 평사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그는 20년 만인 1993년 쌍용중공업 이사로 승진했다. 2000년 말 회사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거쳐 외국계에 인수된 뒤엔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2001년엔 일생일대의 승부수를 던졌다. IMF 당시 외국 자본에 넘어갔던 쌍용중공업이 다시 매물로 나오면서 전 재산 20억원을 털어 경영권을 인수, STX그룹을 설립했다. 그의 나이 51세 때다.


이후 강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ㆍ합병(M&A)을 통해 그룹 외형을 확장했다. STX팬오션과 STX조선해양의 근간인 범양상선, 대동조선을 잇따라 인수했다. 조선업을 근간으로 해상운송까지 사업 분야를 넓혔다.

산업단지관리공단을 인수해 STX에너지를 세우는 등 에너지, 건설업에도 뛰어들었다. 2007년엔 세계 2위인 크루즈선 건조사인 아커야즈(STX유럽)을 인수해 ‘조선 기자재와 엔진 제조→선박 건조→해상 운송→에너지’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특화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세계 조선·해운업계의 호황으로, STX그룹은 짧은 기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설립 첫해인 2001년 5000억원도 되지 않던 매출액은 불과 10년만에 18조 8300여억원으로 20배 가까이 성장했다. 

M&A 부메랑에 자금난…결국 그룹 공중분해
“조선만 남기고 정리”채권단 자율협약 신청

하지만 강 회장의 공격적 M&A 경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 속에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세계 교역 물동량이 줄면서 해운업이 망가지기 시작했고, 이어 선박 발주량이 줄면서 극심한 수주 가뭄에 시달렸다.

그룹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던 해운 업황은 곤두박질쳤고, 후방 산업이자 그룹의 핵심인 조선업도 심각한 유동성 위기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STX그룹은 지난해 매출이 18조8300여억원에 달했지만, STX조선해양(6300억원 손실)과 STX팬오션(4500억원 손실)이 막대한 적자를 기록해 그룹 전체로 1조40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강 회장은 채권단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그룹 쪼개지고
회장직도 흔들

STX그룹은 지난해 5월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은 뒤 대대적인 구조조조정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유럽자회사인 STX OSV지분을 이탈리아 조선업체인 핀칸티에리에 7680억원 팔았고, STX에너지 지분 약 40%를 일본 오릭스에 36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여기에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STX팬오션 매각도 결정했지만 해운업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마땅히 나서는 인수자가 없어 지난달 공개매각이 불발됐다.

STX팬오션 공개매각이 실패하면서 강 회장은 지난 4월 2일 STX의 핵심 계열사인 STX조선해양까지 채권단에게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요청하게 됐다.

강 회장은 채권단으로부터 6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대주주 주식 처분 및 의결권 행사 제한 위임장과 구상권 포기 각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말에는 강 회장 일가가 지분 60%를 보유한 STX건설이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전격 신청하기도 했다.



최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발표한 STX그룹의 구조조정 방안에 따르면, 현재의 STX그룹은 사실상 해체될 예정이다. 자율협약을 신청한 STX조선해양 외에도 그룹 지주회사이자 STX조선해양 대주주(30.6%)인 ㈜STX를 포함해 STX엔진과 STX중공업이 모조리 자율협약 대상이 됐다.

STX엔진과 STX중공업은 선박용 엔진과 해양플랜트 기자재 등을 만들어 STX조선해양에 납품하는 회사로, STX조선해양과 수직계열화된 관련회사다. 이 조선해양 부문과 역시 자율협약 대상이 된 시스템통합 업체인 포스텍을 제외하면 그룹의 주요 사업 부문은 모두 매각 대상에 올랐다.

매각으로 방향이 잡힌 사업 부문을 제외하면 큰 갈래에선 ‘㈜STX→STX조선해양→STX엔진·STX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조선업 부문을 중심으로 그룹이 재편되게 된다.

그룹 외형도 크게 작아진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자료를 보면 작년 말 기준 STX그룹 자산 규모는 24조 3000억 원이다. 이는 STX유럽, STX다롄 등 해외 자회사 자산은 제외한 것이다.

여기서 STX팬오션(7조1500억원), STX건설(5484억원), STX에너지(1조6790억원)가 분리되면 현재 24조3000억원인 전체 자산 규모는 재계 20위권에 해당하는 16조8700억원으로 쪼그라든다.

버릴 건 버리고
핵심계열 위주로

강 회장 역시 그룹의 곁가지를 잘라내고 조선사업분야를 단단히 하는 쪽으로 채권단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STX조선해양의 주요 해외 계열사인 STX다롄, STX프랑스, STX핀란드의 매각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STX그룹의 지배구조는 정점에 있는 포스텍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시스템통합(SI) 사업체인 포스텍은 그룹 지주회사인 ㈜STX의 지분 23.1%를 보유해 실질적인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층부에 있다.


강 회장은 이 포스텍 지분 69.4%에 ㈜STX 지분 9.9%를 갖고 있어 오너 역할을 해왔다. 강 회장 일가와 포스텍이 주요 주주여서 개인회사 격인 STX건설을 빼면 나머지 주요 계열사들은 모두 ㈜STX 아래 자회사 형태로 있는 구조다.

평사원서 총수 올라 “IMF가 낳은 영웅”
2008년 금융위기 직격탄 맞고 백의종군

채권단은 앞으로 약 6주 동안 STX조선해양에 대한 실사 작업을 벌여 대주주 지분 감자와 출자 전환 등 구체적 회생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오너인 강 회장의 지분은 크게 쪼그라들게 된다. 채권단 말대로 경영권은 유지한다 해도 기존 오너 지위는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명시적으로는 채권단과 ‘자율협약’이지만 STX조선해양 지분을 담보로 한 채무상환 유예 및 긴급 운영자금 수혈 등이 핵심 내용이기 때문이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STX그룹은 결국 채권단 결정에 따라 좌우될 운명이 됐다.

실낱같은 희망
이제 회생 신화?

이는 금호그룹 등 다른 대기업 집단의 구조조정에서도 있어왔던 관행이다. 오너가 부실 경영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진다는 사회적 합의인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STX그룹은 짧은 시간 몸집을 부풀리기 위해 주 거래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많은 사업을 벌려오면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며 “담보를 통한 부실채권을 높여놓고 강 회장이 이제 와서 경영권을 포기한 다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강 회장이 품고 갈 것으로 보이는 곳은 STX조선해양, STX건설, STX중공업, STX엔진 등인데, 이들 모두 채권단 자율협약이나 법적관리, 어음 및 수표의 부도, 대출원리금 연체 등의 상황에 빠져 있어 회생 결과를 확실히 예측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STX그룹 임직원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STX 한 관계자는 “일부 계열사는 매각설이 꾸준히 나왔고 자금난으로 기업의 골간이 흔들리면서 어느 정도 예상한 시나리오”라면서도 “허탈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향후 채권단과 STX그룹 간 협의를 통해 구체화되겠지만, 매각선상에 오른 계열사는 물론이고 자율협약 대상이 된 계열사 역시 강도 높은 인적·물적 구조조정과 긴축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STX 다른 관계자는 “채권단이 경제파급 효과를 고려해 경영정상화에 방점을 찍고 대책을 마련 중인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자리를 잡아갈 것”이라며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닮은꼴’강덕수-윤석금 비교하니…
‘승자의 저주’덫에 발목

‘샐러리맨 성공 신화’ 강덕수 회장이 이끄는 STX그룹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시련을 맞았던 ‘세일즈맨 성공신화’ 윤석금 회장의 웅진그룹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맨손으로 출발해 대기업 총수로 올라선 신화의 주인공들이 연이어 위기를 겪자 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자수성가한 세일즈맨 출신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위기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영업사원이었던 윤 회장은 1980년 자본금 7000만원으로 웅진출판(현 웅진씽크빅)을 세우고 출판·학습교재 사업을 시작했다. 윤 회장은 웅진그룹의 성장 초기 임직원들에게 “뭐든 잘만 만들어라, 파는 건 내가 책임질 테니”라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일즈맨으로서 30년간 꾸준히 기초를 닦은 셈이다. 이후 건강식품(웅진식품)과 화장품(코리아나화장품), 정수기·가전(웅진코웨이)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 후에도 윤 회장은 ‘세일즈’의 힘을 강조했다.

이후 직원 7명의 소규모 출판사는 30년 만에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윤 회장은 웅진출판을 세운 이후 30년간 꾸준히 사업을 늘려왔다. 잇따른 M&A로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자금 사정이 악화됐지만 그룹 내 매출 2위였던 코리아나화장품을 매각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그리고 다시 공격적인 M&A에 나섰다. 

2007년 극동건설, 2008년에는 웅진케미칼을 인수했고 태양광 사업에도 발을 들였다. 2010년에는 저축은행을 인수해 웅진캐피탈을 설립했다.

그러나 세계 경기 침체로 건설·금융·에너지 등 신규 사업이 한꺼번에 흔들렸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며 극동건설의 재무 상황이 악화됐고, 웅진캐피탈의 경우 저축은행 사업이 대규모 적자를 냈다. 웅진의 폴리실리콘 사업도 태양광 시장 침체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 과정에서 도덕성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지기도 했다. 윤 회장이 채권단과의 협의 없이 단독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이후에도 경영권을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윤 회장은 바로 국민들과 채권단에 사과했다. 

최근에는 회사의 악화된 재무상태를 숨긴 채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증권선물위원회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윤 회장은 이외에도 웅진홀딩스 회생절차 개시 신청이 알려지기 전 배우자 명의 계좌 주식을 팔아 손실을 회피한 불공정 혐의도 받고 있다. 

결국 윤 회장은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해 웅진홀딩스와 함께 최초 그룹을 일궈낸 출판계열사 웅진씽크빅과 북센의 경영권을 유지하게 됐지만 잇따른 구설수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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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