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의 ‘역발상 경영’ 화제

“메이저대회 최고의 권위는 우리 스스로”

매년 4월 초 전 세계의 골프 마니아들을 TV 앞에 붙들어 놓는 마스터스. 4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가장 역사가 짧고 자금력이나 탄탄한 조직력도 없는 일개 골프장에서 시작한 대회가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돈보다는 명예 “후원금은 일절 사절”
중계권료·입장권 판매·영업 무관심

마스터스는 다른 메이저대회와는 달리 기업들의 후원금을 일절 받지 않는다. 엄청난 수입을 보장하는 TV 중계권료나 입장권 판매, 골프장 영업 등에도 무관심하다. 세속적인 가치에 영합하지 않으면서 ‘돈 보기를 돌같이’하는 마스터스의 ‘경영 비법’이 그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는 1등 대회를 만들어냈다는 평이다.

‘돈 보기를 돌같이’
1등 대회 비법


마스터스는 77년간 타이틀 스폰서를 허용하지 않았다. AT&T, IBM, 엑슨모빌, 롤렉스 등 4개의 기업을 후원사로 선정했으나 이들은 후원금이 아니라 물품 공급 후원 계약만 맺고 있다. 이에 따라 코스 내 어떤 기업 로고도 노출되지 않는다.

다른 메이저대회인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도 타이틀 스폰서를 두지 않고 있지만 대신 공식후원사라는 창구를 통해 여러 기업에서 연간 수천만달러의 후원금을 받고 있다. US오픈을 여는 미국골프협회는 마스터스처럼 기업 후원을 받지 않다가 2006년부터 셰브론, 롤렉스, IBM, 렉서스, 아멕스카드 등 5개 기업 파트너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PGA챔피언십을 주최하는 PGA오브아메리카는 ‘패트론(후원자) 스폰서’라는 이름으로 아멕스카드, 내셔널렌터카, 로열뱅크오브캐나다, 메르세데스벤츠, 오메가 등의 후원을 받는 것도 모자라 대회 로고 사용 대가로 25개 기업으로부터 라이선스 비용을 받는 등 ‘수익사업’에 열을 올린다.

브리티시오픈을 주관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1978년 롤렉스를 시작으로 니콘, 메르세데스벤츠, HSBC, 두산 등의 후원을 받았으며 최근 마스터카드, 랄프로렌을 추가하는 등 후원금에 익숙해졌다.

마스터스는 사실상 중계권료가 없다. 매년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지금까지 CBS가 독점하고 있다. CBS가 중계권료로 지급하는 금액은 다른 대회에 비해 매우 싼 300만달러다.

미국 PGA투어는 CBS와 NBC 두 방송사로부터 10년간 28억달러 이상을 중계권료로 받는다. 연간 2억8000만달러를 대회 수 40개(메이저대회 제외)로 나누면 대회당 700만달러라는 계산이 나온다.

메이저대회는 일반 대회보다 몇 배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 US오픈 테니스대회는 2008~2011년 중계권료로 CBS에서 1억4500만달러(연간 3625만달러)를 받았다. 마스터스는 최소한 중계권료로 연간 3000만~5000만달러 이상을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오거스타는 중계권을 포기하는 대신 대회 도중 1시간 동안 4분만 광고를 하도록 하고 하루 총 16분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해 상업성을 배제하는 데 성공했다.


마스터스는 입장권 수입에도 큰 관심이 없다. ‘패트론’이라고 부르는 4만 명에게 평생 볼 수 있는 권한을 이미 넘겨버렸다. 이들은 대회 기간에 1인당 200달러(1일 62.50달러)만 내면 된다. 하지만 이 입장권은 시장에서 수십 배로 폭등한다. 연습라운드 관람 티켓만 1000달러가 넘고 4일짜리 티켓은 7000달러를 웃돈다.

US오픈의 하루 입장료는 가장 싼 것이 250~385달러며 1주일짜리 패키지는 1875달러다. 브리티시오픈은 하루에 90파운드부터, 7일은 240파운드부터 판다. 메이저대회 중 가장 인기가 떨어지는 PGA챔피언십은 1일에
75~85달러, 1주일에 285~550달러다.

더 큰 입장료 수입은 기업 고객을 위한 VIP용 티켓이다. 브리티시오픈의 ‘프리미어 스위트’는 30명 수용에 1만6500파운드(약 2800만원)부터 시작한다. PGA챔피언십은 코스 내에 VIP석을 마련해놓고 50석은 15만달러(약 1억7000만원), 150석은 42만5000달러(약 4억8000만원)를 받고 있다. US오픈 13만5000달러(약 1억5000만원)와 21만5000달러(약 2억5000만원)짜리 패키지가 있다.

오거스타는 대회를 마치고 나면 코스 관리를 이유로 5개월간 휴장에 들어간다. 다른 코스들이 메이저대회 개최를 이유로 그린피를 올리는 등 영업 활동을 벌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회 기간 나타나는
‘마스터스 메뉴판’

마스터스는 기업들의 후원과 TV 중계권료 대신 대회 기간에만 판매하는 기념품 판매 수입(3000만~4000만달러)과 패트론 입장권 판매 수입(1000만달러), 식음료비 등으로 대회 상금과 경비를 충당한다. 대략 60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려 매년 1000만달러의 수익을 남긴다. 이 돈마저 아마추어 골퍼를 후원하는데 사용한다.

마스터스는 돈을 포기했지만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 지역에 어마어마한 경제효과를 안겨줬다. 영국 BBC는 마스터스 주최로 조지아주에 50억달러의 경제효과가 발생하고 일자리 6만 개를 창출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다른 메이저 대회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지만 이들 대회는 세계 각국에서 예선을 거쳐 올라온 140∼150명의 선수들이 출전한다. 반면 마스터스는 출전 자격부터 다른 메이저 대회와 차별화하고 있다. 엄격한 출전 자격 조건을 충족시킨 100명 내외의 선수들만 추려 우승자를 가린다.

출전 자격 100명 내외, 다른 메이저는 140~150명
골프장 밖 식당 음식 값 껑충, 갤러리는 월마트 수준


올해 마스터스 출전 선수는 93명이었다. 역대 마스터스 우승자, 지난 5년간 메이저 대회 우승자, 작년 마스터스 공동 16위 이내 입상자, 2012시즌 PGA 상금 랭킹 30위, 2012년 세계 랭킹 50위, 올 3월31일자 세계 골프랭킹 50위, 작년 마스터스 이후 PGA 우승자, 지난해 US아마추어 챔피언 등이 이번 대회에 출전 자격을 얻었다.

외국인 초청선수는 이시카와 료(일본), 타워른 위랏찬트(태국) 등 2명뿐이었다. 이로 인해 ‘명인들의 열전’에 초대된 선수들은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그린재킷’을 입는 것을 최고의 영예로 생각한다.
올해도 이틀간 1, 2라운드를 치른 뒤 공동 60위 이내와 2라운드 선두와 10타 차 이내의 선수들만을 가려 3, 4라운드를 치렀다.

‘마스터스 메뉴판’은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 담장 하나 사이로 안과 밖이 매우 다르다. 골프장 담장 바로 앞 워싱턴로드 대로변에는 식당과 술집, 모텔, 주차장이 즐비하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4월 둘째 주 한 주 동안 이곳의 메뉴판은 평소와 다르다. 평소 20∼30달러이던 스테이크하우스는 ‘마스터스 위크’에는 50∼100달러짜리 메뉴판을 손님들에게 내민다.

그럼에도 이곳은 물론 주변 식당에는 빈자리를 찾을 수 없다, ‘후터스’란 바 역시 해떨어지기 무섭게 만원사례다. 두 시간을 기다려도 테이블 하나 얻기 힘들다. 인근 술집들도 마찬가지이며 능력있는 웨이트리스는 하루에 버는 팁만 1만달러에 달했다는 지역신문 보도도 있었다.

외지인만 10만 명이 찾다보니 초절정 성수기를 맞은 모텔은 평소 20∼30달러하던 하루 요금이 매년 오르더니 올해는 200∼300달러로 폭등했다. 이런 게 싫어 ‘패트론’들은 집 한 채를 통째로 빌려 인터넷을 통해 모인 이들과 숙박비를 분담하며 ‘1주일간 동거’를 하기도 한다. 평소 무료주차 지역이던 상가 주차장이 20∼40달러까지 받는 것은 애교에 불과하다.


갤러리는 돈벌이
수단 아니야

‘마스터스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골프장 담장 안은 어떨까. 마스터스 관람 티켓을 구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입장하면 담장 밖 세상과 딴판이다. 골프장 측은 하루 수만의 갤러리가 몰리는 이곳에서 먹거리도 팔지만 가격은 가장 싸게 판다는 ‘월마트’ 수준이다. 물과 콜라, 스낵류는 1달러, 칠면조·치킨 샌드위치가 1.5달러, 맥주가 4달러 선이다.

골프장 측은 그래도 남는 장사라며 10년 전 가격 그대로 받고 있다. 기념품 역시 올해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골프장은 돈을 벌기 위해 갤러리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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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