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위, 한국 국적 이탈 사연

바빠서? “이젠 위성미가 아니랍니다”

골프선수 미셸 위(한국명:위성미)가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나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행전안전부의 관보에 따르면 미셸 위는 지난 2월21일 법무부 장관의 허가 하에 한국 국적을 이탈했다. 이탈사유는 ‘외국 국적 선택’이다.

바쁜 일정으로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 못해
한국인 미셸 위? 국적 포기 비난 이유 없다

국적 이탈은 해당자가 해외에 거주할 경우에만 신청이 가능하고 하와이 태생인 미셸 위와 같이 ‘선천적 복수 국적자(부모가 직장근무, 유학 등의 이유로 출생지주의를 채택한 외국에 체류할 때 태어났거나 국내 다문화가정에서 출생한 자녀)’의 경우 재외공관이 이탈신고를 접수하면 외교통상부 장관을 통해 법무부로 송부되는 방식이다.

‘자랑스런 한국인’
내면의 불편함

이로써 미셸 위에게 ‘위성미’라는 이름은 지워지게 됐다. 물론 남자는 병역문제로 인해 국적 이탈에도 나이제한이 있는 등 까다롭지만 여자는 자유롭게 국적 재취득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미셸 위가 굳이 국적을 포기한 배경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년 동안 한국 국적을 유지하다가 지금에 와서 포기한 이유는 2011년 1월1일 발효된 국적법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개정된 국적법에 의하면 미셸 위처럼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만 22세가 되기 전에 국적을 선택하도록 돼 있다. 즉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미셸 위는 그 시기를 놓쳐 미국과 한국 중 한쪽 국적만을 선택해야 했다고 예상할 수 있다.

만약 미셸 위가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 절차를 밟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만 22세가 되기 전 국내에서 외국 국적을 내세우지 않겠다는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서를 쓸 경우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새 국적법이 여지를 남겨 놓았기 때문이다.

바쁜 일정 관계로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미셸 위는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국적을 포기하면 주 무대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뛸 때 수시로 비자를 갱신해야 하는 등 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우려됐다.

2005년 10월6일. 전 세계가 한 소녀를 주목했다. 16세 골프천재 미셸 위의 프로전향 기자회견. 나이키와 소니의 후원을 받는 1000만달러 소녀의 탄생이었다. 183cm의 키에 뛰어난 미모, 한국계 미국이민 2세의 성공스토리, 2003년 US 여자 아마추어 링크스 챔피언십 최연소 우승에 빛나는 뛰어난 실력. 글로벌 스포츠자본이 탐낼만했다.

미셸 위는 스타성을 완비한 LPGA의 새로운 희망이었다. 언론도 부응했다. 미셸 위의 뛰어난 상품성에 주목한 언론은 그녀가 아니카 소렌스탐의 뒤를 이어 골프여제로 성장해주길 바랐다. 특히 데뷔 이후의 잇따른 남자대회 출전, 성적부진, 매너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언론은 경험부족과 학업부담을 내세워 팬들에게 기다림을 요구했다.

2007년 스탠포드대학 입학은 미셸 위 셀러브리티의 정점이었다. 하버드와 예일에 주눅 든 한국에서 스탠포드대생 미셸 위는 골프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한국적 셀러브리티의 명성을 획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엔 미셸 위와 관련된 모든 것이 기사화됐다. 떡볶이를 좋아한다는 것도 뉴스였고 방송에서 튀어나온 “야마 돈다”는 비속어도 뛰어난 한국어 실력의 증거였다.

국적, 개인의 선택이자 권리
언론의 애국주의와 상업주의


혹자는 빼어난 미모를 좋아했을 수도 있다. 또 스탠포드라는 타이틀에 매력을 느꼈을 수도, 300야드 가까이 되는 호쾌한 드라이브샷에 감탄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셸 위 인기의 기저에 같은 한국인이라는 핏줄의식이 작동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런데 그렇게 열광했던 미셸 위가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9만220명의 외국인이 한국 국적을 취득했고 10만6588명의 한국인이 외국 국적을 취득했다. 국경 없는 글로벌시대가 아니라 국적 없는 글로벌시대인 듯하다.

국적 변경의 이유도 다양하다. 정치적 신념, 국제결혼, 취업 등이 일반적 이유이다. 재력가들은 조세부담 경감을 위해 국적을 변경하기도 한다. 스포츠세계에선 올림픽 출전을 위해 새로운 조국을 택하는 것이 흔한 일이다.

다양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범죄자들의 도피용 국적세탁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적변경은 새로운 기회와 꿈을 향한 개인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국가가 발전할수록 국가단위, 기업단위, 개인단위의 국제네트워킹이 활발해지며 개방사회로 진입하기 때문에 국적변경은 더욱 자연스러워지고 일상화될 것이다.

국제연합(UN)은 이미 1948년 12월에 채택한 세계인권선언 15조에서 ▲모든 사람은 국적을 가질 권리를 가진다 ▲어느 누구도 자의적으로 자신의 국적을 박탈당하거나 자신의 국적을 바꿀 권리를 부인 당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했다. 국적 선택의 권리는 기본적 인권이라는 뜻이다. 당연히 미셸 위는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아서 안 되고 비난받을 이유도 없다.

미셸 위는 LPGA에서 원래 미국 국적이었다. 중계방송의 리더보드엔 미셸 위의 이름이 성조기와 함께 표기된다.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도 언론은 성공한 재미교포 골퍼 미셸 위가 아닌 ‘자랑스러운 한국인, 우리 선수 위성미’를 고집했다. ‘재미교포 미셸 위’보다 ‘자랑스러운 한국인 미셸 위’가 좀 더 먹히기 때문이다.

히트상품 ‘미셸 위’ 개발을 위한 언론의 코드는 미모와 학벌, 그리고 한국인이었다. 미셸 위의 한국에 대한 기억, 한국인으로서의 정서, 한국음식에 대한 기호는 모두 뉴스화 됐다. 전쟁과 가난에 한 맺힌 시절, 국민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자는 애국주의 저널리즘의 ‘자랑스러운 한국인’ 프레임이 군부독재의 국가주의 저널리즘을 거쳐 히트상품 판매를 위한 상업주의 프레임으로 진화된 것이다.

 

“한국인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는 미셸 위의 인터뷰 내용이 배신의 증거인양 자주 인용된다. 지금도 미셸 위는 스스로 한국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교육받고 성장한 미셸 위가 한국계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 않을까?

빅토르 안 선택한
쇼트트랙 황제

나이키와 소니가 미셸 위에게 각 500만달러씩 모두 1000만달러를 투자할 당시, 미셸 위는 불과 16세였다. 조기 발굴, 물량공세, 철저한 독점, 글로벌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미국식 스포츠자본주의의 작동방식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일찌감치 ‘돈의 맛’을 안 미셸 위가 프로에서 배운 것은 골프만이 아니었다.

2005년 남자대회인 일본프로골프투어 카시오월드오픈이 미셸 위를 초청하기 위해 지불한 비용은 200만달러. 자가용 비행기에 경호비용까지 모두 포함된 액수이다. 2006년 국내서 열린 SK텔레콤오픈 출전도 적지 않은 초청비용이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니까 기꺼이 자원해 참가했다고 생각했다면 순진한 착각이다. 엄청난 초청비용 이외에도 미셸 위는 건설회사 신영과 30억원짜리 광고계약을 맺었다.

미셸 위에게 한국행은 고수익창출의 마케팅행사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 마케팅을 비난할 수 없듯이 미셸 위의 한국마케팅 역시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비난해야 한다면 미셸 위의 비즈니스를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고국방문’으로 포장한 언론의 상업주의이다.
감동적인 고국방문을 그대로 믿었다면 미셸 위 팬들의 순진함도 귀책에서 벗어나긴 힘들듯 하다.
미셸 위의 한국 국적 포기 배경에 대한 분석이 분분하다. 스폰서 확보를 위해 미국 국적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일부에선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서 작성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2011년 발효된 국적법은 선천적 복수 국적자에게 만 22세 전에 국내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쓸 경우 복수 국적을 인정한다.

미셸 위가 이 서약서를 쓸 시기를 놓쳐 한국 국적을 포기하게 됐다는 얘기이다. 배경이 어떠하든 명확한 것은 미셸 위가 미국과 한국 국적을 두고 택일해야 되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미국 국적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LPGA 골퍼로서, 재미교포 2세로서 당연한 선택일 수도 있다.


빅토르 안(안현수)과 신의손 당예서 등의 귀화가 미셸 위와 비교된다. 올림픽 출전과 더 좋은 환경이 공통적인 귀화의 배경이지만 선수 개개인의 속사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 당예서는 올림픽 출전을 위해 무려 8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견뎌냈다. 대한한공 탁구부 훈련 파트너로 한국에 온 것이 2000년. 19살 한창 나이였다.

당예서는 자신의 꿈을 위해 2007년 귀화시험 합격까지 20대 청춘을 무명의 훈련 파트너로 묻어야했다. 빅토르 안의 귀화는 좀 더 처절하다. 생존을 위한 마지막 카드였기 때문이다.

국적, 국가가
부여한 의무?

세계쇼트트랙의 황제로 군림하면서도 빅토르 안은 언제부터인가 국가대표로 뽑히지 못했다.
전 소속팀이었던 성남시청이 해체되면서 황제는 하루아침에 청년실업자로 전락했다. 빙상연맹과 척을 진 안현수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운동선수로서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안현수는 자신을 원한 러시아를 택했다.

1000만 달러 소녀 미셸 위의 한국 국적 포기는 아쉬울 것이 없는 선택이다. 철저하게 상업화된 LPGA 골퍼의 선택이기도 하다. 그래서 단지 귀화선수라는 잣대를 들이대면서 빅토르 안과 당예서를 미셸 위와 함께 거론하는 것은 왠지 불편하다. 빅토르 안과 당예서의 귀화엔 미셸 위에게는보기 힘든 한국적 현실의 고뇌와 삶의 무게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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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