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 추태 ‘천태만상’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4.29 15:20:26
  • 댓글 0개

회사 망신시키는 꼴불견 “한명씩 꼭 있다”

[일요시사=경제1팀] ‘샐러리맨의 꽃’이라 불리는 대기업 임원들의 추태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기업 임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그 꼴불견의 천태만상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폭언과 폭행, 성폭행에 이르기까지 수법도 다양하다. 이들은 한 번의 실수로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개인의 명예가 여지없이 실추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최근 포스코에너지 고위직 임원이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에게 폭행을 휘두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당사자인 A씨는 지난 22일 포스코에너지로부터 보직해임 처분을 받았지만 사건의 파장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라면과 바꾼
임원 자리

항공업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5일 대한항공 인천발 미국 LA행 비행기 안에서 기내 비즈니스석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여 승무원을 폭행했다. 

A씨는 기내식으로 제공된 밥과 라면이 다 익지 않았다며 수차례 다시 준비해 오라고 요구, 그래도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손에 들고 있던 잡지로 여 승무원의 머리를 가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한항공 사무장과 기장은 기내 폭행 사건을 비행기 착륙 전 LA공항 관계자와 수사기관에 신고해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출동했다. 미 FBI는 폭행 A씨에게 입국한 후 미 수사 당국 조사를 받을 것인지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갈지를 선택하라고 요구했고, 결국 임원 A씨는 바로 귀국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승객은 항공기 보안이나 운항을 저해하는 폭행·협박, 위계행위를 하면 안 된다. 또 기장은 기내 안전을 해치는 행위나 인명·재산에 위해를 주는 행위, 또는 항공기내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규율을 위반하는 행위를 한 승객을 상대로 체포 신청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A씨가 대기업 임원으로서 품위를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포스코에너지의 모기업인 포스코가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네티즌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이 사건을 풍자한 ‘포스코 라면’, ‘기내식의 황제’ 등의 여러 가지 패러디들이 등장했다. 신라면 패러디에서는 승무원 얼굴을 때린 것을 두고 ‘매운 싸다구맛’이라고 비아냥거리며 ‘기내식의 황제가 적극 추천합니다’라는 말풍선과 함께 ‘개념 무첨가’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A씨는 23일자로 사직서를 제출, 회사에서도 이를 곧바로 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1983년 포스코에 공채 입사한 후 포스코터미널, 포스코켐텍 등을 거쳐 2년전 포스코에너지로 자리를 옮긴 뒤 지난 3월 인사에서 ‘샐러리맨의 별’이라고 불리는 상무로 승진까지 한 인사다. 포스코는 임원 승진 비율이 대기업 평균 1%보다 더 낮아 280명당 1명 정도의 임원이 나올 정도로 어렵다.

이러한 최상위의 자리에까지 오른 대기업 임원이 이번에 비행기 기내에서 보여준 추태는 우리사회 지도층의 추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는 지적이다.

사회특권층 추태
‘나라망신 일쑤’

사실 사회지도층들의 비행기내 난동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07년 12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김해발 대한항공 1104편 항공기(서울행)에 탔다가 이륙준비를 위해 좌석 등받이를 세워달라는 승무원의 요구와 기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소란을 피웠다. 결국 비행기 출발이 1시간가량 지연됐고 박 전 회장은 2심에서 벌금 1000만원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2005년 9월에는 모 대기업 부장 B씨가 영국 런던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인계돼 처벌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B씨는 조리실에서 승객에게 물을 뿌리고 생수로 발을 씻는 것도 모자라 승무원을 발로 걸어 넘어뜨리고 성희롱 발언을 하는 등 추태를 일삼았다. 결국 B씨는 영국 경찰에 연행되는 망신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내 난동뿐 아니라 각종 범죄를 저지른 대기업 임원들도 있었다. 최근에는 현직 대기업 간부가 지적장애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그는 경찰서 유치장에서 철창에 머리를 찧는 ‘자해 소동’까지 벌여 응급실 신세를 지기도 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11일 내연녀의 집에서 지적장애 3급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강간)로 STX중공업 차장 C씨를 구속하고 이를 방조한 혐의로 C씨의 내연녀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주말부부인 C씨는 지난 1월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내연녀의 집에서 30대 지적장애(3급)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당일 내연녀의 집을 찾은 C씨는 마침 방 안에 있던 지적장애 여성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내 승무원 농락 ‘라면 상무’파문 일파만파
장애인 성폭행 임원…술집 여주인 성추행 간부
택시기사 ‘묻지마 폭행’10대 소녀 몰카 망신도

내연녀 와 피해자는 한동네에 살며 친분을 쌓은 사이로 전해졌다.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내연녀가 C씨의 성폭행을 도운 정황을 포착, 내연녀도 불구속 입건했다.

C씨는 당초 범행 사실을 부인하다 피해자의 체내에서 자신의 DNA가 발견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가 나오자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C씨는 수갑을 찬 채로 철창에 머리를 수차례 찧는 등 자해 소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터빈·엔진 등 동력기관 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진 C씨는 경찰 조사를 받은 약 3개월 동안에도 정상적으로 회사에 출근했지만 지난 2일 구속되자 회사측에 진단서를 제출하고 병가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 임원인데
똑바로 대접 못해?”

지난 2012년 2월에는 CJ그룹의 한 임직원이 여성을 성추행 한 뒤 오히려 큰 소리를 치는 등 소동을 벌이다 덜미가 잡혔다. 서울 중구 중림동의 한 실내포장마차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고 계산하던 CJ그룹 부장 D씨는 가게 여 사장이 돈을 받는 순간 “주방에 바퀴벌레가 있다”고 소리쳐, 여사장의 고개가 돌아간 틈을 타 볼에 입을 맞췄다.

화가 난 여 사장은 D씨를 쫓아냈지만 곧 다시 돌아온 D씨는 여 사장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내가 CJ 임원인데 똑바로 대접 못하겠느냐”며 가게 안에서 행패를 부렸다.

이 상황을 알게 된 여 사장의 남동생이 곧장 가게로 달려와 D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사건은 남대문 경찰서에 넘겨졌다. 경찰서에서도 D씨의 범행 일체를 부인하다 남동생이 당시 상황이 녹화된 CCTV를 보여주자 그제서야 “미안하다.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좋게 합의했으면 한다”며 추행 사실을 자백했다.


더욱이 D씨는 CJ식품계열의 주력 상품 출시에 앞장서면서 이목을 끈 인물로 알려져 대기업 임직원의 도덕성에 비판이 제기됐다.

앞서 지난해 1월에는 만취한 대기업 임원이 택시기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두산그룹 전무 E씨는 술에 취해 인사불성 상태에서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상해)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택시기사는 술에 취해 잠든 E씨를 깨워 “어디로 가시냐”고 물었고, E씨는 다짜고짜 택시기사의 턱을 구둣발로 차고, 주먹을 휘둘러 눈을 가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9년에는 ‘청정원’으로 유명한 대상그룹의 지주회사 대상홀딩스의 대표가 10대 청소년 성추행이라는 복병에 시달려 충격을 줬다.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대상홀딩스의 대표이사 F씨 등 일행 3명은 4월 22일 밤 10시께 서울 중구 서소문동 대한빌딩 앞에 앉아있던 10대 소녀의 치마 쪽을 쳐다보며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이에 소녀의 일행 중 남성 1명이 항의하면서 몸싸움을 벌이다 모두 경찰에 연행됐다. 이들의 성추행을 지켜보고 만류했던 공익근무요원도 F씨 일행에게 폭행을 당했다.

결국 일행 3명은 모두 폭행 혐의가 적용돼 입건됐고, 경찰은 F씨 일행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인 소녀의 일행 남성에 대해서만 ‘정당한 행위’로 간주하고 검찰에 불기소 의견을 냈다.

하지만 소녀와 F씨가 합의에 성공함에 따라 성추행 기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강제추행 혐의는 피해자가 고소·고발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친고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휴대폰으로 소녀의 사진을 찍은 혐의를 받고 있는 맥쿼리 증권 부사장만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불구속 입건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재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업 브랜드를 좌우하는 대기업 대표인사가 “10대 소녀를 성추행했다”는 전례 없는 사건이기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재계 한 관계자는 “자기 딸 같은 나이인 아이에게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별들 몸조심
주의보 발령

이처럼 과거부터 최근까지 대기업 임원들의 ‘도덕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상당수 대기업들은 임원들에게 ‘몸조심 발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해당 임원의 명예실추는 물론 그 기업의 국내외 이미지까지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나아가 기업 총수의 리더십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경제민주화와 동반상생이 정·재계 화두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대기업 총수들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 임원의 특권의식’에 대한 비난이 확산되면 ‘경제민주화가 지나치다’는 대기업의 항변이 먹혀들겠느냐는 우려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치권과 정부 당국이 대기업의 세금 탈루와 부당 거래 등 폐단을 캐내려고 두 눈을 부릅뜬 상황에서 대기업 임원의 잘못된 처신이 불거지면 이롭지 않다는 것이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라며 “때문에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내외 출장 또는 회식자리 등에서 말과 행동을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일부 기업들에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후약방문처럼 무슨 일이 발생한 다음에야 시정하겠다는 등 야단법석을 떠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상식적인 명구절을 상기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가 아닌 ‘젠틀 코리아(Gentle Korea)’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항공기 ‘진상손님’제재 강화

승무원 괴롭히면 업무방해

최근 대기업 임원의 항공기 승무원 폭행사건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은 가운데 승무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률 조항이 마련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23일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항공기내 폭행·협박·위계행위나 출입문·탈출구·기기 조작, 항공기 점거·농성행위는 징역형 등 엄중 처벌토록 하고 있다. 아울러 승객의 안전유지 협조의무를 다룬 조항에도 ▲폭언·고성방가 등 소란행위 ▲흡연 ▲음주나 약물복용 후 위해행위 ▲타인에 성적(性的)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 ▲전자기기 사용 ▲조종실 출입기도 행위 등도 금지행위로 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여기에 ‘승무원 업무방해’ 행위도 기내 금지행위로 추가하는 내용이 골자다.

해당 법안은 올해 초 발의됐던 것으로 이번 ‘승무원 폭행’ 사건과 맞물려 이목을 끌고 있다. 입법화할 경우 직접적으로 안전을 위협하는 폭행이나 협박까지는 아니어도 지속적이고 공격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행위, 악의를 갖고 행하는 업무 방해 행위 등도 제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 의원은 “항공기 내에서 승객이 난동을 부리며 승무원 업무를 방해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어 기내 안전을 위한 승무원 업무수행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승무원 업무 방해 행위에 대한 제재를 신설해 항공안전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아>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